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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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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오오오...
연세희.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마녀의 포스. 곁에서 보는 나는 준비하는 내내 후덜덜해가며 떨어야했다.
'위험해…이거 정말로 위험하다고…!!"
나는 어째서 이번에 반드시 우승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안 그러면 연세희의 분노를 받아야할 것 같았다. 하필이면 나는 처음하는 거였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움직임이 미숙. 한 마디로 연세희 그녀는.
나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태라는 거다.
"2인 3각 2학년 대표학생들은 출발선에 서 주십시오"
젠장..마음을 추스릴 때인데 그럴 시간도 주지않고 출발선에 서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어기적어기적 연세희와 발걸음을 같이하며 지금이라도 연습을 해야했다.게다가 2인3각은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한 경기. 연세희와 이러한 트러블을 일으킬 시간도 없었다.
'젠장…'
이제는 될 대로 되라지.
"준비"
준비신호. 긴장이 되었다. 어서 빨리 릴랙스를 시키지않는다면 출발타이밍을 놓치는 불상사가 생기고 만다.
탕!!!
출발신호가 떨어졌다. 하나 둘 하나 둘 하고 마음 속으로 걸어가는 리듬을 맞추고 연세희의 발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움직임이 상당히 불편하였고 그렇다고 속력이 빠른 것도 아니었지만 이것을 참고서 걸어가는 리듬을 맞춰가면서 걸어가야했다.
다행히도 출발타이밍을 맞춘 것 같아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걸어나갈 수 있었다. 예선전이어서 중간순위까지만 해도 괜찮았지만 연세희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이거에서도 반드시 1등을 해야한다는 절박함을 느꼈다.
'1등 못하면 죽인다.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박정우'
이러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살의를 느끼고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연세희의 서서히 빨라지는 걸음을 맞추느라급급해졌다. 그녀는 이러한 것에 익숙한 모양인지 성큼성큼 나아갔다. 내가 저 녀석의 리듬을 맞추지 못한다면 둘다 넘어지는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봐야서 나도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상당히 적응이 안 된다.
이 와중에도 경쟁자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급하게 생각했다가 오히려 화를 부르는 법.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그렇다고 긴장을 놓치지는 말고 저 녀석의 걸음리듬에 맞춰나아가면 된다. 그러면 나는...
'살 수 있다'
끝이 보이면 보일 수록 나는 살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더욱 힘차게 발을 뻗어나갔다. 처음에 어수룩하던 움직임도 도착점에 갈 수록 안정이 되어갔다.
이대로만 하는 거다 박정우.
'살았다…'
우리가 1등으로 골인하였다. 결선진출. 이게 결선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려만은 불행하게도 이것은 예선. 또 해야만한다는 것에 나는 급암울해졌다.
"생각보다 괜찮네"
연세희의 짤막한 감상평. 뭐가 괜찮다는 거냐!!! 나는 필사적이라고!!!
"…고맙다"
"다음에도 이 기세로 하면 1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크악!! 그런 기대감 품지마 제발!!
'제길…'
"1.2.3학년 결선은 3학년 예선이 끝나고 5분 뒤. 1학년 결선부터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세희양! 끝내줬다고!!"
"세희양은 뭘해도 이쁘다니까!!"
"나이스 세희야!!"
같이 1등으로 들어왔는데도 어째 반 아이들은 연세희만을 보고 잘한다고 축하해줬다. 내가 이러한 것을 바라지도 않았지만은 그렇다고해서 나한테 죽일 듯이 노려볼 필요는 없지않을까? 시선이 너무나도 따가워 죽겠네...
잠시 매듭을 풀고나서. 우리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반 아이들에게 '잉여'.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가며 나는 조용히 페트병에 있는 생수만을 꼴깍 마시고 있었다.
"정우야~♡"
와락!
"…서현누나?"
"웅! 나야 히힛~♡"
"오빠"
"잘했어 정우"
하하...이러한 칭찬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예선인데 뭘…"
"그래도! 열심히 뛰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하지 않을까?"
"…?"
"정우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뛰는 거! 처음 봤거든!"
내가 필사적인 이유를 직접적으로 말할 수도 없고...
"…정우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보기좋아"
얼래..? 왠지 세 자매 모두 착각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은 뭐지?
"결선 때에도 1등 해야해 오빠?"
1등 하는 것은 'Must'.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계속 응원하고 있을테니까"
그래도 이러한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아니 기분이 좋았다. 이러한 가족의 응원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몸소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슬픈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이러한 기회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그 때'는 서서히 다가온다. 내가 완전히 쓸모가 없게 될 시기. 그런 시기를 정하는 게 이상한 일이었지만은 나는 하루하루. 미련을 두고 떠나고 싶지않다고. 절대로 떠나고 싶지않다고 발버둥을 쳤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가...나는 당장에라도 사라져야 할 사람. 차일피일 미루기만해서는 안된다.
"…고마워 민정아. 지현누나. 서현누나"
"헤헷~우리는 가족인걸~"
"…응"
세 자매가 짓고 있는 이 미소. 마지막까지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준비하고 있을게"
"응! 우리는 계속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
"…"
활기차게 말하는 민정이에게 나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녀가 귀여워서 머리를 살짝쓰다듬어주었다.
"오빠…"
나는 자매들에게 싱긋 웃고는 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잠시후에 2학년 2인3각 달리기결선이 시작되오니 2학년 결선진출자 대표선수들은 출발선에 서주시길 바랍니다"
이것만 잘하면 된다. 그래 이것만 잘하면 나는 살아날 수 있고. 나 때문에 실망한 세희에게 어느 정도 사과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대기"
나와 그녀가 위치한 곳은 맨 중간. 네 번째. 예선 때에는 마지막위치여서 몸싸움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중간에 걸렸다. 이번 결선에서는 몸싸움도 각오를 해야할 것 같았다.
사실 예선전을 하면서 몸싸움이 생기게 되면서 도중에 넘어지는 커플들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준비는 더욱 더 철저히 해야했다.
'아까 처럼만 하자…'
이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면 된다. 긴장할 필요없다.
"정우야"
"…응?"
"만약에 우승하면…"
"우승하면…?"
"그 때…"
연세희가 무엇인가 말하려는 순간.
"준비"
"…??"
"아니 됐어. 우리가 이길 테니까. 너는 잘 맞추기만 하면 돼"
탕!!
드디어 시작된 결선. 이번에도 출발타이밍에 맞춰서 출발하였다. 하나 둘 하나둘하고 마음속으로 세고. 이번에는 아까전보다 더욱 더 빠르게 나아가려하였다.
그러나 역시 예선에 통과한 사람들답게 예선전보다 훨씬 더 치열하였다. 달리기를 하면서팔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정작 자기들은 나아가는 경지에 이른 파트너와의 호흡.대체 어떻게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궁금해졌다.
맨 중간이라서 견제를 양 쪽에서 치열하게 받는다. 그녀는 표정을 찡그리면서 어떻게든 뿌리치려고 애를 썼으나 계속된 견제때문에 자연히 우리의 움직임은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인간들이 팔로 무던히 치는 바람에 성질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운동회에 무리하게 경쟁을 할 필요가 있었는 지.
그리고 그 때. 나와 연세희가 견제를 받는 사이에.
툭.
'어…?'
중심이 기우뚱하고 넘어진다. 한 순간에 몸이 땅바닥으로 쓰러져갔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이것은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이것은 절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나와 그녀는 넘어졌다.
"으으…"
"우우우우우"
우리가 넘어지자 구경하고 있던 인원들이 놀란 듯 이런저런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세희는 어딘가 넘어지면서 다친 모양인지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희야…?"
"으으…"
나는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서 다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와 함께 그녀에게 손을 내밀면서 몸을 다 같이 일으켰다.
"괜찮아?"
"…괜찮아…"
절대로 괜찮지 않아보인다. 잘못 넘어지면서 어딘가 이상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걸을 수 있겠어?"
"응…"
그렇지만 그녀는 걷지 못하였다. 절뚝절뚝하며 인상을 쓴 채로 나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이런 젠장. 우승도 못하고 저 녀석을 다치게 만들고 대체 나는 뭐하는 놈이야. 그녀는발목을 삐끗한 것 같았다. 계속 걸었다가는 무리가 생길 것이 당연한 노릇. 나는 바로 다리를 묶고 있던 매듭을 풀어버렸다.
"정우…?"
"업혀"
"…그건…!!"
"너 딱보기에 다친 것 같거든?"
"그렇지만 너는…"
"아 이거…?"
나 역시 넘어지면서 운동장의 바닥덕분에 다리에 상처가 생겼다. 그렇지만 그녀에 비해서는 가벼웠다. 게다가 이러한 상처에 이골이 난 나였다.
"이거야 연고바르면 되고"
"…"
"뭐해? 빨리 업히라니까?"
"…별…별로 업히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나도 알아. 그런데 넌 지금 다친상태잖아?"
"괜찮아. 걸어갈 수…아얏!!"
나는 끝까지 고집부리는 그녀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다친부위를 살짝 눌렀다.
"대체 뭐하는 짓이야!!"
"거 봐, 다친 거 맞잖아"
"…"
"어서 업히기나 해. 여기에 계속 있기에도 창피하니까"
"…"
"빨리 업히기나하라니까?"
"…응"
결국에는 내 등에 업힌 그녀. 그것때문에 주변에 있는 관중들 모두 침묵. 뭐야. 연예인 업는 거 처음보냐? 이런 왕따가 인기아이돌을 업으니까 배가 아픈 거냐? 그렇다면 너희가 업든가. 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학교에 있는 양호실로 갔다.
"정우야!"
"오빠!"
"정우!!"
"…"
"괜찮아?"
"다쳤잖아!!"
"어이어이…그런 소란 피우지말라…"
"정우!!!"
'아이쿠 깜짝이야…'
느닷없이 소리치는 지현누나.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어서 양호실 가야겠다"
"먼저 얘 발목 다친 것 같아"
"아…"
"세희언니!! 괜찮아?"
"민정아…"
"대체 왜 넘어졌어!!"
"아 그냥…발걸음을 제대로 못 맞추었나봐…그냥 급하게 가려고만 했지…"
그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필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다리를 걸었다. 워낙에 갑작스럽게 넘어져서 건 사람이 누구인지조차도 몰랐지만은 이건 분명히 다리를 걸어서 이렇게 된 것이다.
"…"
"정우야"
"응…?"
"어서 가자"
생각에 잠겨있다가 서현누나의 재촉에 정신을 차린 나는 가족들과 함께. 그리고 머지않아서 온 세희의 친구들은 물론이고 같은 반 아이들과 함께 양호실로 향했다.
"이런 많은 사람 못 들어와. 둘만 들어오도록 해"
"이런 박정우개자식!!"
"박정우새꺄!! 왜 연세희양까지 넘어뜨리고 난리야!!"
양호실로 가는 내내 반 아이들의 욕을 들어야했다. 맞다. 이것은 내 책임이었다. 내가 제대로 발을 보기만 했었고 그리고 내가 처음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나랑 같이한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정우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
"왜 너네들이 성질인데? 넘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너네들이 뭔데 우리 정우한테 성질을 내고 난리야!!!!"
서현누나의 일갈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렇게 화를 내는 서현누나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보통에는 귀엽고 사근사근했던 그녀였는데..이렇게 나 때문에 화를 내고..
"서현누나"
"정우…"
"…괜찮아. 나 때문에 성질낼 필요없어"
"…정우…"
"얘들아"
뒤에 이어진 세희의 말.
"정우때문이 아냐…내가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이야…내가 급하게 서두르는 바람에…그러니까…정우를 욕하지 말아줘…"
"세희양…"
"세희야…"
"…세희"
"정우야"
"…응"
"들어가자"
양호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뒤에 문을 닫았다.
"이제야 조금 조용한 것 같네…"
"죄송합니다…"
"그렇게 걱정을 해주는 이들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지"
"…"
"그렇다고 시끄럽게 굴 필요는 없었지만은"
"…죄송합니다"
어쩐지 말에 뼈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
"그래. 어디가 다쳐서 온 거니?"
"…넘어지면서 다리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요"
"너는…그냥 업어온 거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괜찮아요"
"아니예…"
나는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고 바로 말을 이어서 얘기했다.
"아마도 이 녀석 발목을 다친 것 같아요. 발목이 부은 것 같았거든요"
"그렇군…그럼 다리를 줘보렴. 귀한 연예인의 다리인데 어서 고쳐야지…"
"…"
"그리고…이렇게 예쁜 애를 업어오다니…넌 행복한 남자인걸?"
"…친구입니다"
"친구가 연인이 되고 연인이 '여보~'하는 사이가 되는 법이기도 해"
"…!!!"
"후훗. 농담이란다. 그런데…계속 여기있을 거니? 다리 다치지 않았으면 여자아이 다리구경이라도 하려고?"
"아닙니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양호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떻게 된 거냐?"
담임선생은 잠깐 일 관계로 교무실에 있었기 때문에 늦게 양호실에 도착했다.
"들어가보세요 선생님"
"발목이 다쳤대요"
"그래…"
담임선생이 양호실 안으로 들어가고..
"정우야"
"응…?"
"어째서…금방 온 거야?"
"…뭐 이런 거 나중에 바르면 되겠지"
"정우야…"
"괜찮아. 조금있다가 연고바르면 되니까"
"정우…"
"괜찮다니까 그러네? 그냥 이렇게 피만 조금 생겼을 뿐이라니까?"
"…오빠…"
"걱정하지 말래도. 그리고 나 지금 계주준비하러 가야해"
"…"
"그럼 간다"
나는 반 아이들과 자매들을 뒤로하고 먼저 운동장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나서 바로 수돗가로 달려가 상처부위를 씻어내렸다.
"…"
욱씬욱씬거린다. 그래도 이런 상처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뭐. 괜찮아"
그래. 괜찮다.
이런 고통이야 수 백번 수 천번 겪어봤고 그 이상의 고통도 수도 없이 겪어보았다.
계주는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어서 빨리 가지않으면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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