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25화 (22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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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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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광고 듣고 3부에서 뵙겠습니다…"

2부 종료와 동시에 그녀는 드디어 끝났다는 듯 '후우'하고 심호흡을 하고 '수고하셨습니다!'하며 라디오 dj와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끝마친 뒤, 나와 함께 밖으로 벗어났다.

"지루했지?"

"아니…기다릴 만 했어"

그녀가 게스트로 있는 동안에 질문코너시간과 여러가지 토크는 꽤나 라디오부스안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라디오dj의 재밌는 멘트는 그녀는 물론이고 스태프까지 웃어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사실은 이러한 분위기에 적응할 수 없었던 나였지만은 모두가 웃고 있는 분위기라서 나 역시 저절로 편승이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즐거웠던 라디오스케줄이 끝나고. 밤 12시. 마지막스케줄인 심야라이브프로그램을 할 시간이었다.

"정우야"

"응?"

느닷없이 나를 부르는 그녀.

"마지막까지…함께 있어줄 거지?"

"…당연하지"

친구이기 이전에 지금은 그녀의 매니저였으니까 말이야..

"그…그렇다고해서 별로 고맙다는 건 아니야! 다만…"

"…?"

"조금…기쁠 지도…"

살짝 고개숙인 그녀의 얼굴에서 난 미소를 찾을 수 있었다.

"뭔 소리야 그거?"

"으응?!! 아무 것도 아니야. 빨리 가야지! 아하하하!"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 그녀. 그리고

어느 샌가. 우리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물론 같이 있었던 코디가 '흐응~?'이라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지만..괘념치 않았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 이번 라이브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게 된 연예인들과 악수도 나누며 곧 있으면 다가오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희양은 마지막 순서입니다"

"네"

마지막순서라면..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되는 건지..그리고 워낙에 인기가 많았던 그녀이다보니 순서도 마지막에 배치가 되어있었다. 이번 라이브프로그램의 피날레를 제대로 장식하려는 듯.

"아아~지쳐버렸어~"

시간의 여유가 있다보니 그녀는 소파에 철푸덕 앉으며 그 동안에 쌓였던 피로를 풀어내고있었다. 그나마 해외진출을 하다보니 이게 스케줄이 적은 것이란다. 이렇게 연약한 소녀가 말이야..(소녀인지 마녀인지 솔직히 구분이 안가지만은 어쨌든 '외견'상 그래보였기에소녀라고 정의했다) 무슨 철인도 아닌데 이렇게 빡세게 굴린다냐? 나라면 줘도 안할 것 같다.

"정우야"

"왜?"

"나. 어깨 좀 풀어줄래?"

"뭐…"

"어깨근육이 뭉쳐있는 것 같아서"

"그러지 뭐"

연예인관리를 해주어야 되는 매니저인지라..이러한 잡다한 부탁은 모두 들어줘야 되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태까지 가족들에게조차 한번도 해주지않았던 어깨안마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가족들이 나에게 안마해달라고 부탁해준 적도 없었지만은.

"아읏!"

"어이어이…"

"조금만 살살…"

조건도 많다. 이렇게 세게 풀어줘야 제대로 어깨가 풀리는데 말이지...그래도 내가 힘을 조금 빼고 다시 어깨를 풀어주자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 그녀였다.

"여기 좀 더…아아~"

그렇다고 신음소리는 그만 내지?

"하응~기분 좋다~"

내 손은 아플것만 같은데요. 대체 언제까지 해야 되는 거야?

"이번에 여기"

문득 '내가 이런 것 까지 해줘야 되나?'라고 의구심을 갖는다. 손은 점점 더 아파오고..

'나를 이렇게 굴리고 부려먹기 위해서 이 자리에 끌고 온 거잖아!!!'라고 속으로만 말하고 있었다.

역시 이거는..노예계약이야 노예계약..나는 언제까지고 저 녀석의 '봉'인 건가...

뭐..이것도 마지막이라하니 시원섭섭하기도 하지만...

"후으~그만해도 돼"

드디어 안마도 끝이 났다. 10분 동안 애를 써가면서 열심히 주물럭거렸다. 힘들어 이거..

"정우야"

"응?"

"이번에 다리안마 부탁해~♡"

...역시 난..

'노예'였다.

"시원해~"

상쾌하고 상큼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소파에 앉아있었다. 반면에 나는 '하아…'하고 실없는 한숨만 늘어세우며 축 늘어져있었다. 그런데도 같은 대기실 안에 있던 연예인들이 '부럽다!'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부러워한다면 당신들이 직접해보든가. 이 녀석은 특히나 오래 끌었다. 짧은 시간에 한다면 그다지 상관이 없었지만 이렇게 오래한다면..정말로 힘들다.

"정우 은근히 안마 잘한다~가족들한테도 이렇게 해줘?"

"…아니"

"그러면?"

"오늘 처음으로 해본건데?"

"에…?"

"네가 처음이라고"

"내가…정우한테 처음으로…"

"그래"

"…헤헷♡"

뭐야 이 웃음은.

"왜 그러냐?"

"내가 뭐?"

표정관리하는 거 다보였거든? 왠지 기뻐하는 눈치같았는데 어느새 포커페이스로 돌아온 그녀였다.

"아니…뭔가 귀여운 웃음을 지은 것 같았는데 말이지…"

"귀여운 웃음?"

"뭐라고 해야할까…"

솔직히 말한다. 아까 전의 그녀가 보여주었던 웃음은 확실히 '귀여웠다'.

"내가 귀여워?"

"아니. 그건 전혀 아닙니다만은"

퍼억!

나는 한대를 맞고 말았다. 이럴 때는 귀엽다고 아부를 떨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바였다.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뭐...?

"아니 됐어. 정우에게서 나는 전혀 매력이 없는 여자로 보이나 보네"

순간 '뭣이?!!'라고 주변 사람들이 말한 것 같다. 어째 갑자기 살기도 나오는 것 같고..전부다 이 녀석의 팬인건지...나는 그 포스덕분에 주눅이 들었다.

상상해보라. 나를 제외하고 주변 모두가 나에게 살기등등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이런 살기쯤이야 얼마든지 무시하고 감당할 수 있었던 나였지만은..유독 이런 분위기에서만큼은 주눅이 든다.

"매력이 없다는 건 아니야…"

나는 결국 변명을 한다. 나에게서 변명하는 인생은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럼? 내가 매력이 있는 거야?"

왜 이 녀석은 이렇게 캐묻는 거냐...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너"

"…정말?"

"그래"

"네가…반할 만큼?"

유달리 이 말을 하고 있을 때의 그녀는 정말 발그레하며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평소처럼 느끼전 그 마녀가 아니었다. 정말...

'소녀'같다...

이럴 때는 내가 뭐라 말해줘야 되는 것인가. 나는 머리를 굴렸다. 하는 말에 따라서 나는 맞거나 아니면..다른 반응을 맞게 될 것이다.

1. 빈 말이기는 하지만 '내가 반할만큼'이라고 말해준다. 이런 말하면 오글오글하긴 하지만..그래도 이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2. 솔직하게 말한다. '내가 반할 만큼은 아니다'라고. 무슨 내 눈이 높게 보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한 마디로 싸가지없게 들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녀석이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한테서는 무슨 페로몬을 뿌리는 양 철철 넘치는 매력으로 보인다.내가 이 녀석에게서 '이성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뿐이지.

그렇다고 갑자기 미연시선택지처럼 생각하는 이유는 뭐냐.

내가 그 동안 미연시에 너무 찌들어도 찌든 모양이다. 이렇게 현실에서도 미연시선택지처럼 생각하게 되다니. '폐해'가 아닐 수 없었다. 아니면 미연시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금단증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노릇이고.

어쩐다냐...게다가 이렇게 시간 끌면 저 녀석 분명히 화낼 텐데...'오호호!'하고 웃으면서 나를 철저하게 갈굴 마녀가 된다라고 생각하니...에휴...

그래..이럴 때는 아부하는 거다.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좋게좋게 말해주자.

"그래. 내가 반할만큼"

푸쉬이이익....

어째 그녀의 얼굴에게서 연기가 솟아오른다. 뭐지..? 내가 너무 오글오글하게 말했나? 이런 말 하는 나도 정말 창피해죽겠다고...

"으…으…으…"

아주 어이가 없는지 심지어 말조차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왜 그러냐. 난 진심이라고?"

...어쩌다 내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냐. 이런 거를 보면 무슨 내가 이 녀석을 작업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으…으…"

얼굴이 시뻘겋다. 나도 얼굴을 긁적긁적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애써 회피하고 있었다.

'에고고…'

나는 하나하나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여태까지 별로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의 교류. 대화를 통해서 누군가를 알아가고. 누군가친분을 쌓아가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누군가에게...

뭔가 미묘복잡하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나도 그 이전에 똑같은 사람이었지만은 어째서 사람은 다같이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었었다. 지독히도 고독했던 인생이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말 한마디. 즉 대화라는 것을 통해서

사람을 기쁘게 만들 수 있고.

사람을 상처입힐 수 있고.

사람을 화나게 만들수 있고.

사람을 슬프게 만들 수 있고.

나는 아직 '사람의 사회화'라는 것에 대해 배우고 있는 모양이다. 대화를 통해서. 말을 통해서. 누군가와 '교류'를 한다. 그러면서 사람을 알아간다. 그러면서 사람의 감정을 알아간다.

아마도.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세희양 준비해주세요~"

"예~"

그 동안 세희와 출연연예인은 물론이고 코디와 스태프들 수다가 시작되었고. 그것은 끝도 모르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매니저인 나는 그것을 잠자코 듣는 입장이었다.

그녀를 제외한 거의 이 대기실 안에 있는 모든 연예인들은 라이브를 마쳤다. 스튜디오 안에서는 다른 연예인이 공연 중이었고 공연을 한 몇몇 연예인들은 이미 돌아갔다.

그리고 곧. 세희의 라이브공연이 시작된다.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 스튜디오로 가기 시작하는 그녀. 나는 뒤를 따라갔다.

"후우~"

공연 전. 심호흡을 하는 그녀.

"긴장하지말고"

나는 그녀가 긴장하지 않게끔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정우야. 나는 있지…"

"응?"

"네가 있어주어서. 정말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해"

"엉…?"

"이번 마지막 초대손님은 정말로 힘겹게 모셨습니다. 천상의 외모와 목소리를 겸비한 그녀"

"오오!!"

사회자의 멘트에 주변 객석들은 들뜨기 시작한다. 일부는 눈치챈 듯 더 열광적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연세희양을 앞으로 모시겠습니다!!"

"와아아아!!"

학교에서의 지현누나와 같다. 이런 광신도들을 거느리고 있는 걸 보면.

스튜디오 안에 있던 밴드들의 반주에 따라서 노래가 시작되었다.

"Some people live for the fortune…Some people live just for the fame…"

무드 있는 멜로디. 가창력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한껏 울려퍼진다.

"Some people want it all!"

"오오!!"

"But I don't want nothing at all! If it ain't you baby…If I ain't got you baby…"

공연은 무르익어 간다. 마지막 순서. 오직 그녀만을 위한 스테이지. 관객은 열띤 호응으로그녀를 기쁘게 만든다.

"저 녀석의 무대체질은 어딜가도 변치 않는구만…"

정말. 연예인을 하기위해서 태어난 사람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왠지모르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공연피날레는 정말 제대로 장식하고 돌아오는 길. 차가 없던 나와 그녀는 같이 붙어있던 코디들과도 헤어지고나서 둘이서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우야"

"왜 그러냐?"

모자를 깊게 쓰고. 깊은 밤이 되었어도 얼굴을 가려야 하는 그녀. 택시기사는 나와 그녀사이를 연인사이로 착각한 듯 시종일관 뭔가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외박해도 돼? 연락도 없이?"

이 때 미소짓는 택시기사아저씨는 뭘로 이 말을 해석하고 있는 것일까.

"뭐 상관없겠지…"

나야 내일 자세히 설명해주면 된다. 그렇지만 서현누나가 '부우!'하면서 삐지지나 말아야될텐데.

"도착했습니다"

어느 새 사무실 앞에 도착해 있는 우리들. 요금을 내고나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수위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정말 괜찮겠어?"

"괜찮다니까"

"여기서 자도 돼 정말?"

"그래. 너는 원래 숙소에서 자면 되잖아"

"너무 늦어버려서…게다가 숙소는 더 멀어…그리고 혼자 돌아가기에는…"

그렇지. 혼자돌아가기에는 너무 무서운 세상이지. 게다가 숙소는 '금남구역'이라서 내가 들어갈 수 있을리가 만무했고. 그리고 이미 늦은 시간이라서 그녀의 말대로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애매했다.

"그리고 너…내 매니저겸 호위아니었어?"

"아…"

확실히. 나는 뒷처리담당겸 보디가드였다.

새벽 3시. 여의도에서 주욱 택시로 달려오고 난 후에 그녀의 표정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였다. 나는 사무실 내에 있는 소파에 자기로 하였다. 그녀는 숙직실 내에 있는 침대에서 자고.

"정말…여기에서 잘 거야?"

"그렇다니까"

"난 괜찮아…그러니까…"

이 녀석은 지금 나랑 같이 숙직실에 있는 '한 침대'에서 자자고 얘기하고 있다. 이게 말이된다고 생각하고 있냐 지금.

"내가 전혀 안 괜찮아"

"후후…혹시 나 덮치려는 생각때문에?"

"…"

나는 일순 대답을 못했다.

"우리는 '친구'사이이지 '연인'사이가 아니잖아. 괜찮지않아 이런 거?"

"…별로…"

"정우 은근히 고지식하네"

고지식이고 뭐고.

"네가 같이 자지않겠다는 것은. 부끄러워서 그런 거야?"

"그래…"

"혹시 나 좋아해?"

"그럴 리가 있겠냐"

"…그렇지…네가 나 좋아할 리가 없지…"

씁쓸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좋아하지않는다면서? 그러면 상관없어. 음흉한 생각을 할 네가 아니고. 네가 소파에서 자면 오히려 내가 불편해져. 내가 너를 부른 건데 왠지 찬밥취급하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그다지 편하지가 않아"

"…"

"그러니까 같이 자도 상관없어"

기쁜 듯. 씁쓸한 듯. 오묘하게 말하는 그녀였다.

"계속 거절할 생각이라면…나는 안 잘거야"

"내가 자는 것에 대해서 네가 왜 안잔다냐…"

"그야…잠이 안 오는걸. 마음이 편치않아서"

"…"

이러면 공연에 차질이 생길 게 분명한데.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막무가내야?

"빨리 오라니까"

고집부리는 그녀 덕에. 나는 반강제적으로 숙직실로 끌려오게 되었다.

"넌 안쪽에서 자. 내가 바깥쪽에서 잘테니"

한 침대에서 비좁게 어쩌다보니 함께 자게 된 나와 그녀.

"뭘 그리 머뭇거려? 네가 나 덮칠 거 아니라면 언제든지 같이 자도 상관없다니까?"

"…"

"사실…덮쳐도 상관없지만…"

"응…?"

"바보"

나는 어기적어기적 안쪽에 들어가서 누웠다. 그리고 옆에 바로 그녀가 누워있다. 이미 불은 끈 상태. 참 이런 분위기 묘하다.

외박. 게다가 여자랑 같이 자고 있음.

'뭐냐 이 행복한 상황은…'

그렇다고 행복한 상황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도 없었지만.

"정우야. 자?"

"…아니"

"사실은…나 혼자서 잘 못자…"

"왜?"

"그냥…무서워서…그래서 맨날 수아랑 같이 자고…"

"…그렇군"

"그리고 이렇게 있으니까…다정한 부부같지않아?"

"뭐?"

"…그냥 헛소리야. 흘려들어"

"…"

"정우야"

"응?"

"만약에…아주 만약에 있지…"

"…?"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친구사이인데. 만약에 어떤 한 사람이 고백을 해서. 연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쉽지 않을까. 서로에 대해서 알고 지낸 사이라면…"

"그렇지?"

"…그런데 그런 건 왜 물어봐?"

"으응. 그냥 누군가에게 들은 소리야"

"…얼른 자기나 해. 너 피곤해보였으니까"

"별로…자고 싶지않아"

"왜?"

"그냥…이렇게 자버리면…같이 있는 시간이 줄게 되잖아.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줄게되니까…곧 있으면…떠나는데…"

"…??"

"아무 것도 아니야. 너도 피곤할테니까…"

"왜 그래?"

"그저…아쉬울 뿐이니까…"

"…?"

"정우야"

덥썩하고 내 허리를 안아버리는 그녀.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지척이었다.

"갑자기 왜…"

"이러고 있어줘…"

"…?"

"이래야 잠이 잘 와…그리고…"

"…세희야?"

"너의 온기를…느낄 수 있으니까…따뜻하고…좋아서…"

"…연세희?"

그녀는 대답하지않았다. 바로 피곤해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하아…"

이런저런 이유로 잠이 오지 않는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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