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93화 (29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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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Stay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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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날 사랑했던 만큼, 저도 당신을 사랑했어요.

당신이 절 미워했던 만큼, 저도 당신을 미워했답니다.

언제나 똑같을 줄만 알았던 우리의 마음은, 이렇게 갈라져..

그저, 시간에 흘러가는 추억이 되어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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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또다시 1년의 끝을 알리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듯, 나뭇잎이 하나하나 떨어져가고 있는 계절이었다.

"인사"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하세요!"

일상은 크게 변하지않았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담임의 인사와 함께 오늘 하루도 참 즐겁고 보람찬 학교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반어법으로 얘기하고 있는 거지만.

그녀는 사라지지않았다. 그녀의 안에서 푸드덕거리던 닭도 어느샌가 사라져버린 지 오래였다. 그러한 것을 알고나 있을까, 그녀는 여전히 딱딱하면서도 굳은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 내가 보았던 그녀의 미소는, 정말로 아름다웠는데 말이다.

"박정우? 박정우?"

"…"

"야"

툭툭.

"…어?"

"이 본문, 읽어주세요"

"…"

아차..또 멍 때리고 있었다.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처구니없게 쪽팔림을 당하게 된 상황. 아아 젠장 그녀를 보고 있자면 그 미소가 또다시 생각나서, 정말로 당황스럽다. 왜냐고? 그 미소가 정말로 그녀 자신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딴 판이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게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반 분위기는 웃음바다가 되었고, 쉬는 시간에도 그 뒤끝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와중이었다.

"시체, 저 선생한테 반한 것 같지않아?"

"그러니까 말이야. 맨날 멍하니 담임만 바라보고 있고…"

심지어는 내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파다하게 퍼지고 있는 와중이었다. 뭐 저런 미녀가 내 연인이라면 좋기야하겠다만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어쩌면 난 그저 그 때 보여주었던 그녀의 미소를 영영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워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점심시간. 나는 여전히 혼자다. 반 아이들은 서로 뭉쳐서 시끄럽게 떠들며 급식실로 가는데, 나만 혼자 교실에 남아 궁상이다. 아아 배고프다. 확실히 이맘 때 쯤의 남자들은 누구나가 다 이 시간만 되면 배고프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이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나는 교실 뒷문을 나선다.

정말이지 쓸데없이 넓기만 한 이 학교. 그냥 사방이 숲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가다보면 종종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경우도 더러 있기야했다. 뭐 환경보호한다라는 명목 하에 곳곳에 철조망을 설치야 했다만 말이다.

매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매점으로 향하는 도중에 벤치가 많이 있는데, 그러한 벤치에 애정행각을 하는 풋풋한 연인들이 앉아있는다. 참 사람 많고 이쁜 여자 많기로 유명한 이 학교다. 그러니까 당연히 연인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 밖에 없지. 학교 측에선 그러한 것을 제지하려고 규율을 만들었지만 이것이 지켜지겠는가. 그러니 이제는 학교도 포기한 모양이다.

나무도 쓸데없이 많고, 벤치도 쓸데없이 많고, 참 학교가 이런 데에다 재정을 쓰니까 우리한테 돌아오는 것이 없지하고 나는 푸념을 늘여놓고 있었다. 매점에 도착하자, 역시나 인간들은 정말로, 엄청 많이 있었다.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불티나듯이 팔려나간다. 그걸 또 사려고 우르르 몰려들어서 새치기는 물론이고 밀치기까지하는 행태를 보면 그냥저냥 웃어넘길 뿐이다.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나는 또 잠자코 매점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급식실에서 밥을 먹은 뒤 디저트 먹으려고 애들이 들어와서 그 무질서의 무리에 끼어들어갔지만 상관하지않는다. 그냥 저 우루루 몰려있는 무리에 끼어들었다가는 이리저리 휘둘릴 것 같아 그냥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점심시간은 1시 10분까지였지만 그 때도 사람들은 존재하였다. 한 12분쯤 되었을까, 드디어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게되자 나는 일어나 매점아줌마한테 꾸벅 인사하고서 빵 하나와 우유 하나를 시킨다.

"학생은 참 질서 잘 지키는 착한 학생인데, 어째 다른 학생들은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단 말야"

매점아줌마는 그러한 우루루 몰려서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하고 시끄럽게 아우성치는 통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라고 얘기해주었다. 나는 그것에 하하..하고 헛웃음을 지으며 그저 아줌마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학생은 늘 질서있게 받아가는 구나. 참 착하기도하지. 그런데 수업은 괜찮어?"

"괜찮아요 아하하…그냥 저도 여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신경쓰지마세요"

나는 빵과 우유를 들고 매점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벤치를 찾던 와중, 보게 된 그녀. 그녀는 오늘도 홀로 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다.

'어째 저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저번에도 분명히 이런 일이 있었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박정우?"

"오늘도 혼자네요 선생님"

"그럼 같이 먹을까?"

그녀는 나에게 앉으라고 손짓한다. 나는 그것에 바로 그녀의 옆에 앉아서 빵 봉지를 뜯어 한 입 베어물었다.

"내 도시락도 먹을래?"

"그러죠"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 나와 그녀와의 관계는 친해진 것 같았다. 그냥 아무렇지않게, 난 그녀의 도시락을 받아먹고 있었다.

"수업…또 빼먹을거지?"

"어차피 늦었는데요 뭐"

나는 철면피라도 깐 양, 그녀의 말에 아무렇지않게 대답하였다. 이러고보면 나도 참 뻔뻔해진 것 같았다.

"…앞으로도 점심 이렇게 때울작정이니?"

"뭐…그렇다고 봐야겠죠"

"그러면…"

"네?"

"…내가, 네 밥까지 만들어올까?"

"…"

"네가 싫다면…"

"그렇게해주신다면야 저야 감사하죠"

옳다쿠나하고 나는 받아들인다. 내 점심밥을 만들어오겠다는데 거절할 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넙죽넙죽 받아들이지. 내 말에 그녀는 그러한 나의 모습에 살짝 풋하니 웃음지었다.

"정우"

"네"

"네 얼굴 가린 이유가…화상때문이라고 들었어"

밥만 조용히 먹고 있다가 그녀는 뭔가 궁금한 듯이 조심조심 나에게 얘기를 꺼내었다.

"…"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줄 수 있니?"

"…거짓말이에요"

"어?"

"화상이 있다는 건 거짓말이라구요"

"그러면 어째서…"

나는 스윽하니 머리를 올렸다. 햇살에 눈이 부셔서 적응을 못하였지만, 곧 적응을 하고서 그녀의 얼굴과 대면을 하게 되었다. 회색빛의 눈동자와 다크서클. 몇만 알고 있는 내 진짜 얼굴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래서 머리를 기르고 있는 거에요"

"…"

그녀는 무척이나 많이 놀랐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였다. 나의 눈은 회색빛의 눈동자였으니까. 진한 회색도 아닌, 옅은 회색. 멀리서보면 동공마저도 하얗게 보이는 그러한 귀신과도 같은 눈을 지녔으니까.

"이래서 여태껏…차별을 받아온거야?"

"네"

그랬다. 나는 회색의 눈동자를 지녔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따돌림과 외면을 받아왔다. 그냥 외국인처럼 회색의 눈을 지녔다면 모를까, 나는 제대로 된 회색의 눈동자가 아니었으니까. 마치 영혼이라도 빠져나가버린 양, 그냥 공허한 눈동자였으니까.

"힘들었겠구나…많이 힘들었지?"

"…네"

그녀는 나에게 동정의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나 그녀나 서로 '동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에 관해서 얘기하진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않아도 돼. 이렇게 나에게 솔직히 말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야"

"그래도 선생님을 속여왔잖아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얘기해준 것은, '나를 믿어준다'는 증거니까"

"…"

"네가 전에 이야기 했었지? 나에게 의지하고 싶다면 의지하라고"

"그랬었죠"

"이번엔, 나에게 의지해"

"…"

"네가 나에게 의지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의지해도 되니까.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그녀는 확연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의지하라는 말. 나는 그것에 웃음지으며 이야기하였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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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part 10의 비운의 히로인. '윤혜연'편 'if~'스토리 prologue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윤혜연편 전개를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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