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13화 (2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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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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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민정이가 나에게 달려오면서 안겨왔다. 왜 이 곳에 자매들이 다 같이 온 거야!!

"야호~♡ 정우야~"

"정우…"

"얼마나 걱정한 지 알아…? 오빠가 하도 안 보여서…안 보여서…"

"민정아…"

"줄곧 찾아다녔는데…"

"…어떻게 여기에…?"

"물론~정우랑 같이 점심 먹으려고!"

"점심…?"

"정우…분명히 도시락 가져오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날 위해서…"

"응…"

"정우는 우리의 도움 없이는 못 사니까!"

"…오빠는 잘 까먹잖아"

나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날 위해서 자신들이 만든 도시락을 갖고와서 내가 있는 학교까지 와주고. 그리고 내가 옥상에 있는 동안 포기하지 않고 날 찾아준 그들.

"고마워…민정아. 지현누나. 서현누나…"

"헤헷~♡"

서현누나는 혀를 살짝 내밀고 있었고 민정이와 지현누나는 나를 쳐다보며 싱긋 웃음을 지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세 자매에게만 신경쓰느라 주변의 살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녀석들은 물론 '저 부러운 자식! 반드시 죽인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분노에 치를 떨고 있는 거겠지..

"어떻게 저런 천사같은 자매들이…박정우에게만…"

"흑흑…누군가가 나도 도시락좀!!"

"한 명도 아니야…미인들이 세 명씩이나…"

"끄어!!! 그런 사람을 가족으로 두다니!!!"

"끄흑흑흑!!"

비통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고 나를 '진심으로' 죽이려는 남자애들도 있는 것 같았다.어떻게 저런 왕따에게 미인 세 명이 달라붙을 수 있냐고.

"왜 이렇게 뜨겁지…?"

지현누나. 원인이 자신들 때문인 것을 아직도 모르고 계시나요.

"흐에…더워~"

옷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더위를 호소하는 서현누나 덕분에 코피를 내뿜으며 기절한 사람도 더러 있었다.

"오빠…"

"응?"

"밥 먹으러 가자"

"…아…"

"시간 이렇게 낭비할 수도 없고"

"…어디 조용한 곳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데…"

"일단 가자. 여기서 계속 있기도 뭐하고"

우리들은 옥상으로 향했다. 당연히 우리들을 따라오려는 인간들때문에 많이 방해를 받았기는 하였지만 지현누나의 '오지마'라는 한 마디에 쫄아버려서 결국엔 순순히 물러나가는남자놈들이었다. 정말 연예인 그 이상의 인기였다.

"어디가 정우?"

"옥상"

내가 떠올린 조용한 곳은 옥상이었다. 학교가 넓어서 다른 조용한 곳도 얼마든지 있었지만 몰린 사람들이 너무 많다보니 어딜가나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옥상열쇠 없이는 못 들어가고 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옥상으로 향했다.

확 트인 장소이기도 하고..바람도 솔솔 불어와서 도시락을 먹으며 일종의 피크닉을 즐기기에는 적합한 장소 같았다.

"옥상은 잠겨있지않아 정우?"

"…걱정마"

모범생인 지현누나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지만 이미 훔친 걸 어떡하라고. 나는 옥상문을 미리 갖고온 열쇠로 열었다.

"그 열쇠…어디서 난 거야"

"…슬쩍했는데?"

"대체 어디에서 정우야~?"

"행정실 서랍에서…"

"오빠…"

"부우!! 도둑질은 안 된다구!!"

전원이 이러한 나에게 실망. '하하…'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옥상문을 열었다.

"그만큼 가치가 있었어. 미안"

정말로 경치가 좋았다. 콘크리트바닥 위에 두둥실 떠올라있는 구름들과 학교 주변의 풍경그리고 낮의 햇살이 절묘하게 이루어져 가히 경관을 이루고 있었다.

"확실히…좋은 장소네…"

"부우!! 앞으로 물건 훔치며 살 거얏!!"

"미안…서현누나"

"정말로 반성한 거야?"

"반성했어요"

"히힛~역시 정우는 착해~♡"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 서현누나. 나보다 키가 작아서 팔을 쭉 내밀어서 머리를 쓰다듬쓰다듬 해주고 있었다.

"칫…"

"나도…해 봤으면…"

민정이는 툴툴거리고 있었고 지현누나는 뭔가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

둘다 표정이 대체 왜 그러는 거지...?

"그러면 여기서 먹어볼까나~"

"돗자리 갖고 왔어?"

"내가 이럴 줄 알고 미리 갖고 왔지!"

"역시 서현언니!"

"히힛~내가 한 준비성 한다니까?"

서현누나는 들고다니던 작은 가방에서 접어두었던 작은 돗자리를 꺼내었다. 우리 네 명이 다함께 앉기에는 조금 작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는 있었다.

신발을 놓아두고 돗자리 위에 앉아서 도시락을 꺼내는 서현누나.

"짜잔~우리가 만든 도시락!"

"민정이랑 지현누나도 같이 만든거야?"

"응!"

"응…조금 맛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공개할게!"

도시락을 딸칵 열고 열어보니 그럴 듯한 모양이 차곡차곡 도시락의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모양이 그럴 듯은 하였지만..과연 맛은 어떨지 살짝 긴장이 되었다. 여태까지 봐왔던 민정이나 지현누나의 요리솜씨를 보면...

정말..내가 이런 말 하기에도 뭐했지만 최악이었지...

"정우야~"

"…응?"

"앙~♡"

젓가락으로 반찬을 내밀며 받아먹으라고 '앙~'하는 서현누나.

"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이런 것까지…"

확실히 나한테는 기분 좋았지만...서현누나가 이럴 때마다 창피하기도 하였다.

"사양하지말구~자~앙~♡"

"서현언니만…"

"나도…여기…앙~♡"

심지어 지현누나마저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고 나한테 주고 있었다. 이거 뭐지....

"부우!! 우리 팔 아프다구! 아니면 이제 받아먹기 싫은 거얏!!"

"미안…"

나는 재빨리 고개를 양쪽으로 움직이며 서현누나와 지현누나가 건네준 반찬을 입에 받아물어서 먹었다.

"어때? 맛있어?"

우물우물...

어라...맛이 괜찮은데? 나는 순간 혀의 미각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하고 따로 젓가락을 들어서 밥과 반찬을 먹었는데...지현누나와 민정이가 만든 것치고는 너무나도 그럴 듯하고 맛도 있었다.

"…맛있어"

"헤헷~♡"

"정우에게 칭찬받았어…요리로…"

"오빠한테 칭찬받았다…에헷―♬"

"잘 먹을게. 서현누나. 지현누나. 민정아"

"응! 사양하지 말고 먹어!"

나는 기쁘게 먹을 수 있었다. 설사 맛이 없고 그랬을 지라도 왠지 나는 그것마저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나에게 아낌없는 정성을 주는 세 자매들이었는데..나는 그들이란 존재가 나에게 있다는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을 위해서..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정우야…?"

"오빠…? 혹시 맛 없어?"

"아니…맛있어…"

나는 싱긋 미소짓고는 그들이 만들어준 도시락을 빠른 속도로 비워내고 있었다.

"으앗! 천천히 먹어 오빠!"

"체 하겠다!"

"천천히 먹어 정우"

"으…응…"

"너무 맛있는가 보다! 그치 민정아. 지현아?"

"그러게…다행이야…우리가 만든 요리가 맛있다는 게…"

"기뻐…"

"정우야"

"응…?"

"우리가 널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었는데…보상 안 해줘?"

"에…?"

"보상?"

"응. 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보상은…"

솔직히 딱히 없었다. 나도 어떻게든 은혜를 갚아야하는데..어떻게든 갚아야하는데..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면…보상으로는…정우의 뽀뽀 정도려나…?"

얼래..? 뽀뽀...?

"언니!"

"서현언니!"

민정이와 지현누나는 느닷없이 서현누나를 빽 소리를 지르며 불렀다.

"왜 그래? 너희들도 바라는 거 아니야?"

"그…그건…"

"우리들도…"

"헤헷~그럼 나 먼저 정우야!"

"…"

"여기! 뽀뽀!"

서현누나는 왼쪽 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부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후..나도 부끄럽다. 막상 뽀뽀를 하려자니 움직여지지 않았다.

"부우!! 기다리게 할 거야!!"

"으…응…"

쪽.

나는 살짝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헤헤~"

이런 보상이라도..그녀들이 괜찮고..이러한 보상은..나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그럼…나도…"

민정이가 쭈뼛쭈뼛거리며 나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아…민정아"

이제는 마음의 머뭇거림도 없고 고마움을 담아 그녀의 볼에 쪽하고 뽀뽀하였다.

"흐…흐읏…!!"

푸쉬익...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지고 몸 위로 연기도 솟아올랐다.

"정우…"

"…지현누나?"

"나한테는…안 해줄거야?"

살짝 삐진 듯이 말하는 지현누나가 귀여워서 재빨리 그녀의 오른쪽 볼에 뽀뽀를 하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고마워. 지현누나"

"으…"

지현누나도 부끄러운 듯 얼굴이 발그레해져있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배배꼬았다.

"지현이…너무 부끄러운가 보네…"

"…동감"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우야"

"응…?"

"정우는…운동회 어디 참여안해?"

"참여라니…?"

"그러니까…운동종목 중에 참여하는 것이 있냐구"

"…"

분명히 나를 2인3각 달리기와 이어달리기의 마지막주자로 명단에 집어넣었다지...그렇지만 나는 하고 싶지 않았다.

"…있지만…"

"뭔데? 뭔데?"

서현누나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냥…육상종목…"

"헤에!! 정우가 드디어 운동회에 참여하는 구나!"

"정우…참여하는 거야?"

"그런데…안하려고"

"왜엣!!! 왜 안하려는거야!"

"하기가 싫어서…혹시 기대하고 온 거야?"

"그럼! 정우가 운동경기에 참여하려나 하고 은근슬쩍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도…오빠가 운동하는 거 보고 싶은데…"

"…"

"정우"

"응…?"

"아직…사람들이랑 어울려지내지 못하니?"

"…"

"정우야"

"서현누나…"

"오빠"

"민정아…"

"우리는. 정우가 운동하는 거 보고 싶어"

"…"

"그러니까…이어달리기만이라도 하면 안될까? 우리. 열심히 응원할 테니까"

"…민정아"

"부우!! 운동회 참여해!!"

"정우. 2학기 중에 남은 행사중에 가장 큰 행사잖아. 저번에 했던 연극처럼…그냥 하면 안될까? 정우 그 때 열심히 했잖아. 사람들이랑 아직은 어울리지는 못하지만…그것도 차차 연습해가면 되잖아"

"…"

나는 그들에게 이용당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다. 그냥 내가 필요있을 때에만 부르는 것 같아서 그것이 더더욱 싫은 거다.

"…나는…"

턱.

서현누나가 내 어깨를 부여잡았다.

"무서워하지마. 두려워하지마. 오히려 당당해져"

"…서현누나?"

"지금 정우모습보면…한 없이 움츠려든 고양이같애. 이런 모습이 아닌…어딜가나 당당한정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현누나…"

"오빠"

"…?"

"나는…오빠를 위해서 학교까지 안 나갔는데…자꾸만 이럴 거야?"

"민정아?"

"이런 모습 보려고 오빠 보러 온게 아니야"

"정우…우리가 곁에 있잖아"

"…지현누나"

"그러니까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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