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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Stay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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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말했다. 사랑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라고.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사랑은 그리움의 연속이라고.
또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사랑은 영원이란 것이 존재하지않는다고.
그 말들을 듣던 어떤 사람이 질문하였다. "대체 사랑을 하면 무엇이 좋은 겁니까?"
그 질문에 모두가 대답하였다.
"사랑은 유일하게 텅 빈 사람의 마음을 모두 채울 수 있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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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한번 쯤 거울 앞에 서서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리보이니까 괜찮은데?' 혹은 '나름 잘생겼다'하며 자기 자신을 칭찬할 때가 있다. 그런데 난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럴 수도 없었다.
스스로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좌절과 낙담 속에서 살아왔었으니까. 가끔가다가 샤워하면서 얼굴을 들어올려 거울을 볼 때면, 자기 자신이 무서울 때가 있었다. 흰색 눈자위나 다름이 없는 아주 옅은 회색빛 눈과 마주할 때마다, 내 자신이 공포영화를 찍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심지어는 이런 생각마저 할 때가 있었다.
'나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인가?'
내 스스로를 악(惡)으로 칭하고 있던 와중이라 정말로 내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러한 허무맹랑한 사고마저도 지니고 있는 나였기에, 도무지 긍정적인 생각따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들이 이러한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지않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라고 볼 수 있었다. 나란 존재가 이러한 존재였기에 나는 혼자라고.
하지만 요새 들어 나는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구원'을 받는다. 인생을 살면서 절대로 나에게 선한 시선따윈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나였는데, 다른 누군가에게서, 특히나 증오해마지않던 어른 한 명에게 난 구원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그녀. 윤혜연이란 사람에게서.
"사람은 늘 좌절과 절망을 겪어. 너보다도 더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야 얼마든지 많아. 그런 사람들을 봐서라도, 자기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단 한번쯤이라도 생각해봐야 되지 않겠어…?"
그녀의 말대로, 나보다도 훨씬 더 좋지않은 상황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야 많다. 그래. 난 혼자였지만 적어도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가족들이란 사람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마저도 없는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거. 난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선 당연한 거지만, 나의 입장에선 틀리다. 아무리 '그거 약과에 불과해'라고 말하여도, 내 입장에선 힘들 수가 있는 것이었다. 솔직히말해, 난 무척이나 힘들다. 게다가 포기마저도 하였다. 나는 나약한 인간이었기에 말이다.
그런 나의 입장을 알고나있는 듯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여도 너는 힘들겠지…그래 엄청나게 괴롭고 괴로울거야. 알아. 남의 말은 언제까지나 '남의 말'에 불과하다는거. 남들은 너의 괴로움을 적게 생각하겠지만 자기 자신에게선 너무나도 힘든 시련이라는 거.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좌절해 있을 이유는 없잖아…절망과 허무에 빠져 살아갈 이유는 없잖아…이렇게 한번 태어났으면…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빛을 뿜어내야 되잖아…그런데 넌 왜 그러한 생각조차도 하지않고있어?"
"이 인생이 죽지못해 사는 인생이니까요. 수 백번의 자살시도에도 끝끝내 죽지 못하였던 인생이니까요"
"…!!!"
나의 과거. 수 백번이나 되는 자살시도와 가출시도. 특히나 자살시도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죽지 않았다. 남들이라면 다 죽었을 상황인데..나만 죽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괴로웠다. 죽는 게 나았는데하고.
"선생님은 알고 있을까요…손목에 있는 동맥을 끊는 느낌을. 추운 한강 물에 뛰어들어서 느껴야했던 그 차가움을. 차에 치여서 날아가거나 건물에 떨어지는 순간에서 느껴지는 그 아득한 느낌을. 목을 매어도, 수면제를 수없이 들이켜봐도. 스스로 칼로 찔러서 느껴지는 그 안에 들어가는 느낌을…선생님은 알아요?"
"…정우야…"
"네 저는 부정적인 사람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입니다. 너무나도 한심하고 못나서. 급기야는 제가 정말로 인간인지 회의감마저도 들 때가 있을 정도로. 그런데…그런 저에게도 소중한 존재들이 있어요. 바로 가족들. 하지만 그 가족들에게 저의 존재는 해악…"
뚝...뚝...
또다시 눈물이 흐른다. 계속. 줄곧. 내가 쌓고 쌓아왔던 그 울분을. 난 내 자신이 못나도 상관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와 무시를 받고 심지어 가족들에게조차도 외면을 받아도 난 상관이 없었다. 죽지못해 살아가도. 나에겐 친구 한 명 없어도. 나는 괜찮았다. 어차피 내가 수 천번 수만번 생각해오고 또 알고있는 것이기에 이제 감흥조차도 없으니까.
하지만...
내 소중한 존재들에게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슬펐다.
내 소중한 존재들에게 오히려 나란 존재가 해로운 존재라는 것이 슬펐다.
내 소중한 존재들의 옆에 내가 있으면 안된다는 것에 슬펐다.
나의 존재이유는 '가족들에게 쓸모가 있는 것'.
그것말고는 나에게 존재이유는 없다. 하지만 내가 쓸모가 없기에..내 자신이 싫은 거였다. 증오스러운 거였다. 나에게 빛 한줄기 들어오지않아도 난 그들 때문에 살아가는 건데.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나는 뭣하러 이 세상에 살아야겠는가.
"…정우야…"
"저에게 행복따위 없어도 좋습니다. 괴로움과 고통만이 있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행복이 있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난..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체 너는…"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사람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 그것을 찾으려고 온갖 싸움과 갈등. 시련과 괴로움을 겪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내 자신의 행복을 바라지않는다.
이타적인생각? 그것도 절대로 아니다. 나는 그저 내가 행복할 가치조차도 없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러는 것이었다.
혜연. 당신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서 이런 말을 해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 너무나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전 만족하고, 만족합니다. 적어도 당신은, 나의 행복을 바래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일테니까요.
이렇게 날 위로하는 것일 테니까요.
"선생님에게 고맙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셔서요"
"…"
서로 껴안은 지도 몇 분째. 나는 천천히 포옹을 풀고나서, 살짝 그녀에게 미소를 건네준다. 제자를 위해 이렇게까지해주는 선생이 어디있을까. 게다가 아웃사이더. 왕따인 학생을 위해서..
"어서 주무세요. 늦었으니까"
나는 그녀를 방에 돌려보내려한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더니, 나를 눕히려고한다.
"…?"
나를 눕히고서, 바로 내 옆에 누워버리는 그녀.
"…!!!!"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나를 다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고서 안아주는 그녀였다.
"지켜줄게. 네가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행복할 수 있게. 내가 너를 지켜줄게"라는 말이, 조용히 나의 귓가에 들려온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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