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81화 (281/318)

0281 / 0318 ----------------------------------------------

Make Stand

==================================================

사람이 눈을 뜨는 것은 대체 언제일까?

아무리 잠을 계속 자고 싶어도, 사람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확실히, 사람의 기본 '생쳬시계'라는 것은 낮에는 활동을 하고 밤에는 잠이나 자게끔 만들어진 것 같았다. 물론 나같은 올빼미들은 예외겠지만 말이다.

"우웅…"

잠에서 깨어난다. 왠일인지 악몽을 꾸지않았다. 이유는..단지 하나. 그녀가 옆에 있어주었기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말이지...

"민정아…?"

"우응~"

나는 몸을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움직이려 노력해보았으나, 민정양의 육중한(?!) 몸무게 덕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었다. 민정이는 내가 무슨 곰인형이라 되는 양 나를 껴안고서 도무지 놓아주질 않는다. 게다가..

"헤헷~♥"

귀여운 소리를 내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는 것이다.

"하아…"

그저 난 한숨밖에 안 나오지요..일어나려고하여도 도무지 일어날 수도 없고...나는 한숨을푹푹쉬며 이 잠꾸러기 여동생을 어떻게든 깨우려고 해본다.

"민정아. 일어나"

"우응…시러…5분만 더 잘…거야…"

그 5분이, 벌써 지난 지 한참인 것 같습니다만?

"박민정. 일어나"

"시러시러~"

뭐야..이 녀석..갑자기 왜 이래..? 왜 나한테 갑자기 애교를...

"나는요~민정이는요~더 자고 시퍼효~"

헐....

나는 말을 잃었다. 맨날 '오타쿠! 밥 안해!'라고 말하던 녀석이다. 몇 일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에게 오빠소리는 전혀 하지않던 녀석이었다. 귀염성 따윈 전혀.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없던 녀석이...왜...

"어이. 일어나라니까"

"히잉…시로시로~민정이는 더 자고 시퍼효~"

.............뭐야 너. 너는 여태까지 봐오던 그 박민정이 아니야! 아니라구!! 맨날 오타쿠라 말하며 나에게 스크류펀치를 날리던 민정이를 돌려줘!!

"오빠 품 너무나 따뜻하고…좋다…헤헷♡"

"…"

여전히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민정이. 그런데 이런 민정이..나...

나쁘지않을 지도....오히려 좋..좋은 것일지도...

"…나 지금 뭔 생각하는 거냐"

하여튼간..민정이나 지현누나나..오지게도 안 일어나요..나는 결국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민정이를 깨우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알아서 일어나겠지....그런데..나도 이렇게 계속 누워있으니까 졸리네...

민정이의 잠바이러스가 나한테도 옮긴 것일까. 나도 바로 잠에 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콕.

콕콕.

"…끄응…"

뭐냐 이거. 내 볼에 느껴지는 이 날카로운 감촉은. 게다가 눈부신 햇살 덕에 자연스레 내 눈은 찡그려지게 된다.

"오빠…"

뭐냐 이 달콤한 목소리는.

"…오빠…아직까지도 자는 거야…이 잠꾸러기…"

이 목소리는..민정이 같기도 하고..아니..민정이다. 확실히...

"…오빠가 안 일어나면…나 오빠에게 무슨 짓이든 해버릴 지도 몰라?"

졸려. 일어나기도 귀찮아. 달콤한 목소리에 정신도 몽롱해져 나는 잠을 자고 있는 건지 깨어나 있는 건지 분간이 가지않을 정도. 이것이 장자의 고사에서 나오는 호접지몽인가..아니..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잖아..

"오빠가 안 일어나면…나 ch…ch…chu~♡해 버릴거야?"

뭔가 민정이가 나에게 뭐라뭐라 말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잘 들리지도 않는다.

"이…이거 다 오빠가 자초해서 한 일이야…오빠가 하도 안 일어나니까…그러니까…"

워낙 눈부셔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던 내 눈이 급작스레 어두워졌다. 그리고..느껴지는 입술의 맞닿은 감촉.

"…!!!!!!!!!!!!!!!!!!!!!!!!!!!!!!!!!!!!!!!!!!"

그것에 난 정신이 화들짝 깨버려, 눈을 떠보니 눈 앞에 바로 민정이의 눈을 감은 얼굴이 있었다. 그것도, 나의 입술과 맞닿은 채로 말이다. 잠시동안의 키스...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길다. 정말 1분 넘게 한 것 같았다. 내가 일어나있는 지도 모른 채 민정이는 여전히 나에게서 입술을 떼어놓지않고 있었다.

민정이의 감은 눈이 뜨여지고, 나와 눈이 마주친다.

"…어…어어어어…"

급작스레 얼굴이 붉어지는 민정양. 이 때 난 뭐라 해줘야 되는 것일까.

"……좋은아침?"

"꺄아아아아악!!!!!!!"

그 뒤,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일어나있었으면 말을 해줬어야 될 거 아니야!"

나는 지금 지옥에 한 발짝 발을 들여놓고 돌아온 듯하였다. 꺄아악하고 비명소리를 지르며 인정사정없이 나의 전신을 두들겨패는 민정이. '그…그만해 민정아!'라고 말해도 '이 변태! 바보! 오타쿠! 죽어버려!!!!!!!!'라는 말만 반복하며, 나를 두들겨팬다.

그래..지금에와서야 말하는데..나는 그 때 쪽팔리게도 잠시 기절해버렸다. 아파도 워낙 아픈 게 민정양 펀치니까 말이지..

민정이는 씩씩..하고 분노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살기어린 눈빛으로 쳐다본다. 어이 이봐요 민정양...?

"무엇보다. 사과는 안하냐?"

"무무무무무슨 사과를 해야되는건데?!"

"나한테 키스한 거"

"…!!!!"

민정이의 얼굴은 나의 말에 급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를 인정사정없이 때린 거"

나는 아주아주 간단하고도 간결히 말하였다. 그렇다. 나는 아무 잘못도 안하였다. 민정이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친 거다. 그리고 나도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난데없이 키스를 하고서는...

"너,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있냐? 대체 왜 그래?"

요새 민정이가 나한테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 뜬금없이 친구들한테 나를 자신의 남자친구로 소개시키지않나..노래부르라고 하질않나..재워주겠다고 하질않나..게다가 키스까지 두 번이나 하였다. 신종 갈구기인가...대체 왜 그러는 건지..

"…오…오빠야말로!"

민정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있다가 잠시 후 고개를 들며 분노어린 목소리로 나에게 소리지른다.

"…엉?"

"오빠야말로!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건데!"

이건 뭔 소리다냐 시방? 네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아?

"…네 마음이고 자시고…요새 너 왜 이러는 건지 이유를 물어봐야겠다. 너, 여태까지 나한테 이렇게 살갑게 군 적 없었잖아. 물론…너 학부모 면담이후로는 '조금' 나아졌다고는하지만…"

"…"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너, 나를 여태까지 '오타쿠'라고 부르며 오빠취급해주지는 않았잖아"

"…그…그건…!!"

민정이는 '그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말이 나오지않는다.

"그럼 뭔데? 지금 나 화나서 그러는 게 아니야. 그냥 단지 이유를 묻고 싶어서 그런 거야"

민정이가 인정사정없이 때렸다고, 요새 조금 달라졌다고 그것에 화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아해야 할 입장이었다. 가족과 친해지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나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그 이유를 묻고자 하는 것일 뿐이었다.

"…말해줘 민정아.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바보…왜 아직까지도 모르는 거야…"

"어…?"

"…좋아한다고…"

"지금 뭐라고…"

"좋아한다고! 이 바보야!!!"

"…하아?"

나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이 바보야!!! 이렇게 대놓고 보여줘도 모르겠냐고!!"

"…??"

"나는 오빠를…오빠를…"

난,

그 뒤의 민정이의 이 말을 듣지 말았어야하였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니까. 하지만 나는 정말로 몰랐다. 그렇기에..들어버린 것이다.

민정이의..이 말을...

"오빠를 이성으로서 사랑하고 있단 말이야!!!"

====================================================

내가 봐도 참 오글오글한 이번화.

다시한번 말하건데, 'if~'스토리입니다. 고백시기가 조금 빨라졌을 뿐이예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