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74화 (27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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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Part. 꿈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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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비비빅..삐비비빅..삐비비빅..

"우으…"

유난히도 시끄럽게 울리는 자명종소리가 내 귓가를 때렸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햇살은 내 눈을 따갑게만들어 뒤척뒤척 햇살을 피하려다 결국에는 포기하고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지현아 일어났어?"

오늘은 왠일인지 서현언니가 일찍 일어나 나를 맞이한다. 우리 자매들은 보통 한없이 늦게 일어난다. 그래서 지각도 부지기수였고 특히나 서현언니가 가장 늦게 일어났다. 언니야 23살. 아니 이제 24살이라 해야될까 아무튼 어른이었으니까.

아직 학교를 가야되는 나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오늘로 이렇게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야되는 것은 끝나기에.

"잘 잤어 언니?"

"응! 오늘은 왠지 일찍 일어날 수 있었어! 민정이는?"

"우우…"

"아직 비몽사몽인가보네"

"나는 또 왜 가야하는 거야…"

"당연히 가야되지 않겠어? 지현이의 졸업식이니까"

오늘은 나의 졸업식날이었다. 2월 15일. 새로운 해가 오고 어느 덧 2개월하고 반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민정이는 어제 졸업식을 했고 또 내가 졸업함과 동시에 같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3월 2일까지 민정이는 아마 계속 집 안에서 빈둥빈둥거릴 것이다. 날씨가 아직 풀리지않아 밖으로 나가기엔 조금 그랬다.

유난히도 작년이고 올해고 춥다. 지구온난화니 뭐니 겨울이 짧아진다니 뭐니 그런 목소리가 무색할 정도로 올해도 겨울이 왠지 오래갈 것만 같았다.

"아침차려놨으니까 어서 와서 먹어"

앞치마를 두른 모습의 언니. 우리는 아직도 요리를 못하였다. 요새 민정이의 실력이 발전한 것 같지만은 아직은 무리였고, 나는....거의 반포기상태였다.

그나마 서현언니가 있어주었으니 다행이었다.

"…"

"지현아?"

"으…응?"

"표정이 왜 그래?"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으으…"

"민정이는 어서 정신차리고. 밥 먹자"

오늘도 단란하게 셋이서 아침을 먹었다. 서현언니가 가장 늦게 일어나지만은 항상 아침만큼은 언니가 챙겨주니까. 점심이나 저녁은 우리가 알아서 먹어야했지만은.

서현언니는 지금 일자리를 계속 알아보고 있다. 외국대학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언니였건만 아직 취직자리가 마땅치가 않은 모양이다. 언니가 딱히 대기업쪽을 선호하는것도 아니었고, 적은 돈이라도 괜찮다는 태도였는데도 번번히 면접에서나 여러 이유때문에 고배를 마시고 있다.

"…오늘도 어디 면접보러가?"

"아니. 오늘은 지현이 졸업식이니까. 놀아야지"

"어제도 놀았잖아"

"그건 민정이졸업식이었고"

"…취직하기 힘들어?"

"응. 힘들지. 정말 하늘의 별 따기다. 지현이가 대학생활하면서 계속 느낄 거야"

"그래…"

"그건 나중 일이고! 잘 되겠지 뭐! 지금부터 미리 낙담할 필요는 없잖아!"

"…언니"

우리에게 남겨진 유산은 많았지만, 언제까지고 그 유산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각자의 가정을 꾸려가면서 생활을 해야했고, 또 돈을 벌어야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놓여진 처지. 당장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와 결혼을 해야될 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은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지만)

"잘 될 거야!"

서현언니의 그런 희망적인 말들이 왠지 처연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식사를 하기전에 먼저 내가 씻었다. 졸업식이 아침에 진행이 되긴하는데 서현언니나 민정이는 조금 늦어도 상관없었다. 그래서 씻고나서 밥을 먹고, 방에 들어가 파자마차림에서 교복으로 갈아입는다.

거울 앞에서, 난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는다.

"후우…"

이제 나는 19살이 아니다. 20살이다. 나이를 먹는 것과 함께, 책임은 늘어간다. 나 자신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해결해야했다. 이제 어리광은 그만 부릴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시간이 원망스러웠다.

난 아직 어리광을 부리고 싶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어…?"

거울 앞에 서서, 거울을 바라보니 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이것이 믿겨지지 않아 손으로 더듬거려보았는데, 손에는 확실히 물기가 있었다.

"흐흑…흑…흑…"

흐느끼고 있다. 난 지금 울고 있다.

2개월. 자그마치 2개월이나 흘렀다.

"난…"

'그'를. '그 아이'를 잊지 않았다. 눈물로 지새우며 이 2개월을 보냈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 '박정우'라는 존재를 난 잊지않고 있었다. 아니 잊으려고하여도 잊을 수 없었다.

이 시간이 날 2개월동안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무심히. 아주 무심히. 그리고 오랜 세월이지나면, 난 그에 대한 것들을 잊게 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추억을 더듬거릴 시간따이는 전혀 없을 것 같기에.

난 정말로 '시간'이 원망스러웠다.

"정우야…정우야…"

이제는 없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아도 소용이 없는데..왜 나는 자꾸만 그의 이름을 불렀던 것일까.

12월 25일. 그가 사라진 날.

난 '그가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으니까'.

그러기에...더더욱이...

그 때, 그가 우리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줬을 때, 난 그것에 기쁨과 한편으로는 알지못할 불안감을 느꼈다.

'다들 날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마치..우리의 곁을 떠나는 사람과도 같이..왠지 마지막으로 이별을 고하는 그런 메시지와같아 불안했다.

'그리고 나 역시 정말로 사랑하고 있어'

그것에 난 기쁨을 느꼈지만...나도 역시..사랑하고 있다는 말에..

그의 아름다웠던 노래.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떼를 쓰던 나에게 불러주었던 그 목소리. 다정하고. 상냥하고. 포근했던 목소리.

하지만..난 어째서였을까. 그 목소리에 그의 슬픔을 느꼈다.

그의 공연이 끝나고나서, 나와 민정이 그리고 서현언니는 그와 만나려고 바로 무대 뒤쪽으로 향하였다.

"정우야!"

"오빠!"

하지만 찾아보아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았는데 그 때 들었던 대답.

"박정우라면…밖으로 나간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갔다니..? 설마...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노래하기 전에 말하였던 그 말. '고마웠어'. 그것이 진정으로 이별의 말인것 같아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

민정이도. 서현언니도 나와 같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 학교 안에서 치러지는 행사가 엄청많아 사람들도 떠나가지않고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모두 어쩔 수 없이 뿔뿔이 흩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를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찾고 또 찾았지만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자, 정말 불안해서,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당장에라도 울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문화제의 연극공연이었을 때, 그는 아무도 모르게 학교 뒷문을 통해 나갔고, 나는 그곳에서 기다렸던 기억.

"…!!"

그는 항상 그랬다. 그는 항상 뒤로, 어둠 속으로 간다. 모든 사람들이 축제에 들떠있는 동안 그는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간 것이다. '자신은 없다는 듯이'.

내가 왜 그걸 기억하지 못한 것이었을까. 그는 항상 이랬다는 사실을.

나는 바로 학교 뒷문으로 향했다. '정우야…정우야…!!'라고 끝임없이 외치면서. 혹시나 나의 목소리를 들어줄까하고서. 그렇지만 난 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정우야…!!!"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이 도시를 떠돌아다녔다. 오직 그를 찾으려고.

그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 돌아다녔던 것처럼, 나 역시 그를 찾으려 떠돌아다녔다.

추웠다. 수진이가 빌려주었던 코트는 강당에서 크리스마스파티 행사요원한테 맡겨놔서 이런 얇은 드레스 하나만을 입고서 찾아다녔다.

그렇지만 이 추위는...그도 날 찾으려고 했을 때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난 더 필사적이게되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미친듯이 그를 찾아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들어선 어느 골목길.

"헉…헉…"

가뿐 숨을 내쉬며 그 골목길을 두리번거렸다.

"정우야…!!!"

그리고 저 멀리서, 하얀 빛무리가 보였다.

"…!!!!"

나는 그 빛무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이...

차차...사라져가고 있었다..

"정우야…!!!"

그는 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 하였다. 그저..가만히 멈춰서서..

"안 돼!!!!!!!!!!!!!!!!!!!!"

나는 그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하얀 빛무리가 되어 사라져가는 것. 하지만 나는 멈추라고. 그만두라고 외쳤다.

그만. 그만. 제발 그만.

그렇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내가 뛰어가보았지만 그는..사라졌다.

"왜…어째서…"

'그가 사라진 것일까'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의문조차도 가지지 않고서, 그가 사라진 것에 난 땅바닥에 주저앉아 눈물만을 흘려야했다.

"어째서…어째서…"

사과조차도 하지 못했어.

고백조차도 하지 못했어.

'정우야'라고 다정하게 불러보지도 못했어.

그저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야만했어.

말조차 나오지도 않았고, 그가 사라진 자리만을 공허히 쳐다보아야만 했던...

왜. 어째서 그가 이렇게 사라져버린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난..이 감당할 수 없던 이별을 맞이했었다...

그를...너무나도 사랑했던 그를...보내야만했다...

"이제…지나간 일이야…"

왜 그가 사라졌는지 난 아직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확실히 사라져버렸음은 인정해야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라는 자책감. 사랑한다는 고백도. 내 멋대로 집을 나가버려 미안했다라는 사과도. 나는 결국 하지 못했다.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 이 18년이란 시간동안 내가 그에게 잘해주었던 일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을 것이다. 난 그에게 상처만 주었으니까.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를 때늦게 해보았자 뭘 하겠어..?

눈물만 흘리며, 그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앞으로의 시간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전부일테니까.

똑똑.

"언니. 뭐해?"

"민정이?"

느닷없이 들어오는 민정이때문에 난 재빨리 얼굴을 쓱쓱 닦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였다.

"언니…눈 부었어"

"아…아침이어서 그래"

"거짓말. 또 오빠때문에 눈물흘린 거잖아"

"…!!!"

"이제는…돌아오지 않을 사람이잖아…"

나는 그가 '사라졌다'라는 말을 민정이나 서현언니에게 얘기하지 않았다.(믿지 않을 것이틀림없었으니까. 그저 찾지 못했다고, 그는 떠나가버렸다고만 얘기하였다) 그들은 그저 그가 '가출'해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민정이에게는 특히나..

"오빠는…자신이 떠나야된다고만 생각했어. 자신은 이 곳에 있을 가치가 없다면서. 늘 자기 자신을 싫어했어. 더 이상 자기비하를 하지 않겠다는 말도…떠나지 않겠다는 말도…나와의 약속도 전부…깨버렸어…"

"…민정아…"

"언니는 왜 아직도 그런 사람을 기억하는 거야? 이제 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우리 곁으로 영원히. 그러니까…"

"…"

"난 잊을거야. 오빠에 대한 존재를"

"너야말로…거짓말하고 있잖아"

"…뭐?"

"그런 말을 하면서, 너는 왜 지금…울고 있어?"

"아…"

나나 민정이나 서현언니나 모두 그를 사랑하고 있다. 고백을 했다가 차인 민정이. 고백을 해서 연인이 된 언니. 그리고 고백조차 하지 못한 나. 이미 떠나갔음에도 우리들은 아직도과거에 대한 것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었다.

정우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까지도 지우려고, 묻으려고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울고 있어…?"

정우가 사라진 이후로, 민정이의 마음은 굳게 닫혀져버렸다. 서현언니나 나 역시 밝게 살아가려 노력함에도 역시나 한편으로 그에 대한 것을 잊지 못하고 슬퍼하고 있었다. 특히나 민정이는 그 이후로 우리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일체 대화를 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우리가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는 내 스스로도 짐작하고 있다.

그가 사라진 이후 2개월. 앞으로 몇 년. 몇 십년을 살아가야 할 우리였다. 이 고통이. 이 슬픔이 평생토록 갈 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차차 잊어버리겠지..

어쩌면..'그'라는 존재마저도 잊어버릴 지도 몰라...

"잊지마. 우리에게는 '박정우'라는 사람이 곁에 있었고, 함께 살았다라는 것을"

지우지 말아야한다. 우리는 그를 정말로 사랑했으니까. 사회의 시선따위에는 아랑곳하지않고 그를 사랑하였으니까.

그를 기억하는 한, 그 사랑하는 마음은 계속 될 테니까...

"…언니…언니…"

결국 슬픔을 참지 못한 이 여린 소녀는 내 품에 안겨 울고 말았다.

"싫어…모든 것이 싫어…"

"…"

"나…정말 지워버릴 거야. 그런 바보 같은 오빠…정말 잊으려고 노력할 거야…"

그래야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거니까. 그녀에 대한 마음은 난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하지만…잊으려고 해도…지워버리려고해도…나는…"

그렇게 민정이는 한참동안 내 품에 안겨서 울어야만했다.

이런 모습. 이 2개월동안 반복의 연속이었다.

서현언니는 이 2개월동안 우리들 모르게 몰래 구석에서 펑펑 울었었고.

민정이 역시 이 2개월동안 침대에서 새벽마다 울었다.

그리고 나도..이 2개월 동안 매일을 그에 대한 생각에 계속 울었다.

"지금부터…한국고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학교로 가는 내내, 진눈깨비가 정말로 많이 흩날렸다. 민정이를 어찌어찌 추스리고나서, 언니에게 민정이를 부탁하고는 학교로 향했다.

회색빛의 흐린 하늘에서. 금방 녹아 사라지는 진눈깨비가...하늘에서 내리는 어느 오전.

강당에서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서 졸업식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았고 머지않아 학부모를 비롯한 친인척들이 강당으로 몰려들었다.

시상식. 교장의 훈화. 후배의 졸업축하메시지. 그리고 3학년 대표의 졸업에 대한 말들.

나는 묵묵히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이 시간을 흘려보내고만 있었다.

더 이상 그가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 그를 사라져버리게 만든 하늘이 원망스러웠었다.

그것도 내 눈 앞에서. 하얀 빛이 되어 사라지는 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저 멀리서 사라져가는..그의 모습...

'그만하자. 지금은 졸업식이잖아'

더 기억하려고 했다가는..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서..

"이상으로 졸업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와아!!!"

크나큰 함성소리와 박수소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혼자 외딴 섬에 있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 그도..이 곳에 와서 함께해주었으면 좋았었는데..

'졸업 축하해 지현누나!'라고 당장에라도 말해줄 것만 같았는데...

"지현아?"

"어…어?"

"왜 그래?"

"…"

"졸업식 끝났어. 나가야지"

"…으응. 알아"

수진이와 함께 강당을 나서려다 뒤쪽에서 구경하고 있던 언니와 민정이를 만났다. 그리고나를 맞이하려는 듯한 남자학생들도 민정이와 언니 옆에 있었다.

"졸업 축하해 언니"

"지현아 졸업 축하해"

"여신님!! 졸업 축하드립니다!!"

"으어어어!!!"

"아하하…"

사실 1, 2학년은 회장과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오지 않아도 되었는데..(그래서 1,2학년 학생들은 졸업축하하려고 하는 학생들만 빼고서 대부분 집에서 쉬었다) 내 졸업을 축하해주고자 남자학생들이 꽃다발을 들고 나에게 수두룩하게 안겨주었던 것이다.

"…고마워"

"이제 여신님 없는 이 1년을 버티란 말인가!"

"나는 2년이야!"

"으어어어어!!!"

"언니"

"응?"

"저 사람들. 바보네"

"그러게. 바보야"

민정이나 서현언니는 이 남자들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뒷담을 하고 있었지만.

"자 이제 사진 찍겠습니다~"

졸업식 뒷풀이. 부모님을 비롯한 이 곳에 축하하러 와준 사람들이 졸업생과 함께 여러군데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모여모여~"

서현언니는 디카를 들고 나와 민정이. 수진이를 비롯한 내 친구들을 찍으려하였다.

"자~찍는다"

찍는다는 소리에 옹기종기 간격을 붙이는 우리들.

"하나 둘~자 찍었어"

그러고서 나와 민정이 둘이서 찍는다거나. 나와 서현언니를 찍는다거나. 나와 수진이와 여러 친구들을 찍는다거나. 나 혼자 찍는 등 여러 개의 사진을 찍었지만..

나는 그 사진을 찍으며, 내내 미소를 짓지 않았다.

"에에~? 지현이 표정 왜 이리 굳어있어?"

"그러니까"

꽃다발 여러개를 들고 한껏 밝게 미소를 지으며 찍었어야했는데도..나는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

서현언니나 민정이는 내 마음을 아는 듯 나와 같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결코 즐거울 수 없었던, 이 졸업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헤어지고나서 세 자매끼리 학교교문을 나선다. (그런데 우리들에게 사람들이 같이 찍자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은 피하려고 도망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아…드디어 끝났네"

"그렇지?"

"그건 그렇고. 점심 뭐 먹을래?"

"…오늘도 언니가 쏘는 거?"

"그럼! 동생들이 졸업하는데 이정도 쯤이야!"

세 자매 나름대로. 즐거운 분위기의 대화를 하고자 하였으나, 결국엔 오래 지나지 않아서 각자 침묵을 지키는 모습이다.

그 때. 뚜벅뚜벅 우리들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훤칠한 키의 얼굴을 감추고자 모자로 얼굴을 가린 뒤에 고개를 숙이고서.

"…누구…?"

"졸업. 축하해"

어...?

나에게 꽃다발을 주고서. 우리들의 곁을 아무렇지 않게 스쳐지나갔다.

"…!!!!!!"

"언니…누구…"

나는 들고있던 꽃다발을 떨구고서 그에게로 달려갔다.

나는 보았다. 그 사람이 '회색빛 눈'을 가지고 있었음을.

그야. 틀림없이 그야.

"멈춰!"

나의 멈추라는 목소리에 남자는 멈춰섰다.

"왜…도망치려고 하는 거야?"

그 남자는 등을 돌린 채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멈춰있었다.

"더 이상 도망가려 하지마"

"…"

"더 이상 우리들을 아프게 하지마"

"…"

"…정우야"

나는 뛰어가 그에게 안겨들었다.

이렇게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으니까...

"이제…더 이상 놓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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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끝.

흑의 계약자 패러디. '낙성' 본격 연재를 시작하려 합니다. 사실 시험적으로 연재하고 있었고, 한창 회색빛 연재에 슬럼프가 올 때마다 끄적끄적 써내려가기는 하였었는데요..이제는 정말로 이것을 연재하려 합니다.

텍본제작은 글쎄요..추후 공지에 올리겠습니다만은, 제작이 완료되는 시간이 확실치가 않아서(보시다시피 전 19살 수능생입니다) '몇월 몇일까지' 완료하겠습니다라고 말을 제대로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제작을 할테니 양해를 부탁드리구요..

파트별로 쪼개서 만들지, 아니면 하나로 만들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쪼개서 만드면 시간이 꽤나 단축되긴 합니다만 번거롭다는 단점도 있고..하나로 만드면 하나로만 되서 편해지긴 합니다만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단점도 있고..

어찌되었든 추후 공지에서 텍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내용은 이걸로 완결이구요.

일단 텍본제작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면 내용은 일단 거의 똑같습니다. 다만, 히로인이 새로 추가되면서 내용도 늘어나고, 또 스토리진행이 틀려진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대부분 내용은 똑같을 것입니다. 엔딩은..보면 알게 될 것이구요.

완성이 된다면, 그 때 댓글을 통해서 알려주시길 바래요.(지금 미리 이메일주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아무튼 최대한 부족한 부분들을 고쳐서 더 좋은 글로 완성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이있다면..감상평이랄까..그래서 좋다 나쁘다. 이런 점은 고쳤으면 좋겠다라는 독자님들의 말들을 통해서 제가 다음 작품에서 더 좋은 내용을 쓸 수 있게 만드는큰 밑거름이 될 것 같으니까요.

아무튼. 이 '회색빛~'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작품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이상 허접작가 Scribbler는 흑의 계약자 패러디. '낙성'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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