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12화 (3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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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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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어머니였고.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누나였고.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스승님이었고.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나무였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진정으로 바란 것은 되어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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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아침. 두꺼운 창문 너머로 비치는 눈부시기 그지없었던 이 커다란 빛은, 영원할 줄 알았던 평온함과 포근함을 서서히 녹여내려버린다.

"으.....음...."

눈을 뜬 나에게 있어 여전히 어두움은 자리한다. 누군가가 날 꼬옥 가슴에 껴안아주고 있었기때문이었다. 몰랑몰랑하면서도 말캉말캉한 마치 트램벌린처럼 혹은 푸딩처럼, 마시멜로처럼 너무나도 기분좋은 감촉. 머리를 들어 빼꼼하니 위를 쳐다보면, 언제나 항상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있었다.

검은색깔의 비단이 치렁치렁 허리까지 부드럽게 내려와 윤기있게 흐르고, 새하얀 피부와 함께 오밀조밀 작디작은 얼굴에 예쁘게 자리한 이목구비. 진홍빛의 앵두같은 입술은 립글로즈를 바른 것처럼 반짝반짝 빛이나며 당장에라도 와이셔츠에 자국이 남을 것만 같이, 요염하게 자리하고 있는다.

너무나도 곤히, 날 껴안은 채 자고 있는 그러한 미인은 다름아닌 나의 큰 누나인 서현누나였다.

"으응.....정우야...."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꿈 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 작고 붉은 입술을 우물우물거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물론 그럴 수야 없었지만, 그 미소를 짓고 있는 이유라도 알고 싶어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허술한 누나라니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새하얀 브래지어. 옷을 벗고 자는 습관은 고치라고 해도 고쳐지지가 않나보다. 뭐, 언제나 그녀의 얼굴을 보며 아침을 시작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었고 한창 혈기왕성해 있었던 나에게 이러한 모습은 오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두근.

".......멈춰라 정우야. 이러면 안된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리고 어김없이 다가오는 덜컹거림. 맹렬히 요동치는 펌프질. 얼굴은 점점 달아오르고, 행복을 표시하고 있던 나의 눈길은 점점 '욕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거친 숨을 토해내게되고, 언제부터인가 나의 한 손은 그녀의 입술로, 날카로운 턱선으로 가있고 나머지 한 손은 새하얀 브래지어와 함께 짝지어진 새하얀 그녀의 팬티로 가 있었다.

멈칫.

손을 멈춘다. 너무나도 싫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을 질끈 감으며, 어금니를 꽉 깨문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의 눈가에선 눈물이 차오른다. 언제나 그랬다. 난 이 빛이 찾아옴과 동시에 행복을 느끼지만 때론 무한의 나락으로 이끌려 절망한다.

'넌 괴물이야. 그녀를 가질 자격도 없는.....한심한 괴물'

자아가 날 냉정히 비꼰다. 조소한다. 비웃는다. 그러고서 나의 목줄을 움켜쥐고, 광소를 내짓는다.

난 새까만 어둠만이 가득한 곳에서 숨을 쉴 수가 없음을 느끼며, 눈물만이 흘러나온다. '컥...컥...'하고 목 졸린 소리를 내며.

".....또 울고 있구나. 우리 정우"

"...........!!!"

"악몽을....또 꾸었나보네"

그러다 어느샌가 나의 눈가를 스치는 손길을 느낀다. 언제 일어났는지 모를 그녀가, 오늘도 또 나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처럼의 슬픈표정.

――――아침은, 이 빛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불행을 가져다준다.

그녀의 눈에서 또 또르르 눈물이 흘러나온다. 나의 눈물보다도 훨씬 값진,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값지고 절대 나오지말아야 할 그것이...오늘도 나오고 있다. 나란 놈 하나 때문에. 이런 놈 하나 때문에.

"울지마세요 우리 정우~언제나 서현이가 있잖아요~함께 울어주고 함께 웃는~우리 서현이가 있잖아요~"

그러고서 웃는다. 나에게 있어선 구원과도 같은 미소를.

하지만 그와 함께 나에게 있어선 절망과도 같은 미소를.

"히힛....서횬인 언제나 우리 정우의 미소를 보고 싶으니까....잠시 눈물을 멈추고 코~하고 자면....멈출거야. 이 눈물이....이 슬픔이....멈출 거니까...."

애써 혀 짧은 목소리를 내며 귀엽게 말하는 그녀에게 있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이렇게도 사랑스러운 그녀를 울리는 내가....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었을까.

이러한 나를 위해...아낌없이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녀 박서현은 23세의 대학교 3학년 생이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대학 중 가장 최상위의 대학을 다니고 있었으며, 그 곳에서도 가장 빡세다는 곳 중 하나인 의대를 재학하고 있었다. 작은 누나인 지현누나와 더불어 여신으로 추앙받으며 그 대학 내에선, 퀸카 중의 퀸카였고 수 많은 사람들의 대시가 존재하였다.

그 곳에 재학중인 대학생과 함께 다른 서울에 다니는 왠만한 스펙을 가진 다른 대학생들은 물론이요 아이돌가수들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한국 내에 거주 중이던 외국인들. 잘생긴 모델들. 심지어 재벌 2세를 비롯한 짱짱한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까지 모두 그녀에게 대시를 했다.

연락처달라는 사람들은 수 천명이요 수 만명이다. 그녀가 하고 있는 페이스북, 트위터엔 수 만명의 팬들이 존재하였고, 팬카페까지 있었다. 연예인 스카웃도 수 없이 경험해본 그녀였다. 그녀 자체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그리고 그 화려하디 화려한 외모와 함께 학력까지 조명되어 일간 유명검색어사이트에서도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을 정도로, 그녀는 정말로 이뻤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자매인 지현누나와 민정이의 사진들도 유포가 되자 뭐 이런 가족이 다 있느냐며 외계인가족이라는 웃지못할 별명까지 가지고 있었는 데다가 해외에서도 우리 가족에 대해 소개된 적도 있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러한 유명인 가족을 두게되다보면, 자연스레 일반인인 내가 피곤해지는 법이었다. 그 미녀 세 자매는 어딜가나 주목을 받고 있는다. 그래서 난 언제나 없는 듯 행동해야했다. 사람들도 나의 존재에 대해선 잘 모른다. 당연하지. 남자새끼 따윈 관심없는 게 당연지사이니까....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미인 세자매의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 역시 주목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달리 눈에 띄는 외모를 난 가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주목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가족들을 제외하고선 난 머리로 얼굴을 다 가려버렸으니까. 그래서 그러한 가족들과 다르게 추남이라서 일부러 얼굴을 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나에게 접근해온 사람들 자체가 다 내 가족들 때문에 접근한 사람들이었다. 다 미인 세 자매와 어떻게든 연결점을 차지해보려고. 그래서 나에게 온갖 아부와 뇌물. 하물며 협박까지 자리하였다.

"히힛 밥 다 됐어요 아가~"

사람들은 알까. 바깥에 나서기만 하면 유독 낯을 가리는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애교를 부린다는 것을. 늘 사랑스럽게 밥을 차려주고. 함께 잔다는 것을. 그것을 알기라도 했다간 난 만인의 적이 되어 온갖 세간의 욕을 얻어먹겠지. 이미 미인 세 자매와 함께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욕 하나는 오질나게 먹던 나였다.

"....응..."

"후~후~ 자, 우리 정우 앙~"

아침밥을 먹을 때에도 내 옆에 앉아, 밥 한술을 떠 후후하고 불며 날 먹여주려고 하는 그녀. 그녀에게 있어선 난 한없이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다. 난 그것에 부끄러워하면서도 마다하지않았다.

이것이 너무 슬펐지만, 행복했으니까.

처음엔 애써 거부하고 반발심리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에 너무 그녀가 엉엉 울며 슬퍼해했기에....난 그녀의 이러한 애교를 언제나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나에게 잘해줄 필요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난 이런 것을 받을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었는데.

"우리 정우 잘 먹는다~참 잘했어요~"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주는 그녀에게 있어 '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하며 푸념을 늘여놓는다. 이것이 분에 넘치는 행복이었는데. 나의 이 쓸모없는 자존심과 자격지심에...

그리고 그녀의 행복에 나란 존재는 필요가 없음에...

"나에게 있어선 우리 정우는 늘 8살짜리 어린아이인걸? 언제나 귀엽고~싸랑스럽고~그러한....어린아이...한 없이 늘 꼭 안아주고 싶은...어린아이"

하지만 그녀의 이러한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나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놓는다. 그래...이래야 됨이, 그녀의 말이 당연한 것임을 알면서도 난 인정을 할 수가 없었다. 분기가 넘쳐흘렀다. 언제나 날 어린애 취급하는 그녀가 때론 너무나도 미울 때도 있었다.

그녀는 그 말을 하자마자 다시 날 껴안아준다. 어린 여자아이가 테디베어 곰인형을 껴안듯 소중하면서도 놓치지않겠다는 듯이 꼬옥하니.

"정우는....내가 보살펴줘야하는 걸? 내가 사랑하는 동생이니까..."

"......"

"내가 한없이 아껴주고 챙겨줘야 할....내 소중한 동생...."

주먹이 자연스레 움켜져진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감동을 받아야했건만, 웃어야했건만 난 어째 웃을 수가 없다. 언제나 그녀를 볼 때마다 이 가슴은 맹렬히 요동치고 오직 그녀만을 향해 움직인다. 이해하려해도, 이해되지가 않는다. 이 알 수 없는 분노는 모두 나에게 향한다.

이러한 증오가.

분노가.

이 애달픔이!!!!!!!!!!!!!!!!!!!!!!!!!!!!!!!!

날 에워싸고 흔들어버린다.

그러고서 그 끝엔, 비가 쏟아진다. 마음 속에서. 언제 그칠지 모르는 폭우가 쏟아져버린다. 가슴앓이 끝에 다가오는 이 쓰디쓴 공허함. 난 이제 더 눈물이 나오지않고, 이제 더 분노가 나오지않으며, 이제 더 미소가 나오지않는다.

그저 무표정인 채로, 눈가엔 자조적인 포기함이 가득하고서. 나 역시 그녀를 마주껴안는다.

미칠 듯이 중독되어버린 듯――――――――

사랑. 하고 있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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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회색빛의 마지막 if 스토리 서현편. 입니다.

앞으로의 전개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게 전개될 것 같습니다. 이제 이 편을 쓰면 '회색빛'은 완전히 끝나고 다시는 조아라에 연재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최선을 다해서 쓰겠습니다.

그럼 다음편에서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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