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17화 (31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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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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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누나! 서현누나!>

"응? 우리 정우 누나 불렀쪄요?"

<응! 여기여기! 네잎클로버!>

"진짜 네잎클로버네....나 주는거야?"

<응! 누나. 이거 가지고 있으면 행복해진대! 그래서!>

"후후. 우리 정우 기특하네. 누나 행복도 생각해주고. 역시 착해 우리 정우는~"

<헤헤! 서현누나! 사랑해!>

"나도...사랑해 정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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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쳐 잠들었다. 눈물과 슬픔과 고통과 한줌의 쾌락과 함께. 그녀의 얼굴엔 눈물자국 굳은 것이 가득이었고, 기절해 있는 그녀의 얼굴엔 행복감이라고는 전혀 보이지않는다.

내가 뭐한거지. 라고 후회해봐도 소용이 없는 일. 주사위는 이미 던져져 다시 돌이킬 수가 없다. 난 그녀를 사랑하다 못해, '강간'을 했고 그녀는 고통에 울부짖다 잠들었다. 도무지 포장하려고 하여도 포장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는다. 나의 자학심에 희생되어버린 그녀. 난 그녀에게 한없는 죄인. 속죄조차 하지말아야 할 정도로 난 대담한 짓을 벌이고 말았다. 후회한다? 이미 각오하지않았는가. 난 물귀신처럼, 악에 받쳐 구렁텅이에서 그녀의 발목을 붙잡고 그녀까지 나락 속으로 끌어들이는 거나 다를 바없다.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다보면, 그녀는 밍기적밍기적 몸을 뒤척인다. 간지러운 것일까. 그 모습이 한낱 잠든 아기고양이 같아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럽고, 귀엽기까지 하다. 내 마음 속에선, 악마와도 같이 변해버린 나의 모습과 그리고 그녀를 계속 끊임없이 사랑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서로 손을 맞대고 있다.

친남매끼리 절대 벌어져서는 안될 행위. 난 그것을 해버렸고, 그리고 그녀는 강제적으로 당했다. 절대 알려져서는 안될 행위. 하지만 난 그것을 예전부터 바래왔고, 꿈꿔왔고, 실행해 모순적인 마음만 가득이다.

새벽내내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다, 나 역시 지쳐 그녀를 꼭 안고서 잠이 든다. 행복감과 자괴감이 공존하는 침대 위. 내일 지현누나가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라는 고민조차 없이, 그녀의 품 속에서 난 꿈을 꾼다.

손을 잡으며. 그녀의 온기를 1초라도 더 느낄 수 있도록.

"........"

일어나보니, 그녀가 날 뚱하니 쳐다본다. 아직 속옷을 입지않았는지 하얀 이불보로 몸을 가슴 위쪽까지 가린 채. 난 그녀에게 '안녕?'이라던가 '잘 잤어?'라는 말은 하지않는다. 그냥 서로 말없이 쳐다보다, 난 그녀의 뒤쪽으로 다가가 백허그를 한다.

내 감싸안는 이 두 팔 위에 그녀가 쏘옥하니 들어온다. 그녀는 고개를 푹 떨군 채, 내 왼손을 말없이 만지작거릴 뿐이다.

"지현이가 들어오면...걸릴거야. 옷부터 입어. 나도 옷입을게"

"....그래"

어젯밤 침대 아래로 급한 나머지 휙휙 던져버렸던 옷가지들을 입는다. 등 뒤로 사륵사륵하고 그녀의 옷입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상하게도 갑자기 이상야릇한 기분을 느꼈던 나였다.

마치 바람이라도 피운 것처럼의 사이가 되어버린 양. 오묘해져버린 우리들의 관계. 옷을 다 입고나서, 말없이 방문을 나서는 그녀를 난 붙잡지않았다. 더 이상의 말은 사실 필요하지도 않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이미 모두 전했으니까.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고, 창피하기까지 한 데다가 분노했을 테니까. 그녀가 지금 당장 휴대폰으로 경찰서에 신고하지않은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괜찮다. 모든 것이 괜찮다.

"......아프지않아"

아프지않다. 난 행복하다. 전혀 아프지가 않다. 괜찮다. 난 너무나도 행복하고 좋다.

".....슬프지않아"

눈물이란, 가장 비겁한 무기이자 가장 좋은 도피처이다. 눈물이 나오지않는다. 눈물샘이 이미 매마른 사막과도 같아, 눈물은 나오지않는다. 난 지금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행복하고 세상을 모두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난 가슴으로, 울고. 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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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다음편은 뜬금 외전.

아직까지도 이 이야기를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외전 한편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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