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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四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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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다 그런다. 사랑이란,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고.
그래, 그렇다. 사랑이란 하찮은 감정이다. 절대, 고귀한 감정이 아니다.
누구나가 다 가질 수 있는, 평범하고 보통의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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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의 키스.
나는 어쩌면 1년 전 만약 공항에서 그녀와 내가 만났더라면, 그녀가 이러한 행동을 나에게 하려고 했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해보았다.
나는 알아챘다. 그녀는 나와 '친구'로 있길 원하지않는다. '연인'이길 원한다.
친구와 연인은 한끗발의 차이일 지도 모르겠지만, 그 차이는 은근히 크다. 이러한 미소녀. 그것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이 나에게 고백을 하고, 키스를 한다? 나라는 놈이 이런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씁쓸하기만 하였다.
그래, 솔직히말해서 이러한 미소녀가 나에게 고백을 해와서 기쁘다.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미치겠다. 하지만....
"미안해라고…한 마디면 되었잖아"
그녀는 눈가에 모아두던 물방울을 여린 손가락으로 훔치고서, 나를 바라본다.
"그거면…다 되었는데…"
얼마나 나는 터무니없는 착각을 했던 것일까. 나는 그녀에게 외면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오히려 내가 사과하기를 바래왔던 것이다. 정말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누군가가 먼저 나서주지않는 이상 영원히 평행선을 걷는 것은 어떠한 일에서건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난 그녀와 어울릴 수 있을까?하는 마음만이 들었다. 별 볼일 없는 나와, 너무나 유명한 그녀. 자석의 N극과 S극이라도 된 양 서로 너무나 정 반대의 사람이었다.
"이러고서…또 바보같이 내 마음 몰라주는 건 아니겠지?"
"설마…내가 아무리 둔감하다기로서니 이 정도까지 모르는 건 아냐"
"그렇다면…대답…해줄래?"
"…"
나는 머뭇거렸다. 그것에 그녀는 내가 아무런 말도 없이 머뭇거리는 사이, 나의 품에 안겨온다.
"날 좋아하고 있다면, 안아줘"
나도 모르게 팔이 그녀의 허리로 향한다.
"만약, 네가 나에게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면, 그러지않아도 돼. 내가 널 바꿔줄 테니까. 네가 나와 맞는 남자가 되도록 노력하게 할 테니까"
그리고 그녀는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이,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었다. 그녀의 말대로 난 자격지심때문에 그녀를 좋아해선 안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날 향해 용기있게 다가와준 소녀를,
난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난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친구'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숨길 수 없는 마음을 더 이상 숨긴다면, 그것은 내가 정말 바보였다.
난 그녀를 꽈악하니 안았다.
그것에 그녀는 멈칫하였지만, 머지않아서 나의 품 안에 쏙 들어와 내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기댄다.
난 그녀의 갈색머리칼을 슬며시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세희야. 널 좋아해"
다음날, 나는 그녀와 함께 등교를 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서. 손만 잡아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풋풋한 연인이 된 우리였기에 말이다. 들뜬 마음으로 새벽을 지새우고서, 내 집 앞에 기다리는 그녀를 보고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그녀와 함께 등교를 하였다.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이 고3 마지막의 겨울의 등굣길을 걸으며, 추운 몸을 서로의 손으로 녹여주며 걷는 우리들.
"야 사실인가봐 사실"
"쟤가 연세희의 남자야?"
"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거지?"
그 길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걸으려하였다.
하지만...
"오빠, 세희언니"
"…???"
"잠깐,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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