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73화 (27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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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Part. 꿈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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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4일. 지현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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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아. 이거 어때? 이거?"

수진이는 크리스마스파티에 가기에 앞서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옷이 아닌나의 옷을. 집을 나간 상태라 수진의 옷을 빌려입고 있었던 나로서는 크리스마스파티에 나가는 옷마저 빌려서 가야하는 처지에 있어서 수진이에게 상당히 미안해했다.

"사랑하는 그 누구씨를 위해서라도 예쁘게 입어야 될 거 아냐?"

키득키득 나를 곯려주며 몇 시간 동안, 내가 입을 것을 이것저것 고르고 있는 그녀에게 난항상 친구로 있어줘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이렇게 수진이에게 도움만 받는 나였기에 나도 그녀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은, 실상 수진이가 나에게 주는 도움에 비해서는 턱도 없었다.

"수진아"

"응?"

"…나. 너한테 항상 고마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거 알지?"

"알다마다. 그래서 집을 나왔어도 이렇게 내 집으로 온 거잖아?"

"정말로 고마워 수진아…"

"새삼스럽게 왜 그래 닭살돋게…"

"후훗"

"…뭐. 우리 예쁜 지현이니까"

어리광에 불과하였던 나의 가출에도 받아주었던 그녀. 미안하기도 하였고, 고맙기도 하였고..나에게는 그저 바라는 것 없이 내 곁에 있어주는 그녀에게 난 어떻게 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지현아. 동생군이랑 잘 되면 나 맛있는 거 사줘야 된다?"

"응. 확실하게 쏠게"

"오오! 구두쇠인 지현이가 왠일이야!"

"내가 그리도 안 쐈어…?"

"당연하지! 맨날 더치페이였는데다가 게다가 넌 돈 별로 안 쓰잖아?"

"…그랬었나?"

"약속한거다? 확실하게 쏘는 거?"

"알겠다니까"

"확실하게 뜯어주지! 우후후후후…"

뭔가 새삼스레 불안해진다. 이런 잡담을 이어가며 크리스마스파티를 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파티에 걸맞게 드레스를 빌려서 입었고, 화장도 살짝 하면서..

"자자~완성이요~"

수진이는 분홍드레스를. 나는 검정색의 드레스를 입고서 거울 앞에 섰다.

"역시 지현이는 이렇게 꾸미고 나면 얼마까지 더 예뻐지는 건지…부럽다 부러워"

"수진이도 예쁜데 뭘"

"그런 가식적인 말 하지 말고 너랑 비교해봐라. 어디 상대가 되냐?"

"그래도 너한테 대시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는걸?"

"정말? 그러면 그 사람들 좀 소개시켜줘봐. 괜찮다싶으면 오랜만에 남친 한 명 잡아보게"

"어라? 수진이 전에 남자친구 있었어?"

"기억 안 나? 그 새끼 전에 나 몰래 소개받았다가 차인거?"

"아…"

"그래서 너랑 나랑 술 마시지 않았었냐? 2차로 노래방도 가고?"

"까먹고 있었어…"

"뭐 지나간 일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도 않고"

"수진아…"

"네가 그런 표정을 지을 필요가 뭐가 있어? 지금은 그저 크리스마스파티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너는 동생군한테 고백하면 되는 것이고~나는 조금 남자들 시선 즐기면서 크리스마스파티를 맞이하면 되는 것이고~"

"그치…오늘은 즐거우니까…"

"크리스마스이브라…우리 이제 정말 얼마남지 않은 거네?"

"응…고등학교생활도 이제…"

정말로 얼마남지 않은 고교생활. 이제 즐거웠던 학창시절은 과거의 추억으로 사라져만 가는 것이다.

"설마 졸업해서 나랑 연락안한다거나 그런 거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어? 가장 친한 친구인데"

"자주 만나기도 하고?"

"당연하지"

"우린 베프니까?"

"응"

"지현아~"

갑자기 나에게 안겨드는 수진이.

"왜 그래?"

"우리…평생 가는 거다?"

"당연히 그래야지"

밤이 찾아오고. 이제는 학교로 가야될 시간.

"그럼 가자"

"응"

수진이와 나는 방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려하는데, 수진이가 '아 맞다!'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목도리와 코트를 가지고 나왔다.

"춥잖아?"

"난 괜찮은데…"

"지현이 전에 감기 걸려 고생한 적 있었잖아. 그러니 이런 건 당연히 입어야지"

"잘 입을게"

정말 오랜만에 둘이서 외출을 하는 것 같았다. 수능이니 뭐니해서 둘이 노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었는다. 년까지만 하더라도 야구장도 많이 가고, 이곳 저곳 둘이서 정말로 많이 돌아다닌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벌써 우리도 20살이다.

"이제는 대학생활하는구나"

"CC도 괜찮을지도?"

"대부분 그렇지않아?"

"그런 것도 아니야. CC했다가 깨지면…"

"하긴…얼굴 마주쳤다가는…"

"그래도 자주 얼굴 마주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야하고…어차피 나중일인데 뭘"

"그 나중일도 얼마남지 않았고"

나는 대부분 수진이의 말을 들어주었었지만 지금만큼은 서로 웃고 잡담을 신나게 떠들고있었다. 나 답지않게.

즐겁다. 이렇게 신나게 웃고 떠든 것이. 정말로 오랜만에 하니까 더...

학교에 도착하였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크리스마스파티가 치루어지는 곳은 학교강당. 외부인의 출입도 가능해서 그 쪽으로 사람들이 우루루 많이 가는 것 같았다. 물론강당 밖에서 하는 학교연례행사들이 다채로워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왔음에도 강당 안에서는 그다지 답답하다거나 좁다는 그런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들 엄청 많구나. 딱 이 정도였다.

우리학교 강당은 무척이나 크다. 안 그래도 사람 많기로 소문난 우리 학교였기에 그만큼강당도 컸다.

문화제와 더불어서 매년 열리고 있는 행사. 중앙에는 대형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고 드레스라던가 정장. 아니면 캐주얼한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고 파티에 걸맞게 온갖 음식들을 뷔페처럼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어째 우리학교는 꼭 이런 데에서만 예산을 쓰고 있는 것 같단 말야…"

공감. 평소 짠돌이학교로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기는 하였으니까.

"아 언니!"

"지현아!"

때마침 난 민정이와 서현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가족들이랑 드디어 만났네"

"뭐…연락은 했었으니까"

"우아앙 언니~"

와락 안겨드는 민정이. 연락은 주고 받았었지만 이렇게 얼굴 보는 건 오랜만이다. 난 안겨든 민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족의 상봉을 한껏 만끽하였다.

"…마음의 정리는 다 한거야?"

서현언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

"응"

"그래서…?"

"서현언니"

"응…"

"내가 얘기했었지? 나 역시 정우…사랑하고 있다고"

나는 몇일 전, 새벽에 핸드폰을 통해서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하였다. 정우를 사랑하고 있다고. 이성으로서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녀에게.

"…"

"민정이도 나도 정우를 사랑하고 있어서…"

"그래…얘기했었지"

"나 포기 못해. 아니 포기 안 할래. 정우에 대한 내 마음. 숨길 수 없으니까. 비록 서현언니랑 사귀고 있어도…포기 안할테니까"

나는 서현언니에게 확실히 말하였다. 난 더 이상 서현언니에게 밀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더욱 더 포기하지 않을 거고, 이게 단순한 짝사랑일지라도…기약 없을지라도 나는 그만을 바라볼 거니까.

"서현언니…나도 마찬가지야. 절대 나도 오빠에 대한 마음 접지 않을 거니까"

민정이 역시 그녀에게 말하였다. 정우를 향한 마음은 나나 민정이나 같았기에.

"…"

"그러니까 각오해. 정우. 우리들이 언제 빼앗을지 모르니까"

도전장을 내미는 것과 같이 나는 그녀에게 말하였다. 진지하게. 가족이 아니라 한 명의 여자로서 그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그렇구나…"

서현언니는 잠깐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서서히 우리들에게 싱긋 미소짓고 있었다.

"언제든지 환영할게"

"잠깐…잠깐만요 다들…"

이러한 모습에 수진이는 넋을 잃고 있었다.

"설마…가족 셋이 한 사람을 두고서 싸우고 있는 거…?"

"응"

내가 간단히 답하자, 수진이는 그 후로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크리스마스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선언과 함께 조명이 꺼지고, 음악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러고보니 정우는 어디있어…?"

"몰라. 둘이 먼저 가라고 하던데"

"…그래?"

"언니. 오늘 고백하려고 그러는 거야?"

"…"

"정곡이네. 확실히 오늘 고백하기 딱 좋은 날이지…"

"민정이 너는?"

"나는 뭐…상관없어. 오빠랑 당분간이지만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을지도. 그래도 포기하겠다는건 아니지만"

"…?"

"히힛. 아무것도 아니야"

"우오오~여신님이다~"

"여신님!!!"

그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에게로 오더니 둘러쌌다.

"정말로 오랜만에…"

"흐흑 감동이야…여신님의 얼굴을 이제야 보다니…"

"어? 어?"

"박정우 이 자식! 약속 지켰구나!"

나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내저었다. 게다가..정우가 약속을 지켰다니..? 그게 대체 무슨...

"뭐지? 대체 뭐야?"

민정이도 서현언니도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이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자매들이 미인이고…이런 드레스차림은…푸헉!!"

"지현양!"

"여신님!"

"지현누님!"

다들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데...대체 뭐지....??

그러다가 각자 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었는데 그것은 꽃다발. 그리고 하나같이 전부 나에게 주어버렸다.

"여신님! 크리스마스파티 오신 거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환영합니다!"

"우오오!!!"

"…???"

"지현아. 우리학교 공식 아이돌인 네가 치르는 마지막행사니까 널 위해 이러는 거 아닐까?"

마지막행사...? 그리고 날 위해...?

"다들 너를 좋아하니까"

"…그게 무슨…"

"여신님! 좋아합니다!"

"사랑해요 지현누님~"

"어? 어?"

"인기많구나. 우리 지현이는"

"그러게…"

느닷없는 고백들과 꽃다발에 난 정말로 당황스러웠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그렇지만 날 위해 단체로 이런 준비를 해주었다니...

"다들…고마워요"

나는 당황스러움을 뒤로하고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였다.

"으어어어!!"

"여신님!!"

그들은 정말로 기쁘다는 듯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심지어는 펑펑 우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날 위한 작은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단체로 날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 전부 이목이 집중되고, 나는 얼떨떨하게 이들의 노래를 듣고 있었지만, 노래가 끝나고나서 나는 고맙다고, 박수를 쳐 주었다. 옆에 있는 민정이도 서현언니도 그리고 주위에 있는 모든사람들도 박수를 쳐주자 그들은 쑥스럽다는 듯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나에게 즐거운 크리스마스파티를 보내라면서 그들은 우리를 방해하지 의도로 인사를 보내고 난 뒤, 멀리 떠나갔다.

"…언니"

"응?"

"부럽네. 이런 인기"

"…?"

"그냥. 부럽다고"

파티가 절정으로 맞이할 무렵이었다. 이번 크리스마스파티를 위해서 학생들이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는 공연시간이었다.

우리들은 맛있는 음식믈 먹으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벌써 밤 11시야…"

"오빠. 아직도 안 왔어?"

"우리 찾아볼래?"

우리 셋은 그를 찾으려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결국엔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오빠…오지 않는 걸까?"

"정우가 먼저 같이가자고 했는데?"

"에…?"

정우가...먼저 민정이랑 서현언니에게 같이가자고 얘기했었다고...?

"처음에 놀랬어. 정우가 이렇게 먼저 같이가자고 한 적…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런데…왜 이제까지 전혀 안 오는 거지…?"

정우를 찾는 일 때문에 공연관람도 소홀히 하고 있었고, 뭔가 불안감도 싹트기 시작할 때 쯤에 놀라운 소식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마지막 공연입니다. 아 이거 의외인데요…의외의 사람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회자인 전교회장의 멘트에 사람들이 궁금하다는 듯 웅성웅성거렸다.

"마지막 공연. 2-C반 박정우학생이 부릅니다!!"

"에…?"

"정우…?"

정우가...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그 소식에 학생들이 전원 놀라워할 수 밖에 없었다.

조명이 모두 꺼지고, 강당 앞에만이 조명을 비추고 있다. 그 곳에서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온다. 중심에 놓여있는 마이크를 향해서.

검은 정장. 그리고 기나긴 머리.

"…!!!"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고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이 확연히 보이고 있었다.

회색빛의 눈이 만인의 앞에서. 나의 앞에서 보이고 있었다.

머리를 자르고서...그렇게 보여주기 싫었던 얼굴을 사람들 앞에 보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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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된다.

모든 이의 앞에 내 얼굴을 보인다는 것에 난 더더욱 긴장을 느끼고 있었다.

머리카락으로 단절시켰던 세상. 난 그것을 자름으로써 다시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조명이 모두꺼져서였기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난 마이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이크 앞에 서서, 난 노래를 부르기 전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꺼낸다.

"아…아…"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네.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나는 다시 마이크로 말하였다.

"안녕하세요. 박정우입니다"

다들 침묵. 주위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노래하기 전에 앞서서 여기에. 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이 곳에 왔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자리를 통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나의 진심을. 그대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이제와서 하는 말이었지만...

"다들 날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이 세상에서 가족들에게 이 목소리로 그들에게 닿게할 수 있는 마지막 말.

"그리고 나 역시 정말로 사랑하고 있어"

정말로 사랑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당신들 곁을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마지막..마지막으로 이런 말쯤은 해두고 싶었습니다.

한 번도..단 한번도 당신들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부디..부디 행복하기를 바라며...

"그래서 제가 정말로 사랑하고있는 이들에게 이 노래를 바칩니다"

천천히 드럼소리가 울린다. 멜로디가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Look After You- The Fray]

If I don't say this now I will surely break

(내가 지금 이 말을 하지 않으면 난 분명 부서질거에요)

As I'm leaving the one I want to take

(내가 원하던 한 사람을 지금 떠나려 하거든요)

Forgive the urgency, but hurry up and wait

(급하게 행동함을 용서해요, 하지만 서둘러요, 그리고 기다려줘요)

My heart has started to separate

(내 마음이 산산조각나기 시작했거든요)

Oh, oh, oh Oh, oh, oh Be my baby(내 사랑이 되어주세요)

Oh, oh, oh I'll look after you(당신을 정성껏 보살필 거에요)

There now, steady love, so few come and don't go

(지금 여기 확고한 사랑이 있어요, 그래서 아무도 다가오지 않고 또 떠나지않죠)

Will you won't you, be the one I always know

(내가 항상 알던 그 사람이 될순 없나요)

When I'm losing my control, the city spins around

(내가 어찌할줄 몰라할때, 어지러움을 느끼죠)

You're the only one who knows, you slow it down

(당신이, 아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마음을 가라앉혀요)

Oh, oh, oh Oh, oh, oh Be my baby(내 사랑이 되어주세요)

Oh, oh, oh I'll look after you(당신을 정성껏 보살필 거에요)

노래를 부르면서, 나의 진심을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 노래가 흐르면 흐를수록,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느끼면 느낄 수록, 더더욱...

정말 내가 낼 수 있는 온 목소리로 열창하며, 나의 진심을 전하였다. 하지만 이 노래에 나오는 가사대로 할 수 없기에...

It's always have and never hold

(이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지만 한번도 실천지 못했어요)

You've begun to feel like home

(당신은 이제 마음을 편히 가지기 시작했네요)

What's mine is yours to leave or take

(나를 떠날지 남을지는 당신 마음이에요)

What's mine is yours to make your own

(나를 당신의 것으로 만들지도 당신 마음이지요)

Oh, oh, oh Oh, oh, oh Be my baby(내 사랑이 되어주세요)…

Oh, oh, oh Oh, oh, oh Be my baby(내 사랑이 되어주세요)…

"Oh, oh, oh Oh, oh, oh Be my baby(내 사랑이 되어주세요)…Oh Oh…Oh…"

노래가 끝나간다. 이걸로 나의 마음은 확실히 전해졌을까. 혹시 지현누나가 오지 않은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들은 계속 나를 끝까지 괴롭히고 있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니까. 후회를 한다면 나는 또다시 이 세상에 미련을 갖게 될 것이 뻔하니까.

노래가 끝났다.

몇 초간의 정적.

돌맹이를 맞든지 욕을 먹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 처음이자 마지막무대이니까.

짝...짝...

하나 둘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짝짝..짝짝...

점점 박수소리가 커진다.

"우와아아!!!"

환호성이 들려오고 엄청난 박수소리가 퍼졌다. '이상 2-c반 박정우학생의 공연이었습니다…'라는 사회자의 목소리는 이 박수와 열광에 묻혀져버렸다.

나는 그것에 공연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열광. 끝나지않는 박수소리.

그리고 그것에 난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 이런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받는 것은 처음이니까.

세상에 태어나 이런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처음이니까.

그래서 울컥울컥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아 애써서 겨우 참았다.

내 노래를 들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마음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나는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마지막 크리스마스파티는 끝났다.

공연의 모든 순서가 마친 가운데서 12시를 향하는 시계의 초침은 바쁘게 움직였다. 12시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마지막 행사가 있을 때까지 여유의 시간이 남아있어서 사람들은 다시 즐거운 파티에 몰입하였다.

나는 가족들을 만나지 않았다.

이제 이별의 시간이기에. 난 그 무대를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작별을 고하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은, 민정이랑 서현누나는 확실히 이 곳에 왔을테니까.

"지현누나도 와있었으면 좋으련만…역시 무리였나?"

나는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뒷쪽문을 통해서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왔다. 천천히 학교길을 걸어가며..모든 이들이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느라 학교 뒷문엔 아무도 없었다.

학교의 뒷문교문. 난 뒤돌아서 화려한 조명이 비춰지는 학교를 바라보았다.

이제 이 곳과도 안녕이겠지.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메리크리스마스"라고…

크리스마스이브. 연인들이 거리에 많이 나돌아다녔다. 자동차도 북적거렸고 이 도시에서는 마치 화려하게 이 점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려 환영인사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때마침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진눈깨비…"

진눈깨비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너무나도 작고 녹기 쉬운 것이...

골목길에 들어섰다.

"이 곳이 나의 마지막이네…"

나는 직감했다.

난 가로등이 비추고 있는 이 조용한 골목길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것이라고.

앞에는 아스팔트가 놓여진 길이 펼쳐져있고,

붉은 빛 가로등이 이 골목길을 외롭게 하지 않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손을 위로 올린다.

하얀진눈깨비 조금이 나의 손에 닿아 금방 녹아 사라진다.

점점 사그라드는 내 생명과도 같이...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진눈깨비가 이 손에 닿았으면 물기가 느껴졌어야했는데.

천천히 길을 걸었다.

다가오는 시간.

다가오는 운명.

시계를 볼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난 이 곳에서 사라질 테니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렇지만 이 곳에서 쓸쓸히. 외롭게 죽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런 외로움이야 당연한 것이니까.

다리가 무거워진다. 차차 발걸음도 느려만간다. 팔과 다리 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의 감각이 사라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우뚝. 발걸음을 멈춘다.

"아아…"

하얗게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는 이 공간.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나의 몸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진눈깨비와 같은 하얀 빛무리로 흩어져간다.

점점 내 시야도 하얗게 변해갔다. 어느 한 골목길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새하얗게.

나는 사라져가고 있는 이 의식 속에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그리고 절대 아무도 모를 한 마디.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던 이 한 마디를 말한다.

사라져가는 동안에 마지막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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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

하아..힘들었습니다.

273회라는 조금은 길었던 이 여정을 여기서 끝을 내려합니다. (본편을요)

작년 10월부터 시작해 7월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완결하게 된 이소설.

애착도 많이가고, 또 이것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9개월동안 여태까지 이 소설을 봐주셨던 모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 감사. 또 감사. 그저 저는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허접작품에. 많은 분들이 봐주셨기에..(그것도 처음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럼 최종편. 'Epilogue'에서 뵐 것을 약속드리며...

이상 허접작가 Scribbler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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