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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Stay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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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마음은 무지개를 향해 달려가려고 하는 것과 같아요.
왜 그러냐구요?
바로 당신이 무지개이기 때문이에요.
절대 다가갈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절대 다가갈 수가 없음에도 저는..
이렇게. 당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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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있어 선생님은 여기 이 한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진심이었다. 정말로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나에게 있어 선생은 여기 윤혜연. 그녀 한명 뿐이다. 다른 선생들은 유감스럽게도 '선생'이라고 생각하지않는다. 어쩌면 치졸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들을 선생이라고 인정하지않는다.
그들은 나를 그저 괴물로만 봤지, 절대 '학생 박정우'로 보지않았기때문이었다. 그냥 외톨이. 왕따. 혼자 겉도는 아웃사이더. 그것을 알았기에 여태까지 겪었던 선생들은 모두 백이라면 백 하나같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였다.
인성교육? 그딴 게 있을 리가 있나. 선생이란 족속들은 그저 학생 모두를 감싸준다는 그러한 같잖은 이유로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취급한다. 왜냐고? 그래야 호봉이 빨리 늘어나니까 말이다. 게다가 교사가 공무원이긴 하나 그냥 공무원이 아닌 일반 사원들처럼 성과급을 받기도 하였고말이다. (사실 공무원이고 뭐건 간에 성과급은 다 받겠지만)
그 '성과'란 것은 다름아닌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in 서울에 갔느냐 혹은 대학에 많이 보냈느냐'였다. 그것에 따라서 성과급 또는 실적에 반영이 되는 것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유명한 학원 강사를 하든가. 많잖아 주변에. 강남이고 송파고 뭐건 간에 우리를 기계로 만드는 곳이야 널리고 널렸다.
심지어 그러한 기계취급도 나는 받지 못하였다. 그냥 외톨이든 양아치든 나를 냅뒀다. 포기해버렸다. 내가 학교를 째도 그냥 병원진단서만 가지고 오면 출결인정을 해준다. 아무런 말도 없이. 앞으로 병원에 다니지말라는 둥, 되도록이면 수업을 들으라는 둥 그러한 말 한마디 없이 그냥 병원진단서만 하나 주면, '그만 가봐' 막 이런 식이었다.
그러한 선생들이란 족속들이 나에겐 퍽이나 마음에 들겠다. 사실 나도 마지못해 다니는 거였다.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야되니까. 그래야 88만원 세대가 되더라도 일자리를 얻을 수가 있으니까.
그러한 학벌이 중요시 되는 사회에서, 나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그녀. 윤혜연이란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고마워"
그녀는 그러한 나의 말에 조금 당황한 듯 있다가 조그만 미소를 지어주면서 말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나지막이 읊조리기 시작하였다.
"사실 선생이란 직업을 하면서부터 무척이나 걱정되어있었던 것이 있었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
"??"
"바로 '내가 학생들에게 선생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였어. 솔직히말해서 내가 재미있게 수업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그냥 말도 잘 하지못하고 몇 마디만 하고…이렇게 무뚝뚝한데다가 딱딱하기까지한데 누가 어떤 학생이 진정 우리 선생님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막 그러면서 줄곧 고민해왔었어"
만약 그녀의 미소를 본다면 '혜연쌤! 혜연쌤! 하악하악!'하고 미친 듯이 달려들 우리반 남자놈들이다. 솔직히, 우리 남자사이들끼리에선 윤혜연선생은 정말로 '여신급' 대우를 받고 있었다. 성숙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뭇 남자학생들이 '오오 불타오른다 버닝!!!'하며 외치는 꼴을 몇번 본 적도 있었고, 게다가..
"혜연쌤 정말 예쁘지않아?"
"게다가 섹시하고…딱 보니까 몸매도 좋던데?"
"아 존내 따먹고 싶다…"
이런 음담패설의 대상이 될 정도면 그녀가 얼마나 예쁜 지, 남자들 사이에선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들어…네가 해준 말이"
"…"
"이렇게 내가…너에게 그렇게 가치가 있는 것이…기뻐"
그녀는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기쁜 듯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그녀 역시 혼자였기에. 이런 '인정'을 너무나도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교직원 식당에서도 혼자 먹던 그녀. 늘 외롭워보였던 그녀. 어쩌면 그녀라서 이러한 나를 챙겨주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같은...외톨이라서. 그래서 서로의 처지를 잘 알고 있기에..
차를 마시는 동안, 그녀와 나는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공부얘기, 진로얘기가 주로 이루었다만은 뭐라고해야되나..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가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는..뭐 그런 식의 대화양상이었다.
"정우야"
"네?"
"혹시…너에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
"…네"
있었다. 고1때. 너무나도 아팠던 사랑. 아니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조차도 모를 경험.
"어떤 애였어?"
"이뻤어요. 저와는 달리 활발한 아이였고…짗궃은 면도 많지만 천성은 착한 아이인…그리고 절 상당히 챙겨주었던 아이였어요"
"그래…그래서 그 아이와는 잘 되었고?"
"…아니요"
"왜? 혹시…차였니?"
"……'그런 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나는 나지막이. 추억을 회상하듯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조용히 눈을 감고. 씁쓸하였지만 그 때에는 너무나 행복했고..그리고 너무도 아팠고..너무나도 증오스러웠던 그러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돌이켜보며, 그녀에게 말한다.
"그렇구나…이제 더 이상 묻진않을게. 어떠하였는지는…어느정도 이해할 수가 있으니까"
그녀는 더 이상 캐물으려하지않았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겠다는 듯한 어조였다.
째깍..째깍..
시계는 여지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어느 덧 새벽 1시를 향해 느릿느릿 가고 있었다. 그녀와 줄곧 얘기를 나누다보니까 어쩌다보니 이 시간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버스도 다 끊겼겠다...그냥 걸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내일 주말이기도 하였으니까.
"그만 가볼게요"
"괜찮겠어 버스도 지하철도 다 끊겼는데?"
"네. 괜찮아요"
나는 씨익 웃으면서 가방을 들고 현관문 밖으로 나서려한다. 그녀 역시 나를 배웅해주려는 듯 따라 현관에 서 있었다. 그리고..내가 현관문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에 그녀가 나를 불렀다.
"정우야"
"네?"
"오늘, 여기서 자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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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으,으아니 이게 무슨소리야?!!!
(오랜만에 회색빛으로 찾아뵙는 허접작가 Scribbler입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