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01화 (201/318)

0201 / 0318 ----------------------------------------------

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

"어째서…집을 떠나려는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그녀의 이러한 물음에 곧바로 답할 수 없었다. 내가 나지막이 읊조렸던 혼잣말들을 모두 그녀가 들어버린 탓이었다.

"집을 떠나려고 하다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민정아?"

아무것도 아닌 척. 나는 민정이의 물음을 피하기 위해 무슨 일이냐고. 혹시 잘못들은 것이아니냐며 애써 그녀의 물음을 피하려하였다.

"아까 전에 오빠가 얘기했잖아…집을 떠나야한다고…"

"내가 뭘 집을 떠나려고한다그래. 나 안 떠나. 그러니 걱정하지말고 라면끓여먹어. 나는 잠깐 자고 있을게"

나는 이 자리에서 얼른 뜨고 싶었다. 더 이상 민정이와 얘기했다가는 민정이에게 모든 것이 들킬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그런 말을 민정이가 들으면 어쩌라는거야..? 아무래도 최대한 빨리 집에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눈치채기전에. 마치 이곳에 '박정우'라는 존재는 없었다고 느껴지도록 만들어야했다.

나는 그녀에게 걱정하지말라고 안심시키고 우선 그녀가 안겨있는 것을 떼어내야했다.나는 안겨있는 그녀의 팔을 떼어내려고하였다.

"거짓말"

그녀는 내가 팔을 풀어내려고하자 절대 떨어지지않겠다는 듯이 나의 허리를 더 꽈악하고 안았다.

"민정아…?"

"…거짓말…"

"무슨 거짓말을…하…고…?"

그 때. 내 옷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그녀는..울고 있었다...

"…민정아…"

"오빠는 정말로…떠날 거잖아? 떠나려고 그런 혼잣말 하는 거잖아…?"

목이 메는 목소리. 울음을 터뜨린 그녀는 평상시대로 말하려고하였으나 북받치는 울음에못 이겨 결국 내 품안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나…때문에 그러는 거야? 나 때문에 떠나려고…하는 거야…?"

"아니야 민정아…"

"…가지마…내가 잘할 게…내가 잘할 테니까…떠나지마…떠나겠다는 생각도 제발…하지마…"

"…"

"제발…내 곁을…떠나지마…오빠…"

나 때문에 너무나도 여려지고 약해진 모습이었다. 나는 그러한 미안함에. 더 이상 있어선안된다는 생각에 이 가련한 아이의 곁을 더나려고하는데..이 아이는 날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날…미워하지않아? 차라리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않아? 나는 널…버린 사람이야. 너의 마음에 상처를 준 못난 오빠야. 그러고도…내가 떠나질 않길 바라는 거야…?"

"나는 그런 오빠를…아직도 사랑하고 있으니까…"

"나는…널…버렸는데…?"

"지우려고했었어…"

"…"

"오빠가 날 거절했던 그 날 이후. 난 오빠에 대한 마음을 지우려했어. 원래부터 이뤄지지않을 사랑이었으니까. 우리는 남매니까. 그것을 나도 알고 그리고 오빠도 잘 알았기에 오빠가 나를 거절한 거야라고…그렇게 생각했어…그러한 오빠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어서 지우려고 노력했어…맞아…난 확실히 오빠의 말대로 원망하기도 했어. 나는 각오를 하고 고백했는데 그러한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오빠가 밉기도 했어. 하지만…그 만큼…미워했던 만큼 나는…오빠를 사랑하고 있었어. 지우려고 하였는데…도무지 지워지지가 않아서…꿈에서조차 늘 오빠를 생각해왔어…"

"…"

"오빠도 많이 힘들었겠지…갑자기 여동생이 사랑한다고 고백하니 믿기지도 못하겠거니와 이러한 내가 부담스러웠겠지…그래서 나 때문에 오빠는 지금…"

"…"

"그렇지만 싫어…이기적이라 욕해도 좋아…나쁜 년이라 욕해도 좋아…그렇지만 오빠를 떠나보내기 싫어…이렇게라도. 아무리 거절당한 나였을지라도…늘 오빠랑 같이 있고 싶어…날…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박민정…"

"나는…오빠가 힘들어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면 나 또한 힘들어져서…그것이 더더욱 나 때문이라면…그렇지만…그렇지만…싫어…오빠가 떠나는 것이…"

"…"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오빠가 괜찮아지는 걸까? 난 항상 오빠한테 폐만 끼치는 바보같은 동생인데…내가 사라지면…"

"그렇지 않아…"

"오빠는 예전부터 무조건 자기 탓이라고 돌려…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고…하지만 정작 잘못하고 있는 것은 나잖아. 철 없느느 내가 오빠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 거 잖아…"

"…"

"오빠…나에게 한번 만…딱 한번만…더 기회를 주면 안돼…?"

"…민정아"

"부탁이야…제발…떠나지마…"

그녀는 결국 그 말과 함께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나는 울고 있는 그녀의 등을 쓸어넘기면서 지그시 눈을 감고 가녀린 그녀를 감싸안았다.

"미안해 민정아…이렇게 자꾸만…널 울려서…"

"…오빠…"

"나는…내가 없어짐으로써 가족들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했어. 그리고 항상 민정이 너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어. 나를 사랑해준 사람에게…사랑한다고 말해준 사람에게…나는 차마 너의 얼굴을 볼 수 없었어…"

"…오빠"

"나야 뭐…항상 민폐니까…"

"그렇지않아…오빠가 있음으로써 내가 있고 그리고 가족들이 있는거야…"

"아니. 나는 지금 가족들에게 '죄'를 저지르고 있어. 절대로 용서받지 말아야할…아주 큰 죄를…"

"…'죄'?"

"아아…너무나도 커서…나는 가족들 곁에서 떠나야할 정도로…"

"…나는…오빠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죄를 했을 지라도…상관 안해…"

"그건…"

"오빠가 어떠한 이유에서 자기자신을 책망하고 있는 지는 알지 못해…하지만 내가 얼마든지 그러한 죄쯤이야 함께 짊어질 수 있어…난 그저 오빠가 필요해…그냥 오빠와 같이 있고 싶을 뿐이야…오빠가…내 마음을 모두 가져가 버렸으니까…"

"…민정아…그건 아니야…"

"사랑하는데…대체 이유가 뭐가 필요해…?"

"…!!!"

"나는 언제든지 오빠의 힘이 되고 싶어…오빠가 내 마음 받아주지 않았어도 나는…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오빠가 날 필요로 했으면 해…"

"…"

"오빠가 나때문에 여전히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알아…그리고 날 부담스러워하는 거도 잘 알고…그래서 애써서…오빠를 향하는 내 마음을 포기하려고 했는데…그러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거 같아…"

"…"

"하지만 그것은 내 욕심일 뿐이고…나는 오빠가 그것때문에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내가 고백한 거. 그런 거때문에 책임감 느끼지 말았으면 좋겠어…"

"…"

"물론 오빠를 볼 때마다 서운한 마음도 들고. 씁쓸한 마음도 들고. 슬픈 마음도 들고. 만감이 교차해. 오빠얼굴을 보기도 부끄럽고…솔직히 창피해. 그렇지만 우린 그 이전에 가족이잖아…고작 이런 걸로 인연이 끊어져버리는 건 아니잖아? 평생동안 알고 친하게 지내야할 사이잖아…?"

"…그래…"

"난 괜찮아. 그러니 오빠도 날 볼 때마다 웃으면서 날 대해줬으면 해. 아직은 어색할 지모르지만…언젠가 다시 아무렇지않게 되도록…"

"…"

"응…? 오빠…?"

"아아…그래…"

"그러니까…떠나겠다는 생각…아예 버려줘…"

"…"

"그래…알았어…"

"정말…?"

"…응"

"거짓말하지 않고?"

"…응"

"만약에 안 지키면…?"

"그 때에는…"

"믿어. 오빠를"

"…"

"아~배고프다. 오빠. 나 배고파. 라면…끓여줘"

"…응"

"헤헤~♡"

그녀는 내 품에서 한창동안 울다가 빠져나오더니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녀가 너무나도 고맙기도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해 그녀의 눈물흘린 얼굴을 손으로 닦아내었다.

"…에?"

"울지마 민정아…나 때문에 울지마…나는 고작 나 하나 때문에 소중한 가족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차라리 지금처럼 웃어주면 돼…"

"…오빠"

"…응?"

"나…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

"아직…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민정아…?"

"…바보"

"엥…?"

"오빠는 정말로 바보!!!"

"…으엑…??"

"흥…!!"

갑자기 토라진 얼굴로 얼굴을 홱하니 돌리더니 화장실로 도도도 달려가는 그녀.

"…내가 또 무슨 잘못을 한 거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