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79화 (27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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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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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

"내가 재…재워주면 오빠가 잘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혼자서 자면 안되니까! 그러니까 내가…"

"내가 무슨 한 두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니고…"

"싫은거야?"

"뭐…?"

"싫은…거냐고"

민정이의 표정이 돌변한다. 부끄러운 표정에서, 무표정으로.

"…그거야…"

'재워준다'라는 것은 무엇인가 부끄러운 행위였다. 내가 부모님없으면 잠도 못자는 어린아이도 아니었고..그리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면 그만이었다. 민정이가 그렇게 말해준 것은 무척이나 고마웠지만...

"그렇게 나를 신경써주지않아도…"

"…"

민정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있다가 일어서더니 고개를 돌려 내 방 밖을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바보"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이 그런 말을 하고 방문을 닫은 그녀.

"뭐야…?"

나는 왜 그녀가 그러한 행동을 하였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빈둥빈둥있는 일상. 여름방학은 항상 이러하였다. 항상 집에만 처박혀 저 눈부시게 내리쬐이는 햇살을 피해 어둑진 곳으로 숨어들어 햇빛을 피한다.

천성이 어두운 놈인지라, 나는 이렇게 그늘지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였다. 나는, '태양'을 싫어하였기에 말이다. 눈부셔서, 눈조차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빛은 너무나도뜨거웠고 밝았다.

그래서, 나는 태양을 싫어한다. 빛을 싫어한다. 나는 이런 '밝은 곳'에 있으면 안 될 놈이기에 말이다. 늘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어, 아무도 모르게. 혼자 있는다.

하지만, 어째서였을까. 난 '싫어한다, 싫어한다'라고 말하고 있어도 왜 '빛'을 갈망하고 있는 것일까. '싫어한다'라고 자기암시라도 걸어야지만 마음이 편해져서였을까. 오히려 갖을 수가 없는 것이 더 이끌리는 법이라고,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었기에...

나는, 도무지 '빛'을 얻을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니까 말이다.

"…"

나는 내 방 주변을 둘러보았다. 밖은 사방이 환하였는데도 이 곳은 아니다. 그저 조그만 창문이 밖과의 소통창구였고 어두컴컴한데다가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이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식으로 그냥 침대에 누워 천장을 쳐다본다.

잠이나 자자. 할 것도 없으니까 수면보충이라도 해줘야지.

나는 금방 잠에 빠져갔다.

"…변하지않아"

아무 것도 변하지않아. 나는 늘 혼자.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어.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이가 없어서, 외로워서. 사람은 변해가는데, 나 홀로 아무 것도변하지않고 줄곧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어서. 그것이, 분하고. 슬퍼, 낙담하고. 절망해 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회의와 증오심만을 가지게 되어버린 걸까.

그들이 나를 배척하는 만큼, 나 역시 그들을 증오하는 걸까. 그래서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것일까.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 다른 사람없인 절대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 숙명.

이 기나긴 외로움에, 지치고 찌들어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줄 여력조차 존재하지않는다. 이미, 늦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래, 난 어차피 이런 놈이야'라며.씁슬하게 웃으며 이 고독을 곱씹는 것이 나의 일상이고, 생활이다라고 자기합리화하고 있었기에.

사방이 어두웠다. 검정색의 벽. 웅크리고 앉아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검정색의 벽 너머에서는, 하하호호 웃음소리만이 들려오는데, 나는 이렇게 혼자 웅크리고 앉아서있다.

눈물마저 메말라버려 눈물조차 나오지않아.

"후후…"

그저 웃어. 씁쓸한 웃음만이 나와. 이 병신같고 또라이같은 생각만을 하는 내가 한심하고,한심해 비웃음을 흘리고 있는 것 뿐이야.

내 안의 내가 말한다. '넌 그저 노력도 하지않고 도망치고 있는 겁쟁이에 불과하다'라고.

맞다. 그 말이 너무나 옳다. 나는 노력조차도 하지않는다. 하기도 전에, 이미 안된다라고 정의내려버려 포기하고, 도망쳐버린다.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하여도 사람들이 날 다른 시선으로 봐줄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해서..

아무리 외롭지않다고, 외롭지않다고 자기세뇌를 걸어보아도 느껴지는 외로움. 누군가에게, 나는 대체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아무리 물어보아도 대답은 나오질 않는다.

이 사방이 검정색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웅크리고 앉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만 있는다.

"…꿈도 아니고 대체…"

눈을 뜨고보니 여전히 낮이다. 내가 자는 동안 보았던 것은 '꿈'이 아닌 '자기의 내면'이었다. 자기 자신이 자는 동안에도 생각하고 생각해서, 그것이 '내면화'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꿈처럼 잊혀지지가 않는다. 꿈이라면, 자기가 꾼 것이 무엇인지 금방 잊어먹어버릴 것이 분명한데.

"으응…"

"…!!!"

누군가가 신음을 흘리며, 뒤척거린다. 그리고 나의 몸을 자신의 팔로 감싸안고 엉겨붙는다.

"그렇다고…오빠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착각하지 마…"

"민정이냐…"

엉겨붙는 이는 다름아닌 민정이. 이 녀석은 언제부터 내 방에 기어들어온 것인지, 내 옆에서 자꾸만 뒤척거리며 나의 몸을 자꾸 끌어당긴다.

자기자신이 재워주겠다고 할 땐 언제고..

"…슬퍼"

"응…?"

"이 바보야…왜 그렇게 내 맘을 몰라주는 거야…대체 왜…이렇게나 좋아하고…이렇게나 미칠 듯이 사랑하고 있는데…왜 내 맘을 몰라주는 거냐구…"

민정이의 잠꼬대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그녀의 눈가에선 눈물이 그렁그렁맺혀있었다.

"이렇게 가슴앓이만 하는 거…너무나도…슬프고…싫단 말이야…그러니까…그러니까…ㅇ…빠……저…ㅇ…오……"

"…민정아"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고, 뚝뚝 눈물을 흘리다 그녀는 다시 잠이 들었다. 새근새근하는 그녀의 고른 숨소리만이 들려온다.

"휴우…"

요새 이도저도 아닌 일로 민정이가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짝사랑이라니...나는 민정이가 안쓰러워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며 그녀가 꿈 속에서라도 편히 잠들기를 기원할 뿐이다.

내가 계속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

그녀의 입가에선 조그만 미소가 내내 없어지지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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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은 짧게짧게..(사실 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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