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8 / 0318 ----------------------------------------------
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안녕하세요 Scribbler입니다.
완결편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아마 200~300회 내에서 끝날 것은 맞을 것 같은데..구체적으로 편수는 정하지않은 터라..
그리고 연재속도가 많이 늦어진 점은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래뵈도 고3 수험생작가여서..그래도 최선을 다해 완결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
"하아…"
최악이다. 중간고사 첫날에 본 시험은 하필이면 모두 암기과목이었다. 거의 하나도 암기하지않은 상태에서 본 시험은 진짜 나락과도 다름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성적이 안 좋아진 적은 처음이다. 이로써 나는 겨우겨우 유지해오던 '그래도 성적은 좋은 학생'이란 것이 깨져버렸다. 이걸로 인해 선생들이 달려들기는 않으련지 걱정이다. 분명히 성적 많이 떨어졌다고해서 비꼴텐데...그렇게 된다면 상당히 피곤해진다.
"정우야"
"…엉?"
기분이 꿀꿀해죽겠는데 이 마녀자식은 생글생글 웃는 표정이냐...
"자"
그녀는 노트 몇 권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뭐야…?"
"내가 여태까지 필기해온 노트. 과목별로 다 있어"
"…너도 공부해야할 거 아니야?"
"내가 도와준다고 했잖아?"
"…나는 너한테 이런 것까지 바란 적은 없는데"
"대신에 그만큼 네가 그 성의를 보여주면 되지"
그래서 내가 너한테 이렇게 빚을 지기 싫은 거라고...
"어쩔 꺼야 정우야? 넌 그 동안 계속 자느라 여태까지 배운 것은 하나도 몰라. 게다가 몇몇 과목은 교과서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걸 알고 있을테고…그리고 따로 문제지 같은 것에서 나오지않는 것들도 시험에 나오는 걸로 알고있는데…"
"…"
"응?"
"…잘 쓸게. 고마워"
"후훗"
나는 결국 그녀가 건네준 노트를 받고 말았다. 이걸로 거래성립인가..아니지 이거는..
'노예계약'이지...
"그건 그렇고. 너는 정말로 어떻게 공부하게?"
"…나?"
"그래 너"
"나야…저거 미리 다 봤는걸?"
"그렇다고해서…시험 전에 봐야할 거 아니야?"
"그냥 시험기간동안에는 참고서나 보게"
"…"
"너는 지금 급하잖아. 게다가 참고서를 봐도 이해도 가지 않을 거구"
"그래…그렇지…"
"괜찮아. 다 필기해놓았고. 그리고 꽤나 정성으로 적었으니 네가 충분히 볼 수 있을거야"
"나한테 이렇게 스스럼없이 노트를 주는 이유는 뭐야?"
"…뭐?"
"아무리 '거래'라고는 하지만…나는 조금 너의 성의가 부담스러워서…"
"…"
"그리고…왜 나한테 이렇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지 모르겠어"
"친구니까…라고 하면 모두 이해가 되지 않겠지?"
"…"
"…솔직히 나도 왜 이러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딱히 친구같은 거. 이런 학교에서는 사귀지 않으려고했었는데. 게다가 '남자친구'를 말야, 같은 여자친구도 아니고"
"…그런데 왜 굳이 나를? 저번에도 얘기했다시피 이런 친구는 너의 인맥에도 그렇게 좋지못하고 오히려 이런 친구 둬봤자 너한테 해만 될 뿐이잖아"
"자기비하가 심하구나 너"
"뭐…이런 인생이라서 말야"
"그 '이런 인생'이라는 것이 무언지 잘 모르겠지만은…너한테 그리 좋지않은 과거가 있다는 것은 알아. 그렇지만 이래뵈도 나 연세희의 친구인데 자신감을 가지면 안될까? 인기아이돌을 친구로 뒀다는 거. 정말로 부러움을 살만한 일이라구?"
"그런 말을 자기 입으로 하냐…"
"연예인은 '자신감'으로 살아가. 좋지않은 일이 있을 지라도 혹시나 어떤 사건때문에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될 지라도 얼굴에 철면피를 깐 듯.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우리는 언제그러한 일이 나에게 있었냐는 듯이 이 tv라는 곳에서 웃고있어. 우스꽝스러운 광대같지 않아? 아니 우리는 광대야. 사람들을 웃고 즐겁게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삶의 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그래서 자신의 어두운 면은 절대로 비추려고 하질 않아"
'그러니 너에게 '위선'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
"우리는 다중인격자야. '진실된 모습'과 '겉으로 나오는 모습'. 그리고 그 경계에는 '나'라는 흔들리지않는 자아가 있어. 네가 가르쳐주었잖아. 나는 솔직히 힘들어했어 이런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하지만 이 두 모습 모두 '나'야. '연세희'라는 사람을 이뤄주는 모습들이야.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구. 네가 말하는 '나의 위선'조차도 모두 나의 모습이라는 것이라는 걸"
"…그러냐…"
"이런 나에게 너라는 존재는 은인이야. 나를 새롭게 살아가게 해 준 사람"
"…별로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야 나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가 싫었던 거지 너는?"
"…사람들의 외면?"
"자기 자신을 끝없이 몰아세우고 나락으로 떨어뜨리면.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을 때.
'아 원래 나는 이런 놈이야'하면서 자기자신을 위안하잖아. 안 그래?"
"…"
"그거 알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욕 먹기 싫어해. 그것은 정말 인간으로써는 당연한마음이야. 그렇지만 세상 누구나 욕을 먹게 되어있다는 것을 알잖아? 그리고 그것을 네가 가르쳐주었고. 솔직하게 말할게. 내 이미지가 확연하게 뒤바뀌게되니까 사람들이 많이떠나갔어. 천사같았던 연세희가 원래는 악녀와도 같은 사람이었다니. 이렇게 실망하면서말야. 그래서 나는 이유없이 욕을 먹어.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자기들의기준으로 멋대로 '그냥 연세희가 싫다'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욕지거리를 해"
"…"
"차라리 내가 싫으면. 아무런 말하지 않으면 되잖아? 그런데 그걸 꼭 티내려고 인터넷이나 뭐 그런 것에 안티카페만들고 악성댓글을 달고. 한 사람이 그러면 괜찮은데 그것을 떼거지로 하고 있다면…그걸 다 무시하고 외면할 만큼 우리는 그렇게 넓은 그릇이 아니야"
"…세희…"
"사실 내 주변연예인들이 자살하는 것을 보면 정말 공감이 가. 우리는 어디까지나 광대야사람들의 시선이 없으면 못 살아가는 광대. 자기의 연극에 사람들이 없다면 얼마나 슬퍼하는 지 너는 알겠어? 우리는 그러한 '악영향적인 관심'들도 모두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무관심보다는 낫다면서 애써 자위를 해"
"…"
"너는 알잖아. 왕따라는 거. 외톨이라는 거. 얼마나 괴롭고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차라리 이렇게 자기를 비하하고 부정함으로써 모든 것에서 체념하고 도망치고 있을 만큼너무나 아프다는 사실을"
"…"
"그렇지만…그것은 아니야. 우리가 왜 다시 사람들의 앞에 서는 줄 알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삶'이었고 그리고 진심으로 웃으며 사람들 앞에 다가선다면…언젠가 내 마음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살아가"
"…"
"이렇게 살아간다고해서 절대로 바뀌지않아 정우야. 싸우지도 않고 도망쳐버리면. 너는 평생 이대로 도망자신세로 살아갈 거야"
"…"
"너는 바라고 있잖아. 욕 먹지 않았으면 좋겠고. 친구들이 많아져서 평범한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기를"
"…"
"이런 여자인 나도 싸우고 있는데. 남자인 너는 자꾸 이럴 거야?"
"…연세희"
"나 연세희의 친구라는 이유로 당당해지면 안될까? 사람들이 욕을 하더라도 웃어넘기면서 그들에게 스스럼없이 먼저 말을 걸어주면 안 될까? 나는 은인인 네가 이런 삶을 살고있는 것을 바라지않아. 게다가 네가 이러고 있으면…"
"…?"
"…너를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의 마음도 같이 아파지게 되는 것을 알아줘…"
"…뭐?"
"설마…"
"…응?"
"설마…"
"…?"
"모…르는 거야…?"
"뭐가?"
"이…이…"
"…?"
"…저질"
"…엥?"
"정말 최악이야. 은인이란 말 취소. 너는 정말 변태오타쿠에 둔감하기까지 한 정말 최악인 남자야"
"켁…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건 네 스스로 깨달으라구. 이 바보오타쿠"
"어이어이…"
"거래. 확실하게 지켜. 내가 이런 성의를 보여주었으니까. 너도 그 만큼의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 될 거 아니야?"
"…허허…"
"확.실.하.게. 지.키.라.구.?"
"…에휴…"
"그리고 이건…"
퍽!!!
"크억…"
"벌이야"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에휴…'
이러다가 정말로 연세희의 '노예'가 될 것만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