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83화 (28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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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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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소녀의 마음.

그것은 아프고 아픈 마음.

절대..이루어지지 못할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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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껴안아주고난 뒤, 깊고 깊은 밤이 찾아와도 난 그녀를 여전히 껴안고 있었다.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언제부터인지 들어오지않고 있었고 밤의 어둠만이 창문사이로들어온다.

사실, 그녀를 계속 떼어내고자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서 벗어나려하지않았다. 처량한 목소리로, 금방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목소리로 날 붙잡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없는 죄책감만이 밀려오고 있었다.

"사랑해줘…날 사랑해줘 오빠…"

애정. 그것은 너무나도 아픈 감정이다. 인간의 마음중 가장 행복한 감정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 애정이란 감정은 가장 잔혹하고, 슬프기만 하였다.

그래..차라리 이런 '애정'이란 감정을, 나에게서 없애버렸으면 하였다. 아니, 모든 감정을 지워버리고 그냥 인형처럼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 자신을 괴롭히는 이 고통을 겪지않게 될 테니까. 외로움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을테니까.

나에게도 그랬듯이 민정이에게도 이 애정이란 감정이 아프게만 다가오는 것일까. 만약..만약에 내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였다면..그녀는 행복했을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한 그녀의 행복한 모습을, 난 줄곧 바라볼 수 있었을까.

모른다. 사람의 일이란 모른다. 친남매라는 관계. 우리들을 바라보는 세상사람들의 시선. 금지된 사랑이라는 이유로, 우리들은 이보다도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 분명하기에, 난 그녀의 이러한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다고했다. 친오빠따윈 상관없다. 그냥 나를 사랑한다고, 이 '박정우'라는 쓰레기같은 정신병자를 사랑하고있다고, 그녀는 말해주었다.

솔직히말해서, 난 그러한 그녀의 마음이 고마웠을 지도 모른다. 기뻤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랑을 받는 거, 나에겐 너무나 행복한 일이기에.

'아…나라는 인간도 사랑받고 있구나…'하고, 존재의 이유를 가지게 된 것 같아서..

평생 외로움에 찌들어 살다 아무도 모르게 죽을 것만 같은 나였는데, '빛'이라는 것을 준 그녀라서 난 이 마음을 어쩌면 흔쾌히 받아들여야 할 지도 모른다.

나는 극도의 애정결핍증 환자였던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너무나 고파서, 갈구하고 갈구했지만 현실이란 벽 앞에 좌절하다 드디어 나에게도 사랑이라는 것이 찾아왔구나..하고..

나에게 사랑은 필요없다. 나는 어차피 혼자다. 그러니 앞으로도 혼자일 것이다.라는 말을 해왔던 나였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나의 진심이 아니었다. 자존심따윈 모두 버려도 좋다. 그냥 날..바라봐주었으면 하였다.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나에겐 사랑이라는 거 꿈꿀 수 조차도 없는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며 '난 혼자야. 늘 외롭게 살아가는 놈이야. 그러니 날 사랑해주지마'라고..그렇게 방어막을 치며 내 자신을 달래고 달래왔던 나였는데..

아아..그런데 안된다. 내가 아무리 애정결핍이라도, 난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두려워서. 세상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것이.

두려워서. 민정이의 마음이 미래에 변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금지된 사랑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나를 옥죄는 것이.

'두려워서. 이 사랑이라는 게 언젠가 멈춰진다는 것이'

영원한 사랑이라는 그러한 로맨티스트적인 말따윈 믿지않는다. 어차피 사랑이라는 것이야 변하고, 또 변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난 두렵다. 내가 받고 있는 이 애정이 언젠가 멈춰지게 될 것이라는 것에..

그렇게된다면, 난 또 어둠 속에서 울 텐데...왜 날 떠나가냐며..

결국..난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자였던 거다. 내 마음이 아프지않으려고, 이렇게 구는 것이었다. 그녀가 친동생이건 뭐건 간에..내가 질려서 떠나갈까봐..순간의 감정에 휩쓸려서 이러한 나를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까봐..

미래에 대한 한 없는 불안감에..난 그녀의 마음을 받을 수가 없었던 거다.

부모도 없다. 이 금지된 사랑을 애초부터 막았어야 할 인물들이 없다. 비밀스럽게, 언제든지 사랑해도 되는 상황이다. 만약에 이들이 있었으면, 난 애초부터 집에서 쫓겨났겠지.

"오빠…"

새벽. 그녀가 내 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한다.

"말해"

"'사랑해'라고 말해줘…"

"…"

'사랑해'라는 말. 그녀는 아마도 이성적으로서 말하는 '사랑해'를 원하고 있겠지.

"…사랑해 민정아"

하지만 난 '가족으로서' 사랑의 감정을 말하였다.

"…다시"

"사랑해 민정아"

"다시 말해줘"

"사랑해 민정아"

"다시…"

"사랑해 민정아"

"다시"

"…"

"나…오빠를 붙잡고 싶어…오빠가 아무리 안된다고 말하여도…이렇게나 사랑하는데…"

"…"

"포기하려고 해도…안되는데…"

눈물을 또다시 흘리는 그녀. 나는 얼마나 더 그녀가 눈물을 흘리게끔 만들어야하는 것일까.

"두려운 거야?"

"…그래"

"뭐가 두려운 거야?"

"모든 게"

"틀려"

"뭐?"

"오빠는…'미래'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게 아니야.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는 거잖아…"

"…"

내 자신을..두려워하고 있다고..? 이렇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을...두려워해..?

"결국 자기자신을 안 믿으니까…그래서 불안감만 키우는 거 아니었어?"

"…"

"믿어. 자기자신을. 난 오빠. 믿고있으니까. 오빠를 사랑하니까. 오빠를 사랑하기에 믿을 수 있으니까. 만약에 두려워한다면, 내가 안아줄게. 얼마든지 보듬어줄게. 내 어깨에 기대어 오빠가 조금이라도 평안함을 얻을 수 있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니까"

"…민정아"

"그러니 오빠…나에게…'사랑해'라고 말해줘…그러면 나…오빠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테니까…"

"…"

나는...대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오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이 마음. 약하기 그지없는 이러한 나에 대해 비웃음만 나오게 된다. 하지만...하지만...나는...

"사랑해"

난...내 자신이 미쳐버린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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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mt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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