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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Stand
아웅..텍본이 도저히 써지지않아 절망에 빠져있는 허접작가 Scribbler입니다.
텍본이 너무 늦게 나와 서운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외전으로라도 위로드리고 싶어서요..요새 연재도 모두 접어버리고 텍본작업에 힘을 쓰고 있긴 하지만..
현재 작업은 part 7 진행 중입니다..아오..왜 이렇게 안 써지는지 제 자신으로도 화가 날 지경..
아직까지도 기다려주시는 독자분들께, 너무나도 감사드리구요. 무척이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외전, make a stand.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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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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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맴..맴맴..
찌르르...
"흠…"
미연시를 하다보면 항상 선택지가 존재한다. 이 선택지에 따라서 히로인 공략이 틀려지고특정 미연시는 배드엔딩으로 가는 것이 있기때문에 공략집을 보지않는 나에겐 늘 난관이고 고뇌의 시간이다.
무더운 여름날, 나는 이 즐겁디 즐거운 여름방학을 이렇게 보내고 있다. 고2 여름방학. 공부를 열심히하기에는 좀 이른 것 같기도하고 그렇다고 놀기만 해서는 절대 안되는 그러한 애매한 시간들. 그 시간을 난 이렇게 미연시공략에 허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통 학교에 가 있을 지금, 나는 학교에 가 있는 동안에는 매일 잠만 퍼잤었는데 미연시를 하는 여름방학에는 잠도 자지않고 바로 집중모드이다. 나에게 오락거리는 미연시 뿐이었으니까. 미소녀들 보는 재미와 연애를 하는 재미. 또 공략하는 재미가 있고 가끔가다가 좋은 BGM도 들을 수 있기에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찜통같은 방에서도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재미때문이었다. 곰팡이가 낀 벽. 퀴퀴한 냄새와 많은 먼지가 흩날리는 원래 창고로 쓰이던 방이었어도 말이다.
게다가, 나는 무척이나 더위를 잘 타는 편이었다. 그래서 땀도 지금 줄줄 흘리고 있고, 오래된 선풍기로 식히고 있기는 합니다만 땀은 계속 흘러나온다. 이렇게보면, 나도 참 불굴의 정신이다. 미연시를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고 더운 가운데서도 하고 있는 나를 보면내 스스로가 별종인 것만 같았다.
확실히, 나는 미연시오타쿠이다. 2d의 미소녀를 볼 때마다 황홀해하고, 그들과의 연애에 힘을 기울인다. 그것이 비록 게임에 불과한데다가 허황된 것이라고 할 지라도 나는 빠져서 살고 있다.
3d.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디지털이니 뭐니 바쁘게 돌아가는 세계지만 나에겐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내 나이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이라는 것도 나에겐 없다. 그렇다고 집전화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나는 주위사람들과의 연락을 전혀 안하는 것이었다.
mp3? 전자사전? pmp?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현대사회에서 도태, 괴리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나라는 인간이다. 사람들은 대중문화, 매체에 열광하고 멋진 옷. 멋진 신발. 이쁘고 멋있는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살고 있는 나였다.
후줄근한 옷에, 얼굴을 가릴 정도의 기나긴 머리. 심지어는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생긴 다크서클이 아주 짙게 나타나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자신을 꾸미려고 노력도 하지않고 어차피 집에 틀어박혀서 있는 삶. 무엇하러 번거롭게 그러한 짓을 하겠는가.
학교에 있는 놈들 얘기를 들어보니 뭐 산으로 간다니 여자들보러 바다에 간다니 주절주절여행얘기라던가, 학원가느라 여행 못 가서 짜증난다고 그러한 소리를 지껄여도, 나에겐 아주 머나먼 이상향과 같은 얘기다.
왕따이기에, 늘 혼자이기에 외로이. 외로이.
미연시나하며, 혼자서 살아간다. 다른 어떠한 누구와도 교류하지않고, 혼자서. 어차피 나란 놈은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한다. 오히려 욕을 안 듣는 것이 감지덕지다. 사람들에게 배타받고, 현실에서 도망치는 인생.
도망치고, 도망친다. 솔직히 미연시를 하는 이유도, 그저 대리만족에 불과하다. 남자라면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이렇게 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초등학교때엔 몰랐는데, 중학교에 들어서고 나니까 모든 여자애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어떠한 이유로 말을 걸었다하면 회피하려고 하거나, 바로 성질을 내거나. 건성건성 대답하는 것이 다 눈에 띄인다. 아주 대놓고 날 싫어하는 티였다. 그래서 어차피 현실에서하지 못할 연애를 난, 게임 속에서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 이제!!!"
유난히 매미가 운다. 아주 시끄럽게 울고있어서 도무지 미연시를 하는 데 집중이 안된다. 급작스레 짜증감이 쉽게 밀려오고 있는 것을 보면 오늘따라 불쾌지수가 높은 모양이다.
"포기하자"
나는 세이브를 하고 난 뒤에 게임을 종료시켰다. 스토리가 좋아서 꽤나 집중력있게 하고 있었는데 매미 덕에 흥이 깨졌다. 게임을 종료시킨 이상 이 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 나는 바로 거실 밖으로 나온다.
"와하하하…"
거실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방청객의 웃음소리. 누군가가 tv를 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분명히 민정이겠지. 지현누나는 수능이 코 앞이라서 독서실에 갔을 테니까.
아니나다를까. 소파에서 민정이가 아이스크림을 할짝 거리며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서 말이다.
"오타쿠?"
인기척을 느꼈는지 민정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이 녀석은 나를 '오빠'가 아닌 '오타쿠'라 부른다. 오빠라고 부르기에는 내가 너무 한심한 탓이었을까. 민정이는 절대날 오빠라 부르지않는다. 오빠라 부를 가치조차도 없다는 듯.
늘 혼자인 나와는 다르게,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자매들은 모두 하나같이 인기인이다. 유학생활 중인 서현누나에, 여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지현누나에, 민정이 역시 남학생들의이상형 중의 이상형이다. 물론 그 근본은 엄청난 외모. 이 자매들은 축복이란 축복을 모두 받았으니까.
나를 오타쿠라고 부르며 유일하게 우리 가족 중에서 갈색머리를 지닌 소녀. 이 녀석이 바로 나의 하나뿐인 여동생 박민정양 되시겠다.
이 녀석 역시 여름방학인지라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뒹굴한다. 물론 친구들과의 약속이 자주있어서 집 밖을 나돌아다니고는 하지만 약속이 없는 지금과 같은 시간에는 늘 집에서 tv나 방에서 컴퓨터를 한다.
"…뭐야. 미연시 새벽까지 계속하는 거 아니었어?"
그럴 려고 했는데 망할 매미덕에 흥이 깨져버렸걸랑.
"별로. 집중이 안되서"
"오타쿠 뭐 혹시 잘못 먹었어?"
그런 소리 나올 것 같았다. 미연시를 줄창하고 있는 내가 갑자기 안하겠다고 하니까 나의 얼굴을 요리조리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민정이였다. 나는 그냥 그것을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라고 생각하고 바로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에서 물꺼내 마실까해서 부엌으로 가는 도중에, 민정이가 나를 불렀다.
"헤에…오타쿠"
"…엉?"
왠지 민정이의 눈빛이 이상하다. 뭔가 목적을 숨긴 듯한 눈빛. 나에게 무엇인가 바랄 것만같은 눈빛. 그러한 눈빛에 난 살짝 당황하였다.
"뭐…뭐야?"
"오타쿠. 우리 어디 안 나갈래?"
"…하아?"
"이게 뭔 꼴이다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민정이의 급작스러운 제안으로 인해 난 졸지에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가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런 꼴로 밖에 나가면 내가 더 창피하니까 다른 것으로 갈아입고 와"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나마 바깥에서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옷을 입었다. 뭐, 해봤자 추리닝이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머…머리…"
"…응?"
"머리 좀 걷어올려! 어…얼굴 다 보이게!"
"뭐?"
민정이의 요구조건은 하나가 아니었다. 또 하나가 바로 머리를 걷어올리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싫어서 가렸던 얼굴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나는 단칼에 '거절한다'라고 말하였지만..
"어…얼굴 다시한번 보고 싶으니까…그…그러니까 머리 좀 걷어올리라구!"
그 말에 못이겨 하고 있는 것이었다. 회색빛의 눈동자와 짙은 다크서클을 바깥에 보이고다니면, 분명히 사람들이 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겠지. 한국사람밖에 없는 이 서울 한복판에서 한국사람으로 보이는데 눈동자가 이상한, 그것도 눈동자색이 선명한 것이 아니라 탁한 회색이라서 사람들이 보기 싫어할 것이 분명한데, 왜 이 녀석은 보여주라고 하는 것인지..
"하아…"
화장실 거울 앞에서,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오타쿠, 아직 멀었어?"
"잠시만"
"빨리 나와!"
"…후유…"
나는 천천히 머리를 걷어올렸다. 그리고 그 머리를 옆으로 쓸어넘긴 뒤 거울 속에 있는 또 하나의 내 자신과 조우한다.
"참 못났다…"
내가 봐도 못난 얼굴. 아무리봐도 폐인과도 같은 얼굴. 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화장실 방문을 나왔다.
"오타쿠 왜 이제서야…"
"…왜 그래?"
화장실 방문을 나오자 거실에 있던 민정이가 나에게 뭐라 따지려는 찰나에 갑자기 말을 멈춰서 의아했다. 나의 얼굴을 계속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그녀.
"아…아무 것도 아니야!"
그녀는 한창 멍 때리고 있다가 급작스레 손을 내저으며 나와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처음보는 것도 아닌데 무슨…"
나는 그녀에게 얼굴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것은 민정이의 학부모 면담날. 민정이의 부모이자 나의 부모를 대신해서 내가 그녀의 보호자 역할을 자청했었던 날. 그 날 난 그녀에게 얼굴을 보여주었었다. 그러고서 몇 주 뒤인 바로 오늘. 나는 또 그녀에게 얼굴을 공개하였다.
"그래서, 어디갈 건데?"
"…"
민정이는 어디갈거냐고 묻는 나의 말을 무시하고는 나의 얼굴을 흘깃흘깃 쳐다본다. 뭐 내 얼굴에 이상한 것이라도 묻었는지..아니면 다시 보아도 내 얼굴이 아주 처참해서 괜히 머리 걷어올리라고 말했다며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와 그녀는 옆으로 나란히 서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민정이는 나에게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않고 무작정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고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안 쳐다보았다하고손을 꼼지락꼼지락하고 게다가 묘하게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너 왜 그러냐?"
"뭐…뭐가?"
"아니, 오늘따라 이상해보여서"
"무무무무무…무슨소리하느 거야? 오타쿠야말로, 오늘따라 이상한 거 아냐?"
말도 더듬거리고, 심지어는 말을 틀리게 말하는 민정이. 대체 저 녀석 왜 저래?
"내가? 왜?"
"그거야…오타쿠가 미연시를 안한다는…"
"매미때문에, 시끄러워서 도무지 할 수가 없었거든"
"그것은 상관없어. 그냥 오타쿠가…오타쿠가…"
"…??"
"…"
묘하게 달아올라있던 그녀의 붉은 얼굴에 더 홍조가 띈다. 화난건지 부끄러운건지 분간이가지않을 정도로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붉었다.
"그…그렇다고 착각하지마! 이…이건 데이트가 아니니까!"
내가 뭐랬냐?
"데…데이트가 아니니까…"
민정이의 말소리가 희미해졌다. 무엇인가 슬프고 아쉬운 감정이 녹아있는 어조. 아니, 내가 이 민정이와 함께 걷고 있는 것을 '우리 데이트하는 건가?'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자기가 먼저 함께 어디나가자고 말해놓고서는 뭐 데이트가 아니라는 둥 뭐라는 둥...민정이 혹시 더위먹은 건가?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민정이는 계속 얼굴이 붉어진 채로 나의 얼굴을 또 보았다가 말았다가 하는 행동만 반복하고 있었다.
"…민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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