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84화 (28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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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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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사랑해'란 말은, 너무나도 가벼운 말이다.

마치 인삿말과도 같이, 밥을 주기적으로 먹는 것과 같이 하는 말.

그래서그런지 '사랑해'란 말의 진정함을,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사랑이란 한 번 헤어졌다하면 끝나버리는 것인데. 이런 사랑해란 말을 수 십번 수백번 들어도, 헤어지면 끝인데.

이 말의 무게는, 한 없이 깃털과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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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근..새근...

"…잠들었구나"

그녀는 잠든 지 오래였다. 나의 품에 안겨서, 고른 숨소리를 내뱉는다. 그녀의 이런 모습이 이젠 신기하지도 않다. 그냥 '당연히 그래왔다는 듯', 우리는 이렇게 서로 껴안아주는 것이 일상화 되어가고 있었다.

아까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모두, 꿈과도 같다.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하지만 이것은 모두 현실. 내가 살아가고 있어야 할 현재에 일어난일 이었다.

"하아"

한숨을 내뱉는다. 미쳐버린 것만 같다. 아니 이미 난 미쳐버린지 오래였다.

사랑이 한 없이 고프고. 아무리 사랑이 있을 지라도 난 만족을 하지 못하였다. 제 분수에 맞게 만족했으면 좋았을 걸, 나는 끊임없이 사랑을 더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빌어먹게도, 인간이란 동물은 욕심이 무한대니까.

나 역시, '사랑'이란 것에 욕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그간에 못 받았던 애정을, 이번에모두 받으려고 별 미친 짓을 다하는 것 같았다.

여동생에게 진정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하였다.

그것이 가족으로서라면 모를까. 이성으로서 말해버렸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무척이나 귀엽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너무나 매력적인 여자다. 그래서 그러한 그녀의 사랑을 받는 나라는 존재자체가 어불성설이었을 지도 모른다.

"우웅…"

뒤척거리는 그녀. 나의 품에서 꼬물거리는 것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렇게 자주 오빠로서 그녀를 안아줬을 걸...하는 후회가 많이 들어갔다. 가뜩이나 어렸을 때 부모를 잃어 외로워하는 아이였는데..

이제 난 그녀와 '연인'이 된 것일까. 남매라는 영역을 지나, 금단의 선을 넘어버린 것일까.대체 그녀에게 어떻게 굴어야 될 지 내 자신이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

이제 그녀와 난 어떤 관계인 것인지. 이제 그녀가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할 지에 대한..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해보았자 뭐하겠는가. 답은 애초부터 나와있었다.

"나와 이 녀석은…"

그래,

이제부터 나와 그녀는.

'연인'이었다.

"오빠 같이 밥 먹자~"

저녁시간. 나의 손을 잡아이끌며 그녀는 날 의자에 앉혀놓는다.

"짜잔! 오빠를 위해 준비한 민정이표 사랑의 볶음밥!"

나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주며 자랑하는 듯이 손을 활짝 펴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고?

"이잇!! 왜 그런 표정을 짓고있는 거야!"

네 요리실력을 아주 잘~알고 있기에 말이야.

"히잉…오빠는 내 요리가 먹고싶지 않은 거지…흑…"

이 녀석은 대체 언제부터 나에게 애교를 이렇게 부려왔다냐. 오늘 내내 그녀는 나에게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부리고 있었다. 예전의 툴툴대고 틱틱대던 그러한 모습은 어디가고,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친구의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나의 앞에 놓여져있던 볶음밥 위엔 케찹으로 '오빠♡'하고 그려져있었다. 누가 이걸 안 먹겠냐고 사람들은 묻겠느냐만은, 그녀의 요리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내심 두려웠던 것이다.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의 요리실력을 보기에 앞서서 그녀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데..

나는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녀의 머리에 툭하고 손을 얹었다.

"고마워. 나를 위해 이렇게 해줘서"

"오빠…"

"맛있게 먹을게 민정아"

"응!"

이제서야 환한 웃음을 내보이는 그녀. 나는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어보이며 그녀가 만든 볶음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객관적으로 말해 맛은 없었다. 그렇지만 난 볶음밥을 남김없이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나를 위해 정말로 노력한 그녀의 성의를 봐서라도 말이다. 아아..나도 시스콤 다되었다. 아니 팔불출 다 되었다..그녀가 뭘 하건..다 사랑스러워서 미치겠다.

그녀가 '흥흥~♡'거리면서 에이프런을 두르고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뒤에서 껴안을 뻔하였다. 여태까지 하지않았던 가사일들도 이젠 나를 위해 척척 해내는 그녀였기에..

손을 잡는다. 서로 손을 맞잡은 채 함께 침대에 누운 우리들. 이제 우린 연인이라며 아무렇지않게 함께 침대에 눕고, 손을 맞잡고서 사랑을 확인한다. 섹스? 그러한 것을 바로 할 정도로 내가 담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사랑도 나에겐 너무나 소중하였다.

여동생과 오빠란 관계. 서로 피가 섞인 혈연관계라는 족쇄가 우리를 옥죄었지만, 상관없다. 우리는 연인이니까. 서로 사랑하고, 서로 아끼는 연인이니까.

"오빠"

"응?"

"나 꿈만 같애. 오빠랑 이렇게 정말로 사귀게 되니까"

"나도 꿈만 같다. 이런 귀여운 여동생이랑 사귀게 되어서"

"헤헷. 오빠도 많이 오글거리는 대사 할 줄 아네?"

"…누구덕분에 말이야"

솔로인생을 청산하고 금단의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커플이 되어버린 나와 그녀. 닭살스러운 대사도 이젠 어색하지않다.

"오빠"

"얘기해 민정아"

"우리 이렇게 영원토록 알콩달콩 사랑하자"

"…그래. 이대로…"

영원...이라는 말은 솔직히 말해 허황된 것이었다. 그렇다. 난 '영원'이란 말을 믿지않는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영원'이란 말에 기대어보고 싶었다. 꿈꾸고 싶었다.

"영원히 사랑할게. 민정아"

이렇게 계속 멈춰있을 것만 같았던 나의 세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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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끝.

'make stand'란 제목은 'make a stand'. 즉 '멈춰서다'란 뜻에서 대충 따왔습니다.

민정이 외전은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만..글쎄요..뭔가 쓰다보니까 정우를 죽이고 싶다는 살심이 팍팍 솟아오르고 있던 저를 발견하고나서, 아..'나에겐 정말 달달물은 어울리지않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텍본은, 현재 작가사정으로 인해 작업정지 중에 놓여있습니다..

요새 많이 힘들었어요..트러블이 일어나고, 해결되었다 싶으면 또 트러블이 일어나고..에혀..그래서 술도 많이 마시고..글 쓸 마음도 없어지고..요새는 술과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잘 해결이 되고나면..텍본작업을 재개해야겠지만...후유..그냥 한숨만 늘어가는 대학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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