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54화 (25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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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3. 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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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정이와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나갔다. 민정이의 얘기를 듣자마자 그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오빠! 좀 천천히…"

워낙 급하게 달린 탓이었을까. 민정이가 내 페이스에 맞추지 못한다. 나는 너무나도 급한데다가 그녀와 1초라도 더 빨리 만나야했다.

"민정아. 나 먼저 가 있을게!"

"잠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달렸다. '죄송합니다!'라고 연신 말하며,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빠르게.

그녀가 무사해야한다. 반드시 그래야한다.

그녀가 있는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이 어디있는 지 물은 뒤에 난 그제서야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곤히 잠들어있는 그녀. 다행히도 괜찮아보여서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박서현씨 보호자분 이십니까?"

"예…"

"그럼 여기에 싸인 좀…"

나는 대충 휘리릭 종이에 싸인을 하고 난 후에 그녀의 상세가 어떠한 지 물어보았다.

"과로입니다"

"과로요?"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느라 그렇게 된 것입니다. 조금 쉬고 나면 괜찮아질거이니 안심하십시오"

"…예"

"그럼…"

의사는 나와 그런 대화를 나누고는 다른 환자를 살펴보려 돌아갔다. 난 그녀의 옆에 앉아서 손을 꼬옥 쥐었다.

"서현누나…"

고민하고 있었던 거구나. 늘. 나를 피한 이유도 이런 이유였겠구나. 이렇게 쌓아두니까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가는 거지.

"…서현언니…"

뒤처져있던 민정이가 내 옆에 섰다.

"상태는 어떻대?"

"몸을 너무 무리했대"

"그러고보니까 언니 매일매일 잠도 안 자는 것 같았고…항상 표정도 음울져있었고…"

"…"

"오빠. 어쩔 거야?"

"어?"

"오빠. 여기 계속 있을꺼야?"

"…그러려고"

나는 그녀의 곁에서 간호해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녀의 마음에는 나에 대한 고민이 내가 죽은 후로부터 계속되어져왔으니까. 내가 이 마음의 짐을 덜어내야하니까. 그리고..

'날 용서하지 마'라는 말..절대로 들어줄 수 없으니까..

누나의 마음을..더 이상 힘들게 해서는 안되니까..

민정이와 난 계속 그녀의 옆에 앉아서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새벽이 되어서도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다. 난 민정이에게 내가 서현누나 옆에 있을테니까 집에서 편하게 자라고 난 얘기하였지만, 민정이는 싫다면서 고집을 부렸다.

"나야 불면증이니 상관없지만, 너는 다르잖아"

"싫어. 나도 있을 거야"

결국 난 민정이의 고집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새벽. 민정이는 기다리다지쳐 잠이 들었다. 난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민정이를 안아들어서 병원 관계자에게 부탁을 해서 대기실에 있던 소파에 눕히는 것을 허락받았다. 그리고 얻어온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주고나서 난 그녀의 옆에 다시 앉았다.

난 여태까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하얗고 기나긴 손가락. 여리다면 너무나도 여린 손이다.

나의 심정은 착잡했다. 서현누나가 일을 하던 도중에 쓰러졌다는 것을 알고 나서 난 얼마나 당황을 했는 지 모른다. 순간 멍해졌고. 엄청난 충격에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할 지도 모르고 허둥지둥했었다.

"일어나. 서현누나"

난 아직도 서현누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어. 누나의 마음을 아프게해서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어.

그녀는 많이 야위어져있었다. 핼쑥하고도 창백하였다. 잠도 매일 설쳐가면서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었단 말이잖아..그것도 나 때문에..

"으응…"

그녀의 눈꺼풀이 흔들렸다.

"서현누나?"

"정우…야?"

"응. 서현누나"

다행이다. 깨어줘서.

"여기는…?"

"병원 응급실"

"그렇구나…나 쓰러졌었구나…"

"서현누나…"

"헤헷…정우야…"

드디어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그녀였다. 비록 옅은 미소였으나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한기쁨을 누린다. 내가 떠나는 날까지 서현누나와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할 것만 같았기에.

"있지…? 너희들 신경쓰게 만들어서 미안해…"

"아니야 서현누나"

"계속…있어주었던 거야?"

"…응"

"바보네 나…동생들 걱정끼치게 만들고…"

"아니라니까…"

"그래도…있지?"

"응?"

"눈을 감고 있었던 내내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았어…너무나 따뜻한 거야…그래서 정말로편해서…이 잠이 깨어나지 않았으면 했었어…"

"…?"

"깨어나고보니. 네 손이 날 잡고 있었던 것을 알고는…아아…정우는 계속 이렇게 날 지탱해주고 있었구나…따뜻하게 해주고 있었구나하고…나도 모르게 그만…안심을 했었어…"

"서현누나…"

"나는 너한테 죄만 지었는데…너는 항상…나를 위해주고. 챙겨주고…"

"…"

"그래서. 미워하길 바랬어. 내가 널 고통 속에 몰아넣었으니까. 평범하게. 웃으며 살아갔어야 할 너였는데…너는 그러한 것 조차도 경험하지 못했으니까…그러니까 날 미워하길바랬어…증오하길 바랬어…"

"…"

"그런데 한편으로는…나를 용서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어…변함없이 날 봐달라고…이렇게항상 내 곁에 있어달라고…헤헷…나 정말 나쁜년이지…? 너한테 이런 것을 바래서는 안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나는…나는…"

주르륵하고 눈물을 흘린다. 침음성을 삼키며 눈물이 그녀의 눈에서 펑펑 쏟아져만갔다.

"이제서야 깨달았는데…그런데 그것을 생각해서는 안된다고…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겠냐고…자기자신을 채찍질하고. 지워보려 애를 썻는데…"

"…"

"그런데 안되는 걸…멈출 수가 없어서…나는…"

"…서현누나…"

"정우야…"

"…?"

"나는 널…"

"…어?"

"사랑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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