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기숙사
19살 피 끓는 청춘에게 있어 가장 기쁜 일은 무엇일까?
수시에 붙어 정시 준비를 하는 친구들 옆에서 노는 것?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고백이 성공하는 것?
멋진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
성적이 잘 나와 장학금을 받아 부유하게 지내는 것, 이라고 12시간 전까지 생각했던 김세민은 이제 없었다.
품절된 참고서 때문에 2구역 중심부까지 갔다가 겪은 만화 같은 일 때문이다.
‘역시 꿈인가?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리 없는데.’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자 룸메이트인 악우가 보낸 문자가 보인다.
통금 넘겨서 경비한테 잡히느니 남자애 집에서 묶고 간다는 내용.
그 덕에 밤에 방해받는 일이 없었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젖어서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올라오는 침대 시트를 보며 그녀는 고민했다.
‘진짜 꿈? 발정나서 그냥 자면서 이런 건 아니지? 현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리 없는데.’
슬럼가가 위험하니 가지 마라 귀에 딱지가 얹힐 정도로 교사들이 말하면 뭘 하겠는가.
험난한 세상은 대부분 남학생을 노리기 마련이고,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인 김세민에겐 저 머나먼 동네 이야기였다.
물리적으로는 300m도 되지 않는거리지만. 고작 그 거리를 걷는 동안 19년 인생 처음 겪는 일들을 겪었다.
선생님이 가지 말라고 말한 곳으로 가기. 뛰다가 너무 급해 골목길 구석에서 노상 방뇨하기. 노상 방뇨 중 미친놈 셋에게 강간당할 뻔하기.
능력의 부작용 때문인지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진 남성들.
그 끔찍한 모습이라면 그 어떤 여성이 좋다고아랫도리에 습기를 머금겠는가.
순식간에 메마르고 말지.
그리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미소년이, 세 명을 순식간에 초능력으로 죽이고 기숙사까지 팔짱을 낀 상태로 왔다.
아마 작문 숙제를 이렇게 했다면 기승전결부터 개연성까지 온갖 이유로 감점을 당해 F가 대문짝 만하게박히지 않을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오 씨, 눈부셔.”
“이, 일어났어?”
지금 자신의 허벅지를 베고 졸린 눈을 비비는 미소년이 있는데.
※
흡혈을 해서 알게 된 점이 몇 가지 있다. 아니, 몇 가지라고 하기엔 좀 많지. 남녀역전 세상이거나, 히어로VS빌런 기본버전 같은 정보들.
그리고 내 몸뚱아리에 대한 정보. 매혹 계열에 쪼렙 흡혈귀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하급 매혹이고 페로몬이고 걍 가슴에 홀린거였냐…’
처음 보는 남자가 다정한 듯 팔짱을 끼고 여고생을 끌고 간다. 당연히 경찰을 부르던가 사람 많은 곳을 지나다닐 때 난리가 나겠지.
그런 일이 없어서 매혹 계열 능력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
그냥 처음 보는 남자애가 가슴을 부비니까 그 탄탄한 감촉에 홀려서 아무 반항도 못 했다는 기억이 텍스트로 나열되었으니까.
처음 보는 남자가 팔짱을 끼면 경찰이 올 사안이지만, 미녀가 팔짱을 껴서 가슴을 부비며 이끌면 어지간한 남성들은 반항을 못 할거다.
그러니까 그녀가 반항이 없었지.
‘흡혈을 하면 기억을 엿볼 수 있는데 이건 게임 시스템이 섞였네. 미연시나 야겜 계열인가?’
모드가 더럽게 많다 보니 사이트에 상주하면서 24시간 게임만 돌려도 파악하지 못하는 게 너무 많다.
당장 온갖 데이터를 팔아 치워 유명인사가 된 나도 정확히 알고 있는 모드는 30%가 되지 않으니까.
팔짱을 끼고 왔는데 반항이 없던 건 흡혈귀의 매혹 패시브가 아니라, 그냥 가슴에 홀렸기 때문이고, 허벅지와 오금을 희롱하며 하반신을 주물럭 거리자 ‘왜 이러세요?’ 라고 흐느낀 건 처음 보는 멋진 이성이 다
짜고짜 애무를 해 줬기 때문이었다.
침에는 매혹 능력 따위 없었고 그냥 성적으로 아무런 경험 못 했던 동정이… 여기선 처녀군. 아무튼 망상과 야동으로만 접해오던 이야기를 직접 겪어서 과하게 느낀 거고.
첫 경험이라 진득하게 애무만 해 줬더니 찍 싸버린 상황이란 거다.
‘별 씨발… 남자한테 강간당하기 직전이라 상상도 못했네. 응용 문제도 적당히 내야지.’
위험에서 구해준 초능력자 미소녀가, 다짜고짜 자신의 자취방에 오더니 도와준 대가를 받겠다면서 피도 빨고 섹스도 해 준다.
사실 뱀파이어 미소녀였던 것이다! 리얼 월드로 멋대로 성욕을 풀며 살아온 나로서는, 그딴 간편한 스토리에 아랫도리가 서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엉망인 이야기였지만…
“씨발, 무슨 떡인지도 아니고.”
“어, 뭐라고?”
내가 그 뱀파이어 미소녀가 되니까 기분이 참 더럽다. 흡혈 당하니까 발정이 나서 내 위에서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다, 운동 부족이라 풍만한 하체를 바르르 떨던 그 자태는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울먹이는 얼굴을 보고 싶다고 어젯밤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뭐?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보면 어떤 기분이냐고?
직전에 했던 야겜 모드를 떠올린다.
아랫도리에 고개를 처박고, 내 물건을 잘 빨아줄 테니 자신의목덜미를 깨물어 흡혈해 달라던 연예인 캐릭터가 생각난다. 이름이… 기억도 안 나네.
수십개의 데이터를 만들어 팔아 치우는데 수십 수백명의 NPC 이름 외우기는 귀찮으니까.
그때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미녀를 사타구니에 끼운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 봤지.
‘그때는 대체 왜 그딴 말을 하나 싶었는데.’
그녀가 보였던 반응을 찬찬히 곱씹으면 왜 그렇게 고양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왜 그녀가 내 기둥과 알을 가지고 느긋하게 놀았는지 알 수 있었다. 짜증이 조금 나서 본방 때 찍어 눌러버렸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이제는 배게보다 익숙해진 여자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자니, 이불이 쓸려 올라가고 빛이 눈꺼풀을 뚫고 들어온다.
“…아오 씨, 눈부셔.”
“이, 일어났어?”
온 몸이 나른하다. 눈을 비비는 것 조차 귀찮아져 팔을 멈추고 슬그머니 눈을 뜨자 어정쩡하게 상체를 일으킨 그녀가 보인다.
이름이… 김세민인가. 왜 저렇게 상체를 세우다 만 자세로 버티고 있는가 봤더니 손에 들고 있는 리모콘이 보인다.
“아… 불 꺼, 씨발.”
“알겠어.”
저거 저거, 눈치도 없는 것 봐라. 어젯밤에 눅진하게 떡친 상대가 허벅지를 베고 자고 있는데 그냥 불부터키는 것 봐.
몽롱한 머리와 나른해진 육체의 콜라보는 나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충분했다.
“… 씻게? 아니 씻어. 당장 씻고 와.”
흡혈귀… 매혹 능력 없음. 골목에서 진심으로 난동부려도 마법 범위 10m. 이렇게 약해 빠졌으니 낮에 골골대는거지.
흡혈귀가 강해지는 방법은 하나, 그리고 야겜 모드에서 강해지는 방법도 하나.
그래서 고개를 돌렸더니 어젯밤의 흔적이 찐득하게 말라 붙은 그녀의 몸이 보인다.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후다닥 속옷과 교복을 챙겨 욕실로 달려가는 그녀. 정조 역전 세계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알몸을 가릴 생각도 없이 털레털레 걸어가는 그 뒷모습이 보인다.
몸은 참 하반신이 육덕진 미녀인데. 하는 짓은 걷다가 물린 곳이 신기한지 허벅지를 긁적이는 아저씨의 모습이네.
눈을 감고 텍스트 창을 읽는다. 야껨 버전 흡혈귀는 흡혈을 하면 기억을 문서로 읽게 되는 건가.
룸메이트는 늦게 들어오는 일이 잦아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좋아하는 기억이 있었으니 오늘은 안 올것이다. 다른 곳에서 자고 학교로 바로 가겠지.
커튼을 치고, 전등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기억하던 마법 몇 개를 사용해보니 정말 초급자용 마법만 사용할 수 있는 상황.
‘흡혈귀라 말하기 쪽팔린 수준이네.’
내가 모드에서 사용했던 흡혈귀라는 종족은 편의성을 밑바닥에 처박은 대신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 올린 빠요엔 전용 캐릭터였다.
게임 시스템의 힘으로 1부터 9까지 스킬 슬롯이나 사용하는 그런 방식 말고.
종족 특성으로 페로몬과 최면, 안개와 박쥐와 늑대로 변하는 변신술과 그림자를 사용하는 이동기.
육체 능력도 뛰어나고 혈마법과 흑마법과 지옥마법을 원하는 대로 골라 사용할 수 있었다.
기능이 너무 많다 보니 정말 깡으로 외워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염동력밖에 안되네.’
하지만 지금은 야겜 버전 흡혈귀여서 그런지 온갖 마법은커녕 기초 마법도 사용할 수 없었다.
어제 살인에 사용한 능력 또한 염력. 가장 쉽고 빠르게 발동해서 사용한 건데, 그거 말고 사용을 못하는 처지였나.
나는 나른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억지로 일어났다. 정화 마법이라도 사용 가능하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니 축축한 침대로부터 도망쳐야지.
“어, 왜, 왜! 아직 씼는 중인데요!”
“존댓말이야 반말이나 하나만 해라.”
2인 1실인 기숙사인데 욕실은 꽤나 커다란 크기였다. 자그마한 욕조에 샤워기 하나 딸려 있었으니까. 목욕탕에 들어왔을 때, 샤워하는 뒷모습을 기대했건만 욕조에 걸터 앉아 허벅지와 자신의 음모를 열심히
문지르는 모습에 조금 깨긴 했지만.
내가 들어오자 통통한 허벅지를 꽉 모으자 기분 좋은 살집이 눌리는게 보여 아랫도리가 반응한다.
“그…으, 나 등교해야 하는데.”
“…줘도 못 먹냐, 병신아.”
얼빠진 목소리와 얼빠진 행동.
하기야, 가상 현실 시간으로 100년 넘게 떡질하고 다닌 내 기준으로 보면 안 되겠지.
나는 다시 욕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어가 이를 세웠다.
“어, 어어, 나 진짜 등교… 으햐양!”
목덜미를 깨무는 건 머리카락 때문에 귀찮으니까.
[작품후기]
남녀 역전... 넘모 어렵다.
떡신이 떡신답게 느껴지셨습니까?
노블레스의 참고 자료를 보고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