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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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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희언니가 해외로 나간다는 거요"
"…네?"
뭐라고..? 연세희가...어디로 나간다고..?
"세희언니. 아시아투어가는 거 모르셨어요?"
"아시아…투어?"
"네. 이번에 저희 서울에서 마지막 공연하고 바로 태국부터 시작해서 아시아투어 가는 거예요. 언제 돌아올지 몰라요. 그냥 몇 개월 아니 1년 정도 해외에 쭉 있는다고 생각하시면되요"
"…정말입니까?"
"네 오빠. 그러니까 이번이 세희언니를 만나는 마지막기회예요"
'마지막이니까…마지막이니까…'
그래서..'마지막'이라는 말을 자꾸 되뇌였던 것인가..그 녀석...
"그런데 정말로 세희언니랑 이대로 헤어지실 건가요?"
"…"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나와 처음으로 사귀어주었던...어찌보면 '진정한 친구'라고 볼 수 있었던 그녀가..떠난다...
그래서 날..부르고..부탁했던 것인가..이것이 날 만날 수 있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아서.떠나기 전에 내 얼굴이라도 보려고 이렇게...나를...
"사과하세요 세희언니에게"
"…하지만…"
나는 세희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이미 헤어진 상태. 그리고 난 '차라리 다른 사람을 구해라'라며 그녀의 이러한 부탁을..거절해버렸다. 내가 무슨 낯짝으로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을까.
나의 곁에서. 한 명씩. 한 명씩. 사라져간다. 어떠한 이유로든지간에.
나의 곁을 떠나간다.
'붙잡고 싶어'.
어떻게해서로든. 내가 무슨 수를 쓰든. 겨우겨우 잡은 이 인연의 끈을 난. 붙잡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허락된 일일까. 아니 이것이 '운명'이라고 불려야 하는 걸까.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병주고 약주는 듯.
나에게 '인연'이라는 소중한 것을 부여하고서. 보란 듯이 나에게서 빼앗아간다.
시하에 이어서 이제는 세희. 나의 하나뿐인 친구. 나에게 소중했던 친구. 비록 마녀같았고조금 나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나를 위해서 어떠한 일이라도 해주었던 그녀였다.
아아..나는 왜 이렇게 바보인걸까. 왜 이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
"늦지않았어요. 어서 사과하러 가요"
그녀. 처음만난 '이수아'라는 이름을 가진 세희의 절친한 동료가 나를 붙잡는다. 내가..그녀를 다시 만날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로 가도 됩니까?"
"언니는 오빠가 다시 오기를 바라고 있을 거예요"
"아니겠죠…"
나에게 가라고 했던 그녀다. 이러한 내가 다시 오기를 바란다고?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바라고 있어요"
"…어째서죠?"
어째서 이 사람은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저는 세희언니를 잘 알고있으니까요. 오랫동안 봐오고 알아왔어요. 이 정도야 알아요. 그리고 이렇게 또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대답은 언니에게 들으세요"
"직접 말해줄 수는…없는 것입니까?"
"예. 제가 말할 게 아니니까요. 이건 반드시 세희언니에게 '직접'들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내가 직접 들어야 하는 것...?
"그 대답을 알고 싶다면. 진정한 '이유'를 알고 싶다면. 세희언니에게 다시 가요"
이 사람은 무엇인가 알고 있다. 하지만 말해주려고 하질 않는다. 뭘 직접 들으라고 하는거지? 왜 꼭 굳이 세희가 말해야만 하는 것이지? 왜? 자기가 말해줄 수도 있을텐데. 어째서 대답을 회피하고 세희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모른 채로 그녀와 헤어질 수 없었다. 나는 직접 그녀의 입으로 들어야했다.
왜 나를 불렀냐고. 왜 이렇게 행동한 나를 붙잡고 싶냐고.
"…알겠습니다"
"하지만…사과는 확실히 하셔야 할 거예요"
"예. 알고있습니다"
"오빠"
"…말씀하세요"
"세희언니를…어떻게 생각해요?"
"네?"
"세희언니를…어떻게 생각하고 있냐구요"
"'좋은 친구'라고…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좋은…친구요?"
"예. 저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착한 친구입니다. 제가 힘들 때 도와준 사람이기도 하고요"
"좋은친구…라…"
"예. 저에게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이지요"
성격이 마녀같고..어째 나만 계속 휘두르는 것 같기는 하지만..나쁜 아이는 아니다. 오히려 착하다.
"정말로 '좋은 친구'라고 밖에 생각 안 하나요?"
"예? 예…"
"이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밖에 생각 안해요?"
"확실히 이쁘긴하지만은…"
"에휴…세희언니 어떻게 하려구…"
"예?"
"아무 것도 아니예요. 우리 때문에 많이 늦었어요. 얼른 세희언니에게 사과하고 제대로 일하셔야해요? 아시겠죠 오빠?"
"…고맙습니다"
"고맙기는요 뭘. 어서가요"
"여기엔 왜 또 왔어?"
날 만나자마자 세희가 말한 첫마디는 바로 이것.
"간다면서…왜 또 왔어…?"
"사과하려고"
"사과만 하고…다시 가려고?"
"아니"
"그러면?"
"수아라고 하는 사람한테서 들었어. 너. 이번 공연끝나자마자 바로 해외공연한다며?"
"…!!!"
"왜 숨겼어?"
"너한테 말해봤자…"
"학교는? 스쿼시는 이제 어쩔 거야?"
"못하는 거야…이제…"
"…정말로 떠나는거야?"
"응…"
"…"
"정우야…"
"어"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거야?"
"미안해"
"…에?"
"얘기했었잖아. 사과하러 왔다고. 내가 아무 것도 모르고 멋대로 지껄여서 네 기분 상하게 만들었어. 미안해"
"…정우야…"
"네가 그렇게 날 생각하는 줄은 몰랐어. 너랑 마지막으로 있는 2일인데…"
"…"
"잘 해볼테니까 날 다시…받아줄 수 있어? 네가 떠나기 전까지…친구가 이번 공연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러니…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이행할 수 있게…"
"…응…정우야…"
다행이다. 그녀는 다시 날 받아주었다..
이렇게 난 이틀동안. 세희의 보디가드겸 개인매니저가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아까 전에는 불미스런 일로 인해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해서 여기에서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이번에 임시로 세희의 개인매니저를 하게 된 박정우라고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매니저와의 작은 트러블로 인해서 사람들과 인사를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난 세희와 함께 가서 모이자마자 바로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세희와 같은 걸그룹멤버들이 인사를 하고.
"…잘 부탁해요"
코디들. 그리고....
"…잘 해보자"
아까 전에 싸웠던 매니저도...
"…예.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임시이지만 이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정우야"
"…얘기해"
"오후 5시까지는…멤버들이랑 동일한 스케줄이니까 굳이 챙기지 않아도 돼"
"알겠어"
"그리고 매니저오빠랑…잘 해봤음 좋겠어"
"…노력해볼게"
"그러면 어서타자. 차에"
이게 연예인들이 타고다닌다는 밴인가...정말 크기는 컸다. 운전석을 포함한 앞에 두 좌석은 나와 운전하는 매니저가 타고. 그리고 멤버들은 뒷좌석에 앉고 인원이 너무 많아서 밴이 두 대씩 움직여야했다.
"출발~"
뭔가 분위기메이커역할을 하는 것 같은 세희의 동료인 수아의 목소리와 함께.
첫번째 스케줄장소로 향했다.
첫번째 스케줄장소는 바로 예능녹화였다. 예능버라이어티에 참가하게 된 세희를 비롯한 멤버들은 방송하기 전에 미리 대기실에 도착해서 코디들에게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어이"
"예"
어쩌다보니 매니저와 나는 함께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자질구레하게 된 일들은 모두 나와 매니저가 처리하고 있는 중.
"너. 그 눈 어떻게 된 거냐?"
"네?"
"눈 말이다. 눈. 예전부터 궁금했었다. 너 혹시 외국인이냐?"
"…아"
회색빛 눈. 그 때 감추지 않고 있었지...
"눈 때문에 머리카락으로 가린 거냐?"
"다크서클때문이기도 하지만…맞습니다"
"그러면 정말 외국인이냐?"
"아니요. 한국인입니다"
"그런데 왜 눈이…"
"…사정이 있습니다"
8살. 내가 회색빛 눈을 얻게 된 시기. 하지만 난 그 때 왜 회색빛 눈을 얻게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서현누나 얘기로는 8살이전에는 줄곧 검정색눈이었는데. '어떠한 일'을 계기로 해서 회색빛 눈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내가 왜 얻게되었냐고 묻자 서현누나는 말하지않았다. 단지 '슬픈 얼굴'만을 하고서)
또 '회색빛 눈'을 얻게 된 것을 전후로 그 이전의 일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물론 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유년시절의 기억이 많이 잊혀진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나는 유달리 유년시절의 기억이 없었다.
"…그렇군…"
"…죄송합니다"
"뭐 됐어. 네가 얘기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요 매니저삼촌? 정우씨랑 같이?"
"아…눈 때문에 말이야"
"눈…이요?"
메이크업을 다 마친 듯 세희와 같은 동료 한 명이 나와 매니저가 얘기하는 곳으로 왔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제 이름 알지 못하죠 정우씨?"
"예…"
난 이 사람한테도 '정우씨'로 불리게 된 모양이다. 대부분 '정우씨'로 호칭이 통일된 것 같았다. 연세희랑 동갑인데..이러면 내가 늙은 것 같잖아?
"안녕하세요! 세희의 동료이자 언니인 엘라라고 해요!"
"…닉네임?"
"네! 뭐 본명은…송지윤이지만요"
"아 네…박정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요 정우씨! 그런데 매니저삼촌. 분명히 정우씨랑 '눈'과 관련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나는 '삼촌'이고 얘는 '정우씨'냐…"
"헤헷~그야 매니저삼촌이 너무 늙었으니까 그렇죠. 아니 '늙게 보이는'건가?"
"뭐야?"
"농담이예요 농담~저한테도 얘기해봐요. '눈'이랑 관련해서 무슨 얘기하고 있었는데요?"
"이 녀석 눈이 말이야…"
"눈이 왜요? 그러고보니…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보이지가 않는데…"
"회색 눈이야"
"예?"
"못 들었어? 이 녀석 눈. 회색 눈이라고"
"…외국인?"
"아니. 한국인이란다"
"저한테도 보여줘봐요 정우씨.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했구요…"
"…"
꼭 보여줘야 되나..?
"한번만요~네?"
"그다지 잘생긴 얼굴은 아닙니다만…다크서클도 있고…"
"뭐 상관없지않아요? 그야 눈동자 색깔이 궁금하니까…"
"…제가 상관이 있습니다만"
"헤헤~그래도 보여주세요~네?"
"후유…"
내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서 이렇게 보여줘도 괜찮을련지 모르겠다. 나는 살짝 머리를 걷고 그녀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바로 다시 머리를 내렸다.
"…"
역시나 놀란 듯 침묵을 하고 있는 그녀.
"…이상하죠?"
"…뭐가 그다지 잘생긴 얼굴이 아니예요. 엄청나게 잘생기셨는데"
"예?"
"그러니까 말이다. 이 녀석 처음 봤을 때 이상하게 생긴 줄 알았더니만…아예 연예인으로전업을 해도 되겠어. 그 다크서클만 뺀다면…"
"정말 신기해요. 그 회색빛 눈. 처음에 봤을 때…뭐라고 해야할까. 예…말하기 죄송하지만 처음봤을 때 무서웠어요. 순간 눈동자가 없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다시 보면 예뻐요 눈이"
"예…"
눈이 예쁘다는 사람은 처음본다.
"다크서클이 옥의 티이긴하지만…이 정도면 누구나가 반할 만한 얼굴이네요 저도 반할 만큼…"
"예?"
"…아무튼 잘 생기셨어요 정우씨"
이 사람의 얼굴이 어째 조금 빨갛게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인 것일까?
"뭔데? 뭔데 그렇게 즐겁게 얘기하고 있어?"
차차 메이크업이 끝나고 우리 주위로 모여드는 걸그룹멤버들과 코디들.
"수아야! 정우씨 눈 봐!"
"눈…?"
"아무튼 봐봐!"
얼래...?
"눈이 왜?"
"정우씨! 얼굴 한번만 더 보여주시면 안될까요?"
"그러고보니까 얼굴이 궁금했어! 대체 머리카락으로 무슨 얼굴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닐까?"
"눈이 뭐 그렇다고 하던데…아무튼 궁금해요!"
"궁금해요!"
"얼굴 보여줘 정우씨!"
뭐지...?
왜 다들 나한테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는 거야?
갑자기 왁자지껄해지고 나한테 얼굴 보여달라고 주위에서 모두 말하고 있는 이 상황.
이거...어쩐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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