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14화 (31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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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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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욕망을 가지지말라.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미 넌 파멸의 문 바로 앞에 있을 지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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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지?

대체 누구지?

그 남자는 대체 누구지???

발걸음이 멈춰진 채, 어떤 남자와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본다. 그리고 남들에게 쉽게 보여주지않던, 나에게 자주 보여줄 것 같던 그 미소가 그 남자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안 순간, 나의 세계는 무너져내려버렸다.

그래. 안다. 알고 있다고. 난 그녀를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이라는 거. 오히려 잘되었다고, 나만 보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않던 그녀라, 도리어 박수를 치며 더 그러길 원해야한다고...이성적으로, 머리에선 억.지.로. 외친다. 이래야 함이 옳은 것이라고.

근데 안된다. 미칠 것 같다. 여태껏 날 지탱해오던 어떤 한 족쇄가 툭하니 끊어져, 날 당장에라도 폭주하게 만들 것 같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불탄다. 보고 싶지않은 광경인데, 난 그것을 보고있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은, '무한한 분노'.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다리가 당장이라도 이 가로막혀있는 차도를 가로지르려 나의 명령을 기다린다.

질투. 질투. 질투.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욕망이. 본능이 소리친다. 가만히 내버려두어선 안된다며, 너무나도 유혹적이고도 달콤하지만 독이 들어가있는 속삭임을 건넨다. 당장에라도 그녀에게 가서, 대체 무엇이냐고 따져야 된다고.

미쳐버린 듯한 소유욕이 날 감싼다. 단지 이 몇 분 동안에. 이미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버린 난, 점점 물들여가고 파묻혀져간다. 저 남자가 누구인지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나의 그녀를, 나의 전부인 그녀를.....

그리고 그 순간 스쳐지나가는 어느 한 파노라마가, 날 더 미치게 만든다.

그 남자와 카페에 들어가서 다정히 얘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해, 그 남자의 가식적인 말. 작업적인 말에 웃음을 짓는 그녀. 그러다가 분위기에 이끌려 자연스레 손을 잡고, 팔짱을 끼게 되며, 그 남자의 품 속에 들어가게 되고....입이 맞추어진다. 인큐버스의 유혹인 듯, 그녀는 그것을 거부하지 못한다...

"정우"

그리고, 그 순간 나의 상상이 깨졌다. 정말로 다행히도.

"일단 돌아가자 정우"

혹시 눈치챘을까. 나의 이 추악한 욕망을? 난 그녀가 눈치채었을까 눈치채지 못했을까하고 계속 머리를 굴리는 도중에 난 그녀에게 집으로 이끌리는 지도 몰랐다. 그녀가 계속 나에게 뭐라뭐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들리지가 않는다.

난 계속, 그 때 보았던 그녀와 그 남자가 있는 것만 보고 있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도 모른 채, 난 바로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 안에 처박혀버렸다. 다행히 이성의 한 줄기가 지현누나에게 '미안해'라고 말해주어서 망정이었지, 안 그랬으면 난 정말....상상하면 절대 안될 것 같다.

침대에 털석하니 주저앉는다. 내 어깨는 움츠러들어있었고, 나의 눈가는 패배자의 눈길이었다.

"서현누나...."

어렸을 때부터 날 사랑해주던 누나였다. 부모님의 사랑을 모르는 나였고, 늘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음에도 그럼에도 날 포기하지않았던 그녀였다. 항상 날 안아주었고, 절대 혼내지않았다. 다그침도 없이, 날 불쌍한 아이라며 나의 편을 들어주었다.

어머니와도 같이. 날 위해서 자신따위 버렸던 그녀였다. 그랬기에 그러한 그녀의 보살핌 속에서 난 '그나마라도' 사람구실을 할 수 있었다.

나의 모든 것. 나의 사랑. 대체 언제부터 였을까.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마, 아주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지않았을까. 내 기억이 비록 8살 이전의 기억은 존재하지않았지만, 그 이전에도 그녀는 항상 나에게 따뜻한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내가 안심했을 지도 모른다. 그녀는 항상 이러겠지. 이렇게 할 거야라고. 하지만 깨져버렸다. 나의 그 헛된 기대가 무너져내려버렸다. 난 그녀 하나만을 보면서 살아왔는데, 왜?라는 생각만이 존재한다.

또다시 스쳐지나간다. 그 보았던 남자의 이끌려, 품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가...그리고 어느샌가 나신이 되어버린 채, 그 남자의 아래에서 헐떡 거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땀에 젖어있고, 야릇한 신음을 토해내며....그 남자를 받아들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녀의 모습이!!!!!!

그녀의 매끄럽고도 새하얀 피부. 풍만한 가슴. 성형따윈하지않은 골반과 허리라인. 실크로드처럼 뻗어진 그녀의 머리가 이리저리 휘날리고, 바스트모핑이 되면서 자신의 커다란 가슴이 그 남자에 의해 움켜쥔 채 그 남자와 달콤한 딥키스를 나누고 있을 것만 같은.....

"으......으....."

보고싶지않다. 괴롭다. 죽을 것만 같이 괴롭다. 점점 미쳐간다. 당장에라도 무엇인가를 때려부술 것만 같다. 까득까득거리고 있는 이빨의 부딪침과 퍽퍽하는 둔탁한 살부딪치는 상상되는 소리가 조화를 이룰 것만 같다.

귀를 가로막는다. 귀로는 모자를 것 같아 손으로 눈을 가린다. 하반신에 있던 기둥은 점점 불타오른 채 우뚝 솟아있는 지 오래였고, 내 가슴 속에 있는 검은불꽃은 이미 활활 내 온몸 구석구석을 태워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왠지 이렇게 절망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들에게 보여지고 있는 것 같다. 미쳐버리다보니 별의 별 상상을 다하게 된다. 당장에라도 내 눈 앞에서 섹스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서 눈이 풀려있는 채 행복해하고 있는 그녀를 뒤로하고 그 남자가 나를 향해...

씨익.

와장창!!!!!!!!!!!!!

"헉.....헉....헉....."

뚝....뚝.....

정신을 차리고보니, 거울이 산산조각 나있다. 깨진 조각이 나의 발을 무참히 사각사각 옅게 베어버린다. 손엔 뚝뚝 피가 흘러내리고 그 핏방울들이 거울조각 혹은 바닥으로 떨어져내려간다.

"정우!! 무슨 일이야!"

"오빠!! 왜 그래!!!"

문 너머로 들려오는 가족들의 소리도 무시한 채 난 다시 침대에 털석하니 주저앉아 내 머리를 한 팔로 감싼 채 거친 호흡을 토해낸다. 정신차리자라고 생각해보아도 도무지 정신이 회복되지않을 것만 같았다.

물......물이 필요해...

난 바로 바깥으로 나가 화장실로 나가버렸다. 조금은 진정이 된 것 같다. 잊어버리기위해서, 난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샤워부스의 물을 튼다.

쏴아......

내 몸에서 나오고 있는 피들이 물줄기에 씻겨내려가고 그와 동시에 내 허망한 몸들도 적셔내려간다. 샤워부스에 묵묵히 머리를 적시며, 난 고개를 푹 숙인다. 흉측스럽기 그지없는, 나의 몸과 겨우이딴 마음을 먹고 있는 내가 너무나도 한심스럽고, 또 한심스럽다.

보내려고해도, 보낼 수가 없다. 도저히 보낼 수가 없다. 그래....내가 오해한 것일 수도 있겠지. 내가 너무 과대망상한 것일 수도 있겠지.

".......빌어먹을"

이 추악하기 그지없는 욕망은, 나를 옭아매고 옭아맨다. 사랑이란 어떤 사랑이건 고귀하다는데 나의 사랑은 한껏 더럽고도 더러운 6급수 물과 다름이 없다.

"오빠 대체 무슨 일.....오빠!!!!"

화장실에서 나오고나서, 민정이에게 손에 상처가 있음을 들켰지만, '괜찮아'하고 민정이와 지현누나의 걱정을 모두 무마시켜버린다. 억지로. 한사코 구급상자를 들고 날 치료하려는 지현누나를 만류하며.....

"정우...."

지현누나는 알고 있을 것이다. 자해한 것이라고. 그 광경을 보고 순간 빡이 돌아서, 난 거울도 깨부수고 혼자 삽질하고 있다고.

"지금 혼자 있고 싶어"

"그래도 정우..."

"부탁이야. 지현누나"

날 더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줘. 난 그녀에게 부탁을 하였다. 알아서 할 테니, 날 제발...제발 내버려두라고....

"응....알았어...."

정말로 미안하게도, 걱정하고 있던 민정이와 지현누나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지현누나의 눈에선 눈물이 나오고 있었고, 난 그것을 외면해야했다.

"괜찮으니까...괜찮아 지현누나"

그러한 그녀를, 난 애써....애써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짜로 괜찮다고. 하나도 괜찮지않았지만 같잖기 그지없는 싸구려 자존심 하나 덕에 진심 하나도 말하지 못하는 바보였다. 그러고서 계속 걱정하고 있던 지현누나를 민정이에게 부탁하고서, 난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깨지고 깨져 산산조각 나버린 거울.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조각들. 몇몇 피묻은 조각들을 포함해 그것들을 모두 종이봉투에 담아 어찌어찌 치우고나서야, 난 겨우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누군가가 곁에 있지않으면 절대 잠을 잘 수 없는 데다가 항상 악몽만 꾸는 나였기에 서현누나가 언제나 날 포근히 안아주었던 이 옆자리가....오늘따라 너무나도 외롭다.

"외로워.......외로워 서현누나....."

게다가 늦는다. 이렇게까지 늦게 들어오는 그녀가 아니었는데....통금시간이고 뭐고 내가 간섭할 자격따윈 존재하지않았지만, 그래도 매일 일찍 들어와 나와 혹은 가족들과 노닥노닥하던 그녀였기에 말이다.

사실 불안하다. 나의 상상대로 지금 그러고 있을 까봐.

"서현아......"

그리고 난 누나가 아닌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꿈을 꾸었다. 어렸을 적의 기억들을.

행복했었던 기억들. 그녀와 함께 즐거웠던 기억들. 늘 자살시도와 가출시도에 허우적거리고 있던 날 구원해주었던.....그녀.....

그러다 터억하니, 어둠에 잠긴다. 어느샌가 옆에 있던 그녀가 없어졌다. 두리번두리번 거려도 온통 어둠밖에 보이지않는다. 어둠에 잠겨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헤매고 있던 도중, 저멀리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서현누....."

너무나도 반가워서, 너무나도 다행이라 여기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하였으나 그녀의 옆엔 누군가가 있다.

"!!!!!!!!!!!!!"

그 남자다. 망할 그 남자. 정말이지 살의가 들끓어오르게만드는, 그러한 남자. 그 남자가 그녀를 향해 미소짓자 그녀 역시 따라 미소짓는다. 날.....보고 있지않았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는 그녀. 털석하니 주저앉아버린 나의 시선을 그대로 마주본다.

그리고――――

[안녕]

"가지마!!!!!!!!!!!!!!!!!!!!!!!!!!!!!!!!!!!!!!!!!!!!!!!!!!!!!!!!!!!!"

"가지마!!!!! 서현누나!!!!!!!!!!!!!!!!!"

"정우야...."

"헉......헉......."

눈을 뜬다. 역시나 악몽. 그녀가 없으면 매일 같이 꾸었던 악몽보다 훨씬 나에게 잔인하기 그지없었던 꿈이다. 이게 현실이라 믿고싶지않아해서....정말로 다행히도....난 이 꿈에서 깨어난다.

"일어났어...?"

옆에...그녀가 있다.

"서현누나....이거....꿈이야....?"

"이렇게 현실적인 꿈 봤어? 꿈 아니야"

그녀는 나의 손을 부여잡은 채, 안쓰러운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러다 피식.하니 미소지으며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난 어디가지않아. 니 옆자리엔 언제나 내가 있을거야. 난 아무데도 안 가"

".......거짓말...."

"내가 언제 거짓말했어?"

"그럼....그 새낀 뭐야........."

난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가 않았다. 식은땀을 줄줄 흘린 채....난 그녀의 두 어깨를 부여잡고서....내 추악한 욕망의 일면을 드러내버린다. 그 새끼는 뭐야. 왜 이렇게 늦게왔어. 그 새끼랑 잤어?심하디 심한 말이 내 머리 속에서 빙빙 돌아버린다.

"나 봤어.....누나가....어떤 새끼랑...."

".........저녁에?"

"그래.....차 안에서 나오는 걸........"

"그래....그렇구나....그것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구나...."

그녀는 다시 달빛 너머로 비치는 그 아름답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을 손으로 감싸안는다. 한없는 자애로움.

"절친한 친구에게 소개받았던 남자야. 날 소개시켜달라고 그렇게 괴롭혔다고해서...어쩔 수 없이 한번 나가서 같이 밥 먹고 커피 한잔 했어"

그래...그렇구나...라고 난 그 때 수긍을 했어야하였다. 그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하였다. 하지만수 많은 남자들에게 인기있었던 그녀라 항상 불안불안함을 느꼈던 나다. 이게 결정타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늦게왔어..미안해...내가 괜히 우리 정우 오해하게 만들었구나....너무나도 미안해...그래도 걱정하지마. 그 남자 나한테 뻔한 흑심 드러내서 이걸로 끝낼.....웁!!!!"

믿지않아. 절대로 믿지않아.

안도해야되는데 나의 이 추잡하고도 더럽기 그지없는 욕망의 톱니바퀴는 멈출 줄 모른다.

어딘가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듯.

어딘가의 조임쇠가 풀려버린 듯.

난 그대로 그녀를 침대에 눕혀버린 채, 그녀의 가녀린 두 어깨를 부여잡고. 내가 너무나 하고 싶었던. 그러나 할 수 없었던....

거칠게. 한 마리의 폭주한 야수처럼.

난....그녀에게 키스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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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본격적인 막장의 시작.

노블레스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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