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31화 (23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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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Part 12. 'Whereabouts of Mind'. 마지막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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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희는 널 사랑하고 있었다고!!!"

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나를..? 연세희가나를..?

"너는…몰랐던 거야 아니면 '일부러' 눈치채지 않은 척한거야?"

"…"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일종의 패닉. 나는 지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나를...진짜로 좋아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 녀석은..?

"…이번이 마지막기회라면서…세희가 얼마나 힘들게 용기를 냈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나에게 개인매니저가 되어달라고 했고..사무실에서 같이 자자고 했고...

'날 붙잡아달라고 하면. 너는 들어줄 수 있어?'

'지금 날 여기서 데리고…도망쳐 줄 수 있어?'

이런 말을 한 이유가...나를 좋아해서 그런 것이었나....

아아..나는 왜 이리 알지 못했던 것일까. 그런 것이 '세희'만의 애정표현이라는 것을 모르고..그 속에 숨겨진 마음을 모르고 나는...

"…빨리 가기나 해"

"어?"

"늦지않았어. 지금이라도 빨리 가기나 해"

"…?"

"공항에.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들어야 할 거 아니야!!!"

"너는…그걸 어떻게 알고…"

"딱 보면 모르냐! 내가 얘기했었지! 워터파크에서부터 알아봤어! 세희는 널 계속 좋아하고있었어!! 끊임없이 '친구'사이라고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지만...널 좋아하고 있었다고!! 나는 그것때문에 속앓이하는 친구를 내버려둘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세희와 얘기를 하면서 이런 것까지 모두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런 것?"

"그래! 내가 개인매니저로 너를 고용하라고 세희한테 얘기했어. 세희는…그 동안 부끄러워서 그런 짓을 할 수 없었어! 차라리 당장에라도 고백하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그 녀석은 너와 '친구'사이여야한다는 강박감때문에 얘기할 수 없었단 말이야!!"

"…"

"연예인이라는 게 뭐고. 남자와 여자가 친구사이라는 게 뭐고. 나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그 녀석이 아파하는 것을 볼 수 없었어! 그러니까 주말에 너랑 어떻게든 함께 있어보라고 조언을 했고. 그 녀석은 용기를 내서 했어! 그런데 너는…너는 그런 것도 전혀 눈치채지못하고!!"

"…"

"수련회 때…진실게임에서 얘기했었잖아. 자신은 지금 짝사랑을 하고 있다고…"

"…"

"너는…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야? 네가 그 만큼 잘났어!!!"

"…"

"아니지…너는 몰랐겠지…세희가 직접적으로 얘기할 수 없었으니까…하지만!! 그런 것은 눈치채줘야 할 거 아니야?? 그런데 너는 왜 모르는 건데! 우리 반 애들도 전부 다 너랑 세희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었고! 왠만하면 다 알아! 3자들은 다 아는데 왜 당사자인 너는 모르는 거냐고! 왜!!!!"

"…미안"

"왜 나한테 미안해라고 얘기해야해? 미안해라고 얘기할 거면 지금 당장 세희한테 가서 얘기해! 세희는…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차마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테니까…"

"…"

"나는…적어도 소중한 친구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으니까…"

"…"

"어서…가…이제 정말로 시간이 없어. 마지막 기회야…"

"…"

"학교가 중요해? 아니면 친구가 중요해?"

"…"

"어서 가지 못해!!!!"

"…그래…"

나는 가방을 내팽개치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헉…헉…"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그냥 교복만을 입은 채 나는 무작정 길가에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너무나도 급하기 때문에....하지만 빌어먹게도 택시는 잘 잡히지가 않았다.

학교에서 도망치고 난 뒤. 미친 듯이 뛰어가서 이렇게 잡고 있는데..머피의 법칙처럼 원하는 일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웅!!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드디어 택시를 잡을 수 있게되었다.

"어디로모실까요?"

"인천공항으로 가주세요!! 빨리요!!!"

"예? 예…"

"으…"

역시 월요일 출근시간대라 도로사정이 그리 좋지못하였다. 게다가 운 없게도 가는 신호등마다 걸리게 되었고. 차는 막히기만 하였다.

"…"

안절부절해진 나. 도무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급한 일인가요?"

"빨리…가주세요…부탁드립니다…"

"급한 일이신가보군요…그런데…"

서쪽으로 가면 갈 수록 멀게만 느껴진다. 그녀가 있을 지 모르는 곳에..가면 갈 수록...

생각해보면. 나는 왜 세희의 친구말 대로 뛰었을까. 그냥 학교에 있으며 그녀를 보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왜 나는 지금 그녀를 만나기위해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날 좋아해주었기때문에..? 직접 듣고 싶었기때문에..?

"…미련이야"

그래..미련이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가 떠나간다는 것에서 나타난 아쉬움이다. 그 녀석에게는 미안하지만...나는 차마 그 녀석을 사랑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제에는 아쉽게 헤어졌다. 그래서 나는 지금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적어도 그 녀석과는 웃으며 헤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였다. 또 그 녀석은 나를 좋아하고 있다. 그게 진실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은 지금 내 마음은...

'반드시 녀석을 만나야 된다'는 것에 집착하고 있었다.

앞에 보이는 리터기에 있는 요금따위는 상관없었다. 그 위에 있는 시계가 더 신경이 쓰였다. 1분이 지나가고. 또 1분이 지나가면 지나갈 수록 그녀와 만날 수 없다는 것에 초조해져만갔다.

신호등이 풀리면 '빨리 가라!!'라고 소리치고 있었고..신호등이 막히면 막막하기만 하였다. 답답하다.

만약에 공항에 도착한다고 해서..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 녀석은 애초에 나를 좋아하지않고 그 친구가 멋대로 착각해버린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그 친구의 말을 믿고 가고 있다. 그 녀석의 말에서는 '울분'과 '진실'과 '나에대한 분노'가 뒤섞여 진정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화를 내고. 소리치면서.

나는 그것을 '진심'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간절히 얘기하고 있는데...어찌 무심하게 있을 수 있겠는가.

나는 정말로 바보였다. 둔감한데다가 바보스러웠다. 생각하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세희가 왜 나한테 이런 행동을 펼친 것인가. 나를 좋아하고 있기때문에라고 설명을 한다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좋아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기때문에. 고작 이런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

만약에 그 녀석과 만나게 된다면 나는 맨 처음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만약에 그 녀석이 나랑 만났을 때. '좋아해'라고 말한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일단 만나고 보자. 그 후에 생각해도 늦지않아.

"도착했습니다 손님"

"여기요! 거스름돈은 됐습니다!!!"

바로 뛰쳐나갔다. 미친 듯이 달려나간다.

"비켜!!!"

사람들의 틈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장애물이 있으면 '비켜!!'라고 성질내면서. 민폐만 끼치고 있다. 단순히 나의 이기심때문에.

"연세희!!"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모든 사람들이 아는 이름.

"연세희!!"

복도를 달리며 매표소에도 가보고. 면세점에도 가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외친다.

"하아…하아…"

리바운드. 달린 것에 대한 댓가. 심장이 헐떡거리고 끊임없이 요동을 치며 땀이 흘러내렸다.

"…연세희…연세희…"

이제는 희미하게...내지른다. 그 소리를. 나의 목소리를. 그녀에게 닿게하고 싶었는데...

"…"

이미 비행기는 이륙했다. 태국 방콕행 여객기는 이미 떠났다고 전광판에 표시하고 있었다. 나는 결국 그녀를 만나지도. 그녀에게 말도 하지도 못한 채 늦어버린 것이다.

친구를 잃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를.

"으아아아아!!!"

광기가 표출되면서. 사람들이 모두가 나를 보게끔 만들었다.

나에 대한 자책. 나를 욕하고. 부정하고. 그 녀석의 마음을 짓밟은 나를 조롱한다.

나는 왜 깨닫지 못했지?라고 후회해도 늦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그 기약없는 이별을 나는 감당해야한다.

털썩하고 주저앉아서. 소리를 질러보아도..그 울부짖음때문에 경찰관이 와서 나를 붙잡고있어도. 나는 그녀가 떠나갔을 게이트를 보고 있었다.

마치 그 곳에 그녀가 있기라도 한 듯. 환상이라도 본 듯.

'깨닫지못하였다'

그 녀석이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이런 정신병자를 좋아해준 것을 깨닫지못하였다. 그러면서 그녀는..계속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짝사랑은...항상 가슴앓이만하고 있는 것인데...마음을 닿게하고 싶었던 것 뿐일텐데..

나는...그 녀석에게 계속 '애정'을 받고 있었는데...그것이 어떤 방법이었든지..그 녀석 나름대로 나에게 애정표현을 했는데..나는...

그것조차도 몰라주고. 이렇게 이별을 후회한다.

이렇게 그 녀석과 헤어진 것을...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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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세희야…"

문자메시지를 보았다. 나의 친구에게서 온 문자메시지.

「정우가 지금 공항으로 가고 있어」

그 문자메시지에 나는 얼마나 기뻐하였는지...그것이 설령 거짓말이라고 해도..나는 정말로 기뻐하고 웃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웃긴다. 나는 왜 그 녀석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엄청나게 잘생기긴하였지만은..고작 그런 이유로 좋아하게 된 것일까?

아니었다. 나는 겨우 그런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어째서 왜 그를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구해주었다. 나를 구해주었다. 아무도 모르는 나의 고통을 알아주고. 그 고통을 덜어내주기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에 감동하였고...나는 그것이 어느샌가 '좋아한다'는감정으로 느끼게 된 것이었다.

'위선자'였던 나를...친구로써 생각해주었다.

왕따여도 상관없다.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친구가 필요했다.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보내면서 웃고 떠들고 남들처럼 '사랑'이라는 것도 해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바라서는 안되었다. 나는 연예인이었기에.

그 녀석은 나를 '나를 알아준 자신의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예인 연세희가아니라 평범한 연세희를..소중한 친구로 알아주었다.

나는 그것이 기쁘기도하였고 또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였다.

내가 만약에..진심으로 그 녀석 앞에서 '좋아해'라고 얘기한다면...

생전 처음하는 고백. 나는 그것을 할 수 없었다. 그 용기가 부족해서..이렇게 흐지부지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 나름대로 고백을 하였다고 생각했는데..그것만으로는 부족하였는지 알아주지 못하였다.

슬펐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 또 그는 나를 언제까지나 '친구'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에 나는 더욱 더 슬퍼진다.

'좋아하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를 좋아하냐는 매니저오빠의 말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날 사랑하고 있지는 않다고.

그것을 들은 순간. '아 나는 이 녀석이랑 절대로 맺어질 수 없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나는 그것에 주눅이 들어버려서. 그 녀석한테 고백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붙잡아줘'

지금이라도 나를 붙잡는다면...나는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어.

나는 어느샌가..연예인이라는 것보다 너를 더 생각하게 되었는걸?

그 어느샌가..나도 모르게...나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을..그러한 작은 움직임에. 나비효과처럼 부풀어졌어. 널 사랑하고 있음이.

공항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제 출발시각이 다 되었는데도..나는 발걸음을 떼지 못하였다.

"언니…정우오빠를 이제 그만 놔줘야 되지 않아?"

나의 룸메이트이자 나를 가장 잘 알아주는 수아가 얘기했다. 알고있다. 그 녀석은 나를 좋아하고 있지않다는 사실을. 하지만 나는 제대로 말해보고 싶었다.

'좋아해'라고. 그 세글자를 녀석에게 말해보려고.

"…조금만…조금만 더…"

"언니…"

"세희"

"…?"

"늦었다. 가자"

"빨리 와 세희야"

"우리 늦었어"

주위사람들 독촉에 나는 질질 끌려가듯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영원히 그를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와줘. 나에게 제발 와줘.

정우야. 제발 나의 손을 붙잡아줘.

정우야…정우야…

손을 내밀어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엔 안 오는 구나. 아니 못 만나는 구나.

지금 그는 나를 향해 오고 있을텐데. 늦는구나.

결국엔 나는 여객기좌석에 앉아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앞으로 아시아투어를 하는 것에 나름대로 두근두근해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정작 나는 그러한 기대조차도 갖지 못하였다.

그 녀석한테..사과해야했는데..

어제의 일로..나는 삐져버려서..소심하게...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가 미워서...

"…언니"

"응"

"이제 그만 포기해…이미 여객기에 앉아있는걸?"

나의 남아있는 미련을 눈치챈 듯 얘기하는 수아.

"…"

하아..지금 나는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다.

고백도 못하고. 그렇다고 웃으며 헤어진 것도 아니었다.

정말 애매하게 나와 그가 끝나버린 것이다.

조금씩 내 눈가에 눈물이 떨어져간다.

난 약한 아이가 아닌데. 이렇게 울고 있다. 사람들이 듣지못하도록 조용하게 울음을 삼키며.

눈물방울을 떨어뜨려보낸다. 보낸다.

"안녕…안녕…"

스스로 안녕이라고. 절대로 닿지 못할 그 말을. 말한다.

"안녕…안녕…"

미련도. 사랑도. 모두 안녕.

잠시동안의 이별. 그렇지만 나는 직감한다. 이제 다시는 그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안녕…"

모든 것에 헤어짐의 인사를 건넨다.

부모님에게. 친구들에게. 팬들에게. 나를 알아주는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그에게...

"안녕. 내가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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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종료.

하아..정말로 힘들었습니다.

수능생이라는 신분때문에 제대로 연재하지 못하는 점을 다시 한번 용서해주세요. '근친하렘개막장소설'이라는 모토를 달고 이렇게 달려온 지도 어느 덧 7개월 째. 정말 오래도 갑니다. 이렇게까지 길게 연재할 필요도 없었는데..제 첫작품에 대한 미련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길게끌어만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그럼 Part 13. '서현'편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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