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11화 (21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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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Joke and Honest

번외편은 쉬어가는 타이밍. 그냥 외전격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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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조금은 수상하고도 아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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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

아침에 일어나보면 항상 내 방이 아닌 다른 방에 있다. 내 동생인 정우가 사용하는 방에서나는 아침을 시작한다.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거리며 거실로 나와보면 10시. 옷을 살펴보면 옷이 다 헤집어져서 뭔가 늦은 밤에 큰 일(?)을 치른 듯한 느낌이다. 상대는...정우랄까..?

뭐 그러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저 새벽에 서로를 껴안고 자는 정도? 정우의품에 안겨서 잠이 들면 마치 수면향을 뿌린 듯이 잠이 솔솔 잘 왔다. 나는 그의 품이 좋아서 매일매일 그에게 안겨서 자려고 하였지만 문제는 이러한 나를 방해하고 있는 두 존재가 있었다.

민정이. 그리고 지현이.

지현이는 왜 정우네 방에서 자려고 하는 것일까? 이유를 생각해보아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지현이 이 녀석도 정우한테 안기기를 좋아한단 말이야..

가끔가다가 새벽에 일어나보면 정우를 껴안고 다리를 척하니 올리며 잠이 들어있는 지현이였다. 지현이야 계속 같이 잤다고는 하지만..요새 민정이가 정우랑 함께 자려고 하고 있었고 또 실제로 네 명이서 자고 있었다.

민정이는 아직도 정우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지않고서야 민정이가 정우네 방에 들어가서 정우한테 안기며 잠을 자려고 하질 않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셋이서 다 정우 품에 안겨서 잔단말이야...그리고 새벽에 우리 자신들도 모르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고..최대 2명이서 껴안는 것이 가능한테 우리들은 세 명이었으니 우리끼리 무슨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 무슨 우리들에게서 숨겨진 본능이 튀어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정우한테 안겨서 자다보면 그의 품은 딱딱하다. 몸이 마른체형이었고 게다가 근육질이어서 그런지 딱딱했다. 그런데도 잠이 잘 왔다. 어쨌든 피로가 싹 가신다.

정우네 방에서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나서 부엌에 가면 정우가 차려준 밥상이 오늘도 식탁에 자리잡고 있었다. 역시 정우가 차려준 밥상이 최고란 말이야. 식었기는 하였지만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면 되고 그리고 정우가 차려준 밥은 맛도 있었다. 남자답지 않게 가사일에도 능통하고..뭔가 좋은 신붓감(?)이 될 것 같았다.

알바는 12시부터 시작된다. 점심때부터 저녁때까지만 뛰는 파트타임알바인지라 그다지 많이 일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시급도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시급 7000원? 카페알바하는데 그 정도를 주었다. 게다가 알바도 주중에 매일 하는 것이 아닌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하는 것이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현관문을 나서기 전에 지갑에 있는 사진을 꺼내었다. 항상 나갈 떄마다 습관이 되어버린 이런 행동. 지갑 안에 있는 사진의 주인공은 나의 부모님이었다. 가족사진도 별로 찍지 않아서 부모님의 사진도 얼마 남지 않아서 이렇게 지갑에 끼워두고 다녔다.

그리고...

그 사진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사진이 있었다. 나의 보물 1호인 사진.

해맑게 미소짓는 얼굴. 또랑또랑한 검은 눈동자를 가진 한 남자아이.

"다녀올게. 정우야"

그가 '8살'이었던. 그 추억의 사진이 나의 보물이었다.

"흑…흑…"

한 아이가 울고 있었다. 모래와 상처들로 몸이 엉망이었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던 한 아이.

"…눈물 뚝!"

"헤헤~서현누나 왔다~"

그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 나를 보자마자 웃더니 나에게 안겨왔다.

"잘 놀고왔어?"

"응! 잘 놀았어!"

"친구들이랑?"

"…으응…"

"오늘도…혼자 놀았구나"

"…"

"왜 울고 있었던 거야?"

"심심한 걸…친구가 없어서…"

"친구가 없다니?"

"내가 '놀자'라고 말했는데…애들이 저리 꺼지라고 말하고…날 내쫓고…막 그래…"

"왜?"

"나는…잘 못하는 걸…맨날 참가했다하면 맨날 나 때문에 애들이 지고 그래서…"

그 아이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다. 태어났을 때에도 저체중으로 하마터면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날 뻔하였다. 그래도 하늘이 도와서 그나마 생명을 유지하고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나주고 있었다.

"서현누나~"

"응? 왜 그래 정우야?"

"나랑 놀자!"

"그래! 정우랑 뭐하고 놀까?"

나라도 그의 친구가 되어줘야했다. 그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던 아이였으니까. 너무나도 불쌍한 아이. 나는 그를 바라볼 때마다 항상 동정심을 느꼈다.

"우웅…숨바꼭질!"

"숨바꼭질?"

"응! 누나가 술래하고 내가 숨는 거!"

"그래"

"얼른 눈 감고 30초 동안 세! 실눈 뜨면 안돼?"

"알았어 정우야"

"그럼 숨는다~"

내가 돌아오면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로 안겨왔다. 유난히 나를 잘 따르는 아이여서 나 역시 그를 예뻐해주고 아껴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그 아이는....

"서현양?"

"…"

"서현양?"

"…에?"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어서 일 안해요?"

"아…아!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여튼…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하도록 하세요"

"네…"

그 아이. 정우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가 결국 한 소리를 듣는 나였다. 이렇게 일하고 돌아오면 정우가 틀림없이 나를 맞아주고 있겠지?

"비록…과거는 돌아갈 수 없을 테지만…"

더 이상 내 기억 속에 그 해맑던 정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정우는 여전히 정우니까...내가 사랑하고 아끼는..내..동생...

"헤헷~정우야~"

"으앗! 서현누나…"

내가 알바에 돌아오자마자 나를 맞아주는 정우. 얼굴을 비록 볼수 없었지만 그가 지금 미소짓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가족이다보니 이러한 것들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왔어? 서현누나…"

내가 그의 품에 안겨있는 동안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하웅…"

그 느낌이 좋다. 쓰다듬어주는 느낌이 너무나도 좋아서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가 되어서 그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줄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몰라보게 성장해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의지가 되었고 그의 앞에서는 항상 내가 어려지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나를 아껴주었으면 좋겠고. 항상 바라봐주었으면 좋겠고.

"잘 하고 왔어 알바?"

"웅! 잘 하고 왔는 걸!"

"그래…배고프지? 금방 밥 차려줄테니까 기다려"

"웅!"

과거와는 전혀 정반대다. 그와 나의 역할이 뒤바뀌어서 지금은 이런 상태. 내가 아직도 그를 보살펴줘야 했는데...어째서 나는 그에게 어려지고 싶은 것일까. 부모님이 떠난 뒤. 나는 도망치듯이 미국으로 갔는데..그는 어째서 이러한 나를 받아주고 있는 것일까. 어른인 것일까. 정우는. 너무나도 상처가 깊은 탓에 그만큼 일찍 성숙해지게 된 것일까.

'어른이 된다'.

나는 그가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하였다. 아직까지는 어린아이였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했던 그 때처럼.

나에게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고 '놀아줘!'라고 했으면 하였다.

그러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고 할 지라도...

"정우야"

"응…"

"놀아줘!"

"…뭐하고 놀까?"

"우웅…부루마불할래?"

"어차피 시간도 여유있는데…그렇게 하자"

"웅!"

'놀이'를 하면서..서로 '장난'도 치고...이렇게 평화롭게...

그가..더 이상 마음을 잃지 않도록...

"우웅…정우야…"

모두가 잠든 이 시각. 나는 서서히 정신이 들어가고 있었다. 불면증이었던 정우도 다행히 넷이서 자면 잠을 잘 수 있는 것 같았다.

정우의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또 그의 품에서 잠들었구나..헤헷. 이번에는 가까이서 자고있네. 다행이다.

"…정우야. 자?"

"…으음…서현누나…"

"응…정우야…"

"좋아해…서현누나…"

"…에?"

"좋아해…서현누나"

나는 그 말에 두근거림을 느꼈다. 왠지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서 나를 더 껴안고서 잠을 자는 그.

왠지 사랑스럽다.

"에이에이…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야…"

설마 정우를...'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사실 난 그에게서 '이끌림'을 받고 있었다. 뭐랄까. 남매라고 하기에는 너무 감정이 깊고 그렇다고 이성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 뭔가 애매모호한 그러한 감정을 그에게서 품고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대시해오면...이게 설사 그런 '좋아함'이 아니라고 해도..

두근거리잖아...나도 모르게...받아주고 싶게 되잖아...그를....그를...

"너무해…"

바보 정우. 정말로 바보야.

나에게 이러한 '장난'을 치고서도...이렇게 태평하게 자고 있어...

내 마음을 이렇게 흔들어놓고서...

만약에 진심이었다면...이러한 말이 '진실'이었다면...

나는 있지...

아직 '경계선'에 있지만...이러다가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이게 될 것 같아.

더 이상 그를 '동생'으로써 보지 않게 될 것 같아.

정우는...나를 좋아한다고 얘기했지만...

그게..'가족'으로써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나를 '이성'으로 보고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

사실 가족으로써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옳겠지만 내 마음은 날 여자로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왜?'

내 마음에 대해 스스로 그렇게 질문했지만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이미 대답은 정해져있으니까.

"이게…'진실'이었으면 좋겠어…꿈이 아니라…'장난'이 아니라…나를…진심으로…"

말해줘 정우야.

네가 지금 말한 이 말은....

'장난'이야? 아니면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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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이라고는 하지만..뭔가 본편과 상당히 연관을 짓게 만들어버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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