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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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기숙사

세상에는 타인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연예인

국회의원

인터넷 BJ와 스트리머

스트리머 까지는 아닌데 인터넷에 동영상 올려서 돈 벌어먹는 그런 새끼들. 그러니까 나 같은 새끼들.

“봤냐 씨이발럼들아! 감염 테크에는 흑마 말고 혈마라고 씨발!”

한반도에서 시작된 감염 폭발은, 고작해야 2주만에 전 세계를 물어뜯었다.

“12일 7시간 42초 29! 봤냐! 2주 안 걸린다 했지!”

흡혈귀 본체의 전투력을 싸그리 포기해 민간인보다 약한 여리여리한 모습으로 변해서, 스탯을 매력과 감염, 카리스마에 전부 박아버렸으니까.

새하얀 피부에 새빨간 눈동자. 만화 캐릭터처럼 아름다운 외모는 연예인으로 충분히 성공케 하였고

“그냥 씨바, 월드 투어 이용하면 걍 끝이라니까!”

감염성 있는 피를 물에 섞어, 퍼포먼스 마냥 뿌렸다.

그 덕에 월드 투어에 참여한 모든 팬들은 구울이 되었다.

본체에 전부 투자하면 단신으로 대륙을 멸망시키는 게 가능한 스탯을 전부 부하 구울들에게 준 것이다.

얼지도 불타지도 않고, 총도 통하지 않는 시체의 군단이 땅도 파고 헤엄도 치면서 사람들을 물어 뜯는다.

7일간의 월드 투어 콘서트를 통한 감염 작전 이후, 5일만에 모든 인류는 말살되었다.

물론, 가상현실 게임 속 이야기였다.

“아무튼 영상 없으면 안 믿는다 해서 데이터랑 영상을 첨부할 테니, 내가 못한다던 앰뒤 친구들은 당장 입금하도록.”

화면을 끄고 게임을 종료한다. 커다란 과제를 끝냈다는 기분이 든다.

“히야… 자존심들은 있어서 바로바로 보내주는 것 봐라.”

모기쉐끼 님으로부터 1,000,000 원 입금

불가능불꽃가능 님으로부터 1,000,000 원 입금

썩었군요 님으로부터 1,000,000 원 입금

일상생활가능 님으로부터 1,000,000, 원 입금

커뮤니티에 올린 내 동영상은 순식간에 베스트로 선정되고, 그 답글로 입금이 인증된다.

가상현실은 이미 현실과 다를 바 없어졌고, 사람들은 가상 현실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뭐야, 이건 누가 보낸 거야?”

그리고 그 덕에 지구는 평화롭고 풍족해지고 있었다. 사막이 다시 녹지가 되고 황무지가 초원이 되는 동안,

사람들은 모든 욕망을 가상현실 속에서 풀었기 때문이다.

식도락을 비롯한 단순한 사치부터, 운동과 여행, 영화 감상과 같은 문화 생활. 그리고 살인과 폭력, 섹스에 대한 욕망까지.

- 님님, 흡혈귀 테크 연예인 키운 부분 데이터 받을 수 있나요?

- 월드 투어까지 간 데이터 삽니다. 가격 50으로 가능?

그러니까 이렇게 쪽지가 오겠지. 단순한 구걸부터, 가격을 부르는 사람들까지.

간혹 가다가 희귀 데이터를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손목에 찬 단말기가 거의 진동 딜도처럼 느껴질 정도로.

‘연예인병 걸린 새끼들이 참 많단 말이야.’

끝내주게 잘생긴 미소년 연예인이 흡혈귀까지 되어 있었다.

비리비리한 육체로 살아남아 월드급 스타가되었으니 경호원도 잔뜩이라 위험한 일도 없겠지.

이 데이터만 받아가면 손대기 힘든 다른 여자 연예인들을 건드릴 수 있으니 원하는 거다.

[데이터 판다]

가격은 언제나 백.

그리고 내기는 여섯이 했는데 일곱 번째로 보낸 새끼 누구냐?

글을 하나 더 파자 순식간에 댓글이 달린다.

이미 이 게시판에서 나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인사가 되었으니까.

-캬 이새끼, 백원짜리로 딸칠 새끼. 또 백?

-형님 우리집 고양이가 많이 아픈데 데이터 공짜로는 안뿌리시나요?

-제가 후장 하나는 기가 맥히게 빠는데 댓글로 빨면 이벤트 또 하심?

ㄴ 또 킹갓마제스티 타령 할라면 꺼져.

통장에 주저 없이 들어온 6백만원.

이번에는 데이터 교환하겠다고 좀 희귀한 걸 들고 오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는데.

가상현실기기에는 무수히 많은 게임들이 설치되었다.

무협, 판타지, 현대를 가리지 않고. 초능력자가 되어 빌런 vs 히어로가 되는 게임도 있고, 거대 괴수를 사냥하는 게임도 있었다.

AOS부터 FPS, 전략 시뮬레이션부터 보드게임까지.

그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게임은 ‘리얼 월드’ 라는 게임.

이름 그대로, 지구를 통째로 재현한 미친 게임이다.

총 1,000시간의 용량을 지닌 드라마 시리즈도 10초면 받아지는 인터넷 망으로도 다운로드에만 1주일. 설치까지 하면 거의 2주를 잡아먹는 미친 게임.

용량에 비해 게임은 단순하다.

게임을 킨다, 지구를 설정한다. 살아간다.

아무것도 체크하지 않은 지구로 플레이 하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주로 인생에 지친 놈들이나, 반대로 살인을 즐기는 놈들이 한다. 식칼 한 자루로 푹찍! 해서 언제까지 피할 수 있나 몸으로 체험하는거다.

초능력을 체크하면 빌런vs히어로 버전이 되고, 괴수를 체크하면 레이드를 할 수 있다.

이차원의 괴수, 돌연변이 짐승, 외계인과 좀비.

혹은 지진 해일이나 진도 10짜리 지진 등 각종 재앙을 설정해서 아포칼립스의 지구를 즐길 수 있고 시간대를 돌려 중세부터 고대까지 전부 여행할 수 있다.

-일상생활가능 님으로부터 통화 요청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하냐?”

방대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컨텐츠가 없으니 유저가 컨텐츠를 만든다.

모든 설정 다 누르고 무능력자로 최장기간 생존하기. 미래 지구로 가서 무공으로 정복하기. 원시 지구로 가서 5천년 넘게 계승되는 종교 수장되기.

-야, 이번에 배율 더 뚫은 패치 파일 얻었는데, 니 데이터랑 교환 가능하냐?

“배율? 지금 48배율 말고 몇 배?”

-니가 꼴려 뒤지는 100배. 딜?

“당근 빳따죠, 쒸바!”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지도 않고 YES를 눌렀다.

여기는 리얼 월드 마이너 갤러리. 해킹으로 배율을 바꾸고 온갖 불법적 성능을 때려 박고 그걸 자랑하는 사람들의 공간.

여기서 룰을 어겨서 퇴출당하면 현실에서도 철컹철컹이다.

그걸 믿었다. 병신새끼.

‘잠깐만, 이 새끼 목소리가 좀 다른데.’

“야, 근데 너 씨바, 누구냐?”

-그러게?

손목의 단말기가 불길한 소리를 내며 일그러진다. 팔목부터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귓가에서 무언가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나는 대답은커녕 알아듣지도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알겠어? 그래서 내가 기분이 존나 나쁘다니까?”

찰팍, 뒷골목에 물기 어린 발자국소리. 맨발에 닿는 촉촉함이 기분 나쁘다. 아니 좋다.

“씨발 진짜, 100배짜리여서 적응하긴 좆같아서, 아오…”

혈기에 취해 혀가 꼬부라지는 느낌이 든다. 코 끝을 간지럽히는 달짝지근한 냄새.

“사, 사혀주세효…. 사혀주세효…”

내 앞에서 골목에 머리를 박고 비는 아저씨를 보니 기분이 쭉 나빠진다. 이 빌어먹을 몸뚱이에 휘둘리는 중이다.

48배율로만 즐겨서, 아직 100배율에 적응을 못 하는 거지.

24에서 48로 두배 넘어갈 때도 헤롱헤롱 거렸는데.

대체 뇌를 건드려서 시간 배율을 바꾼다는 방식은 누가 떠올렸을까. 그리고 그딴건 중요하지 않다.

“생각 없이 움직였다가, 인생 듣도 보도 못한 좆 같은 일에 휘말렸다고!”

YES를 누르기 직전 구매하겠다고 벌써 통장에 100만원을 박은 새끼들이 삼십을 넘는다. 파일 못 보내줬는데.

지금 당장 돌아가서 데이터를 안 보내주면 나는 그냥 3천만원 먹튀한 병신새끼가 되는 거다.

내가 뭐 이상한 세상으로 빨려 들어온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걔들 입장에서는 장사 잘 하다가 고작 3천만원 먹고 튄 병신이니까.

“히이익!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화가 나서 발을 구르자, 이빨이 깨져서 발음이 이상하던 중년 남성의 머리가 뒤로 확 꺾인다.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그대로 뒤로 넘어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바닥을 타고 점차 퍼지는 피 웅덩이.

‘뒷골목 이지랄인 상태를 보니까 무정부 상태. 국가 대신 지역으로 나눴나? 대륙 가지고 장난질 친 것 같은데…

흡혈귀인 거 못 알아보는 걸 보니 그냥 히어로vs빌런 버전인가?’

“야, 거기 너. 거울 있냐?”

“네…”

멍한 얼굴로, 시체가 된 두 명과 그 사이에서 고개를 들 생각을 못 하는 사람들을 지나 한 소녀가 다가온다.

반쯤 찢긴 교복 차림.

여기 세 명한테 뒷골목에서 강간당할 뻔했던 여학생이다.

물론, 눈을 뜨자 마자 골목 쓰레기통에 거꾸로 처박힌 상태에서 난동을 피웠다가 두 명을 죽여서 그런 일은 없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뭐가?”

시체를 실수로 밟은 소녀가 비틀대다 떨리는 손을 뻗어 내 팔꿈치를 잡는다. 왜 이런 길로 다니는지 사정이 있겠지.

아마 내가 백마 탄 왕자로 보이지 않을까.

허공에 팔을 휘두르고 발을 굴렀더니 강도가 죽어나가는 건 상관없었다.

깨진 손거울을 들고 망설이기에 빼앗아 들여다보니 보이는 건 날카로운 눈매의 퇴폐적인 미소년.

와이셔츠는 이미 찢어졌고, 팬티는 내가 처박힌 쓰레기더미에 던져진 상태였다.

거기까지 갔다가 구해졌으니 얼마나 안심이 되겠어. 구해준 게 자기 나이 또래의 미소년이다.

그러니까 지금 심장이 이렇게 두근대고 있겠지.

그녀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취해 있었고.

“구, 구해주셨잖아요.”

“받을 건 받을 거야.”

나는 증폭된 감각 속에서 피에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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