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88화 (18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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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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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도 끝났겠다. 다시 본격적인 서현누나의 모험(?)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 모험에 얼떨결에 동참하게 된 희생양에 불과하고..

서현누나는 미국에서 돌아온 지 별로 안 되서 한국생활에 새로 적응을 해야할 것 같았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보였다. 백화점 의류매장을 비롯한 여기저기를 내 손을 잡아 이끌고 돌아다녔다.

"히잉…노트북…"

"누나 노트북 없어?"

"웅…맨날 학교도서관에 있는 컴퓨터쓰거나…친구 꺼 빌려서 썼는걸?"

"…그래…?"

노트북을 살 수 있을만큼 충분히 우리집에 돈은 많았는데..여태까지 왜 안 산거지..?

"다음에 사면 되겠지 뭐!"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가 미련없이 돌아서서 내 팔짱을 끼는 서현누나.

"다음에는…어디루 갈까나~?"

'살려줘요…'

다리가 후들거리고. 서현누나가 사놓은 물품들과 서현누나가 나에게 사준 물품 등을 들고다니라 팔도 아팠다.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들고있다보니 팔에 힘이 부치는것이었다.

"꺄웅~!"

"…!!"

에고 깜짝이야...서현누나가 잠깐 화장실로 간다고 해서 나는 그 동안 벤치에 앉아 쉬고있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느닷없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버려서 벤치에서 떨어져버렸다.

"히히~놀랬어?"

"깜짝 놀랐잖아 서현누나…"

"그치만…은근히 정우 놀리는 거 재미있는 걸? 정우가 반응하는 것도 귀엽구…"

"…앞으로는 왠만하면 하지말아주세요"

"체엣~정우랑 노는 게 가장 재밌단 말야!"

'에구구…'

이런 서현누나를 누가 데려가련지 원..혹시나 외모만을 보고서 헤벌레하지 않으련지 원..앞으로의 매형이 될 사람이 심히 걱정되었다.

"칫! 아까 전에 정우가 내 험담 했지?"

"…내가 언제?"

'그걸 또 어떻게 눈치채냐…'

"여자의 감이라구! 감!"

'어째 이런 생각들도 다 들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그야 정우는 내 손바닥 안이니까~♡"

그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보았는데 말이지..누구였드라...뭔가 위험하면서도 오묘한...

"그럼. 다음 장소로 Go~"

"조금 쉬어가면서 가면 안될까?"

"겨우 이런 거에 시간낭비하는 것은 싫다구!"

"…나도 피곤…"

"정우랑 더 많이 같이 있으면서…뭔가를 더 즐기고 싶은데…"

"…"

"이런 기회. 이제는 거의 없어서…나도 취업을 하고나면…정우 얼굴 볼 기회도 없구…"

"…서현누나…"

"그래서. 이 시간. 정우랑 더 많이 있고 싶어!"

"…"

"안…돼?"

"…서현누나가 원하는 대로 해"

"정말…?"

"…누나가 나랑 같이 있으면서 행복해 한다면…"

나는 피곤했지만 이런 서현누나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단지 나와 함께 있고 싶어할 뿐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취업을 하고 난 이후에는 얼굴을 볼 기회가 거의 없을테니까. 그걸을 알고 있는 서현누나는 그래서 나와 데이트를 하자고 했던 것이어서...

"응!"

또 나는...이 서현누나의 환한 미소를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얼마나 즐겼는지 모르겠다. 오락실도 가보고..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백화점 내부를 모두 돌아다닌 것 같았다. 한 마디로 있는 곳은 다 가보았다고 해야할까...그러다보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이제 저녁인가…"

"정우…나 배고파…"

"그럼 저녁먹고 들어가자"

"정우가 사 줄거야…?"

"아…"

"헤헷~♡ 역시 정우가 최고야~"

"누나야 오늘 여러가지 사주었으니까…부족하지만 보답차원에서…"

"뭐 먹으러 갈 건데?"

"…글쎄…"

추억이 깃든..장소라고 해야하나...

"???"

"따라와보면 알아"

백화점 문을 나서고 나는 그 곳으로 향했다.

누군가와의 추억이 깃든. 그 허름하지만 따듯함이 충만해있던 그 가게를. 서현누나에게 보여주고 그 설렁탕 맛을 보게하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그냥 서현누나가 '대체 어디야~?"라고 하는 질문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나는 그 가게로 향하였다.

"여기야"

"…에? 이런 작은 데?"

"들어가자"

"응…"

예상대로 서현누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이런 곳에서 저녁을 먹자고 하는 거지..?라고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이고 어서와라!"

"할머니"

"오 이 예쁜 애기는 누구일까? 혹시 여자친구?"

"아니예요. 친누나예요"

"그럼 남매끼리 온 거로구나!"

"네…설렁탕 두 그릇 주시겠어요?"

"고럼고럼! 이제 단골이 되었는데 듬뿍줘야지!"

"고맙습니다"

"잠깐만 기다리거라. 금방 내올테니"

"그 할머니 누구셔?"

"이 가게 주인"

"…헤에…정우는 이러한 곳을 좋아하는 구나…"

"…"

"정우야"

"응"

"이 곳. 어떻게 알아낸 거야…?"

"'누군가'가 이 곳에서 나한테 밥 한끼 사주었어"

"…'누군가'?"

"응…'누군가'. 내가 절대로 기억해야 할. 너무나도 내 뇌리에 확연히 각인되어 있는 사람이야"

"…대체 누구일까나…정우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누나"

"웅?"

"이런 가게 싫어해?"

"아니 이런 곳에 갑자기 와서 당황했을 뿐. 오히려 이런 분위기 좋아해. 좀 오래된 것 같긴하지만…다른 화려한 가게들과 다르게 정감도 가고…아늑하고…무엇보다 저 할머니가 좋은 분이신 것 같아서…"

"…"

"정우가 이 가게를 추천하는 것이라면. 분명히 맛있는 거겠지?"

"응. 맛은 보장할게"

"헤헷. 기대된다~"

"누나 설렁탕 오랜만에 먹어보는 거 아니야?"

"응. 그러고보니 안 먹은지 꽤나 된 것 같네…"

"자자. 설렁탕 두 그릇왔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그래. 많이 먹으렴~"

"잘 먹을게요 할머니~"

"고럼. 이런 예쁘고 귀여운애기도 많이 먹으렴"

"헤헷~"

서현누나와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 윤혜연선생님과 할머니와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였다. 어떻게보면 손녀와 할머니 사이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모습.

그녀는..아직도 이 세계를 떠돌고 있는 것일까...?

"정우야~?"

"아…응?"

"안 먹고 뭐해? 식기전에 어서 먹자"

"으…응 서현누나"

"맛있어~"

그녀는 만족스럽게 숟가락을 들며 설렁탕 한 그릇을 비워내고 나도 그에 따라서 숟가락을들어서 먹고 있었다.

나는 왠지 추억을 되돌이켜보는 것 같았지만..신경쓰지 않기로 하였다.

나는 아직 '살아가고'있다. 그리고 그녀를 '기억해주고'있다. 그거면 된 것이다. 그녀가 소개한 설렁탕가게도. 그녀가 매일 바라보고 있던 해바라기도. 교무실에서 그녀가 있었던 모습들도 기억해주고 있으면 된다.

단지..그거면 된 것이다...

"여기요"

계산을 하고나서 가게 밖에까지 나와서 배웅해주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우리는 집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정우덕분에 잘 먹었어"

"그렇다면 다행이다…"

"정우야"

"응?"

"정우가 그 곳과 관련된 뭔가 소중한 추억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그런가?"

"정우 얼굴은 보이지않지만은…웃고 있잖아"

"…내가 웃고있어?"

"살짝이지만. 그리고…돌아가면서 한시도 그 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었잖아? 뭔가를 두고왔다는 것 처럼…"

"두고 왔다…라…"

"그래도 정우덕분에 이런 맛있는 식사까지 대접받구…오늘 정말 행복한 하루야"

"…나도 서현누나랑 함께 있어서 좋았어"

"정말이야…? 빈 말은 아니구…?"

"정말이라니까. 서현누나가 나랑 있으면 즐겁다고 얘기했지?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서현누나와 있으면 즐거워"

"히힛~"

귀엽게 미소지으면서 내 팔짱을 놓지않고있는 서현누나.

"정우야"

"응…?"

"잠깐 눈 감아볼래?"

"눈을…?"

"응. 오늘 정우에게 줄 마지막 선물이 남아있거든"

"선물…? 괜찮아 서현누나"

"그러지말구 빨리 눈 감아~웅~?"

나는 서현누나의 재촉에 눈을 감았다.

쪽.

그녀는 내가 눈을 감고 있는 것을 틈타 팔짱을 낀 채로 내 볼에 뽀뽀를 하였다.

"데헷―♡ 이게 내 마지막 선물이야~"

"…"

"히잉…맘에…안 들어…?"

"아아…"

이 선물은 내가 여태까지 받아본 선물 중에서도...

"최고였어. 서현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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