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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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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정우야!"
"파이팅 오빠!!"
"정우…잘 해!!"
옥상에서 나름 즐거운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 세 자매들은 나를 응원하겠다며 응원석으로 향했고 나는 운동장으로 돌아와서 가족들의 부탁때문에. 아니 내가 스스로 나아가야 할 길이기에 반 아이들에게 뛰지않겠다는 것을 철회하고 명단대로 하겠다고. 갑자기 바꿔서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였다.
"호오…왜 갑자기 바꾸셨을까?"
연세희양은 지금 비아냥조로 얘기하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고집부려서 가지않겠다고 했었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 지 뛰겠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수도 없고 그리고...나의 가족들과 나를 번갈아쳐다보면서 나를 압박해오고 있었다.
"…그냥…"
"저런 미인 세 자매가 응원해주고 있으니까…아픈 것도 다 사라지는 건가보네?"
"…"
반 아이들 역시 동감하다는 눈치로 나를 '저 부러운 하렘새끼!'라고 외치며 울부짖고 있었다. 진짜로 울부짖고 있었다. 이런 미인 세 자매와 내가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배가 아팠으면 울부짖기까지 하겠는가.
그렇게도 아팠냐...
그와 동시에 나에게 살기를 무한 방출하고 있었고 '달리다가 콱 넘어져라!'라는 저주의 말도 간간히 들려온다.
"2인 3각 파트너는 누군지는 알고나 있었어?"
"…엉?"
나는 당연히 모르지...내가 2인 3각 달리기 하는 것조차 몰랐는데..
"세희였어"
"…!!!"
"그런데 네가 갑자기 안하겠다고 하니까…저렇게 토라져있는거고"
"어머~? 나는 토라져있지 않았는데?"
세희는 여전히 비아냥조. 내가 잘못했다...에휴..
"거 봐. 토라져있잖아"
"…"
"여자 1명이랑 남자 1명이랑 2인 3각하는 거였는데 남자애들 죄다 연세희랑 하고 싶어했었거든? 그런데 연세희가 너를 선택했단말이야"
"…"
그런데 내가 멋대로 빠져버려서...세희한테는 정말로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여기서 질문. 세희는 너를 왜 택했을까?"
세희의 친구(수련회 때 같이 묵었던 친구 한 명)이 나에게만 들릴만큼 작은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글쎄?"
나야 당연히 알 이유가 없지...게다가 애초에 왜 이런 놈을 선택하는 연세희의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보나마나 나를 놀려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
"너…진짜로 모르는 거냐?"
"응"
"이런 망할 초둔감자식아!!!!"
느닷없이 소리를 질러서 깜짝놀랬다. 나에게 망할 초둔감자식이라니..내가 또 뭐 연세희한테 잘못한 것이 있었나?
"아직도 모르겠어! 아직도 모르겠냐고!!"
"…??"
"에고 속 터져…세희는 어째서 저런 녀석을…"
"뭔 소리야?"
"됐다! 됐어! 너의 둔감함에 경의를 표하겠어! 그만 두자! 에휴! 내가 왜 이런 오지랖까지 떨어갈 필요도 없었고!"
"…??"
"어서 빨리 준비나 해! 곧 있으면 시작하니까!"
저 녀석이 나와 세희의 일에 관해서 화를 내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왜 저녀석이 화를 내는거야? 아무튼 내가 세희한테 잘못한 것은 틀림없는데...
"…연세희"
"응? 무슨 일인가요, 체육대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변태오타쿠씨?"
"커억…!!"
"흥!!"
정말로 삐졌나보다. 저렇게까지 나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녀석의 모습은 처음보았다. 그래도 나에게 죄가 있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미안해, 네 허락도 없이 멋대로 왔다갔다해서…"
"정말 반성이나 하긴 한 거야?"
"…응. 미안"
"그럼…나와 한 약속 기억하고 있겠지?"
"…중간고사 때?"
"어. 그거. 그거나 제대로 지켜"
"…응"
"어쩌면…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응…?"
"아니 됐어. 그런데 혹시 밥은 먹었어?"
"어…? 어…"
"그래…? 그럼 다행이고. 정우네 가족들이랑 함께 먹었겠네?"
"어"
"…"
"연세희?"
"어서 준비나 해. 이 멍청한 오타쿠"
"…??"
"뭐하고 있어. 빨리 준비하지않고"
"응…"
뭐지...? 왠지 모르게 연세희의 눈가에...
'눈물자국'이...
2인 3각 달리기는 반 대항전이었다. 반에서 4명. 즉 2커플씩 대표로 해서 총 8개반. 16커플이 경주를 하는 경우였다. 학년 별로 나뉘어져있고. 8커플씩 따로따로 나누어서 예선과도 같은 것을 한 뒤에 마지막 본선에서 8커플이 겨루게 되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대표로 나와 연세희. 그리고 다른 남자애 한 명과 여자애 한명이 뽑히게 된 것이다.
"오빠!!"
"정우야!!"
먼저 운동장 관람석에 간 세 자매가 나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을 해주고 있었다. 유난히도 떠들썩한 응원에 내가 창피할 정도였다. 물론 그 응원을 받는 나에게 화르르륵하고 남자놈들이 나를 죽이려고 살기등등하게 쏘아붙이고 있었지만.
뭔가..나에게 왠지 위해를 가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다.
"곧 있으면 1학년부터 2인 3각 달리기 대회가 있을 예정이오니 참가학생들은 준비를 해줏시길 바랍니다…"
"세희"
"왜. 빌어먹을 오타쿠"
"나 잠깐만 화장실 좀…"
준비를 하는 도중에 1학년 경주를 하는 동안 여유시간이 있어서 그 동안 화장실에 갖다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세희를 불러서 허락을 받아내었다. 또 자기 멋대로 갔다가는 저 녀석이 화를 낼것이 분명하니까.
"늦지 않게오기나해"
"응"
학교건물로 들어가서 가까이에 있는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볼 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문 밖을 나오고 나서 운동장으로 돌아가려하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정우군…?"
"시하…"
정시하. 내가 거절해버린 그녀. 그 때. 그녀의 고백을 거절한 이후로 나와 그녀는 '약속되기라도 한 듯'이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나는 애써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사근사근히 대해려고 하였다. 무시하는 것보다야 그녀에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더 배려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였다. 사실 그녀와 마주치기도두려웠다. 나와 만나버리면..그 녀석은 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버릴테니까..차라리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 그녀의 신상에 이로웠다.
"…응. 정우군도?"
예상 외로 응답을 해주는 그녀.
왠지 어색한 분위기. 아니 싸늘한 분위기. 애써 분위기를 밝게 해보려하는 나와 나와 똑같이 애써 웃음을 짓고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척이라도 하려는 그녀.
"그 동안…어떻게 지냈어?"
"그냥…그럭저럭. 정우군은?"
"…나도…뭐…"
"자매들. 정말 예쁘더라"
"…어?"
"정우군네 가족. 지현선배랑. 여동생이랑…지현선배 언니로 보이는 사람이랑 모두…"
"…"
"그럼 잘 있어. 운동회 참여하는 것 같던데…"
"…응"
"잘 해. 정우군"
그러고서 그녀는 뚜벅뚜벅 걸어나가더니 나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아…"
미련없이. 아무렇지않게 지나간다.
나와 그녀의 '인연의 사슬'은 끊어졌는 지 오래되었는데도..나는 이제서야 완벽하게 끊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도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아무렇지 않아 하는구나.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미워하고.증오하는 구나.
이제는 나와의 추억따위는..잊어버린 거구나.
"…다행이다"
다행이다라고 말하면서..나는 쓴웃음을 짓고 기원했다. 그녀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서 행복해지기를. 이제는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 나에게 받은 상처를 아물게 해줄 나따위보다도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훨씬 좋은 남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나라는 존재를 아득하고도 깊은 기억의 창고에 묻어버리고 잊어버리기를.
"왜 이렇게 늦었어?"
시하와 잠깐 대화하는 동안에 시간이 조금 소요가 된 것 같았다. 돌아온 뒤에 세희는 나를타박하였다.
"미안…"
"…뭐 됐어. 또 멋대로 도망치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늦지도 않았고"
"미안…"
나는 그녀에게 고개 숙여 백번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세희를 실망시키게 만들어버린 장본인인 나다. 당연히 사과를 계속 해야만 했다.
"묶자"
"어…?"
"2인3각 달리기잖아. 당연히 매듭을 묶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렇지"
"우리도 준비해야해. 어서 묶고 출발선앞에 가자"
"알았어"
매듭을 묶고나서 나는 상당히 불편함을 느꼈다. 한 쪽 다리만으로 움직여야하니 움직임에지장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이거. 처음해봐?"
"어"
"초등학교나 중학교때와 같은 다른 운동회때에도 한 번도 안해봤어?"
"응…"
"왜?"
"…"
처음부터 운동회라는 것을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었으니 당연히 이러한 것들도 처음 해보는 거지..
"정우야?"
"…응?"
그 때. 마녀의 음흉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반드시 우리가 우승하자"
나는 그 말에서.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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