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92화 (19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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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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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누워서 새벽 내내 보냈다. 그것도 뜬 눈으로. 이대로 눈을 감으면 악몽을 꾸게되어버릴 것이라는 좋지않은 예감에 나는 잠을 자지 않았다.

"…후우…"

10월이다보니 이제 해가 서서히 늦게 뜨기 시작한다. 겨울이면 이 일출도 더욱 더 늦어지겠지...?

거실에 있으면서 나는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이 난잡하게 머릿 속을 헤집는 바람에 머릿속은 어지럽고 기분은 싱숭했다.

6시가 되면 '삐르르릉!'하고 어김없이 내 방에서 자명종시계가 울려퍼졌어야했지만..타이머를 맞추지 않은 데다가 내 방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몇 시인지 모르겠다. 그저 막연히 소파에 누워있었던 지라..나는 거실의 불을 잠깐 켜보았다. 시각은 5시 40분. 내가 일어나는 6시보다는 이른 시간이지만 그래도 별차이는 없는 시각이었다.

다시 거실의 불을 끄고. 나는 일어나서 화장실에서 씻은 후에 부엌으로 갔다. 따로 부엌의 형광등은 있기에 내가아침밥을 만드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다. 모두가 잠든 이 시간에. 나 홀로 그들을 위한 밥을 만들고 있었다.

요리가 끝나고 난 후. 앞치마를 풀어헤치고 교복으로 갈아입어야했는데 교복으로 갈아입기위해서는 내 방에 들어가야만했다.

어째 내 방인데도 왜 방에 들어가기가 싫은 것일까..? 아니지...내가 별로 방에 들어가고싶지 않아하는 거야...그래도 어쩔 수 없어...

그녀가 최대한 깨지않도록 조심조심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발자국소리를 최대한 죽여가면서 옷장에 있는 교복을 꺼내었다. 그리고 들키지않도록 와이셔츠를 입고. 바지를 입고. 학교를 가기위해서 교복을 모두 조심해서 입었다.

교복을 모두 갈아입고나서.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서려는데 그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조금은 허술해보이는 모습. 그래도 기나긴 검은 머릿결을 가진 그녀는 너무나도 귀엽고 아름다워보였다.

"…"

그녀의 얼굴을 차근차근 내려다보다 입술을 본 순간. 난 순간 심장이 덜컹거렸다. 유난히도 그녀의 입술이 보인다.

두근...두근...

어느샌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있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녀가 잠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

아아..내가 이래서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던 거야...

그녀를 보면 볼 수록..나는..

'그녀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되어버리니까'.

키스하고 싶다. 그녀의 그 여린 입술에 입을 맞춰주고 싶었다.

'…내가 스스로 이러지 말자고 했잖아? 참자고 했잖아?'

그래. 다시 정신차리는 거다 박정우. 나는 잠시 무너졌던 마음의 벽을 다시 수리한다. 각오를 또 새롭게 굳힌다. 이런 짓을 해봤자 나와 그녀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라고. 게다가 그녀는...

'나를 절대로 남자로 바라보지 않으니까'.

나는 그녀에게서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더럽고도 추잡한 나의 '소유욕'. 친누나를어떻게해서라도 가지고 싶다는 내 자신의 빌어먹을 헛된 사랑.

그렇지만 나 같은 쓰레기같은 놈한테 서현누나는 너무나도 넘치는 사람이었다. 민정이와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리고 절대로 사랑하지 말아야할 사람. 그러니 포기하고 체념하는 거다. 이것이 너무 길어지면 안 되는 거다. 확실하게 끊어버리는 거다. 이 잘못된 마음을.

나는 서둘러 방을 나갔다.

그렇지만 떠나면서까지 나의 시선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게로만 가 있었다.

"중간고사가 머지않았다"

담임의 조회시간에 담임이 이런 말을 했다. 예상대로 10월 초에는 중간고사 기간이다. 2학년 2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보는 첫 시험이었고 그리고...그녀가 돌아왔다.

"세희야!!"

"연세희 떴다~!!"

참 오랜만이네 이 녀석도..그 워터파크때 일 이후로 통 보이지 않더니 이제서야 보니 저절로 나도 모르게 반가움이 밀려왔다.

고2에 들어오면서 처음 사귄 친구. 그것도 여자인데다가 연예인. 갈색머리의 아름다운 소녀지만 성격은 그다지 그런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성격을 지닌.

그런 소녀가 돌아왔다.

조회시간에 들어온 주제에 아주 해맑은 웃음으로 들어오는 세희양. 이봐..지각이라고..?

"연세희인가…?"

"네"

아 맞다..우리 담임이 갔었고 새 담임이 왔으니 이번에는 첫 대면이구나...

"들어가서 앉아라"

"예. 늦어서 죄송해요 선생님"

정말로 반성했다는 그런 표정으로 그녀는 인사를 꾸벅 숙이고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나를 보자마자 다시 표정을 싹 바꾸어버리고 싱긋 미소짓고 있는 세희양.

"정우야 오랜만이야"

"…그래…"

그 때 그녀의 이마에 빠직마크가 생긴 것을 나는 보지 못하였다. 그저 반가워하기는 했었지만 무덤덤하게 이 녀석이 연예인생활하다가 시험보려고 돌아온 것이구나..라고만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오래지나지않아서 보복으로 돌아왔다. 쉬는 시간에 바로 책상에 엎드려고 하는 나를 아주 철저하게 방해하는 것으로.

"정우는 이 정도로밖에 날 환영해주지 않는 거구나~"

하고 내 귀에 속삭이고는 내 옆구리를 있는힘껏 꼬집었다.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반가웠던 거 취소다. 역시 이 녀석은 마녀였어...

"정우군~"

그리고 나의 잠을 방해하는 또 하나의 요소. 정시하가 우리 반에 멋대로 쳐들어왔다. 원래는 내 교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주 대놓고 들어온다.

나는 마녀의 방해덕분에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있었다. 새벽에 잠을 자지 않은 리바운드는2교시에 들어오고나서야 온다는 것을 연세희를 통해 뼈저리게 알아가고 있었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왜 갑자기 이런다냐...요새 들러붙지않아서 좋았는데..

와락!

엉...? 이 녀석 왜 갑자기 안겨들고...

"정시하?"

"응. 정우군~"

"대체 너 갑자기…"

"정시하"

"응…?"

나에게 안겨든 시하와 세희가 마주쳤다. 얘네 둘은 또 왜 저래..지들이 원수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거지...? 무슨 개와 고양이도 아니고...

"지금 우리 반에서 뭐하고 있는 거지…?"

"뭘 하고 있긴…내 남자친구한테 안겨든게 뭐가 그리 대수라고…"

어이..누가 네 남자친구 한다고 했었냐...

"분명히 친.구. 라고 했을텐데…?"

"내가 얘기했었잖아. '친구'이자 '남자친구'이기도 한 사람이라구~"

"그 '남자친구'가 그 '친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나?"

"그건 아니지~내가 말한 '남자친구'는 보통 쓰는 '친구'와는 다르니까"

"그러면…"

"우린 연.인. 사이라구~"

"…"

세희의 표정에서는 무표정이었지만 뭔가 미묘한 무표정이었다. 뭐랄까..극도로 무언가를 참고 있다는 것이랄까...?

물론 그것을 흥미진진하다는 듯한 호기심많은 눈빛들과 그리고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무수한 살기를 품은 남자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가 무슨 서커스하는 사람도 아니고..이게 지금 대체 무슨 짓이야...

"정시하"

"응?"

"그래도 이런 행동은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되는 것이 옳은 일이지 않나?"

"내가 '애정표현'하는데 네가 왜 막는건데?"

"…그건…'친구'니까…"

"친구라고하기에는 오지랖이 조금 넓은 것 같은데…?"

어째 정시하가 몰아붙이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이 곳은 학교. 그리고 수업시간 종은 울려퍼지고 있었다. 젠장...

"시하"

"왜~정우군~?"

"조금 있다가 얘기하지 않을래? 지금 종 쳤으니까…"

"체엣~정우군이랑 계속 있고 싶은데~"

화르르르.....

그 소리 듣자마자 구경꾼들은 아주 뜨거운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지금 사람 염장지르자는 거냐 뭐냐?'

'게다가 저런 미소녀를 여자친구로 두고. 그리고 아이돌인 연세희양마저…'

'대체 네 놈의 농간에 몇 명의 아름다운 미소녀들이 놀아난 거냐!'

'죽이자'

'박정우 이런 개자식. 반드시 언제고 죽여버릴 거다'

'이런 개쓰레기 왕따자식. 왕따주제에 감히…정시하는 물론이고 세희양까지…'

그런데 나는..왜 이러한 말들을 다 듣고 있지..? 그들이 얘기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민감해서 그런가..? 어찌되었든 나는 지금 아주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은 틀림없었다.

"시하"

"또 왜 불러 정우군~내 이름 그렇게 부르고 싶었쪄~?"

"…애교는 그만하고"

"내가 아무한테나 애교하는 줄 알아? 정우군한테만 애교부리는 건데…"

화르르륵..부글부글.....푸화아아아!!!!!!!

불길은 불기둥이 되어 하늘 높이높이 치솟고 있다.

"곧 있으면 선생님 들어오거든…? 그러니까 조금 있다가 얘기하자"

"…"

"정시하…?"

"응…알았어…그리고…"

"…?"

"…아니다. 됐어…"

"…??"

그러고서 그녀는 해맑게 나를 쳐다보고는 쪽하고 살짝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럼 정우군~조금 있다가 봐~"

"…"

나는 아까 전에 한 그녀의 태도에서부터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여전히 별 다를 바가 없는 그녀의 태도였는데..뭐지..? 뭐가 이상하고 미묘하게 걸리는 거지...?

"정우야~?"

"…?"

이 쪽도 이런저런 이유로 불타오르고 계시네...그것도 아주 거센 불길을 토해내고...

아..뜨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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