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17화 (21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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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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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가만히 있어!"

"끄응…"

집에 돌아오자마자 서현누나는 나를 소파에 바로 앉혀놓더니 구급상자를 갖고와서 소독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소독약을 바를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에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자찰싹!하고 다리를 때리며..

"가만히있으래도!"

라며 화만 북북 내고 있었다.

"으휴! 그렇게 괜찮다고 고집부리더니!"

"…"

"상처가 더 심해졌잖아!"

그러면서 소독약은 꼼꼼하고 정성껏 발라주는 그녀. 이거..나름대로 괜찮을 지도..?

"맨날 이런 식이지 바보오빠는"

"정우…"

"부우!! 이렇게 가족이 걱정시키게 만들꺼야? 대체 이 상처로 어떻게 달린거야 진짜!"

"…미안"

왜 이리 서현누나는 호들갑을 떨고 있는 지 모르겠다. 소독약을 바를 때마다 따끔따끔 거리고 그렇긴했지만은 고통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다시는 이렇게 무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

"얼릉!"

"…약속할게"

나는 마지못해서 그녀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진짜로 다음부터는 무리하지않기다?"

"응"

"에휴…한시라도 이러한 동생한테 눈을 떼놓을 수가 없네…"

왠지 엄마의 잔소리같다. 오늘따라 유난히...

"고마워 서현누나"

그래도 소독약을 직접 발라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정우의 이런 상처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

"정우가 '피' 흘리고 있는 거. 절대로. 보고 싶지않으니까 내가 이렇게 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구!"

"…응. 서현누나"

"그래도 곪지않아서 다행이야…"

호호하고 상처부위에 바람을 불며..

"이걸로 치료끝!"

구급상자를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고 우리들은 소파에 그냥 앉아서 있었다. 아직 저녁먹기에도 이른 시간. 그 동안 뭐하고 있을까.

"오빠. 우리…노래방이나 갈까?"

"…응?"

"민정아?"

"저녁먹고…노래방이나 가자"

느닷없이 노래방이나 가자는 민정이. 뭐지?

"왜?"

"넷이서 이렇게 있고 또…오빠 스트레스나 해소할 겸"

"무슨 스트레스?"

"그냥 오빠…운동회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아했었는데…결국에는 나가서 정말 아깝게 이기지못했고 또…다리에 상처만 생기고. 그래서 오빠의 기분이나 풀어줄까해서…게다가 오빠는…반 아이들한테…찬밥취급만 당했고…오빠가 그나마 그렇게 잘해주었는데도…"

"나야 딱히…"

별로 그런 거 신경쓰지않는데. 이미 적응이 되어버려서.

"난 민정이 의견에 찬성!"

"서현누나마저도?"

"…솔직히 우리가 있는 앞에서도 오빠한테 그런 소리하니까 왠지 분했어"

"민정아…"

"우리가 있는 앞에서도 세희언니 다치게 만들었다며 욕이나 하고…그리고 다리가 다쳤음에도 죽어라고 달려서 1등은 놓쳤지만 2등이나 했는데 잘해줬다. 수고했다. 그 한마디라도 하면 어디 덧나? 왜 오빠만 따시키는 건지…오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냉담하게 구는건지 도무지 이해도 안되고…분해"

"정우…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빠…사람들이랑 조금이라도 더 친해진 줄 알았었는데…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변한 것은 없었다. 나와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아는 척이라도 해주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못하고 여전히 그 상태에서 답보하고 있다.

"그러니까 오빠. 오늘은 그냥 스트레스나 풀어. 조금은 섭섭한 마음도 들었던 것도 풀어버리고…"

"…"

"그러니까 즐겁게 놀자. 또 가족들이 저녁내내 함께 있을 건데"

"그렇게 하자 정우야"

"…정우는 싫은거야?"

"아니…"

내가 노래방을 간 적이 있어야지...

"그러고보니 정우. 노래방 간 적이 없었던 것 같지?"

"그러게…"

"정우는 왜 그렇게 한번도 가지 않은 곳이 많아?"

그냥 집구석에 처박혀있었으니까 집 밖으로 나갈 기회가 없었다.

"그러면 노래방가서 신나게 놀자! 나도 오랜만에 노래방가보자!"

서현누나는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여태까지 외국에 있었느라 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 해보려는 심산이 있는 것 같았다. 내 스트레스를 해소하자는 이유를 가장하고.

"나도 노래방 가 본지가 꽤나…"

"그럼 밥 먹고. 가자!"

그런데.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결정되는 거야? 나는 한 마디도 간다 안 간다라고 안했는데?

저녁은 나와 서현누나가 오랜만에 같이 만들고 있었다. 이번에 준비하는 요리는 버섯전골. 한 냄비에 여러가지 각종 채소들과 버섯. 고기등을 넣어서 한 냄비에 끓여 먹었다.

단란한 저녁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바로 또 외출준비. 정말로 노래방을 갈 생각인가보다.

나야 그냥 긴 트레이닝복과 트레이닝바지를 입었고 민정이. 지현누나. 서현누나 역시 간단한 옷차림으로 다같이 외출준비를 하였다.

밖으로 나오면 길가에는 노래방이 많았다. 특히나 거주지역과 같은 곳에서는 노래방과 pc방등 온 천지가 그러한 곳이었다. 가다가 드문드문 띄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보면 10개이상 노래방 수가 넘어가는 것 같다. 그것도 오밀조밀하게.

"우웅…어디갈까…"

"왠지 유흥업소같은 곳은 빼자. 뭔가 정상적인…"

"저기는 어때?"

"저 횡당보도 건너서?"

"응. 나 친구들이랑 저기 가봤는데 시설 괜찮던데?"

"그래? 1시간에 요금은?"

"8000원"

"그렇게 싸?"

"아니 다른데는 보통 2만원이나 15000원하는데…저기는 1시간에 8000원 정도 하는 것 같았어"

"호오…"

"서비스는 많이줘?"

"서비스? 한 1시간 30분정도 더 줘. 사람이 많으면 30분만 해주지만"

"그럼 민정이말대로 저기 가자"

나는 그저 세 자매의 수다와 그리고 세 자매에게 이끌려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2층에 있는 노래방의 문을 열었다.

띠링...

"어서오세요"

노래방에서 일하는 카운터가 우리를 맞았고 안에 들어와보니 사람들이 노래를 정말 많이 부르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시끄러운 분위기는 딱 질색인데...

"4명이요"

"모두 청소년이신가요?"

"아니요. 한명은 성인이예요"

"어느 분이?"

"여기 언니요"

"주민등록증좀 줘보시겠어요?"

"여기요"

"네에…됐습니다. 몇 시간 하시겠어요?"

"2시간이요"

"16000원이고 저기 8호실로 가면 됩니다"

서현누나가 16000원을 지불하는 동안 우리는 카운터가 지정해준 객실로 들어갔다. 앞에는 노래방기계. 중간에 소파가 세팅이 되어있고. 탁자에는 두 권의 두꺼운 책과 그리고 넙적한 리모컨과 같은 것이 있었다.

"마이크덮개 가지고 올게"

민정이가 마이크덮개를 가지고 오는 동안...

"꺄~얼마만에 오는 노래방이야~♡"

서현누나는 바로 소파에 앉아서 책을 펼쳐서 이리저리 자신이 노래할 것을 찾고 있었다.

"정우"

"응…?"

"여기앉아"

지현누나는 나를 자신이 앉은 옆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나야 뭐 그 말에 바로 따르고 지현누나의 옆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곳이 노래방이란 곳인가...

"같이 볼래?"

"응? 아니…"

민정이가 그 때 돌아와서 두 개의 비닐을 갖고왔다. 그리고 비닐 안에 있던 마이크덮개라고 불리는 것을 꺼내 마이크에 씌웠다.

"후훙~그러면 나부터 해볼까나~"

서현누나가 선택한 곡은 자우림이라는 가수의 일탈이라는 곡이었다.

"뭐 화끈~한 일~뭐 신나~는 일~없을까~~~~!"

서현누나. 왠지 노래 잘 부를 것 같았는데 예상대로 정말 잘 불렀다.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신도림 역안에서 스트립쇼를~~~야이야이야이야이 야~~"

심지어 일어서서 방방 뛰면서 노래를 부르는 그녀. 서현누나의 첫 곡에 분위기는 업이려나...

다음에 노래하는 사람은 민정이.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어요~ 사랑하고 있어~당신과 나만의 비밀이 되나요~이렇게~~"

민정이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 뭐 간단하게 말해서 노래를 잘한다. 역시 이 자매들은 완벽하다. 어째 못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다음에 하는 지현누나의 차례때에는 분위기를 바꿔서 발라드를 부르고 있었다.

"눈물을…닦아내질…않길…그의 길에…비가 되어…내리도록…"

"정우야"

"…응?"

"정우는 안 불러?"

이런 말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는데..예상보다 빨리 닥쳐왔다.

"…나는 뭐…그냥 구경이나 할래"

"부우~~"

"…오빠 정말로 안 부르게?"

"정우…노래 불러줘…전에 나한테는…"

"…지현아?"

"아…아무 것도 아니야!"

그 때. 내가 자장가 불러줬을 때를 생각해낸 건가...

"정우야~노래 불러줘~~"

"오빠 노래 듣고싶어…"

"정우…"

"…그렇게 기대할 만큼 좋은 실력은 아닌데"

"부우~! 그렇게 자꾸 빠지려고 하면 나 삐질 거야!"

"오늘은 오빠 스트레스 풀려고 온 거지 우리만 놀려고 온 게 아니야…노래 부르다보면 좀 기분이 나아질 거야 오빠…"

"후우…"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책장을 넘기며 뒤적뒤적 내가 부를 만한 노래를 찾고 있었다. 나는 거의 한국노래를 몰랐기에 내가 부를 줄 아는 것은 외국노래 뿐.

"외국노래인데…괜찮겠어?"

"응!"

그런데 왜 대답을 이구동성으로 얘기하지? 그렇다고해서 내가 아는 노래도 별로 없었다.뒷장을 넘기다보니 차차 찾기는 하였지만....흠...뭐 부르지...?

이거. 괜찮겠다.

나는 아까 전에 세 자매가 하던 방식으로 리모컨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노래숫자버튼을 순서대로 누른 뒤에 시작버튼을 누르고 마이크를 지현누나에게서 넘겨받았다.

"꺄아~정우야!!"

"오빠!!"

민정이와 서현누나는 내가 마이크를 들자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고 지현누나는 나에게 미소를 싱긋 지어주고 있었다.

노래방기기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타이밍에 맞춰서 노래를 시작하였다.

"You're just too good to be true…"

라고 부르는 순간.

"꺄아!!!"

라고 외치는 자매들. 왜 이렇게 환호성을...

"Can't take my eyes off of you…You'd be like heaven to touch…I wanna hold you so much…"

muse의 'Can't take my eyes off of you'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사실 이 노래가 muse가 만든 노래가 아닌데..muse판 노래가 나에게는 좋았다.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이어서 기타소리가 나오고. 그 동안 서현누나와 민정이는 곧 잠시 후 나올 클래이맥스에 대해 기대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I love you baby…"

"꺄아아!! 정우야!!!"

유달리 서현누나가 아까 전보다 크나큰 환호성을 질렀다.

"Oh pretty baby, don't bring me down I pray Oh pretty baby, now that I've found you stay And let me love you baby, let me love you…"

나도 나름대로 열창. 지현누나와 서현누나. 그리고 민정이가 그렇게 잘 불렀는데 여기서내가 못 부른다면 정말 자존심상 엄청 창피하다.

일단 한 번 부르기로 하였으니. 최선을 다해보자.

나는 그 한번만 노래하고 계속 세 자매가 노래부르는 것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세 자매가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서비스시간도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서현누나의 차례였다. 서현누나는 버튼을 누르고.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말도 안돼 나도 몰래 너만 바라보게 됐어 미워해봐도 애를 써봐도 숨겨봐도 안되는걸 이럼 안돼 자꾸 원해 네게 빠졌다고 말해 꿈을 꿔 봐도 너 뿐인걸 말도 안되지만 널 사랑해"

서현누나가 노래를 부르면서 어째서인지 나를 자꾸 바라보고 있었다.

오직 나를 보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도 안돼 나도 몰래 너를 사랑하게 됐어…"

미소를 짓고.

나에게 어떠한 말을 해주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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