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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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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걸음. 일정한 거리. 일정한 무표정. 일정한..침묵.
노래방이 끝나고나서, 친구들과 보기좋게 헤어진 나와 민정이는 둘이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은 이러하였다. '방해꾼들은 사라질게요~'라며 그녀의 친구들과 헤어졌지만..그들과 헤어진 후 찾아오는 걷잡을 수 없는 어색함이 우리 사이에 적막하게 있는다.
서로 침묵만을 유지한 채, 어떠한 대화를 꺼내려고하여도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말하려던 것을 멈춘다. 나나 그녀나 화제거리를 꺼내려고하여도..이 어색함은 도무지 사라지지않는다.
그러던 중, 우리는 도시의 화려한 번화가를 걷는다. 수 많은 자동차들이 도로를 느릿느릿주행한다. 노랑빛과 주황빛의 헤드라이트가, 우리를 눈부시게 만든다. 여기저기 반짝거리는 네온사인은, 어두운 밤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지금이 낮인양 화려하게 비춘다.
활기차고, 소외되고, 즐겁고, 우울하고, 밝고, 어둡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존재하는 두 개의 모습. 과연 어떠한 것이 진실된 도시의 모습인지는 몰랐어도 그 두개의 모습은 언제나 존재한다. 어떤 도시에서이든지 간에..
여름의 밤. 미온한 바람이 그녀를 감싸안는다. 바람에 찰랑거리는 갈색의 단발머리. 귀여운 외모였으나 어떻게 보면 날카롭고 이지적인 인상을 가진 그녀. 도시의 번화가를 묵묵히 걷다, 그녀가 급작스레 발걸음을 멈춘다.
"…오타쿠"
조금은 쌀쌀맞게 들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자그마한 온기. 그 온기를, 난 느낄 수 있었다. 내 착각이었을지는 몰랐어도 말이다.
"왜?"
"…고마워"
"…"
평소였으면 '왠일로 나에게 네가 고맙다고 말하냐?'라고 말했을 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목소리에서..나는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아까 전에 있었던 그녀의 진심어린 노래를 상기시키면, 더욱 더 그러하였다.
"요새 난 오타쿠에게 고마운 것이 많아…나를 위해서 면담도 해주고…내가 해달라는 것도 해주고…사실 여태까지 돌아보면 난 오타쿠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받은 것 같아…"
그녀의 조그만 미소가 유유히 흐른다.
"…그러니까 나…가…가능하다면 오…오빠라…"
이미 넌 '오빠'라고 말한 적이 있어. 비록 잠결에 그런 말을 했지만..그래도 나의 마음은 굉장히 뿌듯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 아아..나는 민정이와도 화해를 했구나..하고..
그리고..'좋아해'라고 말해주었다. 그녀가 겉으로는 날 미운 척 무심한 척하여도 그녀의 진정한 마음이 아님을...
"그…그렇다고 착각하지마! 오타쿠라고 부른 것이 너무한 것 같기도 해서…그러니까…"
"알았어 알았어"
나는 피식 웃은 후, 이 일정한 거리를 단숨에 좁혀들어왔다. 뚜벅뚜벅,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머리에 툭하고 왼손을 얹었다.
"…!!"
그리고 그녀를 보며 웃었다. 제대로 된 웃음을 보여준 것일까. 오히려 웃어준 것이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했다. 회색빛 눈과 다크서클을 지닌 폐인이 웃는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끔찍한 광경이겠는가.
그런데 그저,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였다. 왠지 그녀 앞에서 웃고 싶었다. 그래서 이러한 고민도 한순간이었고, 난 그녀를 보며 웃었다. 예상대로, 나의 웃음에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녔으나 머지않아..
나의 예상을 깨고 그녀 역시 스스럼없는 미소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미인 세 자매의 공통된 점이라고 하면 한 없이 아름답고, 자애로운 미소였다. 나는 그 미소를, 지현누나와 서현누나에게서만 보던 그 미소를 민정이를 통해서 보게 된 것이다.
"…오…오빠"
제대로 듣게 된 오빠소리.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녀가 이렇게 맨 정신으로 나에게 오빠라고 불러준 것은 정말로 까마득하였는데..어느 새 잊혀져가는 단어였는데..바로 오늘 불러주는 것이었다.
"이…이건 보답의 선물이야"
쭈뼛쭈뼛하면서, 무엇인가 안절부절해하는 그녀. 뭔가 갈등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응?"
나의 응답과 함께 나의 입술이 막혀짐을 느꼈다. 바로 눈 앞에서, 민정이의 눈을 감은 얼굴이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발을 들어올려서 나의 입술에 입술을 맞춘 것이었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 나는 정신이 새하얘짐을 느낀다. 천천히 그녀가 나의 입술에게서 떨어져나간다. 얼떨떨해하는 나와, 얼굴이 발그레되어 붉게 상기되어있는 그녀.
"그저 보…보답의 선물이니까 멋대로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흥!"
그러고서 후다닥 집으로 도망쳐버리는 그녀였다.
그런데 어째서였을까.
도망치는 그녀가..너무나도 밝은 웃음을 지으며 가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오…오빠…"
흔들...흔들..
시야가 새하얗다. 이것은..'빛'인가? 그러면서 흔들리는 나의 세계. 흔들흔들.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해 어지러움을 느낀다.
"으…으…그만…"
나는 손을 휘저으며, 눈을 뜬다. 손을 계속 허공에 휘저으면서, 그만하라고하다가, 옆에 인기척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았다.
옆에는, 평상시라면 절대 일어나지않아있을 민정이가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미…민정아…?"
"따…딱히 깨우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따라 내가 일찍일어나서 무엇인가 내가 먼저 누군가를 깨워야된다고 생각해서! 그러니까…"
"그럴 거면 지현누나를 깨울 것이지 왜 나를…"
지현누나와 민정이는 한 방을 같이 쓴다. 서현누나가 유학을 간 이후로 남겨진 세 식구는 이 크나큰 집을 아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는 방이야 많이 있었고 먼지는 쌓여가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내가 자주 청소를 해줘야헀다)
민정이와 지현누나는 정말 안 일어난다. 보통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는데, 미인은 잠꾸러기다라는 소리가 맞는지 진짜 둘 다 아침이 약한 면이 있었다. 특히나 지현누나. 이 미인 세 자매중에서는 가장 잠꾸러기다.
"…내가 깨우러 온 것이 싫은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뭔가 의외다 싶어서"
"…그러면 내가 매일 깨우러와주면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는거지?"
"그거야 그렇겠지만…"
"그럼 알았어! 내가 매일 오빠를 위해서 깨…깨우러 올게! 그렇다고 내가 오빠를 좋…좋아해서 그런 거는 아니니까! 그냥 깨우러 오는 것일 뿐! 그…그런 거일뿐이니까 명심해!"
"…아니 무엇보다…나…불면증이라서 네가 깨우러 올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 나는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 밤에 잠을 자면 늘 찾아오는 악몽에 대한 두려움에, 나는 억지로라도 잠을 자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잠깐 눈을 붙였는데 이렇게 된모양이었다.
여동생이 '오빠~'하면서 매일 깨우러와주는 거라…뭐랄까 남자들의 로망이라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였다. 특히나 미연시에서 존재하는 법칙 중 하나인 '여동생모에!'는 이런 거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그러면 억지로라도 잠을 자면 되잖아"
"미안. 잠을 잘 때마다 악몽을 꿔서. 그래서 억지로라도 잠을 안 자려그러는 거야"
"…"
민정이는 무엇인가 고민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서서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나에게 말한다.
"그럼…"
"엉?"
"내가 곁에서 오빠를 재…재워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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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본편'이 아닌 'if~'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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