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99화 (29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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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Stay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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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이라도 좋아.

단 한 명이라도 외로움을 달래줄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삶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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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단 한순간이었다.

새벽. 조용하기 그지 없는 이 새벽에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나의 옆에 누워서 살며시 나를 껴안고 잠든 그녀. 그녀가 나를 정말로 지켜주겠다는 듯, 옆에 있어주었다.

"…"

나는 살짝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이쁘다. 그래 내가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느꼈던 감정은 단 하나였다. 이쁘다 그녀는. 이러한 그녀가 나에겐 힘이 되어준다.

자기 자신도, '고독'하면서 말이다.

서로에게 자신이란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하고 생각해본다. 그녀와 나에게 있어서, 서로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단순히 선생과 제자라는 존재였을까. 아니면 '고독'이란 동질감과 함께 있어주고 어루만져주는 존재일까.

단순히 '동정'이라고 했다면, 나는 그것을 뿌리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도 고독을 느끼고 있었기에, 이렇게 나와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아아…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지…"

이러면 이럴 수록, 나의 마음은 흔들리게 된다. 지금 심장이 무척이나 두근두근하다. 어쩌다보니까였다. 어쩌다보니, 아니..나도 모르게..

'그녀가 사랑스럽다라고 느껴버렸다'

지켜주겠다는 그녀의 말. 함께 있어주겠다는 그녀의 말이 나의 마음을 울린다. 자기의 슬픔을 묻어두고서, 나의 슬픔을 함께 공유해주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나를 구원해준다. 그래서 나는..

"안돼지 안돼"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내가 잘못되었다. 갑자기 그녀를 이성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그러면 난 정말로 상종못할 놈이 된다. 안 그래도 쓰레기인 나인데, 더더욱 쓰레기보다도 못한 놈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생각에 잠긴다. 나는 그녀를 지금 '이성'으로 느끼고 있다. 단 한순간. 단 한순간이었다. 나의 옆에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서, 그녀의 손을 잡고서, 그녀가..너무나도 가엾고 사랑스럽다고..

하지만 이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그 사람'을 잊지못하였다. 애초부터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이거였다. 설사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이러한 날 받아줄 리가 없다.

마음을 가다듬는다.

진정으로 그녀를 구원해주기위해선, '그 사람'이 필요하다. 사진 속에 있는..혼자였던 그녀를 구원해주었던 단 한사람. 그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아니라, 그 남자가 필요한 것이다.

그녀는 '해바라기'.

'태양'이 없인 살아갈 수 없는 존재.

나는 절대로 '태양'이 되어줄 수 없기에 말이다.

덜그럭하는 젓가락 소리만이 들려오는 부엌. 나와 그녀는 마주앉아서 조용히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그나마 이 집에서 묵고 있었던 터라 그녀에게 아침밥은 내가 하겠다고 하였지만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억지로 나를 의자에 앉히고는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비엔나소시지 볶음에 김치찌개. 시금치와 멸치. 잡채 등 아침식사치곤 살짝 푸짐하게 차려진 식사. 나는 '잘먹겠습니다'라고 말하곤 밥을 먹는 데에만 집중하였다. 사실 그 전에 그녀의 얼굴을 빤히보다가 몇 번이고 시선을 마주치자 시선을 황급히 돌리며 밥을 먹는 데에 집중하는 척을 하는 것에 불과하였지만 말이다.

"맛있어?"

"예. 무척이나요"

나는 곧장 대답하였다. 그러고서 다시 밥을 먹는 데에 집중. 하지만 흘깃흘깃 위로 쳐다보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밥을 먹지않고 턱을 괴면서 내가 밥을 먹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하아…'

어쩌면 날 '그 남자' 대신으로 여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그 사람에게 하고 싶었던 것을 나에게..아침밥을 만들어주고, 밤에는 서로를 껴안으며. 미소로 서로를 바라본다.

그것이 그녀의 '소망'.

아아 그래..그녀만은 고독한 존재가 되지 말도록 만들자. 그녀는 나와 달리 빛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적어도 나와 동질감이 들지않도록..그녀를 이끌어주자.

"잘 먹었어요.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선생님"

"고마워. 디저트라도 뭐 먹을까?"

"예"

식후, 그녀는 인스턴트 커피 두 잔을 거실에 있던 나에게 갖고온다. 그리고 나의 옆에 앉아 함께 tv를 본다. 너무나도 한가로운 주말의 아침. 그녀가 바라였던 '일상'. 하지만 그것은 '거짓된 상황'에 불과하였다.

나는 슬쩍하니 그녀를 본다. 그녀는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으면서도 정확히는 tv를 보지않고 있었다. 한 마디로 생각에 잠긴 눈.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그것도 씁쓸한 미소. 그녀도, 사실은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결코 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무엇인가 마음이라도 먹은 듯, 오른팔로 그녀의 머리를 슬며시 내 어깨에 끌어당겨 기대도록 하였다.

"…정우야?"

"…"

나는 그러면서도 tv를 바라보는 척을 하였다. 아무렇지않게. 그녀가 부담을 느끼지않게. 그녀가 아주 잠깐이라도, '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나는 그녀의 '구원자'니까 말이다.

그녀는 싫지않다는 듯 나에게서 떨어지지않는다. 아니, 떨어지고 싶지않다는 듯 더욱 더 내 어깨에 기댄다. 그러고서 스르르 눈을 감는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그녀는 나의 어깨에 기대었다.

오후 한 3시쯤 되었을까. 이제 슬슬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나는 내 어깨에 잠든 그녀를 조심조심 내 어깨에 떼어놓고 그녀를 공주님안기 자세로 안고서 그녀의 방으로 갔다. 너무나도 평온히 잠든 그녀를 천천히 눕혀놓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녀의 이마를 스윽하니 쓸어넘기고서, 나는 그녀의 방문을 닫고 부엌으로가 그녀의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그녀가 만들어놓은 반찬과 함께, 나는 밥과 채소와 남은 햄과 다진 고기등을 넣고 볶았다.

그렇게 만든 볶음밥에 노른자를 풀어 만든 계란프라이를 위에 얹어놓고 케찹을 뿌린다. 그 오므라이스를 랩에 싸고, 여러 반찬들과 함께 식탁에 얹어놓는다. 그녀가 일어나고서 먹을 저녁식사를 준비한 것이었다.

나는 교복을 다시 입고, 그녀의 집문을 연다. 도어식이라 내가 문을 닫으면 스스로 닫혀질 것이라 걱정은 없다. 나는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녀의 집을 떠났다. 그녀의 상냥함. 배려심에 깊은 감동을 안고서..

그리고..

"너는…?"

"안녕하세요"

나는 '그 사람'과 마주칠 수 있었다.

그녀의 집에서 한창 서성이던 '그 남자'를...

"…"

"…"

아무런 말 없이 커피만 홀짝인지 10여분. 그는 의심과 허무감에 싸인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저 나는 커피만 마시고 있었다. 그 남자가 그녀의 집에서 나온 나에게 잠깐 얘기할 수 있냐고 물어왔고, 나는 승낙을 하고서 이렇게 그 남자와 함께 인근에 있는 커피집에 온 것이었다.

"그녀와 넌…"

만약 내가 지금 '사귀고 있는 사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한없는 오해만 안은 채 그녀에게서 떠나깔까? 단지 내 자기만족에, 그는 희생되는 것일까.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지만, 그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한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아닙니다. 당신이 상상하는 그런 사이"

"그러면…"

"그저 선생님이랑 함께 밥을 먹었을 뿐. 그 이외엔 아무 것도 없습니다"

"…"

그것에 다시 침묵. 그러고서 한 5분쯤 지나서였을까. 잠겨있던 그의 말문이 또다시 열린다.

"그녀는…잘 지내고 있나?"

"잘 지내고 있어요"

"그래…"

'당신 덕분에 그리 잘 지내고 있진 않습니다'라고 말할 뻔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그의 자괴감만 북돋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난, 그를 몰아세워야하였다. 그래야 진정으로 그녀의 앞에 설 용기가 생길 테니까.

그저 아까전 처럼, 그녀의 집 앞에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다시.

"헤어졌다면서…왜 그리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

그 말에 그의 표정이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히 어두워졌다.

"후회…하고 있는 겁니까?"

"후회가 아니라…!!"

"거짓말하지마십시오. 당신은 지금 선생님을 잊지못하고 있지않습니까"

"!!!!!"

그래. 이렇게 확연히 말해야하였다. 그녀가 그를 잊지않은 것처럼, 그 역시 그녀를 잊지않았으니까. 제 3자 주제에 무엇하러 이렇게 남 연애사에 끼어드냐고 내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이 끊임없이 물어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상관이 없었다.

오지랖이란 거, 다 알고 있었지만 상관이 없었다.

난 진정으로 그녀의 행복을 바라고 있었기에, 그녀가 더 이상 고독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였기에 이렇게 참견하는 것이었다.

"다시…시작하자고 말할 수 없는 용기는 없는 것입니까? 사랑하면서?"

"…나는"

"변명에 거짓말에…깊은 후회에…그것만 할 것이라면 그만두십시오. 그것이 더 선생님을 상처입힐 뿐입니다"

"네가 무엇을 안다고…그렇게"

"예 모르지요. 당신이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선생님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제 3자 주제에 이렇게 뭣도 모르고 나서는 것이 정말로 병신같은 짓이란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

"적어도 당신이 그녀를 아직까지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습니다"

"…"

나는 남은 커피를 모두 마시고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마주앉아있던 그 남자를 지나가기 전에 말 한마디를 하고서 떠날 생각이었기때문이었다.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그녀의 앞에 서서 손을 내밀어주십시오. 고독과 추억에 힘겨워하는 그녀에게…"

"…"

"오직 당신만이…그녀의 '태양'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커피집을 나섰다. 이제 그 남자의 몫이니까. 내가 더 이상 나서는 것은 넌센스였다.

그래. 이걸로 되었다. 서로를 잊지못하였고, 또 서로만을 생각하였으니 되었다.

이거면..된 것이었다.

그녀의 그림자가 되어..

그녀와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것을 본다면..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나는 그저 뒤에서..웃으며 하염없이 그녀를 바라볼 수 있다면..그걸로 만족한다.

그녀가 더 이상 외로움에 고통스럽지않도록..

그리고..

'나'라는 존재를 생각하지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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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넵. 허접작가 Scribbler입니다.

다음편이면 300편이군요. 정말이지..273편으로 끝낸 이 소설을 외전으로 300편을 채우다니..뭐랄까 이런 100편씩을 넘길 때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렇게 제 작품을 꾸준히 사랑해주신 독자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것은, 정말이지 당연하고도 해야 할 것이겠지요.

혜연편도 끝내고, 세희편도 끝내고, 서현편을 만들까하고도 생각하고 있고..이렇게 세 외전을 끝내면 이제 더 이상 조아라에서 '회색빛~'을 연재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리고 300회를 기념해서...

지금 현재 제가 만들어놓은 '회색빛 텍본 part 1~part 3'편을 독자여러분들께 내놓을까 합니다. 물론 작업은 'part 5'까진 해놓았지만 말이지요. (갈아엎은 거 수정하고 있습니다)

300회와 함께 'part 1~part 3'를 내놓겠습니다. 300회 댓글에 메일주소를 적어주시면,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00회 축하합니다~하는 이런 메시지도 달아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그냥 '살짝' 보여드리는 것에 실망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만 그래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300회를 기념해 표지일러스트를 그려주실 분을 구하고 있습니다..물론 그려주시는 분껜..'작은 선물'을 드릴까 합니다. (바로 드릴 순 없겠지만 꼭 드리겠습니다)

이제 혜연편도 종장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잊혀진 히로인 혜연을 사랑해주시는 팬들께, 그리고 꾸준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감사합니다.

이상, 허접작가 Scribbler였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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