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55화 (25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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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3. 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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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변덕스럽기 그지 없다. 아무리 반드시 지키겠다고 할 맹세일지라도..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갈대처럼, 그 마음은 무너지기 쉽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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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어…"

"어…?"

"정우 널 사랑하고 있단 말야…"

환한 전등빛. 모두가 지쳐 잠든 새벽 이 시간에 들은 급작스러운 고백. 나는 그녀의 고백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해야 될 지 몰라서 안절부절해있었다.

"민정이가 너에게 고백하고 그것을 거절한 것을 듣고…사실 난 민정이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네가 민정이를 받아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버렸어…정말로 나쁘게…그것때문에 민정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알면서도 나는…"

"서현누나…"

"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난 끝까지 남매인 척하고 너에게 데이트신청하고…손도 잡고 팔짱도 끼고…너한테 달려와서 안기고…네 방에서 같이 자고…연인처럼…사귀는 사이처럼…우리는 남매니까. 남매라서 난 정우의 여자친구가 될 수 없으니까.나도 민정이도 그것을 알면서도…너에 대한 마음, 숨길 수가 없었는 걸?"

"…"

그녀는..날 사랑하고 있다. 처음에 그녀의 고백을 들었을 때, '남매'로서 날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날 '이성'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 너에게 속죄할 생각이었어. 나 때문에 너는 죽었으니까. 마음이 여린 네가 나의 말에 상처받아서 죽었으니까…그렇지만 넌 다시 살아났는 걸? 나는 과거에 대한 것을 후회하고 있어서…정말로 너에게 잘해주려 노력했어. 부모님도. 지현이도. 민정이도 모두가 외면하고 있었지만…나만은…나만일지라도 너에게 잘해주고 싶었으니까…어차피 속죄.모든 행동이 나를 위해서였지만, 과거에 대한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도 않고 너에게 이렇게 해줘야 죄책감에서 벗어날 것 같았으니까…"

"…"

"그런 너를 사랑하고 있다니까 웃기지…? 어이가 없지…? 너에게 용서를 빌 가치조차 없는 내가…널 사랑하고 있다니…비웃어도 돼. 괜찮아. 그걸로 나에 대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린다면…난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으니까…그렇지만…그렇지만…"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서현누나…"

나는 애초에 그녀에 대한 마음의 앙금따위는 없었다. 난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없는 놈이니까. 속죄였지만 그런 애정을 준 그녀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그런 과거를 지녔던 나라면, 누가 날 사랑하고 싶겠는가? 모두가 증오하고 싫어하는 것이 뻔하다.

"그리웠어…네가 너무나도 그리워서 미칠 것만 같았어…미국에서 잠을 잘 시간이 되면…항상 네 사진을 만지작거리며 잠도 잘 수 없었어…네가 그리워서…보고 싶어서…처음에 이 그리움이 너에 대한 미안함때문에 그러는 건 줄 알았어…하지만 그게 아냐. 널 좋아해서. 이러한 나를 아낌없이 지켜봐주고…나를 무조건적으로 좋아해주는 네가 좋아서…"

서현누나가 떠난 이후, 난 그녀가 그리웠다. 나에게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나를 봐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괴로웠다. 그렇지만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에 난 공항에서 더 이상 죽지말라는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였다. 그렇지만 괴로웠다. 그녀가 없으니까 괴로움이 배가 되었다. 그녀 없이 난 정말로 살 수 없었다. 수 많은 멸시와 외면 속에서 난..

죽고 싶었다. 그녀와의 약속을 꺠버리고 당장에라도 죽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자살시도에도 죽지 못해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것보다도 더 날..증오했다. 이것밖에 안되는 내 자신이. 한심하고 한심해서...

"돌아오고나서…너와의 행복한 시간…정말로 즐거웠어. 행복했어. 나에게 이런 시간들이결코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이러한 행복에 난 눈을 감고 귀를 막았어. 절대로 깨고 싶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네가 옆에 있어주었으니까. 뻔뻔하게 온갖 죄악감과 죄책감으로부터…난 일부러 그런 것을 생각하려하지도 않았어. 그러한 괴로움보다…당장의 행복을 바라는 나였으니까…진실을 은폐하고 이대로 영원히 묻혔으면 하는 바램이었어…난 겨우겨우 찾아온 이 시간들이…처음으로 겪은 이 기쁨과 희열이…영원했으면하고…"

이제서야 그녀의 진심을 듣게 되었다. 맏이라는 책임감. 그녀는 어렸을 때 겪었서야 했을행복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오로지 우리들을 위해 살아왔다. 부모님이 죽고나서부터 더더욱이..그리고 그녀는 돌아오고나서 나와 함께한 이 시간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밝혀지게 되어있어…각오도 했었어. 네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때를…하지만 나는 널 사랑하는데…이 사실이 밝혀지면 너에게 미움받을 것 같아서…나는 그것이두려웠던 거야. 사랑하는 사람한테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서…네가 받을 상처를 외면하고오로지 나만 생각했던 거야…참 이기적이게도… "

'방황'이다. '갈등'이었고 '모순'이었다. 나에 대한 마음과 진실이 밝혀져야한다는 사실 속에서 그녀는 괴로워하였다. 마치 길을 잃어버린 양과 같이..

"죽은 사람이라도 상관없어. 회색빛 눈을 가졌더라도 상관없어. 정우는 정우니까. 과거의정우도. 현재의 정우도 나는 사랑하고 있으니까. 아직도 '서현누나'하면서 나에게 달려오며 안기는 네가 눈 앞에 아른아른거려…나는 얼마나 바보인것일까. 이러한 시간들이 이미지나가버린 헛된 것임을 알아도…후회에. 자책감에 과거를 붙잡고 있어…어리석게…"

"그래서 날 피하고 있었어…? 미안해서…? 진실을 알고난 나에게 절대로 앞에 설 자격이 없다는 생각으로 날 용서하지말라고 얘기했었던 거야?"

"…"

"서현누나…얘기해"

"응…맞아. 나는 너한테 죄만 지었고 게다가 그것을 숨기고 회피하려고한 나쁜 년이니까"

"대체 얼마까지 바보인거야 서현누나는…내가…내가…그러한 것을 용서 안해줄 리가 없잖아…그렇게까지 얘기하는 데도 못 알아듣겠어? 난 잊어버렸다고 그딴 거!! 기억을 잃고나서부터 존재하는 서현누나는 한 없이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이야. 그게 죄책감이든! 후회든! 언제까지나 그래주기에 난 서현누나라는 존재가 있음으로 인해서 힘을 받았어…누나가 '정우야 어서와!'하고 환하게 웃어줄 때마다…나한테 안길 때마다…'부우!'하고 귀여운 표정을 지을 때마다…나에게 위로를 해주려고 자애로운 엄마처럼 얘기해줄 때마다 나는…"

"정우야…"

"난…당신을…박서현이라는 사람을…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지…"

"…!!"

나는 결국 끝까지 숨겨두고자 하는 마음을. 그녀에게 말한다.

"…정우야…"

"다시 한번 얘기해야 알아듣겠어…?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당신 앞에서 난 그저 친동생이 아니라…남자로 보였으면 했어. 그렇지만 우리는 남매라고…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나 자신을 그렇게 자책하면서…숨기려했어. 어디까지나 동생으로 나는 남겨져야했으니까. 나라는 놈은…절대로 당신에게 어울릴 수 없다고…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어"

"나를…정말로…"

"그렇지만 몇 번이나 무너져갔는 지 몰라…누나의 미소. 행동. 말투 모든 것을 보면서…나는 몇 번이고 무너져버려서 누나에게 고백할 뻔한 적도 많았어…누나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사람인걸? 그러니까 난 반해버렸는 지도 몰라…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나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머리는 걷어버린 지 오래였다. 절대로 보여주기 싫었던 회색빛의 눈을 보여주며.

"그리고 내가 죽은 사람인 것을 알았을 때…나는 누나를 더더욱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과또 누나가 자꾸만 날 피하고 있어서…얼마나 슬펐는지 몰라. 반면에 누나는 이러한 내 마음도 모르고…그저 속앓이만 하면서…"

그녀를 안는다.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그녀를 꽉 껴안았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 옛날에 무척이나 크게 느껴졌던 그녀의 몸이…이제는 한 없이 여리게만 보였다.

"정우야…정우야…"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눈물도 펑펑 쏟아내린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안아줄 뿐이었다.

그녀 역시 날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서현누나"

"응…"

장시간에 포옹 끝에. 떨어진 우리.

나는 이제 아무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였다. 금기따위. 절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사회의 인식따위 상관없다고.

"사랑해"

그리고 난 그녀의 입술에 다가가서 그대로 포개었다.

몇 번이나 키스를 했었지만 이것만큼 두근거린 적은 없었다. 이러한 두근거림과 함께 그녀와 키스를 나누고 있다.

그녀는 내 어깨로 팔을 둘둘 감아오며 이 키스를 받아들였다.

'남매' 혹은 '연인'. 이 아슬아슬하였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오랫동안 키스를 나누다 그녀와 난 서로를 쳐다보았다.

"헤헷…"

사랑스럽게 미소짓는 그녀. 그녀의 원래 모습.

키스가 끝나고나서 정말로 어색하였다. 머리를 긁적거리고.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될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병원에서의 새벽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나와 그녀는 '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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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3. Between 종료.

후우...오글오글거리는 표현을 쓰느라 정말로 힘듭니다. '이거 염장질이냐!!'하고 스스로에게 분노도 느꼈습니다. 솔로인데..19세 솔로인데 ㅠㅠ...

드디어 에필로그까지 정말로 얼마남지 않았네요..

아쉽고도 아쉬운...어찌되었든 제 심정은 그렇습니다...

벌써 연재한지 8개월...시간 정말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 8개월동안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님들에게 무한감사를 드리면서.

Last Part. '꿈의 끝'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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