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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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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피를 뒤집어쓰고 웃는 그가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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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헤…나 잘했어 서현누나?"
활짝 웃고 있는 그. 처참하고도 잔혹한 참상. 나뭇가지하나만을 들고서 '이런 상태'로 만들어 버린 그였다.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도 경악. 부모님도 경악. 아이가 하기에는 너무나도 믿기 힘든 광경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서현누나"
그가 다가온다. 나는 그것에 움찔하고 뒤로 물러난다.
"서현누나 왜 그래?"
자기 자신도 피를 흘리며 나에게 오고 있었다.
"오지마…오지마…"
나는 두려움에 한걸음 한걸음 물러선다. 이 아이가 진짜로 내 동생이 맞을까라는 생각에.
아니면 아이의 탈을 쓴 '악마'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른들도 그의 모습에 두려움과 공포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부모님조차도..그를...
"서현누나…나 잘했지? 서현누나 놀리는 애들 이렇게~혼내줬어. 그러니까 잘했다고 얘기해줘. 응?"
"다가오지마라!"
"왜…"
부모님이 나의 앞을 막아섰다.
"당장 무릎꿇고 사람들한테 사과하지 못하겠나!!! 박정우!!!"
아버지의 노성. 그리고 그를 사람들 앞에다 데려놓고 강제로 꿇어앉혔다.
"얼른 사람들한테 죄송하다고 빌어라!!"
"내가 왜 그래야 해요?"
잘못을 느끼지 못했다는 듯이 말하는 그. 그리고 아버지는 나뭇가지를 빼앗아 집어던지고는 그를 때리기 시작하였다.
퍽! 퍽! 퍽!
너무나 어린 아이였다. 겨우 5살인 아이. 그 5살인 아이를 아버지는 정말로 많이 때렸다.
"네가 저지른 짓이 얼마나 큰 잘못인가를 아직도 뉘우치지 못했어?!!!"
퍽! 퍼퍽! 퍽!
그 이전에 가출로 인해서 아버지는 계속 그를 혼냈었다. 그리고 그가 매일 맞고 다닌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 '널부러져 있는 아이들'한테..
그렇지만 이들의 상태는 심각. 그 자체였다. 어쩌면 '재기불능'일지도 모르는 큰 상처. 피로 널부러져 있는 아이들이 8명정도 있었다.
그는 맞고있는 내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슬프고도 슬픈 그 아련한 눈빛을.
하지만 난 그에 대한 공포에. 두려움에 그의 시선을 외면하였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아직까지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아이의 방황은 갈 수록 심해져만갔다. 아버지가 모든 배상비를 아이들 부모한테 물어주고 나서야 사건이 종결이 되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나뭇가지로 맞은 것에 대한 외상도 눈에 보이는 것에 비해 심각하지는 않다고하였다)
그런데 그 아이의 상처가 맞은 아이들보다 더 심각하였다. 병원에 입원해서 몇 개월동안 치료를 받아야하는 상태. 가출과 이 사건으로 인해서 부모님은 그에 대해서 실망감은 물론이고 '공포'까지 가지게 되어 그와의 관계가 냉랭해져만 갔다.
'이 아이가 정말 우리 아이가 맞을까?'라고 말하기까지 한 아버지의 독백은 그것을 능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가출을 하지 말라고 그리 타일러도 따르지 않는 그. 너무나도 잔혹한 일면을 보여준 그에 대해서 아버지는....
부모님은 그의 병실을 입원할 때와 퇴원할 때를 제외하고 찾아오지 않았다. 나 역시 그를 만나기가 두려워 찾아오지 않았다. 지현이와 민정이에게는 알리지 않아야했기에 그는 혼자 병실에서 지내야했다.
퇴원하고 집에 돌아온 그. 부모님은 더 이상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지않는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퇴원하자마자 '서현누나~'하고 방글방글 웃으며 나에게 오는 그. 그렇지만 부모님이 나를 보호하고자 그를 막고 강제로 방에 끌고 가서 가두었다.
"이래야…정신을 차리는 것일까?"
그렇게 말하고는 있었지만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는 아버지였다.
그러고부터 몇일 뒤. 그의 가출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매일매일. 밥 먹듯이 하는 가출에 아버지는 '이 집이 싫으면 당장 나가!'라고 외쳤다. 물론 어머니가 그것을 말려야했지만은..어머니도 만약에 그가 나이를 좀 더 먹었다면 내버려두었을 것이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포기해버렸다. 그러면 그럴 수록 그는 어둠으로 빠져만갔다.
"여기에 있었네"
4일만에 그를 찾았다.
"서현…누나…?"
나는 그에 대한 '공포심'을 애써 자제하고 그래도 동생이었기에. 당장에라도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것을 꾹 참고 그에게 다가갔다.
"서현누나!"
나에게로 달려오는 어린아이. 다른 남자아이들에 비해서 체구도 작아서 내 품에 쏘옥하니쉽게도 들어왔다.
"…돌아가자"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이런 무서운 아이가 있느니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속으로는빌고 있던 나였다.
"…응!"
그렇지만 내가 말한 것이 너무나 기쁜 듯 방글방글 웃고 있는 그. 자신을 '찾아줬다'는 것이 기쁜 모양이다.
그 웃음을 보고 있으면 '그 사건'이 떠올라 나도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너무나도 소름끼치고 무서웠다.
가출하고 나면 항상 아버지는 혼냈다. 말로만 혼내었지 정작 아버지도 그에게서 두려움과공포를 계속 느끼고 있어서 말로만 소리를 질렀다.
그는 나와 지현이. 민정이를 제외하고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로지 무표정. 그 싸늘한 무표정은 해맑게 웃는 그의 모습은 물론이고 또다른 공포를 심어주고 있었다.
만약에 수틀리기라도 했다가는 아버지까지에게도 '그런 행동'을 할 것 같이...
우리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서 부모님이 해외로 출장 가는 횟수도 늘어만갔다. 나는 이제 완전한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 이것저것 학업과 별개로 여러가지 아이들 뒷바라지를 챙겨야만했다. 게다가 그 때의 나는 사춘기도 되어 반항기가 극심해져 부모님과 트러블도늘어만갔다. '내가 왜 이것까지 챙겨줘야 돼?'라고 어렸을 때부터 쌓아놓았던 것을 토해내게 되면서 싸우는 횟수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매일 집에 있는 것도아니었고. 있을 때마다 그렇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그는 완벽한 외톨이가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미친 놈'. '정신병자'. 어른들의 시선이 이러한데 아이들의시선이라고 별 다를 게 있겠는가. 그를 왕따취급하고 그를 단체구타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갔다. 그리고 반면에 그는 예전과 다름없이 늘상 맞아주며 '에헤헤'하고 바보같은 웃음을 짓고서.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갔다. 벌써 지현이가 9살이 되었고 나는 13살이 되었다.
그리고 정우는...'8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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