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13화 (3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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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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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란,

위험한 것일 수록, 하지 말아야하는 것일 수록 빠져들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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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유일하게 그녀를 보지못하는 시간. 지루한 수업. 지루한 생활. 챗바퀴 돌아가듯 반복적인 시간 속에서 나에게 달려드는 속 시꺼먼 녀석들. 각자의 취향을 가지고, 내 가족들에게 어떻게든 접근하려는 바보같은 녀석들.

취미가 뭐냐. 좋아하는 것은 뭐냐. 어떻게든 소개 안되겠냐. 등등등 뻔하디 뻔한 레퍼토리를 들고오며근성있게 다가오는 놈들에게 난 적당히 정보를 흘려주기만하고 소개는 절대 시켜주지않는다. 어차피 냉정하게 차일 거. 해보았자 뭐하겠는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지현누나는 이러한 나의 생활에 대한 최대피해자이다. 나에게 들러붙은 놈들은 대부분 지현누나에 대한 정보를 듣기위해 오는 녀석들이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에도 그렇고. 지현누나 역시 서현누나와 비등한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었기때문에 여신으로 추앙받고 있던 존재였다. 그래서 이 지현누나에게 다가가기위해 어떻게든 나에게 별 수작을 부려 결국 딱 한번 일진들의 반협박같은 것에 귀찮아해 누나에게 소개를 시켜주었던 적이 있었다. (누나에게 너무너무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 때마다 누나는 바로바로 거절해버리고, 날 서운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봐  그 이후로 다시는 소개시켜주지않는다고 못을 박아버렸지만 말이다. 서현누나보다도 더 낯을 가리고 부끄러워하는데다가 조용한 성격의 누나였기에 더했다가는 큰 상처를 줄 것 같아서 말이다.

서현누나못지않게, 나에게 따뜻히 대해주는 그녀였다. 그녀에 대한 은혜를 이렇게 원수로 갚으면 되지 말아야 할 일이었지만, 나의 잠을 방해하고 끈덕지게 들러붙은 놈들 덕에 이렇게 본의아니게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정우"

점심시간. 오늘도 우리 반으로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녀에게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지만,난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를 향해 살짝 웃어주며 그녀를 따라나섰다.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이다. 서현누나처럼 내 어리광을 어렸을 때부터 포근히 안아주며 받아주던 누나이니까. 이렇게 누나에게 피해를 주는 나를 '괜찮아 정우'하면서 오히려 나를 토닥거리는 그녀이니까. 어쩌면 서현누나보다도 더 누나같은 사람이 지현누나였다. 서현누나를 보면 가끔 어린 여동생처럼 철없게 구는 면이 언짢이라도 있었으니까.

그래서...내가 더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었지만.....

"무슨 생각해"

"으...응?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어서 가자"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지현누나와 서현누나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하다. 민정이는 두 언니와 친하게 지내는데, 어째서인지 지현누나와 서현누나는 서로 그다지 말을 나누지 않는 편이었는데다가 미묘한 기류에 휩싸인다.

그리고 아침마다 내 방에서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매일 같이 은은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었고, 게다가 나한텐 삐졌다는 듯이 살짝 입을 삐죽인 채 서운해하는 기색을 숨기지않았었다. 매일같이 그랬으니 이제는 별 다른 반응은 없었지만 그런 서운함은 늘 가시지않나보다. 대체 왜일까.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사이가 좋지않은 것은 별로 원하진 않는데 말이다.

"정우"

톡톡.

아..오늘도 그건가. 그녀가 자신의 팔꿈치를 살짝 두드리자 난 그녀의 어깨를 내가 있는 곳으로 살짝 끌어당긴 뒤, 소위 연인들이나 하는 '팔짱 끼기'를 시전한다. 그러고보니 매일같이 등교할 때마다, 점심시간에 밥을 같이 먹을 때마다, 같이 학교를 할 때마다 늘 이렇게 팔짱을 끼지않으면 누나가 일주일동안이나 삐져버린다. 게다가 서현누나. 그녀가 보는 앞에서도 보란 듯이 내 팔짱을 껴버리고 신경전을 벌이곤 하는 그녀였기에 말이다.

왜들그리 아웅다웅하는 지 원....내가 참 안쓰러운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팔짱을 끼고나면 지현누나는 세상 다 가진 듯이 환한 미소를 나에게 보여주며 기분좋음을 한껏 드러낸다. 남매사이에 좀 지나친 스킨십인가...싶기도 하지만 뭐 누나의 미소를 볼 수 있으니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겠어하며 나도 은근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사실...팔짱을 통해서 느껴지는 그 푹신한 감촉때문에 내가 더 하려는 경향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서현누나보단 약간 작은 듯하지만 한국여자답지않은 풍만한 바스트를 자랑하는 게 지현누나였다. 그러한 바스트가 비벼지는 느낌.....나 역시 남자인지라 그런 것은 좋아라하겠지만 때론 남매와 밖에 할 수 없다는게 서럽기도 하다.

그렇게 다정히 둘이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 서로를 마주보며 단 둘이서 단란한 식사를 한다. 다른 학생들이 그것을 보며 배아파 죽어하는 것은 이젠 일상화가 되어간다. 그렇지만 나와 그녀의 식사를 방해지않겠다는 듯 나와 그녀가 앉은 테이블 주변으론 다른 학생들이 별로 없었다.

"정우"

"응?"

"오늘 오랜만에 둘이서 영화나 보러 가자. 보고 싶은 게 생겨서..."

"무슨 영화인데?"

"비밀관계란 영화인데....같이 보면 안돼...?"

초롱초롱하면서도 '안 보러가면 나 삐질거야'라는 간절한 눈빛. 지현누나의 필살기. 이러면 내가 안 갈 수가 없잖아....이런 지현누나를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너무 약해져서 그녀의 요구란 요구는 다 들어줘야하니 말이다.

"그래. 그러자"

내가 흔쾌히 승낙하자 그녀는 '응!'하고 됐다라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그것에 바로 찰칵찰칵하는 파파라치들이 있었다. 왠만해선 미소를 보여주지않는 그녀라 암암리에 비싼 값에 팔린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오후약속은 정해진 건가. 뭐 딱히 할 일도 없었고 말이지. 저녁에 스쿼시치러 가는 것을 제외하고선.

이런 행복한 나날들....언제까지고 유지되었으면 좋겠는데....

방과 후. 나와 그녀는 그대로 하교하자마자 바로 영화관으로 가서 티켓을 끊었다. 그리 배고픈 상태는 아니라서 작은 사이즈에 레귤러 팝콘과 각자 음료수 두 개만을 들고 간 채 그녀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 안으로 들어간다.

한 15분여의 광고 끝에 시작되는 영화. 어느 교외에 위치한 평화로운 집. 그 곳에서 사는 한 남매. 여동생과 오빠가 부모님을 여의고서 단란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처음에 그려나가고 있었다.

스윽....

영화상영 도중, 천천히 내 어깨에 기대오는 지현누나. 난 그러한 그녀에 조금 당황해하다, 뭐 그녀는 이러한 것을 좋아하니까하며 그녀가 편해할 수 있도록 내 자세를 바꾼 뒤, 천천히 팔을 그녀의 반대어깨에 올려 그녀를 살짝 감싸안는다.

이럴 때는 모른 척해야되는 게 정상이다. 그녀나 나나 서로 얼굴은 보지않았지만 서로 미소를 머금고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영화는 계속된다. 여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오빠. 자신의 미래도 하고 싶은 것도 모든 것을 버린 채 오직 여동생만을 위해. 그러한 여동생은 오빠를 가족으로서가 아닌 이성으로서 사랑하고 있었지만 정작 오빠란 사람은 그러한 그녀의 마음을 몰라준다.

"......."

왠지모르게, 나의 모습이 투영된다.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해주는 그녀. 그러한 그녀를 사랑하지만, 내가 정작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에 절망해하는...

점점 고조된다. 오빠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어필하는 여동생. 오빠 역시 여동생이 뭔가 미묘한 감정을 자신에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녀의 마음을 밀어내려하지만, 일은 발생한다.

여동생이 자신이 술을 먹는 도중 여동생이 흥분제를 먹였고, 그리고 그 여동생과 관계를 맺었다는 것.(15세 관람가인지라 배드신은 아주 약간 나왔다) 게다가 그 여동생은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이 평화로웠던 두 사람이 나락으로 빠지는 전개였다.

......나도 이렇게 되는 것일까. 그녀를 사랑하면...설사 이루어진다고해도...이렇게.....

두 사람은 결국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친남매. 결과는 끝없는 절망. 여동생은 결국 오빠의 아이를 출산하였고, 그리고 세간의 시선엔 친아빠는 없는 싱글맘이라 속여가며 오빠는 그러한 여동생을 보살핀다.

자신의 아이였지만....자신이 남편이었지만 그저 오빠로서 챙겨줄 수 밖에 없는 그 현실....그러한 오빠의 상황을 알면서도 이러한 지금이 너무나도 행복하다며 절대 놓지않으려고하는 여동생...그리고 그러한 둘을 점점 의심하게 되는 사람들...

결말은 비극적이게 끝난다. 이 비밀스런 둘의 관계는 결국 탄로가 되어버렸고, 오빠는 자살을 하였다. 여동생 역시 수 없는 사람들의 욕을 들어가다 오빠가 자살하자 결국 아이와 함께 평화로움의 상징이자 보금자리였던 둘 만의 집을 불태우며...자신 역시 그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역시나 충격적인 내용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가 않았고 유달리도 우리 남매가 눈에 띄였다. 그게 뭐 어떻게 되었건 누나는 그저 비극적인 결말에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고 말이다.

"너무 불쌍해...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깐"

그래....이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피가 섞인 이들끼린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되는...수 천년 동안 이어져온 금기....

영화를 모두 보고 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집으로 귀가하는 도중에, 나와 지현누나는 무척이나 익숙한 실루엣이 어떤 고급스러운 차 안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서현....언니...."

어떤 한 남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오는 여인.

그 여인을 봄과 동시에 나의 발걸음도, 지현누나의 발걸음도 모두 멈춘다.

그리고, 나의......

<무엇인가>가 무너져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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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회색빛은 예전에도 얘기했다시피 19금 하렘뽕빨물 계획...그러나 lt노벨로 바꾸었습죠.

그리고 이 if스토리를 다 쓰고나면 '회색빛'의 조아라에서의 연재가 끝난다는 소리지 다시는 조아라에서 다른 소설연재를 하지않는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소설도 틈이 되면 쓰려구요..일단 싸지른 것부터 다 해결하고...

앞으로의 전개는 if스토리 중 가장 위험하고 어둡고 야하게....전개됩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자극적인거 싫어하신 분은 패스하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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