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79화 (17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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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1. Sad Conf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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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어…"

"…에?"

"너의 말은 모두 틀렸어…"

"…나의 말이 모두 틀렸다니?"

"네가 그런다고해서…우리가 정말로 행복해질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나는…"

"내가 얘기했었잖아. 넌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런데 넌 왜 그렇게 자신을 부정하고 혐오하는거야?"

"…"

"왜 너는…스스로 행복을 가질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거야?"

"…지현누나…"

"그런 거…전부 다 변명일 뿐이잖아…그냥 포기한 것 뿐이잖아…"

"…"

"너는…바보야…아무 것도 모르는 왕바보…"

"…"

"네가 사라져버리면…진정으로 우리는 행복을 가질 수 있어? 아니야! 너도 소중한 가족이야…민정이랑 서현언니 뿐만아니라 너무나도 소중한 혈연이야…그런 인연을 왜 스스로 끊어버리려고 하는 거야…!!"

"나는…"

"제발 스스로 자기를 혐오하고 부정하지마…어둠이라고 생각하지마…"

"…"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지…그리고 그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들은…지금 이 자리에 얼마든지 있잖아…너무나도 외롭고 아프고 힘들다면…도와줘라고 얘기하면 되잖아. 너도…'빛'으로 언제든지 나아갈 수 있단 말야!!"

"…"

"그 빛으로 나아가기 힘들다고해도…내가 있잖아. 옆에는 내가 있잖아"

"…"

"두려워하지마. 나아가는 거야. 너도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어…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 그러니까…부탁이니까…제발…"

"…지현누나…"

"자기 자신을 싫어하지마…너는…충분히 행복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야…"

행복.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꿈꾸는 것.

난...정말로 행복을 꿈꿀 수 있을까..? 아니겠지...그러기에는..너무나도 늦어버렸다.

그 동안 쌓아왔던 나의 죄는 씻을 수 없을 만큼 큰 것이기에.

"…너의 곁에 있어줄게…네가 방황을 한다고해도…네가 어둠이라고 자기자신을 혐오하고 싫어해도…내가 영원히…너의 곁에 있어줄게. 손을 뻗으면 금방에라도 닿을 수있는 거리에서…내가 언제나…너의 곁에…"

"…"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테니까…슬플 때도 기쁠 때도…그리고 죽을 때 까지에도…"

"지현누나…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어둠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준다는 것이 너의 꿈이라면…이것이 나의 꿈. 내가 바라고 있는 소망이야"

"하지만…"

"나는 정우가 행복하길 바라니까"

"…"

"정우"

"…응"

"정우의 품은 너무나도 상냥하면서도 따뜻해…"

"…"

"날 좀 더 안아줘…정우를 더 느낄 수 있게…"

그녀가 나를 꼬옥하니 더 안아버렸다. 이제는 그녀가 숨을 못 쉴것 같이 보일 정도로..한 이불을 덮고서. 그녀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여린 손. 손의 감촉이 보들보들했다.

"고마워 지현누나"

날 이렇게까지 생각해줘서..위로해줘서...나는 그 위로만으로도 행복을 얻을 수 있었어.

그리고 나에게 조금...환한 빛이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어...

흔들흔들.

"으…"

흔들흔들.

"끄으…"

누군가가 내 몸을 흔든다. 그 덕분에 나는 깨어날 수 있었다. 정신이 들고보니 서재의 창문을 통해서 태양빛이 비춰지는 아침. 나는 지현누나를 껴안은 채로 잠이 들었나보다.

"부우!!! 이래도 안 일어난다 이거지!!!"

"…?"

뭔가 단단히 화가난 듯한 말투. 그리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부우!!'라는 볼 부풀리는 소리. 서현누나인가...

"일어나란 말야!!!"

짝!!!

"크억!!!"

등에 통증이 일어나니 저절로 크억하고 비명소리를 질렀다.

"바보오타쿠가…바보오타쿠가…"

그리고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보오타쿠라는 소리를 중얼중얼거리면서 오한이 서리고 흉흉한 오라를 풍기면서 들어오는 민정이.

"바보오타쿠!!! 안 일어나!!!!"

퍽!!!

"꺽…"

이번엔 펀치가 내 등에 작렬했다. 엄청난 크리티컬데미지. 나는 더 맞을까봐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얼래...?

눈을 뜨니 지현누나가 여전히 잠이 든 듯 나를 붙잡은 채 아직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어라라…? 오타쿠…"

쿠쿠쿠쿠....

엄청난 살기가 느껴진다. 이거..엄청나게 위험하다...어떻게든 하지않으면...

"지금 지현언니때문에 못 일어나는 걸까 아니면 일부러 안 일어나는 걸까?"

"…!!"

"지현언니가…그렇게도 좋다 이거지…?"

민정양..이건 피치못할 오해가...

"민정아…나 일어났…"

"문답무용!!!!"

퍼퍼퍼퍼퍽!!!!

"크허허헉…!!"

나는 민정이의 분노에 서린 펀치를 줄창 맞아야만했다.

"헉…헉…"

얼마나 때렸으면 지치기까지 했을까..수없는 연타덕분에 내 몸에는 또하나의 멍이 생겨날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지현누나는 잘도 자네...

"오타쿠~?"

"넵…"

나는 바로 비굴모드. 이러지않으면 더 맞는다.

"지금 서현언니랑 내가 있는데 뭐하고 있는 것일까나~?"

"…그게 아니라…"

"아주 다.정.하.게. 둘.이.서. 한 침대에 뭐하고 있는 걸까나~?"

"하하…아하하…"

"정우야~?"

"넵. 서현누님"

"조금 '훈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닙니다…반성했습니다…"

"오타쿠?"

"…하하…민정아…그러니까…"

"오타쿠. 새벽에 지현언니를 덮친 거는 아니겠지?"

"내가 그럴 리가 있냐!!"

게다가 여긴 내 방이라고!! 왜 지현누나를 덮쳐!!

"혈기왕성한 사춘기인데…게다가 이런 예쁜여자가 있으면 사족을 못 쓰는 거 아니야?"

"아니야!! 내가 왜 누나를 덮쳐!!"

아무리 예쁘고 몸매좋고…뭐 그렇다고해도 그렇지!! 내가 왜 친누나를 덮치는 건데!!

"그러면…지금은 뭐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막상 변명을 하자니 떠오르지 않는다. 아놔 이런...

"이 짐승오타쿠!!!!"

퍽!!!

"끄억…"

회심의 일격이 또다시 내 몸을 강타했다. 여자주먹이 왜 이렇게 쎈 거냐고요...

이렇게 내가 맞고 있는 와중에도..지현누나는 나를 껴안으며 자고 있었다.

"정우야"

"넵…"

"아직도 그러고 있을 거니?"

"아닙니다…"

"오타쿠는 역시 다른 남자들과 다를 바 없는 짐승이었어!!"

"안 덮쳤다고!!!"

"그러면. 정말로 껴안고 자기만 한 거야?"

"그렇다니까!!"

"왜 성질을 내!!"

퍽!!!

"…잘못했어요…"

"아무래도 지현이를 깨워야 할 것 같은데?"

"그러게…지현언니가 떨어지려하질 않으니…"

"흐응…친남매끼리 이래도 되는 거야?"

"…그…그건 아니지만…빨리 지현언니나 깨워 이 초둔감바보짐승오타쿠!!"

무슨 별명이 늘어만가냐..초둔감바보오타쿠에서 이번에 이 사건을 계기로 짐승까지 추가하게 되어버렸다.

"에고…"

내 신세는...왜 이렇게 비참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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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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