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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3. 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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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모르게 그가 떠날 것만 같았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영원한 이별'.
어째서였을까? 왜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단지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난 아직도 그에게서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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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처럼 나의 곁을 떠날 것만 같아서…왠지 이번에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그녀의 말에 나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어떻게…'
무엇보다 그녀가 어째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이 말할 수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예감'으로 보이지만은 '진실'이기도 하였기때문이다.
"설…설마…"
거짓말도 어눌해져갔다. 너무나도 놀란 탓이었을까. 정곡을 확실하게 찔려버린 탓에 말하는 목소리도 아무렇지않은 척하였지만 확실한 떨림이 있었다.
"아니…'두 번째'려나…"
"두 번째?"
두 번째라니..그건 또 무슨 말일까.
"으응. 아무것도…"
그녀의 표정에는 씁쓸함이 담겨져있었다. 이 표정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녀는 왜 이러한 슬픈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서현누나"
"웅?"
"…나는…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해"
"…"
그 말에 급작스런 모습을 보이는 그녀였다. 무엇인가 '건드려서는 안될 것'을 건드린 모양인듯이.
"정확하게는 8살이전의 기억이 거의 없어…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걸 왜 나한테…"
"서현누나라면 왠지 알 것 같아서"
"…!!!"
그녀의 얼굴은 시시각각변해갔다. 아니 숨기려고는 하고 있어도 초조해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내가 그 때 어떠한 인간이었는지 알려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다만…그냥 내 어릴 적을 기억하냐고 묻고 싶었어"
"…"
"기억해? 내 어린시절을?"
"…응"
마지못해서 대답을 하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까지 말하길 꺼려하는 것일까.
"정우는…정우야"
"응?"
"정우는…정우인걸…지금 있는 것도 정우이고…그리고 예전에도 정우야…"
"서현누나…"
"미안해 정우야…내가 못난 모습보여줘서"
"누나…"
"헤헷…♡ 내가 너무 바보같지?"
"…누나…"
"시간이 많이 늦었다. 정우도 자야지…정우가 같이 자는 거 싫어하니까…나도 방에 들어가서 잘게. 그럼 잘 자 정우야. 내가 억지로 깨워서 미안했어"
그녀는 그렇게말하면서 방에 돌아가려하였지만은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그녀를 다시 껴안았다.
"…정우야?"
"누나가 무엇때문에 슬퍼하는 지는 나는 잘 몰라. 하지만…그게 나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쯤은 알고있어. 그러니 나 때문에 그런 슬픈표정은 짓지말았으면 해"
"정우야…"
이러한 서현누나에 대한 차오르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그녀를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그녀는 나의 이러한 질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차라리 묻지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녀의 슬픈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웃는 얼굴이 어울렸다. 지현누나도. 민정이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웃었으면 하였다.
고작 나때문에..이런 슬픈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서현누나"
"응…?"
"서현누나…서현누나…서현누나…"
"왜 그래 정우야…"
나는 그녀의 이름을 계속 되풀이하였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 이후로 그녀가 '친누나'로서가 아닌 '한 명의 여자'로서 느껴졌다.
지금이라도...고백해버릴까..?
'안 돼. 그래서는 안 돼'.
그녀를 갖고싶다는 욕망. 그녀의 마음을 얻고싶다는 욕망. 나를 친동생이아닌 남자로 봐주었으면 하는 욕망.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은 불순하기 그지 없었다.
미칠 것만 같은 이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당장에라도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면서..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싶다는 이 욕망을 이성으로 억압한다.
"슬퍼하지마 서현누나…나 때문에 슬퍼하지마…"
자꾸 이야기의 흐름이 엇나가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같은데...정작 하는 말은 국한되어있어서 답답함에. 그리고 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논리적으로 얘기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말솜씨가 어눌. 마음과 말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단지 그녀를 안음으로써..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코 전해지지 않을. 전해지지도 못할 이 마음을.
머지않아 당신의 곁을 떠나는...이러한 나의 마음을...
그녀의 온기. 외로움이라는 공기로 차 있던 이 방이 따뜻했다. 사람 한 명이 이 곳에 더 들어왔을 뿐인데 차갑고 냉막한 것에서 따뜻하고 아늑해서..자꾸만 이 온기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냉정해지기로 마음먹었던 이 마음은 산산히 부서져갔다.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나도...약하기에...
"외로운거니…?"
늦은 새벽. 결국 나의 붙잡음. 미련으로 인해서 서현누나는 계속 이 방에 머물렀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서로를 안고.
그녀가 물었다. 나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면서 외롭냐고.
"…그렇지않아"
"그러면…왜 날 잡은거야?"
"미련…일 거야…"
"미련?"
"응…"
마지막이라는 것에 대한 어리광. 나는 떠나기 전까지 서현누나에게 어리광을 부려야만했다. 정도 마음도 붙이지말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그러기에는 너무 그녀를 사랑해서...
떠나야 된다는 것을 알고있어서. 이러한 행동은 결국 미련이었다.
모든 것이 미련이었다. 떠나고싶지않아하는 이 마음이 남기는...미련.
"만약에 내가…너에게 너무나도 큰 '죄'를 지었다고 할 지라도…그러더라도 나와 계속 함께 있을거야?"
"응…"
"언제까지고?"
"…"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대답해줘. 언제까지나…나와 함께 할 거야?"
"응. 언제까지나…"
거짓말이었지만 난 진심이었다. 그녀와 언제까지나 있고 싶다.
"…좋아해?"
"어?"
"내가 설사 너에게 어떤 죄를 지었다고해도…날 용서하고 좋아해줄 거야?"
"그래…누나가 어떠한 잘못을 하였다고 할 지라도…"
"…정우야…"
그녀에게는 어디까지나 내가 그녀를 '가족'으로써 좋아하고 있다고 들리겠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 그 이상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그녀가 눈치챌 리도 없었다누가 좋아하고 있다고 얘기하겠는가. 그것도 친동생이 친누나를.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린다.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도 가까웠다.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귀를 만지고. 머리카락을 만진다.
당장에라도 다가가서 키스를 할 수 있었다.
'원해'
이러한 분위기다보니 이성도 점점 약해져갔다. 내 마음을 서서히 감정적으로 만들어간다.
'좋아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아야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서서히 얼굴을 붙여갔다.
머리카락이 거주창스러워서 위로 넘겨버리고. 회색빛의 눈을 그녀 앞에서 훤히 들어내고나는 지금 그녀에게...
"정우야…"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그 사랑스러움에 살짝 미소짓고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그녀가 거부하여도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난 '이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이것이 '남매'간의 애정을 표시하는 키스인건지. 아니면...그녀 앞에서 남자로 보이고 싶었던 나의 오만한 행동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비밀스러운 달콤함에 취해서 그녀의 입술을 더 갈구한다.
눈을 감고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지 말아야한다는 나 자신의 금제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원하고 원해서.
키스하면 키스할 수록..'죄책감'과 '감정'앞에서 갈등하는 것도 사라져갔다.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나 자신의 의지대로.
그녀도..이러한 나를 받아주고 있다. 입술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길고 긴 입맞춤을 한다.
잠시 입맞춤을 멈추고 서로 떨어졌다.
서로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서로의 얼굴을 응시한다.
지금에와서 좋아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대를 사랑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도 않는다.
우리들은 이 분위기에 휩쓸린 것일 뿐.
은은한 미소로 화답하는 그녀.
"…어때?"
"…"
"기분…좋아?"
"으…응"
"외로움…이걸로 채워졌어?"
아아...지금 그녀는...날 위로하고 있었구나...
우리는 남매관계. 아니 조금은 특별한 남매관계였다.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다.
어느 한 애정결핍증 동생과..너무나도 자애로운 한 누나의 관계였다.
"이걸로…완벽하게 용서가 될 리 없다는 것은 알아…"
"…?"
"그러기에는 내가 지은 죄가…너무나도 커서…"
"서현누나?"
"하지만 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조금만…아주 조금만…"
그녀의 알 수 없는 혼잣말은 계속되었다.
"이것이 뒤늦게와서 하는 행동인 것도 알고있지만…"
"…"
"더 이상…그 때처럼 행동하지 않을테니까…정우야…"
무언가에 홀린 듯이 얘기하는 그녀.
"용서해달라는 얘기는 하지 않을게…그렇지만 나를…나를…"
"서현누나…"
"버리고 가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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