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86화 (18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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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2. Whereabouts of Mind(마음의 행방)

정말 망할입니다..벌써 이 186편을 세 번째 쓰고 있어요..

맨날 다 쓰고나서 등록 누르면 컴퓨터 멈춤→블루스크린 ㄱㄱ...

정말 의욕 안 난다는...

그리고 오늘 '고양이는 바압하고 울었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ㅎㄷㄷ한 필력..엄청난 용량..한 명의 허접작가로써 작가님은 정말 존경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뭉개진두부님.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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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이의 고백을 들은 지 하루. 일상은 크게 변화가 없다.

오늘은 10월 1일. 일요일이다. 한 달이 지나가고 또 한 달이 지나가면서 그런 것을 왜 신경을 쓰겠느냐만은 벌써 10월이라는 생각에. '거 참 벌써 10월인가?'하고 느끼게 만든다.

맨날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정말로 지루해하고 있었는데..벌써 10월이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미연시에 빠져살다가 서현누나가 오자 미연시를끊고. 침대에서 뒹굴뒹굴 구르며 시간을 보냈었다.

베란다를 여니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이제 가을인가...그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그 다지 길지 않던 봄이 지나가고 그리고 무덥기 그지 없던 여름이 지나가고..짧은 가을이 찾아왔다.

날씨도 풀렸겠다..외출하기에는 좋다. 그렇지만 나가지않아서 문제였지..

어제 그녀의 고백을 거절한 이후. 나는 그녀와 계속 함께 있었다. 내가 그녀를 울려버렸으니 마땅히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있어주는 것은 당연한 노릇.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그녀의 마음을 위로했다. 애초에 내가 위로를 해줄 자격이 있겠느냐만은 그녀는 나의 친동생. 오빠로써 그 정도의 역할은 해야만했다.

"…오빠…"

"응"

"계속…함께 있어줄 거지?"

"…그래"

"오빠가 내 고백을 거절했다하더라도…오빠는 그래도 내 오빠인 거지…?"

"…어"

"오빠…오빠…"

그녀는 내 품에서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내가 등을 토닥이고 안아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이 마음을 쉽게 진정시킬 수가 없었던 거다. 내가 안아주고 있는 동안 오빠라고 계속 말하면서 함께 있자고..떠나지말아달라고..날 끝까지 안아달라고..그녀는 나에게 보채었다.

이제 이 아이를 어떻게해야만 하는 것인지...그녀의 고백을 거절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그녀의 얼굴을 볼 것인지..도무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 이 이후에는..그녀와 나의 관계가 냉랭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므로...

그녀의 마음을 산산조각 내고. 갈기갈기 찢어버린 나다. 이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단칼에 거절해버린 나다. 나는 도저히 그녀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녀를 이렇게 안아주고 달래보아도 그녀의 마음이 완전히 회복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면 나는 지금 그녀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지현누나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에 네가 가족 중의 한 명을 진정으로 이성으로 바라보고 사랑하고 있고..그 사람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면..그 때 너는 어떻게 할것이냐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그런 거 상관없다'라고..아무리 금단이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 할 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있다면..그런 거는 상관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if...?'였다. 그 'if'라는 단어가 얼마나 막연하고 헛된 것인지는 알고 있기에 그 때에 나는 나에게 절대로 일어날 리 없다는 가정하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었다.

절대로...그 절대로가 깨져버리고..내 친동생이자 혈연이었던 민정이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서..

나는 얼마나 바보같은 놈인가..그런 로맨틱한 'if..?'라는 것에 현혹이 되어버려 정작 나에게 그런 상황이 펼쳐졌을 때에는 내가 지현누나에게 얘기했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얽매이고 '금단의 사랑'이라는 것을 따지게 되어버렸다.

그런 것은 상관없다고 했었는데..그 때 내가 했었던 말은 '거짓'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이상'이라는 것에 휩쓸려 버린 것이다. 정작 '현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민정이는..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누구나가 좋아하고 귀여워할 그런 이쁜 아이다. 나와 같은 정신병자따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순수한 아이다. 어째서 그녀와 내가 오빠와 동생 사이인지 조차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한심한 오빠를..그녀는 왜 사랑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일까...

"오빠…오빠…"

나 때문에 상처받은 불쌍한 아이. 고작 이런 나 때문에 버림받은 가련한 아이.

지금은 그저..이렇게 오빠만을 부르고 있는 너무나도 여린 아이.

나는 그러한 아이를..울려버렸다...

"하아…"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다. 유독 옆구리가 시려운 계절. 솔로들이 정말로 싫어하는 계절.

나는 이러한 가을을 좋아했다. 날씨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라서 좋아했다.

"정우야~"

"…서현누나?"

뒤에서 서현누나가 나의 이름을 부르며 껴안았다.

"웅~"

"무슨 일이야?"

"꼭 정우에게 볼 일이 있어야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누나가 유독 아침일찍 일어난 것 같아서…"

"…민정이는 어떻게 되었어?"

"…모르겠어…"

"민정이…많이 상처받았을 거야…"

"알아…"

"네가…잘 보듬어줘야 되는 거 알지…?"

"그것도 알고 있어…그런데 서현누나"

"…웅?"

"서현누나는…언제부터 눈치챈 거야…?"

"그냥…어느 순간부터…"

"어느 순간…?"

"여자의 직감이라는 거야 정우야"

"…직감이라…"

"민정이가 너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초롱초롱하면서도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시선이었거든…"

"…"

"또…민정이가 너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유독 부끄러워하고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해. 그리고 지현이와 함께 있을 때면 유독…질투를 많이 하고…"

"…"

"그런 것을 보면…'민정이는 정우를 좋아하고 있구나'라고 저절로 알게 돼…"

"…그런 건가…"

"또…자연스레 알게되거든…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무슨 소리야…?"

"그냥…그런 게 있어…"

"…??"

"정우야"

"응"

"후회…하고 있어?"

"…후회…?"

"응. 네가 민정이에 대해서 자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그래서 거절한 것에대해서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럴 지도…"

"다시는 '가족'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

"…응"

"정우야"

"…?"

"네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민정이는 더 상처받을 거야…"

"…어째서?"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자기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

"…"

"민정이는 모든 것을 각오하고 너에게 용기있게 고백을 한 거야…그런 민정이의 각오를 너는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거야?"

"…"

"민정이가 설령 너에게 고백하고 거절당했다할지라도…우리들은 가족이야. 우리 넷이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고 받아줘야 되는 거잖아. 그런데 왜 너는 속 좁게 그러고 있어?"

"…서현누나"

"이것이 '금기'라는 것.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거라는 거. 잘 알고서도 민정이는 고백을 한 거야"

"…알아"

"그런데 이런 민정이를…꼭 어색해하고 피해다녀야되겠어?"

"…"

"고백한 사람이전에 너의 소중한 여동생이 아니었어?"

"…"

"혹시 민정이가 고백한 것에 대해서 민정이에게 실망한 거야?"

"…아니야"

"그러면…민정이에게 아무렇지않게 대해줘 정우야…민정이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민정이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대해주면 되는 거야…"

"…"

"나는 이러한 민정이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민정이가 너에게 고백하는 것을 막지 않았던 거야…"

"…"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어 정우야. 그 사랑하는 사람이 설령 혈연으로이어진 동생이라든가 오빠라든가 그리고 사제지간과 같이…남들이 금기시하는 사랑이 더라도…얼마든지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어…"

"…"

"사랑 앞에서는 변명도. 이유도. 어떠한 장애물도 없는 거야…"

"…서현누나"

"사실 내가 이러한 말을 하는 처지도 아니지만…나는 그렇게 생각해"

"…"

"정우야"

"…응"

"민정이를 부탁해. 민정이를 다시 웃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너 뿐이야…민정이가 사랑하는 너만이…민정이를 다시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민정이의 마음을 거절했다고 의기소침해져서 민정이를 피해다니지말고…민정이를 지켜야하는 오빠로써. 아직은 어린 민정이를 잘 달래줘야 하는 거야…민정이에겐 아직…이러한 충격들을 받아들이기에는…충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까…"

"…"

"그러니 민정이를…잘 부탁해. 더 상처를 받기 전에…네가…해야만 해…"

"응…서현누나"

"정우는 상냥하니까…잘 할수 있을 거야…"

"고마워 서현누나"

"그리고 기억해. 나와 지현이에게는 민정이도 너도 모두 소중한 동생들이라는 거"

"응…"

"그걸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응"

"헤헷~♡ 역시 우리 정우는 착해~♡"

그녀는 미소지으면서 나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이런 쓰다듬을 받고 있으면 정말로 엄마가 나를 쓰다듬어주는 듯한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들에게 서현누나는..엄마와 같기에..그러기에 서현누나는 모두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다.

내가 회색빛 눈을 가지고 있을 때에도 서현누나는 늘 상냥했다. 내가 가족들에게 버림을받고 있을 때에도 서현누나만이 나를 달래주고 지켜주었다.

"…서현누나"

"웅~?"

나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에…?"

나는 아직도 서현누나에게 어린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것인지도...

"정말로 고마워…서현누나…서현누나가 돌아와줘서 얼마나 기쁜 지 몰라…"

"…정우야…"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어…맨날 누나에게 도움만 받으며 살아가니까…"

"그렇지않아 정우야…너라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얼마나 기쁜 지 몰라…"

"…서현누나…"

"그래서 지금 난…행복해…"

"…?"

"네가…곁에 있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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