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18화 (31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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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happy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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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일어났다! 일어났어!"

"정말루?"

"꺄아!!"

내가 얼마나 잠이 들었던 것일까. 보통 새벽엔 잠을 잘 수 없던 나라 한창 더웠던 2시쯤에 창고와도 다름없던 내 침대에 털썩하니 누워 눈을 감는데, 얼마나 잠을 잔 것인지도 모른채 어째 다시 내 눈가에 빛이 들어온다. 그리고 언제나 잠을 자고 있는 내 침대에 몰래 숨어들어와놓곤 나를 곰인형마냥 껴안으며 잠드는 세 자매가 있어야 됨이 정상일진데....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이 세 명의 꼬마여자아이는 뭘까.

"정우 일어났다! 정우 잘 잤쪄? 얼릉! 얼릉! 같이 놀자!"

"나두나두! 나두 놀아줘!"

".....나두"

뭐지 이 아청아청한 상황은. 세 명의 여자아이가 내 주변을 에워싸고, 가장 큰 여자아이는 내 오른팔을 마구 잡아당기고있고, 가장 개구쟁이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내 머리끄덩이를(....) 잡고서 꺄하하하고 웃는다. 그리고 가장 소심해보인 듯한 여자아이는 내 옷깃을 아주 조심스레 잡아당기고 있는, 이 느닷없이 자괴감이 들어버리는 상황은 뭘까.

"저기....꼬마야? 난 네가 누구인지..."

"꼬마라니! 나 꼬마 아니야! 서현이라구!"

"....."

내가 아는 서현누나가 전혀 아닙니다만? 설마...이 나머지 둘이...민정이에...지현누나...?

아니나다를까. 믿지못하겠다는 듯한 내 눈빛에 지그시 도끼눈으로 세 명이 날 쏘아붙이고 있는다. 하...하하....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인 이 상황은.....

그렇다. 내 가족,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 세 명은 어려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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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가족이 어려져버렸다>

"...."

난 이 주제에 대해서 몇 번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었다. 이 세 명에게 못이기겠다는 듯이 주방으로 끌려나와 나를 앉히고, 지들 세 명이 막 요리하려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내 눈엔 한없이 소꿉놀이로 보이는데, 지들 딴엔 퍽 진지하나보다.

아니 그것을 떠나서, 난 이 상황을 인식하는 데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만 내 스스로 몇 번을 날렸는지 모른다.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것일까? 내가 무슨 다른 세계에 와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수천 수만가지 잡생각들이 들고 있던 것이다.

"오빠!"

퍽!

"...끄응..."

어려지긴 어려졌다라도 민정이의 스크류펀치는 여전하구나. 아무리보아도 세 살? 네 살정도로 보이는데 말이지...하물며 지현누나는 어떻고. 서현누나는 어떻고 말이다. 가장 연장자인 서현누나가 10살? 11살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데 말이다. 가장 말없이 소심하게 묵묵히 요리하고 있는 지현누나는 한 다섯살 정도로 밖에 안보이고 말이지.

난 누구? 여긴 어디? 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이상한 나라에 와버린 듯한 기분이다. 똑같은 집구조이고, 똑같은 배경이고, 똑같은 시간이고, 똑같은 나인데 말이다.

"히잉...힘들어..."

서현누나가 땀을 닦으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이 더운여름에 보글보글 뜨거운 김을 계속 받고 있었으니 말이야. 게다가 어려지기도 했고.

후유...어쩔 수 없나...

"...어떡하지....어?"

난 조용히 서현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쓰다듬해주고 있었다. 어려지더라도 날 이렇게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운 까닭이었다. 내가 쓰다듬쓰다듬을 해주자 서현누나는 조금은 당황해하다 머지않아 눈을 감고 조막만한 두 팔로 내 손을 감싸쥐고 있었다.

"서현언니만 쓰다듬어주고! 나두! 나두 쓰다듬어줘!"

"하하 알았어 알았어"

내가 서현누나를 쓰다듬어주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민정이가 '히힛'하니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꾸욱.

".....?"

".....나두...정우...나두...."

그렇게 난 잠시동안 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 세 자매를 쓰다듬는데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다.

""잘먹겠습니다아!!!""

동시에 손뼉을 치며 합창하자, 나도 '잘먹겠습니다'하고 뒤이어 따라 말하였다. 나를 위해준답시고 아침밥을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세 자매의 유전자는 요리엔 축복을 주지않았는지 내가 결국 이들이 해놓은 것 뒷처리와 함께 이들의 밥을 해주고 있었다.

아침밥이니까. 간단한 것. 토마토를 살짝 구운 것과 스크램블에그. 베이컨과 치즈를 곁들인 것에 키위소스를 부운 토스트. 남은 토마토 부위와 파프리카, 양파를 포함한 채소믹스에 오이와 호박. 케이준 치킨조각과 메추리알을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 마지막으로 간식으로식빵 끝부위를 이용해 만든 식빵러스크까지.

잘먹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오물오물 먹고 있는 것이 너무나 귀엽다. 축복받은 유전자라 그런지 더더욱 귀엽고 앙증맞다. 내가 무슨 아빠라도 되는 것처럼, 내 것도 먹지않고서 흐뭇하게 이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내 입가에 툭하니 무엇인가가 닿는다.

"...앙...."

'쿨....쿨럭!'

이건 대체 뭔가요. 이건 뭔 크리티컬인가요! 답이 없어요! 캐리어 가야돼요! 내가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 초롱초롱한 눈으로 포크를 내밀며 앙. 일명 먹여주기를 시전하고 있는 지현어린이의 모습에 난 스턴에 걸린 듯한 기분이다.

"앙...."

그녀가 포크로 찝은 샐러드 몇 조각을 우물우물 먹는 나. 이게 행복인 건가. 내가 받아서 먹자 지현누나는 엄마미소를 짓더니 일어나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역시나 우리 가족 내에 진짜 엄마는 지현누나인가보다.

"나도! 나도 앙~"

"앙~"

이에 덩달아서, 서현누나와 민정이도 지지않겠다는 듯이 나를 떠먹여주니..그냥 겉모습만 크지 정신적으론 이들보다 더 어린듯한 애기가 되어버린 듯하다.

....이러한 가족들이 있는데, 어찌 내가 행복하지않을 수 있을까. 난 이런 시간들이 나에게 있어 멈춰버렸으면 하는 행복한 순간들이다.

"우쭈쭈 우리 정우애기 참 잘했어요~"

....뭐 이미 이들에겐 있어 난 돌봐줘야 할 갓난아기나 다를 바 없었지만.

밥을 먹고 난 후의 일과는 별 거 없다. 그냥 같이 소파에서 재미난 영화나 예능프로 같은 거 보면서 낄낄 웃고다니는 거. 어린애들이라서 그랬을까. 무심코 투니버스를 틀어버린 순간, 바로 난 리모컨 주도권을 빼앗겨버렸다.

"우아아아...."

반짝반짝한 눈으로 애니를 보는 세 자매. 각자 내 허벅지에 누워, 스폰지밥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시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나날이 많이 없었던 날들을 잠깐 후회하고는 한다.

'뭐...나도 잠깐 즐겨볼까'

그들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주면서, 난 이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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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철컹철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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