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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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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가 끝난 이후. 집에 돌아왔는데 거실의 불은 꺼져있어서 어두컴컴하였다. 민정이가있어야했는데 혹시 일찍 자려고 불을 모두 끈건가..?
"어둡다…"
"불이 어디있지…"
깜깜하다보니 스위치가 잘 보이지않는다. 나는 더군다나 얼굴이 가려져있어서 시야는 잘 보이지않은 상태였다.
"여기에 있나…꺄아!"
"서현누나!"
어딘가에 걸려넘어지려고 하는 그녀가 운 좋게도 내 쪽으로 넘어졌다.
"…으으…"
나는 내 쪽으로 넘어진 그녀를 받아서 나도 덩달아 땅바닥으로 넘어졌지만 그녀의 쿠션역할을 한 것 같았다.
"괜찮아?"
"큐우…정우야말로 괜찮아…?"
"괜찮아"
"미안…내가 헛딛는 바람에…"
"괜찮다니까"
"…헤헤…"
"일단 일어나자"
"…응"
어쩌다보니 그녀가 내 안에 안기게 되었다. 잘 보이지않으니 조심조심일어나서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가서 틱하고 스위치버튼을 눌렀다. 이 집에 몇 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제대로 스위치가 있는 곳을 파악하지 못하다니...으휴..생각해보니 내가 바보였다.
"민정이 자고 있나?"
"…글쎄?"
그녀가 민정이와 지현누나의 방을 열어서 동태를 살핀다.
"자고 있네"
"…왜 이렇게 일찍 자고 있지?"
"그러게…"
"그러고보니 지현이는 아직 안 왔나보네…?"
"수능이 머지않았으니까…"
이번에도 새벽공부하고 있을까 지현누나는.
"그러면 나 먼저 씻을게 정우야"
"응"
서현누나는 옷을 갈아입으러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나 역시 내 방(정확하게는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
옷을 갈아입으면서 아까 전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사고였지만 서현누나가 내 안에 안겨있었던 그 순간.
"하아…"
그런 순간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예전에는 아무렇지않았었는데...왜 이렇게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는 걸까.
"나도 정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자꾸만 거리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이 내 머릿 속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미친건가…나…"
알 수 없는 마음의 울림. 미묘하게 바뀌어버린 그녀에 대한 나의 인식.
이 때 뾰로통하고 볼을 부풀리면서 '부우!'하는 그런 귀여운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여태까지보여주었던 그녀가 나에게 보여준 모습이 모두..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반해버린건가…서현누나에게…"
하지만 멈춰야한다고 이성이 외치고 있었다. 더 이상 그녀를 생각하지말라고. 더 이상 생각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
묻어두자. 모든 감정을.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다.
마음을 다 잡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 나는 오늘 취했다고 생각해버리면 된다. 취해버려서내일부터는 '원래대로' 평범하게 그녀를 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그녀는 나의 첫째누나. 박서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의 가족.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나의 혈연. 오늘은 그녀와 데이트를 하다보니 순간적으로 그녀를 여자로써 바라본 것 뿐이다. 나를 생각해주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에 대한 마음에 내가 감정이 격앙된 것이다.
침대에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이고. 지우려고 애를 쓴다.
이것은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다. 일종의 '감동'이다. 그녀에게서 나는 '감동'을 느낀 것이다. '애정'과는 전혀 틀리다.
틀려. 틀려. 틀려.
끝임없이 요동치는 심장소리를 멈추려고 심호흡을 길게 내쉬고 모든 잡념을 버린다.
비워낸다. 하나하나의 '생각'의 나뭇가지들을 잘라내고. 잘라낸다.
'네가…곁에 있어주니까…'
"…!!!"
그 한마디. 오늘 아침에 있어주었던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깨져버린다.
'정우야~'
그녀가 나에게보여주던 그 미소가 다시 떠오른다. 변함없는 그녀의 미소에..나는...
"정우야~"
"…어?"
"히힛~놀러왔지~♡"
"…아…"
그녀라면...그녀라면 나는...
"그래서 있잖아? 내가 이렇게 얘기했어! 한국말로 번역하자면…'할 말있으면 나중에 얘기하자! 나 바뻐!'라고"
나는 지금 그녀의 유학생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서현누나의 요리실력을 키우는데 막중한 희생을 하셔야했던 그녀와 같은 방을 썼던 룸메이트에게 애도를 표하며. 내가 모르는 그녀의 시간을 듣는 것도 나름대로 나에게 있어서는 행복한 일이었다.
"그런데 있지? 그 때 내가 미국에 온 지 별로 되지 않아서 그 백인 느글느글하게 생긴 놈이 이해를 못하더라? 막 '헤이! 베이비!'라고 내 어깨를 붙잡고 치근덕거리니까 정말 꼴불견이었는데 내가 영어를 못하니까 'What?'만 지껄이는 거 있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나도 난처해졌지. 이걸 어떻게 해야될 것인가. 그래서 그 당시의 친구한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상의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얘기하기를…"
"…?"
"그냥 기회되면 남자의 그 곳을 까버리라는…"
"…!!"
"그래서 하도 치근덕거리니까…어쩔 수 없이 바로 그 친구 말대로 차버렸지"
'하하…서현누나…이런 성격이었습니까요…'
"그 다음에 남자가 데굴데굴 구르는 거 보니까 통쾌하기도 하구…그 다음부터는 찍소리도 하지못하고 안 건드려서 편하게 학교생활 할 수 있었어"
"…아하하…"
"표정이 왜 그래?"
"그냥…"
'서현누나가 어떻게보면 가장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버려서…'
"우응~? 뭔가 의심스러운 표정인데?"
"또다른 이야기는 없어?"
"아 맞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어! 내가 대학교 막 입학했을 떄…"
이야기꽃은 계속해서 피어났다. 그녀는 쉴 틈 없이 내 침대에 앉아서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었다.
"아…벌써 얘기하다보니 새벽 1시네…정우 내일 학교가잖아"
"…그러고보니…"
벌써 주말이 끝나버렸다. 이럴 때 보면 시간이 참 느리게만 흘러갈 줄 알았더니 은근히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졌다.
"아후웅…졸리기도 하구…"
귀엽기만한 조그만 하품을 하고 있는 그녀.
"피곤하면 자야지"
"나는 더 정우랑 이야기하고 싶은데…"
"누나도 피곤하기도 하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자. 다음에라도 얘기해주면 되지"
"…아쉬운데…"
"그러다가 늦잠자면 어떡하려고 그래?"
"히잉…"
"자자. 그만하고 누나도 방에 들어가서 편하게 자야지"
"그러면 오늘 정우네 방에서 잘까?"
"…!!"
"웅? 왜 그래?"
"하하…아무 것도 아니야"
"나 오늘 정우네 방에서 잘래!"
'내 입장 좀 제발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싫어…?"
"아하하…"
"부우!! 정우 미워! 맨날 지현이랑 같이 자면서!"
"…"
그건 부정못하겠다. 이제 슬슬 지현누나가 돌아올 시간이기도 하고...그렇지만...
"…내 방에서 자고 싶으면 자"
"헤헷~♡"
이제는 내가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하아..이제는 항복이라고..
그녀는 바로 침대에 기다렸다는 듯이 눕고 이불을 덮었다.
"잘 자 서현누나"
"정우는…?"
"나야…뭐…"
지금 나는 그녀를 거부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나도 정말 어떻게 되어버렸는지…'
내 스스로도 묻고 싶을 심정이었다. 어째서 그녀를 거부 할 수 없는 것인지. '금단'이라는 거. 전혀 하지말아야할 행동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 나를 이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제발 흔들리지 말아야한다. 박정우. 정신차려서 원래대로 평범하게 지내는 거다.
"나는 조금있다가 잘게"
"후잉…알았어"
그녀의 머릿결을 살짝 쓰다듬고나서 나는 방불을 끄고 방을 나갔다.
"…"
'그거 알고 있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어떠한 것도 없어. 다만 그 마음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향할 뿐이야. 어떠한 장애물도. 어떠한 이유도 변명도 필요없어. 사랑이라는 건 가장 솔직한 거야. 자신의 마음에서. 거짓말이 절대로 통하지 않아'
"…나는…"
'사회에서 절대로 하지말아야할 행동. 오랜 옛날부터 내려져온 '금기'.'
거실에서.
나는 갈등에 빠져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그녀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일까.
언제부터 그녀를..그녀를...
그녀가 내 친누나라는 것을 알고있으면서도. 왜? 어째서? Why?
'끝까지 숨겨야만 한다'
숨기고 숨기자. 이 마음을 꽁꽁 마음 속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놓는 거다. 절대로 표현하지않고. 절대로 내색하지 말자.
왜 나는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것이 '금단'이라는 것을 알아서 민정이의 마음을 받아들여줄 수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제는 내가 그 입장이 되어버린 것일까.
"정우…?"
"지현누나…?"
"지금 뭐해?"
"아…"
이제는 지현누나의 얼굴조차도 서현누나의 얼굴로 보여진다. 비슷한 얼굴이라서 그런지더 연상이 가버린다.
"하아…"
"정우…"
"아…아무것도 아니야 지현누나"
"…정우?"
"나 잠깐 화장실 들어갈게…"
나는 화장실로 그녀에게서 도망치려고 하는 듯이 들어갔다.
지우려고하면 할 수록. 더 그녀를 생각한다.
마음을 숨기려고 할 수록. 더 그녀를 좋아하게 되어버린다.
이제는 숨겨야한다는 생각에 가슴에서 통증이 일어났다.
이게..'가슴앓이'라는 걸까...
알아버렸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
"좋아하고 있어…아니…"
'좋아함'보다 더 깊다. 그녀를 생각하면 할 수록 가슴이 더 애달파진다.
자신에 대한 마음을 알릴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지금 아파하고 있어.
절대로 하지 말아야하니까. 절대로 느끼지 않았어야했을 감정이었으니까.
그렇지만..숨길 수 없다...
이 마음을.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나는...나는....
"나는…서현누나를 사랑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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