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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3. 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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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그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아. 비록 '숨기려'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그 바램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야.
바로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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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늘 똑같다. 내가 조금 특별한 일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냐고? 그건 아니었다. 떠나기 전의 마지막으로 느껴보는 이 평온한 일상이 조금 더 오래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꿈을 더 지속시키고 싶다'.
그것이 지금 현재 느끼는 나의 심정이랄까. 하지만 언젠가 떠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몇 시간 후이건. 몇일 후이건. 나는 떠나야 하는 사람이었다.
지현누나와 함께 돌아오고나서 지현누나는 바로 옷만을 갈아입고 독서실로 향했고 집에는 어째서인지 나 혼자 있었다. 서현누나야 알바갔다고쳐도..민정이는 어디 친구랑 놀러갔나? 아무튼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혼자있으면 또 궁상만 떠는 것이 현실.
게다가 밤이다. 다른 계절이었으면 해는 아직도 떠있었을텐데.
"…뭐하지?"
혼자있는 집. 나는 '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나로써는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였다.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으니까'
1분 1초도 아까운 상황이었는데 '뭐하지?'라는 그런 지루한 말투로 고민하고 있었다니.
"정리라도 해둘까"
방에 들어가서 옷이라도 주섬주섬 넣어둘까. 아무도 없는 집 안. '이별을 위한 준비'를 해야하나?
나는 그 생각을 이행하기로 하였다. 방에 들어가서 옷장에서 옷을 주섬주섬꺼내 차곡차곡쌓아놓고 있었다. 봄옷이나 여름옷은 필요없었다. 떠나고 난 뒤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당장에라도 한 벌의 겨울옷이 더 필요한 시점이니까.
커다란 가방을 내가 묵던 예전 방-창고-에 가서 가지고 나왔다. 내가 몇 개월전까지만 해도 자던 방은 본래의 역할로 돌아왔다.
"이걸로 제대로 겨울나기나 할 수 있으련지…"
사실 밑도 끝도 없이 떠나는 '가출'이다. 미래를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않고 하루 빨리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허겁지겁하는 일이다.
후줄근한 겨울옷. 그리고 많지도 않았다. 점퍼라던가 코트는 나중에 챙기기로하고 이 두꺼운 옷은 가방에 넣어놓자. 그렇다고는 해도 단 세 벌에 불과하지만말이지..
검정색의 두꺼운 스웨터를 넣어놓고. 회색의 긴팔티를 넣어놓고. 폴라티를 넣어놓고. 이 세개 중에서 가장 얇은 것은 긴팔티려나..애초에 '실내생활'을 할 수 있으련지 모르겠지만은 챙겨두자.
그러다가 옷장에 그녀가 사준 생일선물인 검정색의 티를 발견했다.
"…"
나를 위해 옷을 사준 그녀. 내가 아마 그 때 완전히 반해버렸었지 아마?
그 때 밤하늘 아래.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잘못된 욕망'. 나는 이것을 '사랑'이라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이렇게 규정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내가 이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구분할 자신이 없다.
그저 '욕망'. 친누나인 그녀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 불과하였다.
"사랑도…'욕망'의 한 감정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이 마음을 숨기고(아니. 이미 드러냈는지도 모를) 이러한 내 자신은 이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을 가졌기에.
"…가져갈까?"
또 하나의 '미련'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이 미련만큼은 인정하자. 그녀가 나를 위해 사준 선물이었으니까. 이것을 보며 '추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난 그것을 가방에 넣어놓았다.
"그럼 이제 더 무엇을 가져가야하나…"
"휴우"
어느 정도 넣어논 것 같았다. 옷가지들은 물론이고 오래 된 고물cd플레이어와 이어폰도 넣고 내가 들을 시디도 넣어놓았다.(그렇다고 시디들 모두 가져가지는 않았다) 그냥 내가 넣고 싶은 것들. 그렇지만 그것이 별로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세면도구라던가 수건들을 넣은 것은 당연한 거고.
나는 그러다가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하나를 책상에서 보았다.
"…"
그 안에는 가족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는 없는 부모님도. 서현누나도. 웃음을 잘 짓지않는 지현누나도.한 6살쯤 보이는 민정이도.
'그렇지만 나의 모습은 없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았었다'라는 증거가 없었다. '사진'은 세월이 오래 지나도 얼마든지 존재하는 물건인데..마치 아예 그 자리에 없었다라고 말해주는 듯 나의 모습은 온데 간데없다.
어느샌가 난 가방을 한 쪽 깊은 곳에 숨겨두고서 그 사진을 보는 데 열중하였다.
"이렇게 뚫어져라본다고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여느 다른 가족들과 같은..화목한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애초에 나라는 존재가…없는 것이 맞았어"
이런 존재가 존재하지 말았어야했어. 부모님묘소에서 하소연했던 대로..난...
얼래...?
'나…울고 있는 건가…?'
아니야. 눈물은 흘리고 있지 않잖아. 나는 울고 있지 않아.
그런데..가슴이 너무나도 아파서..당장에라도 눈물이 나와야 하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아'.
"얼래…?"
울 만큼 울어서..눈물샘이 메말랐나? 그치만 전에도 한번 울었었는걸?
"얼래…?"
모르겠어. 지금은 모르겠어
'내가 정말로 울고 있는 건지 아닌지'
한창동안 궁상을 떨었다. 정말로 궁상이었다. 방 여기저기를 뒤지며 뭔가 '추억'할만한 거리를 찾고 있었다.
가족사진도 가방 앞쪽에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 기념이 될만한 거. 추억하고 회상할만한 거를 더 찾으려고 아버지의 서재를 기웃거린다.
찾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많이 튀어나온다. '이런 것도 있었나?'라고 묻고싶을만큼.
아버지의 서재이다보니..아버지가 써놓은 듯한 편지지들을 비롯한 아버지의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물론 어머니의 물건도 간간히 보였고.
서랍을 뒤져보면 우편도 나오고. 만년필도 나오고.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이 튀어나왔다. 돌아가신 이후. 내가 이 방에 와서 침대와 이불등을 옮겨놓은 것을 제외하면 그대로 보존되어있었다.
그대로 보존되어있어서 그랬을까. 먼지도 많이 쌓여서 탈탈 털어야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지도 꽤나 시간이 흘러서.
내가 간간히 청소를 하러 이 곳에 와도 방바닥이나 겉으로 보이는 것들만 닦아놓았을 뿐이지 세세한 것들은 전혀 닦지 않았다.
그냥 남겨두었다.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다.
부모님이 원망스러워서 뒤끝있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책장도 마찬가지. 먼지가 쌓여서 털어내야 책들의 진정한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책들을 만지며 건드리다가.
툭.
책장에서 바닥으로 무언가 떨어졌다.
"이건…?"
어쩐지 이것은 먼지가 전혀 쌓지않았다. '누군가'가 보기라도 한 듯이 깨끗했다.
"이건…분명히…"
서현누나가 본 '일기장'이야...
"왜 이런 것이 여기에…?"
나야 잘 모르겠지만은...궁금했었다. 왜 이것을 보면서..서현누나가 그토록 슬픈 표정을 지었는지.
어째서 '아무것도 아냐'라면서..나에게 숨기려하였었는지...
'보지마'.
마음 속에서 그렇게 경고한다. 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내버려두라고. 이상하게도 그렇게외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호기심'이 일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판도라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분명히 경고하고 있었는데도..보고 싶어진다.
그 호기심에 못 이겨서..이 작은 일기장의 페이지를 열어보았다.
"198x년…10월 8일. 우리에게 마침내 첫 아이가 생겼다…나는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일기장을 사서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나간다. 내가 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뻐하였는지모른다. 마침내 바라고 바라던 첫 아이가 생겨난 것이다. 이름을 뭘로 지어야 할까. 나는 벌써부터 그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기는 서현누나가 태어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동안 이 일기장을 얼마나 꾸준히써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일기장에서의 부모님은 상냥하고도 상냥한 부모님이었다. 나의 기억속에서는 그렇게 존재하지 않지만은..(사실 남은 기억도 별로 없었다) 이 일기장에서만큼은 그랬다. 서현누나가태어나고. 자라고. 그러다가 지현누나도 태어나고. 하나의 '가족'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고 넘겨가며..중간 좀 지나서였을까.
"199x년. 셋째아이가 생겨났다. 서현과 지현이는 여자아이였는데 이번엔 남자아이란다.그래서 어머니가 무척이나 기뻐하신다. 대를 이을 손자가 생겼다며 사실 여태까지 남자아이가 생기기를 기대해왔었다고 얘기하셨다…사실 나와 아내는 여자아이건 남자아이건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것 그 자체의 의의를 두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형제가 없어서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형제의 정이라는 것을 느끼게해주고 싶었다…그 말에 아내는 웃으면서…우리 아이들을 열심히 잘 키워보자고 얘기하였다…"
"…"
"셋째아이의 이름은 어머니가 정하셨다. 박정우. 새로생겨난 아이의 이름. 정우라는 이름의 뜻은 '곧은나무'…올곧게 살아가라는 어머니의 진심이 담긴 이름이었다…"
"곧은 나무…라…"
내가 태어나고 나서 할머니는 얼마지나지않아 돌아가셨다고 이 일기장에 적혀있었다.
그리고..나는 이 일기장을 보면서..
"199x년. 정우가 태어났다. 그렇지만 위험하였다. 목숨이 왔다갔다할만큼 위험한상태라 우리는 바로 인큐베이터 안에 넣어야만 하였다. 여차하면 수술마저도 해야만 하였다. 아내는 울었다.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죽어야만 하냐며. 나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었다. 그 때 서현이가 '아빠. 내 동생은 어디있어?'라고 묻었을 때.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만 했었던 것일까"
"…아버지…"
"우리는 그 아이가 살아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도하였다. 얼마나 기도하였는지도 모른다. 건강이 좋지않은 어머니마저 치성을 드린다는 것을 애써서 만류해야했다. 부디 그 아이가 살아나기를…"
"예전에는 이렇게 챙겨줬으면서…정작…"
"199x년 1월 14일. 정우가 건강을 찾았다. 그것에 우리 모두 안도했다. 이 아이까지 포함해서 다섯식구. 나는 식구가 늘어감에 따라서 자연스레 책임감도 생겼다. 그리고…난 무척이나 행복했다"
일기는 행복한 기억들이 적혀있다. 내가 절대로 기억하지 못할 그런 기억들. 내가 아기였을때의 기억.
"199x년 12월 24일. 정우의 돌잔치였다. 운이 좋았다. 이 아이가 많이 아팠을 때 우리는 이 아이가 살아날수 있을까하고 믿고 싶지않았지만 그런 생각마저 하였다. 하지만 이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났고 무럭무럭 커서 벌써 태어난 지 1년이 지났다. 3살 박이인 지현이도 그리고 6살의 서현이도 모두 이 아이를 유심히쳐다보며 이 아이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한다. 그럴 때마다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가 함박웃음을 지어주면 우리들은 그 아이가 너무나 귀여워 쓱쓱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하였다. 게다가 돌잔치가 크리스마스이브라 뭔가 이 아이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이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그리고 지현이와 서현이는 어떻게 자라날까. 나는 어느 새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낙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
"199x년 7월 13일. 아이들을 볼 시간이 별로 없다. 빨리 가서 아이들을 보고 싶은데 나도 아내도 일에 치여사느라 아이들을 대신 키워줄 보모를 구하였다.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안 그래도 나이어린 아이들을 집에 두고서…자꾸만 늦어지는 퇴근시간. 그럼에도 '아빠 왔다!'라고 지현이와 서현이가 말하며 나에게 안겨오면 지치고 고된 생활 속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이 '가족'이라는 거구나…라며…"
아버지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긴 일기. 나는 그것을 읽어가며 아버지의 새로운 일면을 볼 수 있었다. 항상 냉정하기만 했던 아버지. 항상 원망스러웠던 아버지.
"199x년 1월 17일. 정우가 감기에 걸렸다. 안 그래도 약한 아이였는데 감기마저 쉽게 걸려 아내를 애 태우게 만들었다. 그 감기 하나만으로도 병원에 입원해야하는 아이였으니까. 너무나도 약한 아이. 하지만 우리들은 당장에라도 병원에서 그 아이를 간호하고 싶었지만 그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적었다. 관심을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이 아이에게 말하고 싶었다"
나는..민폐만 끼쳤네..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병원신세를 여러 번 져야했다. 그것때문에 부모님들은...
"199x년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민정이도 태어난 지금.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나는 아내와 같이 깊이 고민하였다. 정우도 이제 3살이니…장난감자동차를 사주면 좋아해줄까? 지현이와 서현이는…인형이 괜찮을까? 하지만 우린 바보같은 부모였다.같이 있어주지도 못하는데…선물로 그 아이들의 마음을 채워줄 수 있을까. 벌써 아이들과 떨어진 지 몇 개월째. 아이들이 우리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사락..사락..
한 장씩 한 장씩 이 일기장을 넘겨본다. 그러면서 우리와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하고 또 부모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199x년 10월 29일. 정우가 또 어디선가 많이 맞고 돌아왔다. 어째서인지 정우 그 아이에게 친구가 전혀 없었다. 오로지 혼자 방 안에만 있었다. 유치원에 보내야했지만 그 곳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자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집에서 키워야만했다. 지현이와 초등학교를 다니는 서현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반면에 몸이 약한 정우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못했다. 걱정이 되었다. 이 아이의 온 몸에 흉터가 하나하나 새겨질때마다 우리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아버지의 기록에는 '우리 가족'에 대한 것이 없어져갔다. 오랜시간 떨어져 가족들의 소식도 알 수도 없는 까닭이었다.
"199x년 3월 21일. 오랜만에 집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 반. 잘 지냈을지하고 걱정되는 마음 반으로 집 안에 들어와서 보니 아이들 모두 있는데 정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화들짝 놀라서 온 동네를 샅샅이 뒤져보아도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서현이에게 정우 어디있냐고 물어보았더니 '모른다'라며 무관심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반면에 지현이는 자기가 찾아보았는데 없었다고 전혀 보이지않는다며 울고 있었다. 서현이는 왜 이리 차가워진 것일까라고 물어보기도 전에 우리는 어서 아이를 찾아야만했다. 경찰에도 실종신고를 하였고 우리는 걱정되는 마음으로 초조하게 찾아다녔다. 찾다찾다 발견된 곳은 다름아닌 우리 집 창고 깊숙한 곳에 숨어있었다. 사람을 이렇게 걱정시켜놓고서…나는 따끔하게 혼을 내주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하염없이 울기만 하였다. 그렇지만 혼을 내어야했다. 그래야 다음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
"199x년 11월 28일. 정우가 또 가출을 하였다. 날씨도 추운데 이번에는 대체 어디에서 있는 것인지. 대체그렇게 하지말라고 해도 이 녀석은 말을 안듣고 우리가 걱정을 하게 집을 나가는 것인지.서현이는 '이제 찾기 싫어'라며 차라리 우리 집에 정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였다. 그것에 나는 화를 내며 동생에게 그런 말을 하면 쓰냐고 얘기하자. 그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강제로 정우 찾아오라고 얘기를 하고나서야 비로소 서현이가 집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갑자기 생긴 용무로 집을 나가야했다. 우리는 그저 서현이가 정우를 잘 찾아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서현누나가..이런 사람이었나..? 서현누나도 어렸을 때엔..나를 싫어하였구나..
"199x년 9월 1일. 나는 차츰차츰 정우가 변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그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아이가 하기에는 너무나도…우리는 믿고 싶지 않았다…"
"…!!!"
"199x년 10월 26일. 우리는 깨달았다. 이 아이는 변했다. 그렇게 순수하게 해맑게 웃음을 짓던 아이가…이제는 그 아이가 웃음을 짓기라도 한다면 나는…"
"아버지…"
"'나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
"…"
"아무리 교육을 하여도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이 아이는 어둠으로 빠져만 갔다. 이 아이를 훈계하고 회초리로 때려도 변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고 믿고 싶어도 이 믿음이 언제까지나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만하는 것일까. 나는 진심으로 고민해보아도…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진실에 마주한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 기억.
"그래서…그래서 냉혹하게…"
그래서 냉정하게 굴었던 겁니까 아버지? 이렇게해야 변할 줄알고..그리하였던 겁니까?
차라리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었으면..좋았을 것을...
"199x년 12월 24일…"
나는 보았다. '또 하나의 진실'을.
털썩.
"봤…구나…"
누군가가 털썩하고 주저앉아 망연자실해하는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들려왔다.
"서현…누나…"
그녀이다. 집에 돌아온지 얼마지나지않은 듯 가방도 내팽겨치고 털썩하니 주저앉아있었다.
"봤…겠지…? '그거'?"
"…아아…"
모든 것을 보았다.
"그리고…난 이런 사람이었어 정우야…너한테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그렇게 너에게 상냥한 사람이 아니었어…'상냥한 척'했을 뿐이야…"
"진실…이구나…그럼 이것도…"
"그래. 그 일기장에 적혀있는 것들은 모두…진실이야"
떨고 있다.
서현누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 눈'이…그래서…"
"그래…"
듣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녀의 입으로 그런 말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나는 그녀의 입에서 직접 듣고 나서야..
정말로..'인식'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넌…'죽은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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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고..선작 수는 갈 수록 떨어져가네요..
part 13. 'between'은 두 개로 쪼개져있습니다.
이게 첫번째파트이구요. 과거편쓰고 나서 두번째 파트를 쓴 뒤에야 'last part'와 '에필로그'를 쓸 것 같습니다. 파트 당 편수가 적어서 금방 끝낼 것 같습니다. (원래 과거편까지 part 13에 넣을까 했었는데..그냥 구성상 쪼갰습니다)
그럼 part 0. 'Gray'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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