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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3. 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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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한숨을 늘여놓았다. 또다시 '하아…'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꾸만 나오는 한숨. 착잡하기그지없는 마음. 나의 기분은 현재 엄청나게 다운상태였다.
나를 계속 피하고자하는 그녀. 그걸보면서 아파하는 나.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려고해도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그녀는 내가 자기를 미워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더 이상 너를 볼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피하고 있다는 것쯤은 나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뭔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과거를 기억한 것에 대하여 피하지는 않을 사람이다. 자신을 용서하지말라며 나에게 말을 하였지만은 그녀는 어쩌면..계속 내가 만약에 그녀를 원망할지라도 나에게 상냥하게 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그녀는 이렇게 피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엇인가 이유가 더 있기에 나를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알지못하고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대체 무엇때문에..?
"내가 뭐 독심술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후유…어쩌지…?'하고 고민을 하여도 도무지 갈피조차도 잡히지 못하여서 답답해하고 있는 나다. 난 그녀를 사랑하는데...친누나가 아닌 이성으로써 그녀를..
"어쩌면 좋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결국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똑똑.
몽롱해진 의식에서 시야가 흔들린다. 졸려죽겠는데 나는 일부러 잠을 참아가고 있었다. 잠을 자보아야 내가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또다시 악몽에 괴롭혀질테니까 나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되도록이면 피하려한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나와 함께있을 때 나는 잠을 잤다. 어째서였을까. 누군가가 함께 있는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어서 마음을 놓는다. 악몽도 꾸지 않는다. 나이도 누군가와 함께 잘 만큼 어린나이도 아니었건만 나는 지현누나나 민정이나 서현누나 등 함께 잔다면..
눈꺼풀이 서서히 감겨진다. 그리고 들려오는 노크소리.
"…누구?"
나는 겨우겨우 목소리를 내어 말할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서현누나였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그것은아쉽게도 아닐 것 같았다.
"정우"
"지현누나?"
지현누나였다.
"들어가도 돼?"
"으…응"
머지않아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그녀를 자꾸 피하려하는 나였지만 계속 피하기만한다면 의심만 받고 게다가..시간도 얼마남지 않아서 '이 정도쯤이야…'라고 합리화하는 나였다.
이제..수능일도 몇 일 남았지..? 정말로 안 남은 것 같은데..?
딸칵하는 문 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들어왔다.
"…!!!"
나는 한창 비몽사몽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현누나의 모습을 본 순간 눈이 크게 뜨여질 수 밖에 없었다.
"정우?"
착각이 아닐까하고 눈을 비벼보고 다시 그녀를 쳐다보아도 똑같다.
지현누나는 평소에 귀여운 분홍색잠옷을 입고 잠을 잔다. 그런데 말이지...
"지현누나…그 상태로 왜…"
지금 그녀는 '속옷'만 입고 있었단 말이다!!!
게다가 무지하게 요염한 검정색 브래지어와 팬티만을 입고서 들어오는 그녀. 으아...나는그녀를 보지않으려 애쓰지만 남자의 생리란 무엇인가. 꼭 이런 것은 쳐다보는 것이 당연하지않은가? 자연스레 그녀의 몸매감상을 하고 있는 나였다.
서현누나보다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글래머한 가슴. 잘록한 허리에 균형있는 몸매.
"이건 그러니까…"
"응?"
"그러니까…"
저기요 지현누님?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렇게 입고 온 것은 당신이지않습니까?
"정우가 요새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하하…아하하…"
그러니까..뭐지..? 설마 '위로'라는 건가..저기요..위로를 하려면 좀 다른 방법으로..
"이렇게하면…정우가 힘을 낼 것 같아서…"
참 묘하게도 와닿는 발언이다.
"그리고 나는 너랑…"
무엇인가 중얼거리는 그녀. 대체 무슨 혼잣말을 하려는 것인지 몰라도 그 말을 하는 그녀의 표정은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뜬금없이 지현누나가 이런 차림으로 나한테 나서려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만은..
"나도 이제 20살이구…여자이구…"
중얼중얼. 말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평소부터 정우랑 해보고 싶었어…도저히 못 참겠어…"
정말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유혹 그 자체였다. 나도 창피해서 시선을 어디에 둬야 될 지 모르겠다.
"정우…"
"…응?"
그러더니 찰싹하고 내가 앉아있는 침대 옆에 앉아서 팔짱을 끼는 그녀.
"요새 정우의 어깨가 축 늘어져있어…무슨 일 있는 거야?"
"…"
"정말…무슨 일 있는거야?"
"으응. 아무런 일도 없어"
"그래…다행이야…"
"지현누나"
"어?"
"일단은…옷좀…입었으면 좋겠는데…"
"아…"
화악하고 얼굴이 달아오른 그녀.
"그러니까 나 위로하려고 이런 옷차림으로…"
"으…응…"
"누나의 마음이야 고맙지만 나도 이런 거 보면 좀…그래서…"
머리를 긁적긁적거리며 이 물렁거리는 감촉을 어떻게만 좋을지 심도있게 고민중이다.
한창 욕구불만. 동정인 나. 친누나만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늑대본능이 발휘되어서 덮쳐버렸을 판이다.
"난 괜찮으니까 지현누나.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
"저기…정우"
"응?"
"나. 여기서 자고 가도 돼?"
'결국 목적은 이거였습니까요!!!!'
"일단은…옷 좀…"
"헤에…"
얼래...? 지현누나...?
"정우도…느끼는 구나…"
느끼다니..뭐를요..?
"나를 여자로…봐 주는구나…"
응...?
"정우"
"넵?"
"후훗. 귀여워♡"
"…!!!!"
지현누나라면 평소에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튀어나왔다.
"이러고 자자 정우"
"…지현누나?"
"정우라면 나…얼마든지 괜찮으니까…"
뭐가 괜찮다는 건가요..
"응?"
"…에휴…"
역시 지현누나의 이 '필살! 초롱초롱눈빛'을 보고 있으면 항복해버린다. 나는 결국에 침대에 누워버렸다.
"헤헷♡"
승리했다는 듯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기어들어오는 그녀. 내 옆에 누워 포근하게 나를 감싸준다.
"정우…나는 널…"
"…얼래?"
무엇일까. 지현누나한테 한창 중요한 말을 들을 것만 같았던 타이밍에 눈을 떠보았다.
"아아…꿈이었구나…"
나는 소파에 누워서 한창 꿈을 꾼 모양이다. 머리를 긁적긁적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나였다. 지현누나와 함께 누워있어야 할 침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꿈에서 갑자기 지현누나가 나온 것일까?
"우응…"
"이러고서야 당연히 꾸지 않을 리가 없지…"
그녀는 앉아있는 상태로 자신의 팔을 베개삼아서 자고 있었다. 그리고 서현누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든 나를 보고 이불로 나를 덮어주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든것이리라.
"그리고 나…"
그러고보니 내가 꾼 꿈 내용도 이상하다. 정말로 한창 욕구불만이다. 친누나를 상대로 욕망을 품어버리다니. 그것도 서현누나가 아닌 지현누나를 말이야...
머릿 속이 뒤죽박죽하다. 나는 서현누나와 거의 단절된 관계를 지니고 있으니까 지현누나한테 대신으로 욕망을 품었던 것인가. 잘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러한 꿈을 꾼 것인지.
생각해봤자 뭐..'환상'이고 내 욕구불만을 그냥 보여주는 것일뿐...그냥 잊어버리도록 할까.
'정우…나는 널…'
그런데 지현누나가 하려고 했던 뒷말이 왠지모르게 궁금하다.
"아…"
내가 그러고 있는 사이. 지현누나가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지현누나?"
"우응…난 분명히…"
"여기서 잠들었어"
"응…잘 잤어 정우?"
"덕분에"
지현누나가 곁에 있어준 덕분에 난 악몽을 꾸지 않았다. 물론 꿈 내용이 조금 그랬기는 하지만...
"몇 시야 정우?"
"4시 쯤인가…"
새벽 4시. 다행히도 토요일이었다. 지현누나가 수능보기 전의 마지막 주말.
"지현누나. 피곤할 텐데 들어가서 방에가서 제대로 자"
"응…"
한창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돌아왔을 그녀였다. 그래서 그녀는 제대로 잠을 자야했기때문에 난 서둘러서 그녀에게 빨리 자라고 재촉을 하였다. 이렇게 불편하게 자고서야 제대로 잠이 오겠는가?
"정우…"
"응?"
"나. 여기서 자면 안될까?"
"…"
"안돼?"
"…여기에서 정말로 자고 싶으면 자도 돼"
"아니야…정우가 아직도 불편해한다면…"
"상관없어"
"정말?"
"그래"
"고마워 정우…"
"뭘 그정도 가지고는…"
그녀는 발그레한 얼굴로 조심조심 침대에 들어가서 누웠다.
"여기 누워 정우"
"…"
왠지..꿈처럼 된 것 같습니다만은..? 지금 지현누나가 옷 입었다는 것을 빼고는..?
"나는 정우가 있어야 잠이 잘 오는데…"
결국 오랜만에 그녀와 함께 잔 나였다. 나 역시 침대에 들어가 그녀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눕자마자 나의 등을 안아오는 그녀.
"잘 자 정우"
"그래…누나도 잘 자"
그러고서 그녀는 바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후우…"
나는 떠나야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안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정을 붙이지말자고 그렇게 다짐하고 열심히 떼어놓으려하였다.
하지만 말짱 헛수고. 나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잠든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음의 평화. 하지만 난 그것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바로 서현누나때문에 난 그녀에대한 생각으로..잠을 잘 수 없었다.
끊임없이 생각한다. 모든 것을 알았고. 또 그것때문에 그녀와 나 사이에 벽이 생겼다. 이렇게 이별하기는 싫다. 나는 가족들한테 미움을 받고 싶었지 미움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그렇지만 그녀는 자기를 용서하지말라며..자신을 욕하라고 한다.
내가 어떻게 욕할 수 있겠는가. 나는 자꾸만 피하려고 하는 그녀를 돌아보게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해야할 지 고민만 할 뿐이었고..
"하아…"
한숨을 내쉬며 나는 뜬 눈으로 그녀에대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음 날이고. 또 다음 날이고 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을 본 지 정말로 오래되었다. 이제는 나와 마주치지도 않으려는 듯이.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민정이의 얘기로는 집으로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한다. 새벽 늦게야 들어온다고.
지현누나의 수능일도 이제 정말로 얼마남지 않았다.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는데..그녀를 볼 수 없다는 것이 괴로웠다.
방과 후에 장을 봐오느라 조금 늦게 돌아가고있었다. 해는 벌써 저물었고 깜깜하기 그지 없는 밤. 나는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빛나는 가로등과 시끄러운 자동차소리. 도시의 밤은 항상 이렇다.
그렇게 감상에 젖어들다가 나는 그녀를 만났다.
"서현누…"
나는 말을 멈추었다. 쓸쓸히 돌아가는 그녀. 알바에서 돌아오는 길인 것 같았고 나는 그녀를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지라 반갑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고자 하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째서 누나의 안에…"
그녀의 안에.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를.
어느 한 작은 '검은 양'이 자리잡고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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