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24화 (22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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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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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바보같아. 너무나도 바보같아서 말이 안 나와.

학교에서도. 그리고 지금에서도. 이 녀석은 늘상 바보야.

눈치도 없어. 둔감해. 게다가 성격은 정말 착해빠져서 이 녀석은 늘상 이용만 당해.

그런데...

이 녀석을 사랑해버린 나는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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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로 달리고 있는 차 안. 그녀들은 또 차에 올라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벌써…9시인가…"

토요일 9시. 깊어가는 밤. 나는 앞좌석에서 멍하니 앞에 있는 그저 까마득하기만한 광경을 보고 있었다.

"우리들이야 스케줄은 끝났지만…너랑 세희는 또 라디오게스트와 그리고 심야라이브프로그램이 있다"

매니저가 다시 한번 나에게 스케줄을 상기시켜주었다. 정말 바쁘기만한 연예인들의 나날.일반인인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이런 몸으로 어찌 매일매일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것인지 이해조차 가지 않았다.

"…그 때"

조용하게 있다가 어조를 심각하게 낮추고 진지하게 물어오는 매니저.

"…"

매니저가 말한 그 때라면 아마도 내가 연세희를 구해야된다는 명목으로 '납치'한 날일 것이다.

"…세희를 어떻게 했었나?"

"…"

"나는 처음에. '친구'라는 이름 하에. 세희를 이용해서 협박과 같은 것을 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당당했고 그리고 네가 절박해보였다.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연예인대기실에 직접 쳐들어올정도로"

"…"

"…또 세희가 사라진다는 말. 그 이후의 일. 자세히 너에게 듣고싶었다"

"…"

"말해줄 수 있겠나?"

"…저에게도 속사정이 있습니다"

"세희를…좋아하나?"

"예?"

"세희를…사랑하고 있나?"

"…좋아하고는 있지만 '사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이 녀석은 친구로 보일 뿐. 한 순간이라도 이성으로 보인 적은 없었다. '예쁘다'라고는 생각은 해 봤어도. 그 이상의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기때문에나는 그 때. 순순히 그녀를 보낼 수 있었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잘못된 욕망이 있었다면 매니저가 말한대로. 그 때 세희가 말한대로 협박을 하거나 나쁜 짓을 벌였을 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가…오로지 '친구'인가…"

"…예. 그러니까 안심하십시오"

혹시나 스캔들과 같은 것에 휘말리게 된다면 연예인생활하는데 큰 곤혹을 치르는 것쯤은나도 알고 있어서 이렇게 매니저를 안심시켰다.

"…솔직하게 얘기해라. 너에게 세희란 어떤 존재인가?"

"…유난히 진지하시군요"

"아마도.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니까. 그리고 왕따인 네가. 어떻게 세희랑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 그런지는 모르니…그리고 세희가…아니 이 얘기는 하지 말아야 되나. 아무튼 묻고싶다"

"…얘기했잖습니까. 친구라고"

"다르게 말하자면?"

"글쎄요…'표지'라고 해야 될까요"

"…'표지'?"

"예를 들면 우리는 지금 서울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저렇게 위에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세희는 그런 존재입니다. 제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도와주는 사람. 겉으로는 모르면서도 속으로는 저를 배려해주는 사람. 아시다시피 저는 혼자입니다. 혼자인 저에게. 흔쾌히 친구라며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 세희는 그런 존재입니다"

"…그랬던 것인가"

"예?"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매니저가 미소지었다.

"그런데 말이야 너"

미소짓다가 뭔가 다시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 대체 또 무슨 질문을 하려고?

"정말로. 세희에게서 '이성의 매력'같은 건 느낀 적 없었던 거냐? 솔직하게. 남자로서 까놓고 말해서"

"예"

"정말로?"

"왜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으십니까. 혹시 세희를 좋아하십니까?"

"이봐. 난 이미 결혼한 사람이야. 게다가 저런 녀석들은 너무 어리다고? 예쁘기는 하지만…우리 아내보다는 못한 사람이지…"

"어째 공처가소리 같습니다만?"

"하하! 그런가"

"일찍 결혼하신 것 같은데…"

"그래. 일찍 결혼했고. 딸내미 하나도 있는 어엿한 가장이라고?"

"…그러면서도 잘도 절 때리셨습니다"

"이제 과거는 잊어버리자고. 피차 서로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뭐 이렇게 대화하면서 풀어내는 것도 괜찮지않나라고 생각한다. 또 쪽팔리게 나는 너한테 얻어맞은 기억도 있다?"

"…"

"그 때. 나에게 조금 나쁜 일도 닥쳐있었고 그리고 또 매니저로서 어느 정도 연예인관리가 필요했었다. 그게 너무 과해서 너에게 해를 끼친 것은 사과한다. 내가 그 때 너무 감정적이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너한테 하지 말아야 할 말도 닥치는대로 했었고"

"…한 번 꼭지가 돌면 미쳐버리는 타입이군요"

"너에게 들으니까 아주 공감이 가는군. 그래 네 말대로 그런 타입인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또…한 가지 얘기할 것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세희를 잘 부탁한다"

"…당연합니다. 지금은 '매니저'니까요"

"이렇게 내가 맡고 있는 애들은 하나하나 모두 딸같이 보인다. 내가 딸 하나를 두어서 그런지 모르면서도 말야. 이 녀석들을 보면 딸같이 보이거나 챙겨줘야 되는 여동생같이 보여. 물론 내가 벌고 있는 돈줄이 이 녀석들 덕분이라는 건 인정한다. 어쩌면 내가 이런 아이들을 돈을 벌기위해서 이용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 그렇지만…이런 것은 네가 이해해줬으면 싶었다"

"…"

"아쉽지않나?"

"뭐가요?"

"친구가 해외로 간다는 것에"

"…아쉽습니다. 상당히 슬프기도 하구요"

"…그러면 붙잡지 그러나? 저번 처럼 '납치'라도 하든가"

"저는…친구의 미래를 방해하는 파렴치한은 아닙니다. 해외로 가면 세희가 얻는 인기는 더 많아질 것이고 이제는 글로벌스타가 되는 게 아닙니까? 이런 좋은 기회를 저로 인해서 무산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붙잡을 생각이 있었단 말인가?"

"…아니. 그러한 생각조차도 없었습니다. 그냥 이런 거는 제가 느끼는 감정이고. 세희가 해외로 나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처음에 생각해낸 것은 '잘 되었다'였습니다. 친구가 잘 된다는 데. 당연히 기뻐해야할 일이지요"

"…세희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만은…"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방송국로비 앞까지 데려다 줄테니까. 잘 하고 와라"

"…예"

"그럼 잘 가요 정우씨!"

"바이바이!"

"내일 봐요!"

여의도에 도착하고나서 멤버들은 숙소로 이동하게 되었고 매니저와도 헤어졌다. 그들의 차를 바라보며 있다가 '갈까?'라는 세희의 한 마디에 나는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번 게스트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부가하고 있는 천상의 목소리. '연세희'양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연세희라고 합니다!"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활기찬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그녀.

"세희양 tv로 봐도 이쁜데 실물로 보니까 정말 이쁘시네요"

"아하하…감사합니다…"

라디오dj의 아부. 그리고 시작되는 토크시간. 인터넷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라디오댓글은 현재 엄청난 폭주를 거듭하고 있었다. 단지 '연세희'라는 존재가 이 곳에 왔다는이유로.

"잠시 후에 질문코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코너시간을 하게 되니까 지금 게스트로 오신 연세희양에 대해서 궁금하신 점들은 댓글을 통해서 질문해주세요. 몇 분의 질문을 즉석에서 선택하여 질문을 합니다. 그럼 광고 듣고 코너 시작하도록 하죠"

쉬는 시간. 나는 그녀가 방송하고 있는 것을 계속 지켜보다가 쉬는 시간을 갖게 되니 잠시방을 나가서 자판기에서 음료수 두 개를 뽑았다. 다시 들어오고나니 세희는 여전히 정답게 라디오dj와 즐겁게 얘기하고 있는 중. 왠지 그녀가 생수만 마시기에는 그럴 것 같아서 일부러 음료수를 뽑아가지고 오기는 했지만..뭔가 안으로 들어가려고하니 상당히 어색하다. 그렇지만 똑똑하고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우야?"

"…정우야?"

의문점을 표시하는 라디오dj들.

"이거"

나는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아. 고마워"

"…혹시…매니저분이신가요?"

"아. 예"

"그런데…친한가보죠?"

"…으응…예. 반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요"

"세희의 매니저인 박정우라고 합니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아…박정우씨이시군요…그런데 제가 듣기로는…세희양의 매니저는 다른 사람인걸로 알고 있는데…"

"새로 고용되었어요"

"그렇군요…"

뭔가 의심스럽다는 눈길.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의심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얼굴이…"

"얼굴에 화상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가리게 되었어요. 이해해주세요"

내가 무언가 변명을 하기라도 전에 세희가 먼저 나의 상태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었다.

"아 예…세희양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해가 갑니다만은…"

여전히. 나에게서 의심의 눈길을 풀지않는 그들이었다.

"질문코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시간입니다. 먼저 첫 질문은 하얀골목님께서 하신 질문인데요. 세희양께서는 현재 즐기고 있는 취미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입니다. 사실 저도궁금하기도 한데요. 세희양께서 즐기는 취미가 무엇입니까?"

"영화감상하고…스쿼시를 즐겨해요. dvd를 빌려서 멤버들이랑 다같이 보고…운동을 하러 스쿼시장가서 스쿼시를 쳐요"

"영화감상이야 알겠습니다만…스쿼시라는 운동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테니스랑 비슷한데요. 라켓도 다르고 공의 크기도 작고. 실내운동이고. 차이점이 있어요. 그리고 얼마든지 혼자서 칠 수 있고. 아는 언니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재미있어요"

"그러시군요…그럼 다음질문은 눈뜬황제님께서 질문을 하셨습니다. 아이디가 눈에 띄어서 골라보았는데요. 세희양께서는 연예인생활을 하기 전에 다른 꿈을 가진 적이 있었나요? 라는 질문입니다. 세희양.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기 전에 다른 꿈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까?"

"아니요. 딱히 그런 꿈을 가져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어렸을 때부터 노래가 좋았고 그리고 실제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요새…하고 싶은 것이있어요"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냥 하루 쯤은…평범한 여고생 연세희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요"

"…평범한 여고생 연세희…입니까?"

"예. 보통 일반인처럼…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아보기도 하고…그리고…"

잠시 얘기를 끊는 그녀.

"그리고…?"

"보통 사람들과 같이…평범하게 연애도 해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데이트를 하고 싶어요. 손도 잡아보고. 같이 영화도 보고. 뭐 저와 같은 취미를 가졌으면 스쿼시도 같이 쳐보구요"

"헤에…세희양께서는 그러한 것을 느끼고 있군요…"

"그럼요…제가 하고 싶은 일이죠…"

뭔가 쾌활하게 말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내가 그녀의 말에서 느낀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아쉬움. 슬픔.

뭔가 그러한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 듯한 말이었다.

그리고 살짝 미소지으며...

라디오dj와 얘기하는 내내 나를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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