여학생 기숙사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흡혈귀는 흡혈을 해야 한다. 두 번에 걸친 흡혈을 통해 알 수 있는 이득은 육체 강화, 기억 읽기, 발정 능력 정도 되겠다. 나쁜 점이라면
“아하으… 개근상 놓쳤네…”
“참… 대단한 소리만 하네.”
흡혈 당하는 상대가 쾌감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몸을 못 가눈다는데 있었다.
욕실에서 찐득하게 얽혀 샤워기 물 맞으면서 하는 섹스를 하려 했는데. 흡혈을 당하니까 그대로 허리가 풀려 욕조 바닥에 주저 앉은 그녀.
“여자가 말이야, 허리 운동이라도 좀 하지.”
남녀 역전 세계는 몇 번 해본 적 있다. 다른 버전은 몇 백번 해봤지만.
아무튼 남자 대하듯이 대하면 되는것 아니겠는가. 무슨 커다란 퀘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야겜인데.
“아니 그, 흡혈귀가 상대라서 그런 게 아닐까?”
아무리 성 경험이 없는 그녀라 해도, 이건 여성의 자존심이 걸린 이야기였는지 소심하게 반격을 해 온다.
욕실에 들어온 여친에게 펠라치오를 받다가 허리가 빠져서 본방을 못 뛰는 남자라니. 반격을 안 하긴 좀 그런 상황이긴 하군.
집도 절도 없이 흡혈귀로 뎅그러니 떨어진 상황. 게임 시스템 모드였다면 미니맵이 열리고 집이 어디인지, 뭘 할지 가이드 라인을 줄 테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었다.
그럼 뭘 해야겠는가.
“다른 흡혈귀들은 안 그렇다 던데? 피 빨아도 잘만 버틴다 던데.”
“다른 흡혈귀?”
뭐긴 뭐야, 캐릭터 짜 놔야지.
데이터 장사로 먹고 사는 사람한테 가장 중요한 거다.
NPC인격 추출 없이 통으로 팔려면 주인공인 내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아 놔야 하거든.
24배니 48배니 뇌를 건드린 상황에서 각종 캐릭터로 살다 보면 정체성 혼란으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지만.
“그래, 형들이 해줬던 말 중에 허리 빠져서 못 움직인다는 말은 없었는데. 너무 허약한 상대를 골랐나?”
그런 사소한 법은 무시하고 모여서 데이터로 장사하고 100배율까지 돌리는게 우리들이었다.
물론 여기서 형이란 새끼들도 다 내가 키운 데이터고. 전회차랑 전전전 회차, 그리고 기억도 나지 않는 이전의 회차들 중 흡혈귀 캐릭터 키웠던 기억으로.
역전 세계, 어떻게 플레이 했더라…
“처, 처음이라서 그런 거고!”
얼굴을 붉히며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는 김세민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아랫도리가 불끈 솟아오른다.
뭐 역전이니 처녀니 미숙하네 뭐네 말해도 결국 적당히 살집 있는 허벅지와 커다랗고 둥근 엉덩이는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그러면… 지금은 처음이 아닌데?”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는 침대 옆, 아직은 깨끗한 침대에 드러 누워 옆 자리를 톡톡 두들겼다.
제대로 닦아내지 않은 물기가 이불을 적셨지만 상관없다. 곧 더 젖을 텐데.
“설마… 지금 이 상황에 학교로 도망치려고?”
생각해보니 남녀 역전 말고, 그냥 요망했던 여캐들을 떠올리는게 더 도움이 되리라.
얼굴이 퇴폐미 있는 흡혈귀 캐릭터니까 그런 쪽으로. 나른함에 잘 돌아가지 않는 대가리를 굴린다. 요망, 퇴폐미, 꼴릿꼴릿하던 그녀들을 떠올리며.
“아니 그… 나 진짜.”
“너무하네… 남자가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데.”
들었던 대사 중 그나마 기억에 남은 걸 따라한다. 끌어당겨 덮은 이불 아래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불끈솟은 내 물건을 슬쩍 문지른다.
살포시 들썩이는 이불.
아오 씨발, 이불을 슬그머니 끌어 당겨 몸을 야시시하게 가리려는데 은근 힘드네.
걔들은 이걸 혼자 있을때 연습이라도 한 건가? 뭘 어떻게 하면 한 손으로 이불을 컨트롤해서 몸을 그렇게 가릴 수 있지.
물론 이런 나의 짜증과는 다르게 효과는 매우 뛰어난 듯했다.
※
찔꺽찔꺽하는 소리와 촥촥하고, 물기에 젖은 살끼리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음란하게 방 안을 가득 채운다.
나른하게 침대에 드러누운 소년과 그 위에서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는 소녀.
손에 쥘 정도의 크기의 가슴이 열렬히 흔들리고 풍만한 하체는 말 그대로 잡아먹듯 소년을 내리 누른다.
“그래, 좀 더… 허리를 살짝 돌리면서.”
“생각보다… 흐으윽, 힘든데?!”
섹스는 힘들다. 괜히 살이 빠지고 건강해지는 운동이겠는가. 어제 막 첫경험을 한 여성이 기승위로 삼십 분이나 버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녀의 상체가 점차 내려온다. 최대한 허리는 움직이고 싶으니 상체가 점점 주저 앉는 상황.
눈 앞에서 흔들리기 시작한 가슴을 입에 문다.
허벅지를 베어 물 때 처럼 느껴지는 짭쪼롬한 살의 맛과 혀 끝에 굴려지는 오돌토돌한 돌기.
“자, 잠깐만! 하흐극!”
허리를 움직이는데 집중을 했었는지, 앞니로 가슴 끝을 살며시 깨물자 화들짝 놀라 주저앉는다.
푸욱하고, 그녀가 움직일 때 보다 깊숙하게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어제야 뭐… 내가 강간하는 줄 알고 후배위로만 후려쳐서 그런가. 어제랑 다를 게 없네. 뭐 어때, 희귀 NPC도 아니고 동네 여고생인데.’
하기야, 인터넷에서 데이터로 팔면 수십만원을 받을 여성과, 눈 뜨자 마자 있던 그냥 길가던 NPC를 성능으로 비교하는 건 이상한 일이지.
나른한 몸에 쾌감이 깃들자 포만감과 만족감이 가슴을 채운다.
“괜찮아, 조금 느긋하게 하자고… 시간은 많지? 만족할 때까지 하자고.”
가슴으로 내 얼굴을 짓누르며 쓰러진 그녀의 몸 너머로 고개를 살짝 돌린다.
벽걸이 시계가 보여주는 시간은 오전 10시. 학교가 4시에 끝난다 해도 6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후우… 후우… 뭐 언제까지 하려고?”
말할 여유는 남아 있는지 숨을 고른 그녀가 묻는다. 그야 룸메이트가 하교할 때 까지지.
그런 생각을 입에 담지는 않고 다시 젖가슴을 베어 문다.
그녀의 허리에 양 손을 감는다. 한 손으로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를 살짝 누른다.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라고. 그 낯선 쾌감이 싫지는 않은 듯 조금씩 허리를 들썩이는게 귀엽다.
그래 뭐, 게임을 다시 시작했으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 해야지.
꿈틀 꿈틀, 어루만져지며 조금씩 휴식을 취하는 그녀를 골려주고 싶어 혀로 굴리며 애무하던 가슴을 입에서 떼어놓고 살며시 상체를 밀어낸다.
다시 일어서게 된 그녀. 가쁜 숨은 가라 앉았지만 빨간 홍조와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여전하다.
마음을 바꿔 먹으니 그 미숙한 모습마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원한다는 기대감과, 뭘 잘못 했나 싶은 불안감이 뒤섞인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본다. 겁이라도 먹었는지 슬금 슬금 움직이던 허리가 멈춘다.
“어… 왜?”
“필사적으로 움직이는게 귀엽네.”
침대를 딛고 상체를 세우자 그녀가 살짝 뒤로 물러난다. 기승위에서 자연스럽게 대면자위로 바뀐다.
뒤로 넘어갈까 내 허리를 그녀가 허벅지로 감아온다. 등허리에서 느껴지는 찰떡 같은 감촉. 다른 몸매는 애매해도 허벅지 하나는 끝내주는데.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모습, 보고 싶은데.’
전문적으로 정조 역전 세계 데이터 팔이를 하던 녀석이 썼던 장문의 글이 있었다.
뭐였더라, 어떤 분탕종자가 정조 역전 세계를 하는 녀석들은 그거 정신적 BL이랑 다른 게 뭔데? 라고 물어봤었지.
떡질에 익숙한 나 같은 새끼들은 ‘소년’과 ‘소년 같은 소녀’가 당연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무시했지만,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새끼들은 불처럼 일어나 역전 세계의 아름다움을 설파했다.
그 어처구니없는 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
“자아… 좀 더 힘내 봐, 꼬마야?”
그녀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뺨에 입을 맞췄다. 열심히 떡방아를 찢느라 키스조차 하지 않다 어린 아이 다루듯 뺨에 맞춰지는 입술.
허벅지를 빨아들이듯 찐득하게 한 것도 아니고, 가슴을 애무한 것처럼 혓바닥으로 장난을 친 것도 아니다.
“아이, 씨 진짜…!”
피 끓는 청춘의 소년이 한창 섹스하는 도중 이런 취급을 받는다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나는 그 찌푸려지는 미간을 바라보며 다시 몸을 침대에 뉘였다. 그래… 뭐라고 했더라 그 변태가.
‘나는 남자 같은 반응을 보이는 상대에게 따먹히는 걸 즐기는 게 아니라, 성욕에 솔직해진 여성들이 좋은거라고 했던가.’
소년 특유의 오기가 가득한 얼굴로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열심히 스쿼팅을 하려는 저 모습을 보면 맞는 말 같기도.
자세를 바로잡고 그녀가 허리를 들어 올려 내리 찍는다. 꾸욱하고 조여오는 살주름의 느낌을만끽하며 눈을 감았다.
찔꺽 찔꺽,
다시 방 안을 음란한 소리가 가득 채운다. 옆구리에 닿은 말캉말캉한 허벅지가 바르르 떨리고
내 복근 위에 올라온 손이 조금씩 땀에 미끄러진다.
점차 자신이 느끼는 쾌감에 잡아 먹히는지, 아니면 체력이 부족한 건지 상체가 내려온다.
잠시 뜬 눈에 비치는 부끄러움과 욕망과 오기가 가득 찬 표정.
울먹거리는 것 같기도, 다짐하는 것 같기도한 그 표정에 나는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저항하지 않고 참았단 사정감을 해방시킨다.
그녀의 투명한 액체와 새하얀 나의 액체가 틈새로 음탕하게 흘러나온다.
그 뜨거운 감촉에 움찔거리던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뀐다. 약간의 안도감, 해냈다는 자신감.
그 표정이 귀여워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몸을 옆으로 돌려버렸다.
“꺄악, 왜? 왜?”
침대에 드러 누운 그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나를 올려 본다.
몸이 돌아가며 그녀에게서 빠져 나온 내 물건이 아직도 껄떡대는 걸 봤을까. 상관없지.
“잘 해줘서, 상 주려고?”
나는 그 새끼가 썼던 글을 지금 이해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