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27화 (227/318)

0227 / 0318 ----------------------------------------------

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

"으응~"

날이 밝았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꼬옥하고 안은 채 나를 도무지 놓아주지 않는다. 게다가 태양이 뜬 지 꽤나 지난 것 같은데 놓아주지도 않았다.

"에휴…"

내가 아는 사람들(민정이라던가 서현누나라던가 지현누나라던가)은 죄다 이렇게 잠꾸러기인지..뭐 모두 하나같이 미인들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오늘이 바로 그 날. 콘서트를 하는 날이었다. 이미 공연장은 준비가 다 끝마친 것 같았고 나머지는 리허설과 본공연이었다.

그래서 스케줄은 별로 없었다. 그냥 연습을 하고 최종리허설을하고 공연하는 것 뿐. 그런데 이 녀석이 이러고 있으면..나보러 어쩌라고?

시간을 보니 아침 9시. 그러면 난 6시간동안 뜬 눈으로 지샌 것이다. 아침이 찾아오면 새벽에 잠을 자지않은 것 때문에 졸리다. 나도 이러다가 잘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거..지금 사무실 내에는 숙직아저씨도 있는데..왠지 불안하다.

벌컥.

아니나 다를까. 이 불안은 현실화가 되었다.

"…"

정적. 나와 녀석이 함께 잠든 것을 본 아저씨는...

"역시 젊구만…새벽까지…그러니 아직도 지친게지…"

이봐요? 지금 대체 무슨 오해를 하고 계시는 건가요?

"…그럼 잘 자려무나"

그러고서 문을 조용하게 닫아버리는 아저씨. 이로써 오해가 하나 생겨나버렸다. 왜 이 놈의 인생은 왜이리 오해만 겹치고 겹치고 쌓이고 쌓이기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에휴"

한숨도 길게 내쉬지도 않는다. 게다가 이 숙직아저씨. 사무실 내에 있는 이 사람이 연예인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서도 외간 남자랑 같이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아무렇지않아하는 건 또 뭐야? 이럴 때는 막 '으억!'하고 놀라하거나 성질내는 것이 당연한 논리일진데..전혀. 그러한 반응도 없이 무덤덤하게 다시 문을 닫았다.

"어이 연세희"

흔들어보아도.

'으웅~'하고 전혀 깨어날 기미가 없는 녀석. 어쩐다냐...계속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건가?

게다가 이런 시간대라면 분명히...세희의 멤버들은 물론이고 코디와 매니저들도 와야 되는 것이 정상인데..왜 안 들어오지..?

또 불안하다.

"정말 언니 여기있어요?"

"그렇다니까"

이런..왜 이럴 때에만 타이밍이 맞냐고!!!

"언니~"

또다시 벌컥하고 문이 열렸다.

"…에?"

잠시 놀라하고.

"…"

침묵. 멤버들은 물론이고 매니저까지 이 광경을 봐 버렸다.

"어허허허…"

그저 너털웃음을 짓고 있는 수위아저씨를 제외하고 모두 입을 떡하니 벌리고 놀라워 하고있었다.

"…"

이로써 생겨난 오해는 완벽한 오해의 산이 되어버렸다.

"…언니는 좀 짱인듯…"

"그것도 사무실내에서…"

"이러려고 한 거였어?"

"조금 눈치는 챘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이보셔들? 또 무슨 말들을 이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나는 이거 일어나서 변명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심각히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일어난다면 필시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연출할 터. 어쩐다냐..이러고 잠을 자는 척을해야 되는 건가..

다행히도 머리카락으로 시야가 가려져있어서 잠을 자는 척을 해도 그다지 눈치챌 일은 없겠지만...

"세희야 일어나"

"일어나 언니"

"으으…5분만…"

일어나기 싫은 사람들이 꼭 하는 말. '5분만'.을 계속 말하며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 공연이잖아. 빨리 일어나!"

"빨리 일어나지 못해 연세희!!"

매니저의 호통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정우오빠 일어나세요"

"정우씨 일어나요"

"…"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체인척 하는 듯. 쥐죽은 듯이 고요하게 있었다.

"언니 일어났어?"

"으으…몇 시야…?"

"해가 중천에 떠도 눈치채지 못하냐!"

"지금 9시 12분이야"

"…9시 12분이라구?"

"응"

"그런데 너네들은 왜 이렇게 늦게…"

"헤헤 그게…"

"이 녀석들도 죄다 늦잠을 잤다. 스케줄이 분명히 밤에 끝났는데도 새벽에 뭐한건지…"

"…"

"그런데 세희야"

"…응?"

"지금 이 상황…설명해줘야 될 것 같은데…"

"…어?"

"옆에 자고 있는 정우씨"

"내가 옆에서 자라고 했는데?"

"에?"

"허억!"

그걸 왜 굳이 말할 필요가 있겠냐고요...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외간 남자랑 같이…"

"이 녀석도 어제 똑같이 말했는데. 내가 억지로 옆에서 자라고 했어. 여기 숙직실말고 침대가 없잖아"

이걸 아무렇지않게 말하는 넌 정말 대단하다.

"…소파"

"이 녀석이 소파에서 잔다고 했는데…내가 붙잡았거든"

"…나는 이 녀석이 너에게 이상한 짓을…"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 녀석 순둥이라구요"

"정우씨 다 듣겠다"

이미 듣고 있습니다.

"일어나 정우야"

이 녀석은 흔들흔들 나를 깨웠다. 나도 이 쯤에서 일어나는 수 밖에...

"…으으…"

"일어나셨어요 정우씨?"

"으…여기는…?"

연기 중.

"사무실이요"

"아…새벽에 분명히…연세희랑…얼래…?"

"…정우오빠 안녕하세요"

"…!!!"

나는 놀라는 척을 하였다. '걸렸다!'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그렇게 놀라할 필요없어 정우야. 내가 다 설명했으니까"

"…죄송합니다"

나는 바로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였다.

"흐우…아무튼 이게 또 알려지면…"

필시 스캔들이 터질 게 분명하다. 스캔들 하나 터지면 연예인들이 고생하는 것쯤은 나도 알고있었다.

"입단속 다들 잘하고 있어"

매니저는 주위에게 상기를 시켰다.

"연세희는 나 좀 보자"

"…네"

그녀는 매니저를 따라서 어디론가 향했고.

"그래서 정우씨?"

"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흐흐흐하고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멤버들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간밤…이라니요?"

"그러니까 새벽에 단 둘이…"

"꺄아아~♡"

지금 무슨 상상하고 있는 거야 다들.

"아무런 일 없었습니다"

나는 딱 잘라말했다. 그것이 사실이기도 했고.

"에이~"

"세희한테 물어보세요.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나"

"에이~실망~"

당신들은 무슨 대답을 바라고 있었던 겁니까.

"그렇게도 세희가 매력이 없나…"

"아니면 정우씨가 그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던가…"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째 나보러 들으라고 일부러 말하고 있는 것같았다.

"정우오빠는 확실히…"

"순둥이야"

"바보이기도하고"

"뭐 저런 남자 괜찮지않아? 조금 우유부단하는 거 빼고는"

"언니!"

"…나도 안다구? 이미 세희가…"

"…?"

"으휴.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는게 정말…"

"둔감함의 극을 보여주네요…"

"이건 완전히 신이야 신…"

"저기요?"

"왜요 정우씨?"

"제가…무슨 잘못이라도?"

"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그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세희랑 정우씨도 일어났겠다…어서 준비하러 가자구"

"난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뭘 기대해?

"사무실 내에서…단 둘이서…러브러브모드를…♡"

"꺄아~"

"그런데…정우씨가 계속 이런 행동을 취하고 있으면…"

"그러게…세희가 계속 상처받고 있을텐데…"

"하루 밖에 남지않았잖아?"

"게다가 '일부러' 정우씨를 데려왔는데…"

문 밖으로 그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대체 뭘까...

♩~♪~♬~

세희를 포함해서 멤버들 전부 사무실 내에 있는 연습실에서 마지막 연습을 하고 있었다.아침연습을 하고 콘서트 전에 인터뷰를 하고 최종리허설을 한 뒤. 본격적으로 서울에서 마지막으로하는 콘서트를 치른다.

"저렇게 하나같이 단합된 모습을 보면…신기하지않나?"

"그러게요…"

"저렇게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기위해서…피나는 연습을 하지…하루에 몇 시간씩…새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새로운 안무를 익히고. 지치고 힘들더라도 몸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그런 연습을 나는 계속 지켜보아왔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겁니까?"

"글쎄…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

"이제는 이별이지?"

"…예"

"내일. 우리는 인천공항을 통해서 태국부터 투어를 시작한다"

"알고있습니다"

"세희…정말로 붙잡지 않을 거냐?"

"예"

"나는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없다지만…다행이다 생각하면서도 조금 세희가 불쌍해지기도 한다"

"예?"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막상 이별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이제 하루밖에 남지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이 아침이라서 그럴까. 아직은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알고있다. 이 녀석과의 이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 열심히 안무연습에 한창인 녀석을 바라보면서..

뭔가 미묘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별…이라…"

이제 그녀와의 헤어지기까지. 12시간? 10시간? 하루도 남지 않았다.

기억이 떠오른다. 헤어짐. 내가 구해지 못했던 그녀와의 이별.

이것은 조금 다른 것이었지만..나의 곁에서 지인이 떠난다는 것은 꽤나 아픈 일이다.

내가 떠날 날을 상상해보았다.

내가 아무도 모르게 떠난다는 것을 눈치채면.

가족들이...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나와 같은 이러한 심정을 느끼게 될까? 이렇게 텅 비고 공허한 마음을 느끼게 될까?

그랬다면..좋겠지만..그만큼 나를 소중히 여겼다는 증거니까..하지만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너무나도 아프니까. 이미 겪었던 나로써도..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그들이 연습하는 동안에. 나는 조금 '이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