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89화 (189/318)

0189 / 0318 ----------------------------------------------

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망할작가 Scribbler입니다.

버티고 버텼던 컴퓨터가 망가져서 그 동안 들어올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리고 일주일만에 드디어 컴퓨터를 사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블루스크린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되어서 정말로 기쁩니다.

대신에 미뤄놓았던 만큼. 열심히 쓰도록 할게요..

================================================================

"최고였어 서현누나"

"헤헷~♬"

그녀의 화사로운 미소를 보고 있으니 나도 웃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서현누나라는 사람은정말로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은인이었고 소중한 사람이었다. 변함없이 나를 웃게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서현누나였다.

과거의 오랜 나락에서도 나에게 삶의 희망을 준 그녀에게 나는 계속해서 깊은 감사를 느끼고있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오고 남으로 인해서 나의 마음 속에 빠져있던 퍼즐 한 조각이 다시 채워진 느낌이었다.

"그럼 갈까 정우야~?"

"응"

그녀는 다시 내 팔짱을 꼈다. 따뜻하다.

"누나"

"웅?"

"…정말 고마워"

"웅? 뭐가?"

나에게 있어줘서..정말로 고마워...서현누나...

"…웅?"

나는 팔짱을 풀고 그녀의 허리를 껴안아 내 옆에 바짝 붙여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정우야?"

잠깐 이러고 싶었다. 어쩌면 변덕. 그녀가 나에게 값진 선물을 해주었던 만큼 나도 그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그러한 생각에 그녀의 허리를 안아서 내 옆에 붙였다.

이것이 어떻게보면 나의 '바램'으로 인해서 한 행동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다. '다정한 연인'. 그것이 내가 필요로 한 것이 아니었을까.

미안하지만 잠깐만 이러고 있어줘 서현누나.

"…"

나에게 이상형이라는 것을 꼭 고르자면 서현누나와 같은 사람을 이상형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런 사람. 나에게는 너무나도 바라고 바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정하고. 배려심 깊지만 귀엽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와 같은 따뜻한 사람이었기에...

이것은 내가 지현누나와 민정이에게 느끼는 감정과는 전혀 틀렸다. 지현누나는 뭔가..서현누나와 비슷하지만 '의지가 되는 친구'와 같은 느낌이었고 민정이는..그래..내가 지켜줘야하는 연약한 동생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서현누나는 이러한 느낌이었다.

"정우야…"

"…응"

"정말 잘 커줬어 이제는 내가 이제 의지할 수 있을 정도로"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마 정우야. 정우는 충분히 의지가 되는 사람인걸? 자신감을 가져"

"…"

"그러고보니까 정우야"

"응?"

"정우는 연상이 좋아 연하가 좋아?"

"…그건 또 뭔소리야?"

"그냥 정우의 취향. 그런 거 묻는 거야"

"그런 거 안 따져"

내 주제에 그러한 걸 따질 겨를이 되나...날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ok다.

"…굳이 따진다면?"

"연상이랄까…"

"왜?"

"그냥 날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좋아서. 엄마같잖아?"

"…후웅…"

나는 엄마같은 사람이 좋았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 어떠한 이유도 없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좋았다. 내가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있든. 좀 병신같은 놈이라 할 지라도..나를 사랑해줄 사람. 이상형을 고르자면 그런 쪽이었다. 그래서 서현누나가 가장 잘 맞는 이상형이었다.

'그러면 민정이는 어떻게 된 것이냐?'

순간 내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찬 이유에 '그런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나를 야유하고 있다. 친동생이라고 거부한 것이 아니라..그러한 이유때문에 찬 것이 아니냐는 그러한 생각.

그것은 아니었다. 변명으로 들릴지 몰라도..나에게는 그러한 마음은 전혀 없다. 나에게 이상형이 있다면 서현누나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일 뿐이지 민정이와는 달랐다. 민정이는 틀림없이 사랑스러운 아이. 내가 만약에 남이라고 할 지라도 그 아이에게 있어서 나는 모자르고 모자라서 내가 스스로 물러나야 되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그 아이가 너무 과분했으니까.

"정우야?"

"어? 응…"

"무슨 생각해?"

"그냥…변명"

"변명?"

"그래…변명…"

내가 민정이를 거절한 이유.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피가 섞인 친여동생이라는 점이었고 그 다음은 바로 내가 알게모르게 그녀에게 자격지심을 느꼈기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보면..'나는 정말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였다. 그러한 민정이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나는 좋은 사람이었을까..? 애초에 그러한 것들 조차도 없는 것이 아닐까하고 과거에 생각했던 것들을 또다시 생각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정우…"

"…응?"

"깊은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깊은 고민이라니?"

"정우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그래도 느껴져. 정우가 지금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떨어져있어도 가족이다보니 그러한 것들은 자연스레 알게 되나봐"

"…내가 걱정끼치게 만들었나보네…"

"으응. 그러한 것은 아니야. '고민'이라는 것은 말이야. 자기 자신.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에 대해서 자아성찰을 하게 돼. 어떤 이유에서건. 예를 들어서 '시험이 머지않았는데 정작 공부는 하지 않았으니 어떡해야하지…?'라는 고민에서도. 그리고 '나는 앞으로 대학을어떤 목표로 할 것이며,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하는 것등. 결국에 똑같아. '고민'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거야"

"…흐음…"

"그것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어떠한 사소한 목적이라도 자아를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오히려 내가 좋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서현누나가 왜 좋아해야 해?"

"고민은 사람의 마음을 심란하게만들지만 때로는 그것이 반전이 되어서 자기자신을 단련하고 적응하게 만드는 것도 있으니까. 이것은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정우가 지금 새로운 '변화'를 하려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변화…?"

"사람은 언제나 바뀌어. 겉모습도.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모습도 조금씩이지만 바뀌게 되어있어. 그리고 '고민'은 그 '변화'를 더 촉진시키려 하는 거야"

"…"

"'고민'이라는 건 부정적이야. 그래도…정우가 이러한 것을 계기로 '변화'하고 있다면 난 걱정안해"

"…서현누나"

"그렇지만…정우의 얼굴에서는…너무 깊은 슬픔이 느껴져…보이지는 않지만…"

"…"

"그러니까 깊은고민은 하지마. 고민은 변화를 꾀하려하기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기자신을 얽매는 족쇄와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니까. 그러니 그런 고민에 너무 빠져들게되면 안돼…"

"…"

"정우야"

"응…"

"이럴 때는 고민을 남에게 털어놓아도 돼.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면 편해지기도하고 그 다른사람이 얼마든지 너를 도와줄 수 있으니까"

"…"

"나에게 얼마든지 힘들면 얘기해. 나는 언제까지라도 너의 편이고 너의 곁에 있을테니까"

"…힘이 되는 걸?"

"히힛~♡ 그렇지~? 나는 정우의 수호천사니까!"

"수호천사라…"

"정우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깊은 고민들이여 날아가버려라! 얍!"

"…하하하…그런 건 또 뭐야?"

"천사의 주문이랄까…"

나는 그녀가 하도 귀여워서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후응…"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 요새 누나의 머리들을 쓰다듬는단 말이야..? 이런 것이 버릇이 되려는 건 아닐런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귀여우니까...그러면 누나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정우야"

"응?"

"집에…천천히 돌아가지 않을래?"

"…어?"

"그냥…정우랑 이러는 시간이 더 길어졌으면 해서…행복하고 행복해서…"

"…나도 조금…그러고 싶은 걸?"

"정우야…?"

"나는 유달리 밤을 좋아해서. 환한 낮이 아니라…위에서 달빛이 은은히 하늘을 비추고…땅에서는 가로등과 시끄럽지만 자동차들이 키는 불빛들…그러한 하나하나의 불빛들이…뭐라고 해야할까…"

"…?"

"나도 서현누나랑 있으면 행복하니까"

"…"

불빛사이로 그녀의 얼굴이 완연히 비춰지고 있다. 유달리 그녀의 얼굴이 밝아보였다.

그러한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

나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유달리 심장이 두근거렸다.

왠지 그녀의 얼굴을 보기가 부끄럽다. 고개를 살짝 숙여서 피하려고 하지만 자꾸만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미묘한 감정. 이것은 무엇일까.

"정우야…"

"…그냥…그렇다고. 그러니까…서현누나가 원한다면…얼마든지…"

하얀빛과 빨간빛이 조화가 되어 밤을 비추던 거리에서.

걷고 있다. 나와 서현누나는 걷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보폭속도는 천천히. 천천히. 느리고 느리게.

이 시간.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이 하염없이 멀어서..영겁의 시간이 흘러도 닿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행복. 더 느끼고 간직하고 싶었다.

마음이 요동친다. 심장은 펌프질을 멈추지 않는다.

"서현누나"

"웅…?"

이러한 그녀가 있어서 여태까지 내가 있었다는 생각에서.

나는 조용히 미소짓는다.

그래...

어쩌면 나는...

그녀를...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