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97화 (197/318)

0197 / 0318 ----------------------------------------------

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크아아아!!!

연재분 먹었네요..아놔...

요새 댓글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아서 섭섭하기도 하지만은..그냥 지켜봐주시는 것만으로도고맙다는..완결이 날 때까지 봐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선작삭제는 나날이 늘어가네요..후유..의욕이 안 난다는..

======================================================

아침에 잠들어있는 지현누나를 놔두고서 나는 홀로 일어나 학교를 갈 준비를 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잠도 자지 않았다. 그야말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누운 채 어두컴컴하기짝이 없는 윗천장을 바라보며.

"…하아…"

새벽에 키스를 하고 나서 그녀는 안심했다는 듯이 바로 스르르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무슨 키스를 하고나서 잠을 자는 건지..어째 동화의 내용과는 전혀 반대이지 않나..?

게다가 코알라가 나무에 매달린 것처럼 팔로 나를 휘감고서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든 그녀. 이런 행동을 하고있으면 마치 우리들이 남매사이라는 사실을 순간 망각해버리고 만다.

그러고서 정신을 차리면 이렇게 되어있고..

"대체 뭐하는 짓인지…"

차라리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친누나가 아니라 여자친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여신과도 같은 미모의 여자친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인데. 아니 이런 나한테는 정말 벼락을 7번 연속으로 맞은 확률보다도 낮은 절대로 일어날 리 없는 일인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뭐냐…"

2D의 미소녀들을 보면서 이성에 대한 관심은 많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이제는 미연시를 안하게 되니 현실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왔다. 애초에 지현누나나 민정이. 그리고 서현누나같은 사람들이 이 2D의 미소녀들과 비등하거나 그 이상의 엄청난 미모를 가지고 있다는점도 한 몫을 했다만은.

"가을이라서 그런건가…"

가을이라서 외로움을 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제 날씨도 서서히 서늘해져가는 시기.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라든가 뭐라든가. 가을이나 겨울은 솔로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나날이라고.

옆구리가 시렵다. 누군가가 내 옆자리를 채웠으면 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사랑하는 이는…"

다름아닌 내 친누나. 박서현. 꿈도 꾸지 말아야했다. 내가 사랑하지 말아야할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내 잘못이 크다.

"…후유…"

서현누나가 내 옆자리를 채워준다면...

상상을 하면 행복하다. 그러나 상상에서 깨어나면 현실은 시궁창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사람이 상상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현실에서는 일어나지는 않지만. 꿈이나 상상에서라도 자신이 바라는 것들을 이루어낸다.자기위안. 자기만족. 모두 자기를 위한 것들.

이런 초폐인오타쿠에게도 꿈이나 상상은 행복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차피 현실에서의 나 같은 패배자들이 만들어내는 '꿈'일 뿐이었고..

'도망'일 뿐이었다. 우리는 '도망자'였고 '겁쟁이'였다.

좋은 말로 하자면 '몽상가'. 나쁜 말로 하면 '패배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꿈을 꾸려하지 않아'

그렇지만 나는 그러한 '꿈'조차도 꾸려하지 않는다. 내가 꾸는 '꿈'은 지옥과 끝이 없는 나락. 그것들은 결국 나를 옭아매고 구속한다.

회색의 눈을 얻은 이후에 생겨난 악몽들. 거기에서 매일 나타나는 '어린아이들의 처절한 비명'과 '피의 향연'.

그리고..어김없이 '나의 죽음'으로 끝이난다.

어차피 상상일지라도.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지라도. 이런 꿈을 꾸어도 되잖아..? 그런데 나는 그러한 권리조차도 없어..

현실에서도 안 되는데..이상의 세계 조차도 나는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서글프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다 나는.

꿈에서..나와 서현누나가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그릴 수도 없었다. 지금의 사이 그 이상으로 연인처럼..

짝사랑은 언제나 아프고 우울하다. 그저 가슴앓이만 할 뿐이니까.

그 대상이..'금지된 사랑'이라면..더더욱이...

"오늘부터 무슨 날인지 알지?"

"…엥?"

학교를 등교하고 나서 나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되었다. 오늘부터 뭐..?

"시험공부는 그 동안 잘 해왔겠고…차분하게 시험차근차근히 보도록 한다"

"예!"

"…설마…"

오늘부터..중간고사라고...? 왜...? 한 몇 일 정도 더 남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저기…"

나는 급한 마음에 옆에 있는 같은 반 남자 한 명을 붙잡고 물었다.

"…뭐야?"

"오늘부터…중간고사?"

"무슨 말하는 거야. 오늘부터 중간고사기간인거 몰랐어?"

전혀몰랐다!!!!

"…한 일주일 정도 남지 않았어?"

"대운동회때문에 일주일 더 빨라진다고 3일 전에 얘기했었잖아 못 들었어?"

"…!!!!!!"

"뭐야 시체. 설마 아직도 시험이 일주일 후부터라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크어어억!!!'

"…시체 수고"

'망했다…'

어떡하지..나 오늘 보는 것도 모르는데...

"정우야"

"…엉?"

"그럼 오늘 뭐 보는 것은 알고는 있어?"

겉은 천사와도 다름없지만 실상 까놓고보면 마녀와 다름이 없는 이 소녀는 친구를 걱정해주는 말투로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아주 나를 능글맞게 웃으며 비웃고 있을 것 같다.

"…"

"그럼 어떡하나~정우는 오늘 보는 것도 모르는데~"

뭔가 제안을 할 것만 같다. 또 이것으로 아주 나를 두고두고 사과즙 짜내듯 우려낼 것 같이..

나는 그녀에게만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뭘 원해?"

"정우 은근히 눈치가 많이 늘은 것 같네?"

"그럼 나 도와주는 거 아니었냐?"

"도와주지~우리는 '친구사이'잖아?"

"…차라리 '악덕상인'과 '빚쟁이'로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은?"

"후후. 어떨까나~"

내가 수련회에서 여자숙소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이 녀석이 학교에 쫘악 퍼뜨렸다가는 내가 골로 갈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굽신굽신 열심히 기었지만은..이건 너무했다.

그 곳에서도 '집 지키는 개'역할을 충실히 해냈고..또 입막음때문에 아이스크림도 쫘악 돌리고..그리고 그 동안 나를 얼마나 울궈먹었는데...

오늘 또다시 '이용거리'가 하나 생긴 거다. 아주...

"그럼 뭐를 해줄 것이지?"

"오늘부터 중간고사 뭐 보는지 시간표 다 알려주고. 그리고 뭐 시험범위와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들 모두 알려줄게"

"그런 내용이야…"

모른다. 그 동안 수학이나 국어나 뭐 그러한 것들은 짬짬이 해놓긴 하였지만은..사회탐구같은 기타 과목들은 한 개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학원도 안 다녔고 학교에서는 맨날 자기만 하니 내가 시험에 관한 것을 알 리가 있나...? 그러한 과목들은 줄곧 벼락치기로 일관해왔었는데..게다가 몇 일 더 남아서 여유도 있길래...

"그런데 너. 연예생활하면서 그러한 것들도 다 하냐?"

"그럼~연예인은 자기관리가 아주 철저하거든~"

"…대체 언제부터 준비해왔던거냐?"

"그야…화보나 광고촬영. 연습실에서 보컬연습하거나 안무연습. 그리고 tv같은 거 나갈때마다 대기실이나 차 안. 그리고 숙소에서 쉴 때마다 틈틈히 다 하지~게다가 나는 학교 잘 안나가잖아? 그러니 매니저오빠를 통해서 학교소식들은 다 알아낸 뒤에 차근차근 준비하는 거지~"

"…피곤하지않냐?"

"어머, 몰랐어? 나 1학년 때부터 꽤나 공부 잘한 축에 속했는데…그래서 선생들이 나 은근히 많이 좋아한다구~연예인생활하는 것도 힘든데 그런 와중에도 공부 열심히 한다면서…"

"예예…"

꼬집~!!!

"크으…!!"

"어머~지금 나 비웃고 있는 거 맞지~?"

"아…아닙니다요…"

"그럼~당연히 비웃지 말아야지~안 그래 정우야~?"

"넵…"

"계속 그런 태도 유지하면…나 당장에라도 확 불어버릴 수도~"

"…크윽!!"

역시.이 녀석과 친구로 사귀지 말 걸 그랬어...이 녀석한테는 계속 비굴하게 나아가야 되는건가..왜 그 녀석의 말에 놀아가지고서는...

"어떡할 거야? 내가 시험에 관한 건 도와줄테니까…"

"Give and take. 너도 무언가 내놓으라는 말이지?"

"잘 알고있네? 마침 네가 도와주어야 할 일이 생겼거든…"

"도와주어야…할 일…?"

"그건…운동회끝나고 알려줄게"

"운동회?"

"설마 우리 운동회한다는 사실도 몰랐던 거야? 왜 이렇게 학교소식에 아는 것이 없어?"

"그야…"

"맨날 학교에서 자기만 하고…"

"그렇다고는 해도 네가 방해하잖아"

"어머? 내가 언제?"

"에휴…"

"중간고사 끝나고 바로 운동회야"

"이 학교는 왜 이렇게 행사가 많은 거야…"

"당연히 10월쯤 되었으니 운동회 하는 것이 맞지 안 그래?"

"그거야 그렇습니다만은…그리고 왜 중간고사가 끝나고 바로 하는 건데?"

"내가 알아?"

"…"

"저 학급알림에 가 봐. 운동회에 관한 소식 있으니까. 어제 왔었는데 그 동안 네가 퍼질러자고있어서 몰랐던 것 뿐이잖아"

"…"

"아무리 밤에 잠을 못자서 학교에서 잠을 보충한다지만은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것 같지않아?"

"…"

"이런 습관 좀 고쳐봐. 얼굴도 잘 생겼으면서 이렇게 퀴퀴하게 귀신같이 얼굴을 가리고 매일매일 자기만하니까 여자들이 너랑 대화를 하려고하질 않지. 보통 남녀공학이면 저렇게 남자들이랑 시시껄껄 대화하기도하는데…게다가 부끄러워서 여자애들이랑 잘 얘기하지않는다고 한다면 이해가 되는데, 너는 남자애들이랑까지도 얘기를 하지 않잖아"

"…"

"어때? 당장 미용실에 가서 머리라도 자르는 건? 어차피 회색빛 눈인 거 다 걸렸고…네 얼굴도 일부이지만 학교애들한테 보이고 말았고…"

"…"

"언제까지 신비주의로 살 거야? 신비주의 다 깨졌거든? 여자애들 몇몇은 네 얼굴 잘 생겼다고 뭐…에이 그건 모르겠고. 어쨌든 그냥 시원하게 깎지?"

"나 선생들한테는 화상있다고…"

"이미 학생들한테 다 걸렸잖아. 언제까지고 그러고 살 거야?"

"게다가 내 얼굴은 딱히…그리 남들한테 보이기 좋은 얼굴은 아니거든…"

"그런 말 들으면 당장에라도 남자애들이 너를 때릴 것 같은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에휴…네가 자각을 못해서 그렇지…사실 넌…넌…"

"…?"

어째 얼굴이 붉어진 것 같다..?

"…그러니까…너는…"

왜 머뭇거리고 부끄러워하는 거지..?

"왜 그래?"

"에잇 몰라! 모른다구!"

왜 갑자기 성질을 내고 난리야..?

"어찌되었든! 약속 지키는 거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재빨리 앞에 있던 그녀의 친구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때 보였던 돌아선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홍조를 띄고 있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