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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Part. 꿈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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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오면 그녀는 항상 마주나와있었다. '정우야~'라고 귀엽게 부르면서 나의 그녀는 나에게로 안겨온다. 친누나이자 나의 연인. 절대로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알바 잘 하고 왔어?"
"응!"
"찝적거리는 사람은?"
"사람들이 자꾸 전화번호 달라고…"
여전하구만. 누나가 카페알바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그 중에서는 서현누나의 외모때문에 그녀에게 작업을 걸고자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먼저 전화번호부터 따려는 것은 당연한 순서.
"그래서…?"
"당연히 안 가르쳐…헤에…"
"응?"
"정우…혹시 질투?"
"뭐가…"
"질투하는 구나!!"
그녀는 방글 웃고 있었다.
"사실 정우 그런 거에는 무심해서 조금은 서운했는데…정우도 질투하는 구나…"
질투? 이것이 질투라는 것일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것에 신경이 쓰이기는 하였다. 서현누나는 남자라면 누구나 반할 법한 사람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기에 연인이 되어버린 지금, 확실히 신경쓰인다. 그것도 상당히.
"헤헤…"
"보통 질투한다고 하면 부담스러워하지않아? 그러니까…조금 잘못된 감정이니까…"
"그만큼 날 사랑한다는 거잖아"
"…"
"친누나임을 알면서도 너는 나를…사랑하잖아"
"그래서…"
"난 오히려 기뻐. 정우가 나한테 다른남자가 접근한다는 것에 대해 질투한다는 것이"
"그야 넌…내 여자친구니까…"
"정우야"
"응?"
"사랑해"
"…나도 사랑해 서현아"
"헤헷♡"
우리는 조심스럽게 살짝 입맞춤을 나누고서 서로에게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런데…지현누나는?"
"지현이는 잠깐 병원에 있어. 진료받고 온다고…"
"그렇군…"
조퇴하고나서 잠깐 자고있다가 병원으로 간 것인가...지현누나의 건강도 빨리 회복되야할텐데...
"지현이…갔다오고 보니까 많이 아파보여서…"
"조퇴했어. 도중에 나랑 같이가다가 쓰러졌으니까"
"그게 정말이야?"
서현누나는 그녀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가족이 아프면 자신도 그것에 불안해지고 염려가 되어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어있다. 그것이 '가족'. 핏줄로 묶인 유대였다.
"괜찮아질 거야"
"응. 지현이라면 금방 털어낼 수 있을거야"
감기가 심하게 걸렸을 뿐, 목숨에 지장은 없다. 곧 있으면 나아질 것이다. 우리는 쉽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하였다.
"서현아"
"응?"
이제는 쉽게 그녀를 '서현아'라고 부를 수 있게되었다. 이것이 습관의 무서움이랄까. 아무튼 그녀에게 반말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우리…데이트할까?"
그녀와 나는 지금 번화가에 나와있다. 평일 오후인 데다가 겨울인지라 사람은 그다지 많이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도중에 포장마차에서 오뎅이랑 떡볶이를 먹고. 손을 잡고서 길거리를 걸었다.
데이트라는 것은 항상 똑같다. 길거리를 걷고. 같이 밥을 먹고. 영화관에 가거나 아니면 옷 구경이나 하러가거나 공원에서 시시콜콜 대화나 나누면서..
그렇지만 똑같은 것임에도 항상 마음은 새롭다. 데이트를 하면 할 수록 그녀에 대한 애정은 쌓여만갔고 너무나도 그녀를 사랑해서 나는 이게 안되는 사랑임을 알고서도 나는 이 시간에 감사하고 행복해하였다.
차라리 그녀가 내 친누나가 아니였으면..했던 적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녀가 친누나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떠한 마음의 자책감도 없었을 테니까.
난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그것을 애써 숨기고서 난 그녀와의 사귐에 응하고 있는 것이다.
"정우야"
"응?"
"우리 이제 어디갈까?"
해맑게 웃는 그녀. 그녀 역시 이 '두려움'을 안고 나에게 웃어주고 있는 것임을 난 알고 있다. 그녀역시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으니까.
"글쎄…"
"피이!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는데 데이트코스도 생각하지않고 그냥 무작정 가는 거야?"
"여태까지 그랬는데…"
"부우!! 먼저 네가 데이트하자고 해서 내가 얼마나 기대했었는데!!"
"미안미안…"
"부우!!!!"
손을 잡고 있던 것을 풀고서 내 앞에서 볼을 부풀리며 삐친 척하고 있는 그녀. 이럴 때 그녀를 달래주는 방법은 정해져있다. 바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사과하는 것. 그럴 때면 그녀는 삐친 척은 계속하였지만 표정은 풀곤 하였다. 삐친 척이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풀리게 되어있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번만큼은 그걸로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던 눈치이기는 하였다. 내가 데이트신청을 하였을 때 갑자기 표정이 발그레 되어가지고는 방으로 후다닥 들어가서 급하게 이쁜 옷을 입고 꾸미는 그녀인 것을 보면 이 급작스러운데이트임에도 그녀는 상당히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남자친구란 놈이 이 모양이니...
"부우!!"
이거 어쩐다냐...이러다가 진짜로 삐질 지도 모르겠는데...
어쩔 수 없지..
"서현아"
"어…?"
그녀를 포옥 안아버렸다.
"많이 기대했어?"
"그야…정우가 먼저 나한테 데이트신청을 해서…"
하기야 그랬지...여태까지 그녀가 먼저 나에게 데이트하자고 했었으니까...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먼저 그녀에게 데이트하자고 한 것이었다.
"미안해 서현아"
"우…우우…정우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그녀를 더욱 더 안아주며 그녀가 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한테 안기는 것을 좋아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화. 풀렸어?"
"우우…"
나는 그러한 그녀가 너무나도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우웅…정우야…"
이럴 때는 한 없이 어린아이로 보이는 그녀. 마치 한 마리 아기고양이처럼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쓰다듬어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꽤나 오글거리는 커플이 아닌가 싶다.
솔로였는데 이러한 염장질을 할 수 있게 되다니...나도 참...
"정우…?"
"어…?"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뒤로 돌아보니 그 곳에는...
"지현아…?"
한 손에는 약봉지를 든 채.
기침소리를 내며 목도리를 두르고 코트를 입고 있었던 지현누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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