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43화 (24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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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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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그가 죽었어.

아니 내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

이 아이는 그저..'관심'과 '사랑'이 필요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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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악!!!"

눈 앞에 그가 있다. '서현누나~'하면서 밝게 웃는 그가 아니라 처참한 모습의 그가 있었다. 거실에는 그의 피가 흥건하였고 가슴에는 수직으로 칼이 박혀서 그의 목숨을 위협하였다.

"아…아…"

그렇게 비명을 지르다 주저앉아서 그 광경을 목도한다. 말 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그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충격이 오래남는다.

"우…우욱…!!"

결국에는 그 자리에서 토를 하고야말았다.

"하아…하아…"

"서현아! 무슨 일이니!!!"

안방에서 나의 비명소리를 들은 부모님. 부모님도 그의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서역시나 나와 마찬가지로 충격에 휩싸인 표정이었다.

"정우가…정우가…"

어머니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 역시 입을 버린 채 이 잔혹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 분.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벗어난 아버지가 '구급차 불러! 빨리!!!'라고 뒤늦게말을 하였다.

잠시 후. 구급대원들이 집에 와서 그를 이송해나가려하였다.

"서현이는 집에 있어"

나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어머니는 이미 실신을 하여 그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내가 죽였어'.

내가 죽였어. 나의 말 한마디에..그가 죽었어...

쓰러진 그의 앞에 자그마한 책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에는 초코파이가 탑을 이룬 접시가 있었다.

"아아…"

'있잖아 오늘 밤…'

이래서 이런 말을 하였던 거구나. 12월 24일....그의 생일.

그는 밤에 혼자서...혼자서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구나...

축하받고 싶어했는데...나는 그 마음도 모르고..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했어..그가 태어난 날인데..나는...

"숨이 아직 붙어있습니다!"

"빨리 인공호흡기 갖고와!!"

한 불쌍한 아이의 생명력을 살리기 위해. 구급대원들이 열심히 분주히 뛰고 있다.

멈춰있다.

나의 시간은 멈춰있었다.

나만 정지된 것 같았다.

살아있다는 말에. 나는 얼마나 안도를 했는가. 나는 정신을 차리고서 집에 있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무작정 같이 갔다.

"집에 있으래도!!"

아까 전의 공황상태는 사라졌다. 지금은 오로지 그의 생명이 살아있기를 바랐다. 너무나 늦어버린 행동. 하지만 난 그가 살아야 한다고 끝없이 기도를 하였다. 들것에 실려가는 내내 그의 손을 붙잡고서...

하지만..그의 손은 싸늘히 식어만갔다. 차갑게..아주 차갑게..내 손이 시렵도록..

"심장 맥박 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출혈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Defibrillator(세동제거기) 준비해! 빨리!!"

삐...삐...

"준비되었습니다!"

"3! 2! 1! Shot!"

쿵!

그의 몸이 충격기에 의해서 들썩거렸다.

"다시! 3! 2! 1! Shot!"

쿵!

삐..삐...

"3! 2! 1! Shot!"

쿵!

삐―――――――――――――――――――――

"3! 2! 1! Shot!"

쿵!

"…"

그의 심장맥박수를 가리켜주던 모니터에는 일직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수치는 '0'을 가리켰고. 제세동기를 사용하던 구급대원의 손도 멈췄다.

"…사망했습니다"

12월 24일. 새벽 1시.

그의 심장은 완전히 멈추었다.

하얀수건이 그의 얼굴을 가리고 구급대원들이 그를 병원에 있던 안치소에 데려가려한다.

"아…아…"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 지 모른다. 믿고 싶지 않았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살아나리라라는 희망을 품고 구급대원들에게 '우리 정우 살려주세요!!!'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하지만...

그는 죽었다. 이제 그것은 사실화되어버렸다.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손. 그의 손에서 더 이상 온기가 없다. 구급대원이 떨어지라고 얘기를하여도 나는 절대로 떨어질 수 없었다. 아니 떨어지지 말아야했다.

나는 그에게...'미안해'라는 말 한마디 조차도 못했으니까.

"서현아! 정우는 죽었어!!"

아버지가 냉정하게 말한다. 죽었다고. 그 아이는 이제 살 수 없다고.

나는 안간 힘으로 버텼다. 그의 손을 잡아쥐며 떨어지지 않으려 하였다.

"놔요! 놔 줘요!!"

"서현아!!!!"

하지만 난 아버지와 구급대원의 힘에 강제로 그와 떨어졌다.

"놔요! 놔요!!"

그에게 달려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제지에 막혀서 그저 눈물만 흘리며. 그가 멀어져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아아아아아아아!!!!!!!!!!!!"

비명과 눈물과 함께. 안치소의 문이 닫혔다.

"서현아 이제 그만 두자…"

아버지는 나의 어깨를 안으며. 손을 뻗고 있는 나를 막아섰다.

"이미…늦었어…"

아버지 역시 그의 자살을 막을 수 없었다는 자책감에..어깨를 늘어트렸다.

자기 자식이 죽어버렸다. 아무리 냉정하게 굴었어도 자식은 자식이었다.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하였고. 지현이와 민정이에게는 알리지 않기로 하였다. 이 충격을 감당해내기에는 너무도 어린 아이들이었으니까. 특히나 지현이는...정우를 무척이나 귀여워해주었기에 더더욱..

주저앉았다. 그저 멍하니 앞에 닫혀있는 안치소의 문을 바라보았다.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울부짖다가 힘이 소진한 나.

아직도 나의 손에는 그의 손이 남겨두었던 냉기가 있었다. 시리도록 차갑던 손의 냉기.

그 아이의 미소가 떠오른다.

나에게는 공포의 미소처럼 각인이 되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 아이는 슬픔을 숨기려..우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일부러 웃었던 것이다.

바보같은 웃음.

나를 향해 달려와 보여주던 그 웃음.

바보같은 척을 하였다. 그는 일부러 바보같이 행동했다.

"정우야…정우야…"

이미 너무나도 늦어버린 말.

"서현아…먼저 집으로 가 있거라…"

이러한 아버지의 말에도 움직일 수 없었다. 당장에라도 나에게 '서현누나!'라고 외치며 밝게 웃는 그가 올 것만 같았다.

그러면..정말로 나에게 달려와준다면...

나는 그를 한 없이 껴안아 줄 텐데...

'미안하다'고...'미안해'라고...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약속할 수 있을텐데...

결국엔 아버지가 날 업어서 집에 데려다주고 자신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고나서야...

'그는 죽었다고 확실하게 인식되어버렸다'.

집에 돌아왔다.

아직도 거실에는 피가 남아있다.

다시 주저앉아버렸다.

거기에는 떠나간 사람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초코파이탑이 있었다. 자그마한 책상이었지만 그는 그런 소박한 생일파티를 치뤄도 웃었으리라.

눈물이 다시 흘러나왔다. 흘려도 흘려도 끝을 알 수가 없었다. 그와 함께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축하합니다…사랑하는 정우의…흑…흐흑…"

상상했다. 늦은 밤. 둘이서 함께 보내는 생일파티를.

나는 후회한다. 뼈에 사무치게 후회한다.

그를 떠나보내고 나서야하는..너무나도 늦은 후회.

"미안해…"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해.

"미안해…"

너에게 상처를 줘서 미안해.

"미안해…"

너에게...사랑을 주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해…"

이렇게...늦은 후회를 해서 미안해...

오열한다. 그의 피가 내 옷에 묻히고있어도. 그것을 닦을 생각을 하지 않고 오열한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서. 나를 끝없이 자책하며.

그렇게. 한참을 또 울면서...

12월 25일.

그가 죽은 지 하루가 지났다.

나는 그렇게 울다가 정신을 차리고서 거실에 있던 그의 피흔적들을 닦아내었다. 민정이와지현이가 알아차려서는 안되었기에 그렇게 그의 흔적을 '지우기라도 하는 듯'이 닦아내었다.

그 이후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방에 틀어박혀 멍하니 잠겨서..'이렇게 했었다면…'하고 과거의 추억에 빠진다. 돌아가려고 해도 돌아갈수 없던 시간들을 회상한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지그시 미소를 짓고.

그렇지만 슬픈 기억들을 떠올리면 나는 또 울어야만 했다.

모든 원인은 나에서 비롯되었다. 나의 이기심에. 나의 어리석음에 그가 희생되었다. 그는단지 나에게서 인정을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난 그것을 묵살해버렸다.

그러다가 베란다로 나가보았다.

눈이 흩날렸다.

"진눈깨비…"

눈이 펑펑 쏟아지는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아닌 녹아없어지는 진눈깨비가 떨어져갔다. 행복했어야 할 크리스마스 아침. 지금은 구슬프고 우울하기만 하였다.

"병원…가야지…"

그런데 난 병원을 어떻게 가야할 지 몰랐다. 어디로 그를 옮겼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나 급박했던 상황이라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따르르릉...따르르릉...

전화기가 울렸다. 난 '받지 말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무미건조한 목소리. 이렇게 전화를 받는 것조차도 힘들다.

"서현이니?"

"아빠…?"

아빠의 전화.

"………"

아버지의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바로 수화기를 내리고 뛰쳐나갔다.

추운날씨임에도. 병원의 제대로 된 위치를 몰랐어도.

나는 달렸다. 달리다가 금방 헉헉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도 참고 참아가며 달려갔다.

'살아있어. 그가 살아있어'

아버지의 얘기로는...'심장이 완전히 멈추었던' 그가..살아났다는 것이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얘기였지만. 왠지 거짓말 같았지만.

나는 금세 화색이 돌았고. 그에게로 달려간다.

이젠 더 이상...그를 외롭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설사 사람들이 그를 외톨이라도 내몰지라도..나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빛'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 다짐을 하면서 달려갔다.

"정우야!!!!"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가며 병원에 도착해 그가 있다는 병실로 향했다.

병실의 문을 벌컥 열자.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에선...

'그가 있었다'.

"아아…"

정말로 살아있어. 그가 살아있어.

나는 '정우야'라고 부른 순간에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

"…서현누나?"

차갑고. 차가웠다.

나에게 방글방글 웃어주던 평상시의 그가 아니었다. 무표정. 나를 대하는 어투도 달라졌다.

나를 바라봐주던 그의 똘망똘망하던 검정색 눈동자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영혼을 잃어버린 듯'한 회색빛 눈이 자리잡고 있었다. 더 이상 옛날의 그가 아니었다.

그는...

'웃음'을 잃고.

'과거의 기억'을 잃고.

그리고....

'감정'을 잃어버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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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계속 이어집니다.

이런 보잘 것없는 허접작가에게 두눈뜬왕형님께서 저에 대해 인터뷰를 해주신다고 했는데...저는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그래서 형님께는 정말 고맙다는 말을 이 자리를 통해서 꼭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한다고하니..상당히 긴장도 되고..어떤 말을 해야 될 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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