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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Part. 꿈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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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웅성.
학교 안이 시끄럽다.
"쟤가 왠일이냐?"
"그러게나 말이야…"
"뭐 잘못먹은 거 아니야?"
다들 내가 이 크리스마스파티에 참여한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는 듯. 나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몇 마디 뒷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 보는 것이다. 내 자신의 의지로. 내 스스로 손을 들어서 참여하는 것을.
나 역시 처음이었다. 내가 이렇게 스스로 자원하게 되는 것은(내 기억에는 처음이다).
대체 무슨 변덕이었을까. 내가 스스로 손을 들었음에도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 내가 한순간이라도 다른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고 싶었던 '존재기억에 대한 갈망'이었을까.
'나는 여기 있었다'. 그 말을 해주고 싶어서. 단지 그것때문에 이렇게 쪽팔리게...
다른사람들 앞에 나선다는 것은 무척이나 용기있는 일임을 새삼 실감하는 나였다. 다른사람들은 대부분 뒤로 물러나지 앞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오로지 소수의 사람들만이 앞으로 나설 뿐.
이런 오타쿠가 세상의 앞으로 내다걸어간다. 세상에 절망하고. 내 자신에 절망해버린 이런 인간이 말이지..
그것도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정말로 잘한 짓이었을까?'. '그냥 차라리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이 만연하게 떠오른다.
"크리스마스파티는 24일 저녁 8시부터 시작하니까. 아침에는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된다"
과연. 크리스마스파티계획 실행표에 따르면 저녁 8시부터 시작해서, 여러 행사를 치른 뒤에 밤 12시 크리스마스가 되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사람들이 단체로 외칠 것이 뻔하였다. 작년 때에도 그랬고. 올해에도 그럴 예정이다.
물론 그 때에는..'내가 사라져있겠지만'.
"옷은 그래도 파티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되겠지?"
사실 난 이 학교 크리스마스파티에 처음 참여해보는 것이다. 작년에는 아예 학교에 오지않고 집에서 미연시만 했었으니까(그래도 내가 오지 않았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그래서 그런지 이 파티에 무슨 옷을 입고가야 될 지도 걱정이다.
정장? 옷장에 남아있는 아버지정장을 입어야되나...아마 그게 가장 무난하겠지?
HR시간이 끝나고 갑자기 나한테 우루루 몰려오는 남자아이들을 보고 난 깜짝 놀랬다. 왜 나한테 달려드냐..? 내가 크리스마스파티 나간다는 것이 그리도 꼬웠냐..?
"박정우"
"왜?"
"지현누님…어떻게 된 거냐?"
"뭐가?"
"여신님이 몇 일째 학교에 안 나오는 거!!!"
나는 그 말에 일순 대답할 수 없었다. 당연히 나 때문에 안 나오는 것이 틀림없었고. 그리고 가족들은 물론이고 지현누나의 절친한 친구인 수진선배역시 지현누나의 행방을 알고있었으니 딱히 '가출'이라고 정의짓기에도 조금 그랬다. 그러고보니 저 녀석들 지현누나의 마지막 행사니까 뭐라도 준비한 것이 있다고 들었었는데 지현누나가 학교에 안 나와서불안감이 드는 모양이다.
"…몰라"
내가 알 리가 있겠냐.
"네가 모르면 대체 누가 안다는 거냐!!!!"
그러면 수진선배한테 물어보든가.
"박정우 이 자식!! 너 때문에 여신님이 집을 나간 건 아니겠지!!"
나는 찔끔했다. 확실한 정곡. 나 때문에 그녀는 집에서 나가버린 것은 틀림없었다. 이런 나에게 무척이나 실망해서.
"…나도 모른다고"
내가 모른다고 하니까, '여신님이 가출한 것이 아니냐'는 둥 여러 말이 오고 갔다. 심지어는 '여신님…혹시 잘못된 것은…'이라고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 말한 사람은 엄청나게 맞았지만은)
"나…여신님한테 고백하려고 했는데!"
"나도!"
"나도!"
지현누나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에 초조해지는 광신도들. 이제 이 학교에서 지현누나를 보는 시간은 정말로 얼마남지 않았으니까. 마음이라도 전해주고자 하는 녀석들의 심경은 능히 알만했다.
그 만큼. 만인의 여신이었던 지현누나였으니..오죽하곘느냐만은..
"…너 얘기는 했지?"
"뭘?"
"지현누나한테…크리스마스파티 꼭 나와서 참여하라고…"
"어"
"그래…그렇다면 다행이고…"
"만약에 안오면 전부 네 책임이다 박정우!!"
"그래그래. 알았다니까"
어차피 책임을 묻는 순간에는 나는 사라지고 없으니까. 애초에 니네들이 나라는 놈을 기억을 하겠냐? 다 까먹어버리지.
그럼에도 겉으로는 웃어넘기며 알았다고 얘기를 하였다.
오늘도 학교는 일찍 끝났다. 종례시간을 마치고서 나는 어김없이 학교 옥상의 문을 열고 이 넓디넓은 옥상에 왔다.
무언가 이 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차가운바람이 불어도 무언가 아늑하달까.
죽음을 앞두고서, 나는 초연한태도로 있는 것 같았다. 이미 '한 번' 기적을 받았으니 두 번의 기적은 사치라며 마음을 놓고 있는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죽음을 앞에 두고 대부분 죽음이 두려워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 꿈의 끝에서. 난 그 종착역에 서 있었다.
'행복했어?'
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당연히 YES다. 난 정말로 행복했다. 이 1년간. 나는 가족의 정을 느끼게 되었고. 사랑도 알게되었으니까. 물론 그 대가가 나의 생명이었지만은 오히려 그 대가를 상회하는 행복을 얻었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빛'은 이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빛을 갈망하였는데 정작 나의 곁에 있어서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가족. 친구. 그외에 다른 사람들.
더 이상 찌질하게 굴 필요도 없다. 나에게 '부활'이라는 기적이 일어나서 이런 행복을 거머쥘 기회도 가지게 되는 것이었으니까.
까딱까딱.
손을 움직여본다. 감각이 점점 없어져가고 있음을 확실히 느낀다. 추운날씨였음에도 손가락과 손바닥의 감각으로 이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나의 신체가 무감각해져가는 것을 느끼면서 이제 죽음은 코 앞이구나..라고 느낀다.
외롭냐고?
아니 외롭지 않다. 죽음이야 원래 혼자 맞이하는 것이고 예전에 했어야 할 것이기에 나는 외로움을 느낄 것도 없었다.
외롭지않으니까. 그러기에 죽음을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삶의 끝에 이르러서야 이런 진리를 알아간다.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이라는 후회도 들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난 종착역에 있는 것을.
자아...정말로 마지막이다.
내일. 이 크리스마스파티..
내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마지막 시간.
"이제. '꿈'에서 깨어나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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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회색빛 세계와 검은동물들'. 본편 마지막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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