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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Part. 꿈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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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시간은 흘러갔다.
날씨도 추워져 이제는 춘추복이 아니라 동복을 입어야했다. 학교 등굣길의 양상을 교복위에 점퍼를 입거나 안에 폴라티를 입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아…"
그 날. 서현누나가 병원에서 퇴원한 날, 예쁜 차림으로 주저앉아있는 지현누나가 우리를 보자마자 바로 방으로 뛰쳐들어간 이후로부터 난 그녀와의 관계가 급속하게 냉랭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치 예전처럼. 아침에 가끔가다 그녀와 마주쳐도 그녀는 날 외면하고 있었다. 아니 짤막한 인사를 나누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걸로 끝. 그녀가 일부러 날 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일까. 대체 날 피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난 무엇인가 중대한 것을 빼먹은 것같기도 하였다.
"여신님이 졸업이라니…"
"으흑흑흑…"
그러고보니..졸업이었지..? 수능이 끝나고나서 3학년들은 이제 마무리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제 학교에 나올 일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4교시만 끝마치면 3학년들은 모두 하교를 하였다.
이 광신도들..얼마나 지현누나를 좋아했으면..우리 반은 물론이고 다른 반에 있는 남자놈들 역시 급식실로 향하다가 하교하는 지현누나를 보며 비통에 찬 표정을 하였다.
우리학교의 공식여신이 이제는 졸업을 하는 것이다. 지현누나가 이런 걸 알 리가 없겠지만은..워낙에 조용한 성격이라..
급식시간엔 난 옥상에서 미리 만들어왔던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였다. 이제 나와 친한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에서의 외로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추운 늦가을의 옥상. 흘러가는 뜬 구름과 내리쬐이는 햇빛. 난 도시락을 먹으며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겨울인가…"
겨울이다. 아직 겨울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추운날씨였지만 머지않아 더 추워질 것이다.
마음엔 행복함이 자리잡고 있어야 할 나인데..어째서인지 외로웠다. 이 시간만큼은 감성적으로 변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유난히 공허하였다.
친누나와의 연인관계. 참 나라는 인간도 막장 중의 막장이다. 어떻게 친누나를 사랑하고 또 그녀와 연인이 되어버린다냐...
내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을 하였지만..내 머리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않아'라고 소리치고있었다. 이것이 감정과 이성간의 갈등. 난 이 갈등을 수 없이 많이 겪어왔다.
나라는 존재가 쓸모가 없어져서 사라져야 된다는 마음도 사라졌다. 변덕이 죽 끓는 듯 하였다. 이미 흔들리던 마음이 깨져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겠지만은...
그녀와 연인이 되어서..? 그래서 내가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떠나지를 않는 거였나..?
그럼 민정이는..? 또 지현누나는 어떻게하고..?
관계가 정말 아슬아슬하였다. 한번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면 와르르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팽팽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기쁘면서도 불안한 그런 모순적인 감정.
만약에 이 위험한 관계가...모두에게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그렇다면 모두 상처받는다.서현누나도. 민정이도. 지현누나도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
난 분명히 행복하다. 그녀와 이루어지게 되어서. 사랑하는 그녀의 연인이 되어서.
하지만 이러한 나를 가로막는 것은 너무나도 큰 벽과 다름이 없었다. 도무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까마득한 벽이었다.
"후우…"
이제는 어떡해야할까.
언젠가는 밝혀지게 될 것이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 후의 여파가 나는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렇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난 그녀를 받아들였다. 그 만큼 그녀를 사랑하였기에.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유악하였던 것인가..아니면 굳건한 마음이 있어야했는데 내가 너무나도 약한 것인가...난 아직 그것을 모르겠다.
난 파스칼의 말을 떠올렸다.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다'. 개인적으로 난 그것이 맞는 것 같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갈대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니까. 그것이 약한 바람이든. 혹은 강한바람이든 쓸려나가게 되어있다. 그것도 모두가 다 같이.
사람을 한 마디로 정의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난 파스칼이 옳다고 생각하였다.
그렇다.
사람은 너무나...쉽게 흔들린다..
"정우야!!"
집으로 돌아오니 서현누나가 나에게 안겨오며 반기고 있었다.
"서현누…"
"정우야~"
비비적하고 내 품에서 얼굴을 비비는 그녀가 마치 아기같아 귀엽다. 그녀의 머릴 쓰다듬으며 잠깐동안의 시간을 즐겼다.
이 사람이 나의 연인. 나의 그녀. 나의 친누나이자..내가 사랑하는 사람.
"잘 다녀왔어효~?"
혀 짧은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귀엽게 보이려고 하는 그녀였다. 성숙한 어른이 그러니 뭔가 다른 매력도 있었다. 크윽..!! 그럴 때마다 절로 난 '행복한 놈'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엄청난 미인의 애교를 보는 것은...
쪽,
"헤헤~"
그 때 나의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를 해주는 그녀. 나와 연인이 되고나서 그녀는 부쩍이나 밝은 표정이 많아졌다. 예전보다 훨씬 더 밝아보였다. 애교도 더 많아졌고 나에게 애정표현도 더 많이하고 있었다.
나는 가끔가다 망각한다. 이 사람이 나의 친누나인 것을. 지금은 그저 한 없이 사랑스러운그녀로 보일 뿐이었다.
"뭐하고 있었어?"
"우리 정우 밥해주려구 저녁만들고 있었어!"
어쩐지 에이프런을 입고 있었다했더니..밥을 만들고 있었던가...한 손에는 국자도 들려있었다. 가족이자 연인이니..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있는 시간은 많았다.
"이렇게 일찍 저녁먹게?"
"정우랑 데이트하려고!"
"…데이트?"
"우리 사귀고 나서…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즐겨보지 못했잖아? 그래서…"
"그럼 어딜갈까?"
"정말 나랑 오늘 데이트 하는 거야?"
"응"
"그러면…어디로든 좋아!"
"아니 누나가 원하면…"
"왠만하면 누나라고 부르지 말아줘 "
유독 '누나'라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녀였다. 나이 들어보인다면서.
"…'서현'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난 정우의 그녀씨이니까"
"…"
"지금은…둘 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서현이라고 불러줘"
"서…현"
"다시 말해줘"
"서…현아"
"헤헷♡ 정우야~"
이름으로 부르니까..거리감이 더 없어진다는 얘기인가..누나라고 부르면 뭔가 거리감이 있어보이니까.
어찌되었건 그녀가 나의 연인임을 확실히 증명해주는 말이었다.
평생 여자친구 없을 것만 같았던 이런 오타쿠에게 여자친구라니...세상 웃기는 일이었다.그리고 그 여자친구가 자신의 친누나. 엄청난 미인. 내가 무슨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난 행복하다.
행복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던 나였는데..지금은 너무나도 행복하였다.
그리고 그 행복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쉽게 깨져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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